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46
퓨쳐나이트 46화
다행히 그녀는 기절한 것뿐이어서 제이나와 강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무시무시한 살기가 그들을 덮쳐 왔다.
“역시 그때 그냥 죽였어야 했어…….”
흠칫한 제이나와 강찬이 고개를 돌리자 그린이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그린의 광기 어린 눈빛과 마주친 둘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제발…… 제발 이제 그만 하세요.”
“죽어라!”
제이나의 말은 더는 이어질 수 없었다.
뭐라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그린의 채찍이 대기를 가른 것이었다.
그런 그린의 분노를 품고 날아드는 강맹한 채찍을 강찬은 방패를 들어 막아 보려 했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방패와 강찬의 팔은 그런 강찬의 의지를 거부했다.
양팔이 마비된 듯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러자 강찬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제이나와 아르테온의 앞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자신이 어떻게 되더라도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제이나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 강찬을 힘껏 밀치며 강찬 앞을 가로막았다.
그것은 바로 제이나였다.
제이나에게조차 밀려 버릴 만큼 지쳐 버린 강찬이 절규에 찬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제이나!”
“사랑해…….”
“이러지 마! 제이나!”
강찬과 같은 보호 장비도 입지 않은 연약한 제이나가 강철도 자른다는 그린의 블러드 윕을 맨몸으로 막아섰으니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제이나의 여린 몸이 폭죽 터지듯 갈가리 찢기며 강찬의 두 눈앞에서 두 토막으로 갈라져 버렸다.
제이나의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분수처럼 사방으로 뿌려졌고, 비명을 지르는 강찬의 입속에까지 튀어 그는 싫어도 제이나의 피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처절한 비명이 강찬의 입에서 목이 찢어져라 터져 나왔다.
“안 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강찬의 눈앞에서 넝마 쪼가리가 되어 버린 제이나가 마지막 남은 힘으로 입을 뻐금거렸다.
그런 그녀는 목소리를 낼 순 없었지만 강찬은 그녀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꺼져 가는 마지막 생명으로 강찬에게 말했다.
사랑한다고 말이다.
“죽지 마! 제이나! 내가 아르테온 님을 깨울게! 아르테온 님이 회복 마법으로 다 고쳐 주실 거야! 그러니깐 조금만 참아! 조금만 버텨, 제이나!”
강찬이 급히 아르테온에게 다가가서 외쳤다.
“아르테온 님! 아르테온 님!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아르테온 님! 제이나 좀 살려 주세요! 네? 제이나 좀 살려 달라고요!”
통곡하며 애원하는 강찬은 움직이지 않는 손을 대신해 무릎으로 거칠게 아르테온을 흔들어 보았지만 창백한 얼굴로 기절해 있는 아르테온은 깨어나지 않았다.
애가 타게 애원하던 강찬이 다시 제이나를 살피자 제이나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눈도 감지 못한 채로 말이다.
“아, 안 돼! 제이나, 안 돼! 죽으면 안 돼! 눈떠! 눈을 뜨란 말이야!”
제이나의 피를 뒤집어쓴 채로 강찬이 눈물을 흘리자 눈물이 피를 씻고 흘러내려 강찬은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한 마음이 들게 할 정도였다.
아무리 흔들어 보아도 눈을 뜨지 않는 제이나에게 얼굴을 묻은 강찬이 아직 온기가 채 식지 않은 제이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울부짖었다.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내 목숨보다 소중했는데……. 제발…… 눈을 떠 제이나.”
실성한 사람처럼 제이나의 시체를 끌어안고 울부짖는 강찬.
그런 그를 향해 그린이 조소 어린 비웃음을 날리며 다가왔다.
“인간이여, 괴로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괴로운가? 그래, 많이 슬프겠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으니 많이도 슬프겠지. 그러나 지금 네놈이 겪고 있는 그 고통은 너희 인간들이 내게 준 고통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알아라!”
그녀의 말에 웅크리고 있던 강찬이 쉬어 버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뭐라?”
“그딴 개자식들이 한 짓이랑…… 제이나가 무슨 상관인데?”
좀 전의 울부짖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냉정한 어조로 그가 묻자 그린은 약간 당황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그것은 너희가 저주받을 인간과 엘프로 태어난 걸 탓해라!”
“그딴 개소리…… 다 죽여 버리겠어.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천천히 고개를 드는 강찬.
그런 강찬의 얼굴에선 감정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단지 자신이 죽여야 할 대상만을 무표정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더는 살아갈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 말인즉슨 더는 자신의 정체를 숨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흥! 네놈 따위가?”
강찬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그린은 코웃음을 쳤다.
“어디 능력이 있으면 한번 해 보시지. 호호호호!”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
“오호라~ 네놈 혼자서 말이냐? 그거 정말 엄청난…….”
순간 강찬의 두 눈과 눈이 마주친 그린이 입을 다물었다.
강찬의 두 눈에선 슬픔, 분노, 증오와 같은 감정이 일체 흘러나오고 있지 않았다.
그의 두 눈에서 흘러나오는 무감정.
분명 그는 슬퍼하고, 분노하고, 증오해야 했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잃었으니 분명 그래야만 했다.
그러나 인간에게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유를 알 수 없는 위화감이 그린을 엄습했다.
