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49
퓨쳐나이트 49화
그 이후로 아크섀도에 의해 10기의 엘븐 나이트를 모두 잃은 엘라디온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승부는 이미 끝나 버린 상황이었다.
이제 네미츠에게 남은 일은 제자들과 함께 자신의 오랜 친구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해 주는 것뿐이었다.
『잘 가게, 나의 오랜 친구여.』
『네미츠…….』
아크섀도의 검이 엘븐 나이트의 견갑부를 관통하려던 순간이었다.
그때.
거대한 무언가가 아크섀도 위로 내리꽂혔다.
슈우우웅 콰아아아아앙!!
그가 제일 아끼던 제자가 타고 있던 아크섀도가 엄청난 충격과 함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박살이 났다.
그리고 그들 앞으로 엄청나게 거대한 기간테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것은 그들이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기간테스였다.
『뭐, 뭐냐? 저 거대한 기간테스는!』
거대한 기간테스는 그들이 놀랄 틈도 주지 않고 두 번째 공격을 가했다.
-죽어라!
거대한 기간테스는 그들이 생전 처음 보는 무기로 두 번째 아크섀도의 견갑부를 통째로 날려 버렸다.
말도 안 되는 위력이었다.
『헉! 엄청난 위력이다! 마법으로 보호받는 기간테스를 저렇게 간단히 박살 내 버리다니!』
네미츠의 눈앞에서 두 번째로 희생당한 아크섀도가 천천히 허물어졌다.
거대한 기간테스에게 희생당한 자들은 모두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에 오른 자들로, 아크섀도의 두 기둥이었다.
그런 그들을 순식간에 잃고 만 것이다.
네미츠는 정체불명의 기간테스에게 무시무시한 분노를 느꼈다.
이윽고 거대한 기간테스가 가공할 위력의 무기를 그에게 겨누었다.
『놈!』
네미츠는 오러 블레이드를 내뿜어 그 기간테스의 오른팔을 통째로 잘라 버렸다.
그리고 적 기사가 타고 있을 견갑부를 통째로 갈라 버릴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적의 실력이 상당했다.
남은 왼손에서 튀어나온 칼로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 낸 것이었다.
그것도 오러 소드조차 쓰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평범한 검이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에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오러 블레이드 앞에 잘리지 않는 금속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의 예상대로 자신의 검을 가로막은 적의 검은 쉽게 잘려 나갔다.
네미츠는 그 여세를 몰아 적의 견갑부까지 갈라 버리려 했다.
그러나 그때 갑자기 눈앞에서 엄청난 섬광이 번쩍였다.
그는 순간 시력을 잃은 채. 고통의 찬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아악! 내 눈! 내 눈!』
강찬은 비명을 지르며, 무시무시한 오러 블레이드를 이리저리 휘둘러 대는 적 기간테스를 피해 엘라디온에게 다가갔다.
-마스터! 마스터!
강찬이 쓰러지기 직전인 엘라디온의 엘븐 나이트를 부축했다.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던 엘븐 나이트는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곧 그 안에서 극도로 지친 엘라디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헉! 헉! 헉! 이, 이 목소리는 설마? 찬이냐?』
-허억, 허억…… 네 마스터…….
대답하는 강찬의 목소리 역시 극도로 지쳐 있었다.
괴사하기 시작한 피부는 노인보다 더 쭈글쭈글하게 변해 있었다.
이제 그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방증이었다.
『그, 그 엄청난 기간테스는 어디서 난 게냐?』
-허억, 허억 말하자면 깁니다…… 이, 일단 눈앞의 적부터 제거하죠.
『그래, 좋다!』
강찬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5분도 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서둘러 눈앞의 막강한 적을 제거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자신의 마스터인 엘라디온을 살릴 수 있었다.
강찬의 등장으로 다시 힘을 얻은 엘라디온이 혼신의 힘을 다해 오러 블레이드를 불태웠다.
강찬 역시 남은 한쪽 팔로 굴러다니던 엘븐 나이트의 샤벨을 집어 들고 마지막 전의를 불태웠다.
그때 시력을 회복한 네미츠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망할 자식! 감히 나에게 개수작을 부리다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엘라디온에 비해 적 소드 마스터는 전혀 지치지 않았는지, 그의 오러 블레이드는 더욱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저자는 나보다 훨씬 강하다. 부디 조심하거라.』
-네에…… 마스터. 허억, 허억…….
엘라디온의 말에 힘겹게 대답하는 강찬.
그의 입에선 목구멍에서 올라온 죽은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뿌우우우우우!
저음의 나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이런, 벌써 새벽인가? 제길! 운 좋은 줄 알아라!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죽여 주마!』
지평선 너머로 여명이 떠오르고 있었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깊은 지하에서 사는 다크 엘프들은 대낮에는 힘을 쓰지 못한다.
그것은 블랙 샌티패드들도 마찬가지였다.
다크 엘프의 기간테스엔 태양 빛을 차단해 주는 기능이 있어서 대낮이라 해도 전투가 가능했다.
하지만 일반 보병들과 블랙 샌티패드 없이 단독으로 남아서 전쟁을 지속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네미츠는 눈물을 머금고 퇴각을 결정했다.
『퇴각한다!!』
네미츠가 남은 아크섀도들을 데리고 퇴각하기 시작하자 그와 동시에 살아남은 모든 다크 엘프들이 퇴각하기 시작했다.
암흑 소환사들이 피리를 불자 살아남은 블랙 샌티패드들도 침공로로 퇴각했다.
살아남은 엘프 레인저들은 그렇게 썰물 빠져나가듯 사라지는 적들을 바라보며, 허탈함에 무릎을 꿇었다.
