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56
퓨쳐나이트 56화
“마법사만 조심하면 된다! 사격 개시!”
“발사!”
40명의 궁수들이 일제히 마법사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러자 파공음과 함께 40발의 화살이 마법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20명의 녹색 엘프 마법사들도 각자 공격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돌격! 어머니께 영광을!”
“영광을!”
돌격 부대가 함성을 지르며, 드워프들을 향해 돌격해 들어가자 함성 소리에 놀란 드워프들이 혼란에 빠졌다.
“기, 기습이다! 녹색 엘프다!”
“모두 당황하지 말고 무기를 들어라!”
뒤늦게 적의 기습을 눈치챈 드워프들이 나르던 잔해를 내려놓고, 적의 기습 공격에 맞서기 위해 배틀엑스를 다잡았다.
그와 동시에 날아든 녹색 엘프들의 화살이 엘프 마법사들 위로 퍼부어졌다.
뛰어난 마법 실력을 갖춘 엘프 마법사들은 그 짧은 시간에 실드를 펼쳐 화살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하지만 곧 그들의 눈에 절망의 빛이 드리웠다.
쇄도하는 화살로부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와중에 공격 마법의 파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윽고 녹색 엘프 마법사들의 손을 떠난 수십 발의 파이어 애로우가 폭사되었고, 엘프 마법사들은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주문만 해도 엄청난 수학적 마나 배열을 요구하기 때문에 두 가지 주문을 동시에 쓴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고, 그것이 가능한 것은 최소 5써클 이상의 고위급 마법사뿐이었다.
덧셈와 뺄셈을 놓고 봐도 하나씩 풀어 나가는 것은 쉽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것이 덧셈과 뺄셈이 아니라 곱셈과 나눗셈이라면 머리가 꽤나 아플 것만은 확실했다.
그들은 이미 물리 실드를 펼쳐 화살을 막고 있었고, 동시에 날아드는 마법에 대비해 단시간에 마법 실드를 펼칠 여유가 없었다.
이제 그들은 꼼짝없이 파이어 애로우에 적중되어 바비큐가 될 것이었다.
그렇게 수십 발의 파이어 애로우가 그들을 집어삼키려던 찰나 지크욘이 그들 앞에 내려앉았고, 여유롭게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디스펠.”
매섭게 날아들던 파이어 애로우가 그녀의 은빛 가루 같은 마나들과 부딪치더니, 마나 배열이 무너지면서 온데간데없이 공기 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본 녹색 엘프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뻐금거렸다.
디스펠은 그리 고위급 마법은 아니지만, 사용자에 따라서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마법 중 하나였다.
마법사는 자신보다 상급인 마법사의 마법을 절대로 디스펠할 수 없었고, 써클의 차이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디스펠당하는 속도 또한 현저히 빨라지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마법사들 사이에선 자신보다 써클이 높은 마법사를 상대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마법사는 자신들의 마법을 거의 순간적으로 디스펠해 버렸다.
그것도 무려 20명의 마법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죽음을 알리는 사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이 잡종 버러지 같은 놈들! 죽어라! 헬 라이트닝 버스트!”
지크욘이 오른발을 들어 땅을 내리찍자 그녀를 중심으로 수십 줄기의 붉은 뇌전이 폭사되더니 섬뜩한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속도는 하늘에서 내리치는 번개와 같았다.
“헤, 헤, 헬 라이트닝 버스트!”
“크아아악!”
녹색 엘프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뜬 채로 지옥의 뇌전을 바라보았다.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겨우 4써클 유저인 그들이 9써클 전격 마법 앞에서 무슨 저항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한 줌에 재가 되는 수밖에.
그래도 마법사들은 좀 나았다.
자신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고 죽었으니 말이다.
그에 비해 40명의 녹색 엘프 궁수들은 자신들이 9써클 마법에 휩쓸렸다는 사실도 모른 채 세상을 등져야만 했다.