넝마나 다름없는 상태가 된 인간에게서 공포심을 느낀 것이다.
자신의 팔에 곤두선 털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공포? 이, 내가 공포라고?’
분명 이질적인 감정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것을 공포라는 감정으로만 몰고 가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그러나 그린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수백 년 동안 절대자로 군림해 온 자신조차 떨게 한 그 감정이 공포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눈앞의 사내가 하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말이다.
‘나도 따라갈게, 제이나.’
-최종 안전 모드 해제.
-전투 모드 6단계 돌입.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강찬 대위님.
살아서는 다시 만날 수 없을 강찬에게 바이오 컴퓨터가 이별을 고했다.
삶의 의미를 잃은 그가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 그가 견딜 수 있는 시간은 불과 30분 남짓.
그런 강찬의 몸에서 괴이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급속도로 붉어지는 강찬의 몸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기를 여러 번.
그의 눈이 점차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곧이어 전투 모드 5단계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마나가 가속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의 몸속에는 수용 불가능할 정도의 마나가 차올랐다.
마나 홀은 터질 듯 부풀어 올랐고, 갈 곳 없는 마나들이 그의 몸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엄청난 마나의 폭풍을 일으키는 인간을 보며 그린은 그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서, 설마 마족인가?”
강찬을 죽이려고 접근하던 그린.
그런 그녀는 강찬의 괴이한 변화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 죽어 가던 인간에게서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마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인간의 모습은 보통 인간이라 하기에는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평소보다 수백 배로 증폭된 신진대사 능력 덕분에 그의 상처들은 순식간에 치유되어 버렸다.
그것은 트롤보다 훨씬 빠른 치유력이었다.
그런 그의 전신에선 손가락만큼 굵은 핏줄이 쉴 새 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강찬의 괴이한 변화에 생존한 엘프들까지도 술렁일 정도였다.
“놈! 발악하지 말고 곱게 죽어라!”
그린은 자신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쾌감을 느끼게 한 저 괴상한 인간을 끝장내기 위해 채찍을 날렸다.
그러나 놀랍게도 인간은 가벼운 손짓 한 번으로 그녀의 채찍을 다른 곳으로 흘려버렸다.
강철도 썰어 버린다는 그녀의 채찍을 말이다.
“헉! 마, 말도…….”
그녀의 경악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인간의 단검에서 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오러의 불꽃이 폭발하듯 뿜어져 자신을 향해 폭사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혼비백산하며 도망쳐야만 했다.
그것은 일반 오러 블레이드라고 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위력이었다.
이 정도의 위력을 지닌 것은 오직 하나.
전설로만 내려온다는 오러 파이어뿐이었다.
‘헉! 서, 설마 저것이 오러 파이어?’
그린은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은 분명 여자애한테 밀려 쓰러질 정도로 지쳐 있었다.
그런 인간이 돌연 엄청난 기세로 오러 파이어를 뿜어낸 것이다.
하지만 그린은 더는 놀랄 겨를도 없었다.
오러 파이어가 자신을 집어삼킬 기세로 쇄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린이 허겁지겁 허공으로 몸을 피하자 그린이 서 있던 대지가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두 쪽으로 갈라지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은 충격만으로도 하늘로 날아오른 그린의 오장육부를 뒤흔들 만큼 강렬했다.
“크읍!”
내상을 입었는지 그녀의 입에서 선혈이 터져 나왔다.
‘크윽! 어,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위력을! 이건 일반 소드 마스터의 능력이 아니야……. 놈! 이런 힘을 숨기고 있었다니…….’
사람의 힘으로는 만들 수 없을 거대한 파괴의 흔적에 그린은 어이가 없었다.
전의를 상실한 그린은 황급히 하늘로 날아올라 강찬의 공격 범위 밖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자 먹잇감을 놓친 강찬이 성난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주변 녹색 엘프 전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강찬의 손짓 한 번에 수십 명의 녹색 엘프들이 참혹하게 찢겨 나갔다.
“끼아아악!”
“크아악!”
“괴, 괴물이다!”
녹색 엘프들이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하자 그린이 고개를 저으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 마! 하지 말란 말이야!”
그녀가 그렇게 비명을 지르고 있는 순간에도 수십 명의 녹색 엘프가 고깃덩어리가 되어 허공을 날아다녔다.
하나 그린은 강찬에게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그렇게 불과 몇 분 만에 강찬의 손에 의해 난자당한 녹색 엘프는 수백 명.
녹색 피부를 지닌 시신들이 땅 위에 즐비했고, 피에 젖은 사신 같은 모습의 강찬이 조용히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 그의 검은색 슈트의 등에서 뾰족한 작대기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강찬이 조용히 뇌까리듯 중얼거렸다.
“데프콘 발령, 적 섬멸전. 시작해 컴퓨터.”
-알겠습니다. 현 시간부로 데프콘 발령. 위험 요소로부터 전함과 대원을 지키기 위해 전함의 가용 가능한 모든 무장 동원을 시행하겠습니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잠들어 있던 레드 마스호가 서서히 진동하며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던 미사일 사일로가 서서히 개방되며, 그 안에서 수십 발의 미사일들이 차례대로 불을 뿜으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장입된 좌표를 향해 초음속으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