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48
퓨쳐나이트 48화
서서히 연기가 걷히자 반으로 갈라진, 흉측한 모습에 피닉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믿기지 않는 강력한 공격을 두 번이나 뒤집어쓴 피닉스는 제아무리 불의 정령왕이라 해도 이제 더는 중간 계에 존속하기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두 쪽이 나 버린 피닉스의 몸이 점차 정령계로 강제 송환되기 시작했다.
현실 세계에서 정령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
다만 정령계로 강제 송환될 뿐이었다.
그렇게 강제 송환되는 피닉스가 겨우 분노 어린 말을 내뱉고는 정령계로 사라져 버렸다.
“오늘 일은 기억해 두겠다, 인간이여…….”
그렇게 진부한 대사를 마지막으로 피닉스가 정령계로 사라지자 강찬이 바스터포를 재장전했다.
철컹!
그러자 바스터포 후미에서 엄청난 열기를 내뿜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거대한 휴즈가 사출되어 대지로 버려졌다.
“놈! 도망친 건가?”
-전방에 20개의 생명체와 거대한 강철 구조물이 포착되었습니다.
강찬이 센서에 포착된 생명체들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거대한 기간테스와 그도 익히 알고 있는 자들이 아르테온을 구출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강찬이 산에다 내려 준 엘리카와 제이나의 어머니, 며칠 전에 마주친 싸가지 없던 그 공주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옆에는 처음 보는 거대한 기간테스가 서 있었다.
“저 기간테스에 탑승해 있는 자는 혹시…… 그 풋내기인가? 쿨럭쿨럭!”
강찬은 혹시나 녹색 마녀가 주변에 숨어 있지 않을까 하고 그 일대를 전부 샅샅이 스캔해 봤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생명체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정작 찢어 죽여야 할 원수인 그녀가 도망쳐 버린 것인지, 아니면 대폭발 속에서 목숨을 잃은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강찬은 아쉬운 마음뿐이었다.
이제 그에게는 원수의 죽음을 확인할 시간조차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욱! 큽! 쿨럭쿨럭!”
이미 괴사하기 시작한 내부 장기들에서 역한 피고름이 한가득 쏟아져 나왔다.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몸을 이끌고 강찬은 천천히 엘리카와 아르테온이 있는 근처에 내려섰다.
거대한 자이드가 착륙을 하자 엄청난 폭풍이 그들을 덮쳤다.
바닥에 내려선 강찬이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쿵! 쿵! 쿵! 쿵!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80톤에 육박하는 레드 레빗의 육중한 무게에 대지가 비명을 질렀다.
그런 거대한 자이드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은 약간 공포에 젖어 있었다.
특히나 자이젠이 강찬을 바라보는 시선은 거의 불신에 가까웠다.
그는 강찬의 엄청난 신위를 멀리서 똑똑히 지켜보았다.
그런 그의 진정한 실력은 그냥 소드 마스터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자신이 소속된 헬라이너 기사단의 단장인 작센 공작도 그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하늘에서 날아든 엄청난 위력의 기간테스.
‘믿을 수 없어.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불의 정령왕 피닉스조차 강제로 송환시켜 버리는 말도 안 되는 위력을 가진 기간테스라니……. 저런 기간테스가 존재한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 없어!’
강찬은 자이드에 탄 채로 외부 스피커로 말했다.
―아르테온 님은 무사하십니까?
“네, 아르테온 님은 무사하세요. 저기 기간테스에 탑승하고 계신 비스만 제국의 기사 자이젠 님이 위험을 무릅쓰고 아르테온 님을 구해 주셨어요.”
예상했던 대로 눈앞에 정체불명의 기간테스에 타고 있는 기사는 그 풋내기였다.
제이나의 어머니를 확인한 강찬은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죄했다.
―제레니스 님, 죄송합니다. 제이나를 지켜 주지 못했습니다.
제이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말에 제이나의 어머니 제레니스는 그저 말없이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주변에 있던 엘프들도 그녀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제이나는 아르테온 님을 지키려 다 죽은걸요? 그 아이는 우리 엘프의 영웅이고…… 제겐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딸이랍니다.”
그녀 옆에 있던 엘프들이 애써 당당하려 하는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그녀를 위로했다.
『죄송합니다. 그 소녀의 유해는 구하지 못했습니다.』
자이젠이 자책감에 빠진 목소리로 말하자 제이나의 어머니는 괜찮다고 아르테온 님을 구해 준 것만으로 자신은 너무 감사하다고 그를 위로했다.
“그것보다 강찬 님, 레이시언 님과 엘라디온 님을 도와주세요.”
엘라디온의 얘기에 강찬은 점점 무기력해져 오는 몸을 강제로 일으켰다.
―그분들은 어디에 계시죠?
“레이시언 님은 레인저들을 이끌고 저쪽 숲에 대기 중이셨는데 갑자기 소식이 끊기셨고, 엘라디온 님은…… 엘프 나이트들을 이끌고 마을 쪽으로 가셨는데 여태 소식이 없으세요.”
강찬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한시라도 빨리 엘라디온에게 달려가야만 했다.
―어이, 이런 말 하기 미안하지만…… 레이시언 님 쪽을 부탁해도 되겠나?
자이젠이 탑승해 있는 기간테스를 보며, 강찬이 부탁하자 기간테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등 뒤에서 거대한 롱소드를 꺼내 들었다.
『물론입니다. 레이시언 님은 제가 맡겠습니다. 저 대신 우리 공주님을 잘 부탁합니다.』
“공주님은 저희가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자이젠이 레이시언이 소식이 끊겼다는 숲을 향해 대지를 진동시키며 달려갔다.
쿵! 쿵! 쿵! 쿵!