엘프 마법사들도 눈앞에 광경을 믿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수상한 여인이 갑자기 자신들 앞을 가로막더니 엄청난 마력으로 수십 발의 파이어 애로우를 한순간에 디스펠시켜 버렸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9써클 마법으로 눈앞에 있던 적들을 한순간에 한 줌의 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엘프 마법사들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이내 여인에게서 드래곤의 강렬한 존재감을 느낀 그들은 그녀가 숲의 주인인 그린 드래곤 지크욘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항상 그들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존재가 오히려 자신들을 구해 준 것이다.
그들은 모두들 속으로 역시 드래곤이라고 생각했다.
9써클 마법을 저렇게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종족은 드래곤을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도, 도망쳐라!”
눈앞에 펼쳐졌던 지옥의 광뢰를 보고 겁을 집어먹은 녹색 엘프들이 급히 전장에서 등을 돌려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크욘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감히 내게 등을 보이고 도망치려 하다니, 이놈들! 뼛속까지 쥐어짜 주마!”
지크욘이 양팔을 펼치자 어마어마한 마나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녹색 엘프들은 제자리에 하나둘 멈춰 서더니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으악! 살려 줘! 살려 줘!”
그들은 떠오르는 힘에 저항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지크욘의 올가미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드워프들은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을 입을 쩍 벌리고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숫자로 의기양양하게 자신들을 밀어붙이던 녹색 엘프들이다.
그런데 수상한 여인이 나타난 이후 갑자기 잔뜩 겁을 집어먹고선 앞다퉈 도망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모두가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략 200명은 되어 보이는 대규모 인원이 말이다.
그런 그들이 허공에 매달린 채 절규하고 있을 때, 조소 어린 지크욘의 섬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블러드 프레셔.”
그녀의 한마디와 동시에 하늘에 매달린 그들에게서 처절한 고통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뿌드드득!’
“크아아아아악!”
“으아아악!
“끄아아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은 점점 더 처절해지더니, 이윽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살이 터져 나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 직후 온 사방으로 그들의 핏물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난 붉은 비가 좋더라. 크크크…….”
지크욘이 200명의 녹색 엘프들을 용언의 힘으로 비틀어 짜며, 그들에게서 쏟아지는 피의 비에 흠뻑 취했다.
시체로 만들어진 구름 아래 비처럼 내리는 피를 맞으며 마치 어린애처럼 즐거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드워프들은 하반신에 힘이 풀려 바지에 오줌이라도 지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 드래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던 엘프들의 표정은 두려움에 일그러졌다.
‘제, 제정신이 아니야. 도, 도망쳐야 해…….’
모두의 마음은 한결같았지만, 그들의 발은 생각과는 반대로 땅에서 결코 떨어질 줄 몰랐다.
만약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저들과 같이 쥐어짠 걸레처럼 뒤틀려 죽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국 덜덜 떨며, 지크욘의 광기 어린 행동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은 잠깐이었지만, 바라보는 그들에게는 몇 년과도 같은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어느덧 모든 피를 쏟아 낸 녹색 엘프들은 비쩍 마른 고깃덩어리가 되어 두둥실 떠 있을 뿐이었다.
소가죽도 쥐어짜면 육수가 나온다지만, 이제 이건 쥐어짜도 더 나올 게 없었다.
“뭐야? 벌써 끝이야?”
피에 흠뻑 젖은 지크욘이 아쉬움에 말을 토로하자 그녀를 지켜보던 엘프들과 드워프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렸다.
혹시 그녀의 아쉬움을 자신들이 달래 주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별 국물도 없는 새끼들이 원…….”
지크욘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두르자, 그들의 시체가 그대로 불타올라 재가 되었다.
수분 하나 없이 말라비틀어진 그들의 몸은 마치 종이처럼 활활 타올랐다.
“그럼 거름을 줬으니, 씨를 뿌려야겠지? 그로우.”
지크욘이 주문을 영창하자 녹색 엘프들의 피를 흠뻑 마신 대지에서 작은 새싹들이 급격히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 자라나는 속도는 그 어떤 정령술보다도 빨랐다. 역시 숲을 사랑하는 그린 드래곤답게 그 능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숲을 사랑할 뿐, 거름을 주는 기준은 그녀에게 있어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급격히 자라난 나무와 식물들이 어느덧 작은 숲을 이뤘고, 그녀는 그 숲에 열린 작은 사과를 따서 한입 베어 물었다.