적들이 빠져나간 숲은 온통 엘프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살아남은 소수의 엘프들은 가족처럼 지내 오던 동료의 죽음에 오열하며, 부상자들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적들 모두가 침공로로 퇴각하자, 한숨 돌린 엘라디온은 자신을 구해 준 믿음직한 제자의 기간테스 곁으로 갔다.
쿵! 쿵! 쿵! 쿵!
그러나 제자의 기간테스는 조용히 침묵할 뿐.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엘라디온이 강찬을 불렀다.
『무슨 일이냐, 제자여?』
강찬의 기간테스는 스승의 부름에도 여전히 침묵했다.
『왜 대답이 없느냐! 어서 문을 열어 보거라!
엘라디온이 탄 엘븐 나이트의 손이 강찬의 기간테스 견갑부로 향했다.
그리고 엘븐 나이트에서 내린 엘라디온이 엘븐 나이트의 팔을 타고 강찬의 기간테스로 넘어갔다.
6미터에 가까운 아찔한 높이였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엘프들은 보통 높은 나무 위에서 생활했기에 균형 감각이 대륙 그 어떤 종족보다 뛰어났다.
엘라디온이 레드 레빗의 견갑부를 두들겼다.
쿵! 쿵! 쿵! 쿵!
“어서 문을 열어 보거라! 대체 무슨 일이냐?”
하지만 아무리 두드려 봐도 강찬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제 최후의 시간이 된 것이다.
강찬은 꺼져 가는 의식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늑하게 들려오는 것을 느꼈다.
분명. 마스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자신을 부르는 마스터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길 기력조차 남아 있질 않았다.
축 처져 버린 그의 팔과 다리는 이젠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점점 더 미약해져 가는 숨결과 함께 그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입었던 전투 슈트도 어느새 조끼 형태로 돌아갔다.
‘제이나, 나도 이젠 네 곁으로 갈게…….’
강찬은 이제 제이나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웃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였다.
눈을 감으면 제이나가 자신을 마중 나올 것만 같았다.
죽음을 앞두고 편안한 미소를 지은 강찬.
하지만 그런 그의 바람은 몸속에서 시작된 괴상한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으직! 으지지직! 으득!
‘뭐, 뭐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렬한 기운이 전신으로 거침없이 퍼져 나가기 시작하자 강찬이 두 눈을 부릅떴다.
“크읍!”
말할 기력조차 없던 강찬의 입에서 극심한 고통에 찬 신음이 터져 나왔다.
엉망이 되어 버린 그의 육신 안에서 잠잠했던 마나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최종 전투 모드를 사용한 강찬의 몸 안에는 현재 어마어마한 양에 마나가 압축되어 있었다.
그것은 대자연의 마나였다.
수백 배로 증폭됐던 그의 신진대사 속도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속도로 회전했던 그의 마나에 이끌려 온 대자연의 순수한 마나.
그것들이 생명력이 꺼져 가는 강찬의 몸속 마나 라인을 타고 급류처럼 거칠게 흐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강찬은 무의식 속에서도 엘라디온에게 전수받은 마나 연공법을 따라 그 거친 마나의 흐름을 돌리기 위해 애썼다.
그것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그러자 그 마나들이 하나로 뭉쳐지더니, 점차 일정한 흐름으로 강찬의 몸을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무아지경에 빠진 강찬.
몸속에 거칠게 흐르는 마나에 의해 그동안 막혀 있던 마나 라인들이 차례차례 뚫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감히 뚫어 볼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단단하게 막혀 있던 마나 라인들이 말이다.
아마도 전신의 세포가 붕괴되면서 마나 라인들도 함께 약해진 듯싶었다.
마나 라인이 뚫릴 때마다 강찬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렇게 점점 강찬의 목을 타고 머리 위로 거침없이 솟구쳐 오르던 거친 마나들은 이윽고 강찬의 머리를 뚫고 정수리에 올라섰다.
그 순간 강찬의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하…….”
지금까지 단 한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청량함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이윽고 강찬의 머리 위로 마치 꽃과 같은 형상의 마나가 활짝 피어났다.
활짝 핀 마나의 꽃은 점차 흩어져 강찬의 입을 통해 다시 마나 홀로 돌아갔다.
그러기를 몇 차례…….
강찬의 몸에서 또다시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뚜득! 뚜드득! 으드득!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괴사한 세포들이 대자연의 마나를 머금고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의 온몸에서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는 검은 액체들이 땀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평생 살아오는 동안 몸에 쌓인 불순물들과 세포들이 내뱉은 찌꺼기들이었다.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괴이한 현상이 마침내 끝나고, 이번에는 뜨거운 열기와 함께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열기에 입고 있던 의복이 불타 재가 되었고, 온몸의 털이 노린내와 함께 타들어 갔다.
멀쩡하던 이빨이 빠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치아가 돋아났고, 검게 그을리며 타들어 가는 피부 아래로 아기처럼 뽀얀 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이 괴이한 현상은 몇 시간이고 계속되었다.
강찬이 살며시 눈을 떴다.
그는 지금 자신이 천국에 와 있다고 생각했다.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으로 가득했던 몸이 이제는 날아갈 듯 상쾌했기 때문이다.
그 상쾌함은 여태껏 한번도 느껴 보지 못한 것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전신에는 이전에 느껴 보지 못한 거대한 힘이 넘쳐 났다.
하지만 강찬은 이곳이 천국이 아닐 거라고 단정 지었다.
도저히 참기 어려운 역겨운 냄새가 사방에서 진동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