멀어지는 자이젠을 보던 강찬도 마스터를 도우려고 움직였다.
―저도 이만 엘라디온 님을 구하러 가겠습니다.
“부탁해요, 강찬 님.”
자이드가 움직이려 하자 엘리카가 급히 강찬을 불렀다.
“저, 저기 강찬 님!”
―무슨……?
“무사히 돌아오세요.”
“…….”
무사히 돌아오란 엘리카의 말에 강찬은 대답 없이 그 자리를 벗어났다.
강찬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굳이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과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자이드는 거대한 플라이트를 펼치고, 하늘 위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렇게 순식간에 멀어져 가는 강찬의 신비로운 자이드를 바라보는 엘리카.
말없이 붉어진 얼굴로 조용히 그곳을 응시했다.
* * *
하늘에서 내려다본 광경은 너무도 끔찍했다.
이곳이 그가 머물던 그 아름답고 풍요롭던 엘프들의 숲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숲은 단 하룻밤 만에 너무나도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허허벌판.
그 위에 남은 것이라곤 기둥뿌리만 남은 나무들과 사방에 널려 있는 갈가리 찢긴 시체들뿐이었다.
이 모든 게 이성을 잃은 자신이 한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강찬은 조용히 침묵했다.
그는 그저 미사일 폭격 속에서 엘라디온이 살아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몸이 점점 무거워짐을 느낀 강찬이 힘겨운 어조로 컴퓨터에게 물었다.
“커, 컴퓨터……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지?”
-현재 세포 괴사 진행 속도로 판단, 예상되는 시간은 10분입니다.
“10분이라…… 쿨럭! 쿨럭!”
엘라디온을 찾기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마을 위를 선회하던 강찬의 귀에 거대한 칼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분명 기간테스들이 싸우는 소리였다.
그 폭발 속에서도 무사한 기간테스들이 있었던 것이다.
강찬은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멀리서 만신창이가 된 엘븐 나이트 1기가 3기의 검은 기간테스들에게 둘러싸여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 레드 레빗의 광학 추적 장치에 들어왔다.
“차, 찾았다!”
만신창이가 된 엘븐 나이트의 검에서는 오러 블레이드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엘븐 나이트를 타고 오러 블레이드를 쓸 수 있는 이는 오직 소드 마스터 엘라디온뿐이었다.
그러나 3기의 검은 기간테스에게 협공을 당하는 엘라디온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강찬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스텔스 모드 작동!”
-스텔스 모드로 기동합니다.
강찬의 거대한 자이드가 순간 거짓말처럼 아무런 소리도 없이 날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동체가 순간 흐릿해지더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레이더, 적외선, 그리고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궁극의 스텔스 모드였다.
모습을 감춘 채, 강찬은 최고 속도로 검은 기간테스를 덮쳤다.
콰아아아아아앙!
엄청난 충격이 하늘 위로 울려 퍼졌다.
80톤에 달하는 거대한 자이드가 가속도까지 붙은 채로 기간테스를 무릎으로 찍어 버린 것이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기간테스의 상체가 산산조각이 났다.
그에 반해 충돌의 반동을 이용해 대지에 무사히 안착한 강찬은 그 옆에 있던 검은 기간테스의 견갑부를 향해 레일 건 세례를 퍼부었다.
레일 건에 견갑부를 관통당한 검은 기간테스의 가슴 부위에 휑한 구멍이 뚫리며, 그 거체가 서서히 뒤로 쓰러졌다.
쿠웅!!
순식간에 거대한 기간테스 두 대가 연이어 쓰러지고, 묵직한 진동과 함께 사방으로 엄청난 먼지가 피어올랐다.
강찬은 이어 세 번째 적을 향해 레일 건을 겨눴다.
그러나 적은 강찬이 레일 건을 발사하기도 전에 어마어마한 기세의 오러 블레이드로 레일 건이 달린 자이드의 오른손을 베어 버렸다.
“헛! 오러 블레이드?”
자이드의 오른손을 자른 적의 오러 블레이드가 견갑부를 노리고 매섭게 날아들었다.
강찬은 남은 왼팔에 장착된 고주파 블레이드를 꺼내 적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 냈다.
두 검이 맞붙자 사방으로 엄청난 불똥이 튀었고, 강렬한 충격이 강찬에게 전해졌다.
“크으윽!”
하지만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마나가 깃들지 않은 고주파 블레이드로 오러 블레이드를 막는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강찬의 고주파 블레이드가 단숨에 두 토막 나 버렸다.
위기였다.
그 순간 강찬은 기지를 발휘했다.
강찬은 급히 적의 앞에 조명탄을 터트렸다.
번쩍!
『끄아아악!』
엄청난 섬광이 번쩍이자 기간테스 안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강찬은 적이 주춤하는 사이 발로 적 기간테스를 걷어차고 그로부터 달아났다.
네미츠와 엘라디온의 대결은 점점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한 수 앞서는 네미츠의 실력에 엘라디온의 목숨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져 있었다.
위태위태한 상황 속에서 엘라디온은 이를 악물고 네미츠의 검을 받아넘길 수밖에 없었다.
엘라디온의 얼굴에는 점점 절망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하지만 바로 그때.
하늘에서 굉음과 함께 거대한 불기둥이 내리꽂히며,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사방 천지를 뒤덮는 대폭발.
그 폭발에 휩쓸린 네미츠와 엘라디온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으아아아악!”
“크허허허헉!”
거대한 폭발이 지나간 후.
주변에 있던 이들은 모두 불타 숯덩이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폭발 속에서 살아남은 건. 기간테스를 타고 있는 자들뿐이었다.
살아남은 이들이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했다.
하나 이내 다시금 검을 섞기 시작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눈앞에 적을 죽여야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