“역시 과일은 유기농이 최고야.”
지크욘이 수백 명을 피를 거름으로 써서 키운 사과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엘프들과 드워프들은 식욕이 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지크욘은 사과 맛이 괜찮은지 몇 개 더 챙겨 엘프들에게 다가갔다.
“어이, 괜찮나?”
얼어 있던 엘프는 그의 물음에 잠시 말문을 열지 못하고 눈만 깜빡였다.
“괜찮으냐고 내가 묻잖아.”
“네에? 아, 넵! 괘, 괜찮습니다!”
나사라도 하나 풀린 듯한 엘프의 반응에 지크욘이 살짝 인상을 썼다.
‘어찌 내가 만나는 것들마다 다 이런 식이지? 이러니 내가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겠어? 역시 강찬, 그놈밖엔 없다니깐.’
지크욘에게 있어 그들이 두려움에 떠는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을 심정을 이해해 주면서 행동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기 방식대로만 생각하는 것, 그것이 드래곤이었다.
갑자기 지크욘이 인상을 쓰자 그를 보는 엘프의 머릿속에는 적색등이 켜졌다. 당장 머릿속에 요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았다.
거듭 울리는 생존 본능의 경종에, 엘프는 본능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위, 위대하신 분이시여. 옥체에 피, 피, 피가 묻었사옵니다.”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엘프의 말에 지크욘은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몸은 온통 녹색 엘프들의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지크욘은 그제야 자신이 조금 흉측한 모습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아, 이 모습에 놀랐던 것이냐? 거참, 맘도 여리기도 하지. 이런 건 그냥 간단하게 클린 주문 한 방이면.”
지크욘이 자신에게 클린 마법을 걸자 주변의 마나가 모여들어 그녀의 몸에 묻어 있던 지저분한 것들을 떼어 냈다.
“자! 이젠 어떠냐? 깨끗하지?”
그녀의 몸은 마치 막 샤워를 한 것처럼 깔끔해졌다.
하지만 엘프의 눈은 여전히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그들의 뇌리엔 녹색 엘프들을 산 채로 쥐어짜던 끔찍한 지크욘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엘프는 살아남기 위해 이번에도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깨, 깨끗하시니 한결 미모가 돋보이십니다, 지크욘 님.”
“난 피의 싱그러운 향기가 참 좋은데, 너희 엘프들은 여전히 깨끗한 걸 좋아하는구나.”
드래곤은 원래 육식을 하는 육식 동물에 속하기 때문에, 그녀에게 있어 피의 향기는 싱그러운 과일의 향기와도 같았다.
인간 중에 돈 많은 귀부인이 과즙과 우유로 피부 미용을 하듯, 그녀 역시 피로 몸을 씻는 것을 즐겼다.
“위, 위대하신 분께서 저희 같은 미천한 엘프들을 구해 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 숲을 더럽힌 죗값을 치른 것이니, 너무 부담 갖지 마라, 엘프여.”
“알겠습니다, 위대한 분이시여…….”
“그보다, 다른 엘프들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예?”
“살아남은 엘프들이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잠시 망설이던 엘프가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드워프들이 대답하지 말라며 도리질을 쳤지만, 지크욘쯤 되는 고룡에게 거짓말을 해서 득이 될 게 없으니, 애써 그녀의 심기를 건들 필요는 없었다.
잠시 망설이던 엘프가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지금 동맹국인 드워프의 왕국으로 피신했습니다.”
“오호? 그래 그럼 혹시 강찬이라는 이방인도 함께 갔느냐?”
“예? 어떻게 그를…….”
엘프는 강찬과 지크욘이 친구 사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드래곤의 입에서 강찬의 얘기가 튀어나오니, 엘프는 조금 의외라는 눈빛으로 지크욘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신의 주제를 잠시 망각하고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