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61
퓨쳐나이트 61화
엘프인 그가 인간인 강찬과 함께 있는 모습에 궁금해진 첼시가 묻자 엘라디온이 주저 없이 대답했다.
“내 제자야. 서로 인사해.”
“안녕하세요…….”
강찬은 첼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인사만 하고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제자라고? 인간을 제자로 받았어? 마을 사람들이 별말 안 해?”
제자란 말에 첼시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엘라디온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 녀석은 아르테온 님도 인정한 우리 마을의 영웅인걸.”
엘라디온의 말에 강찬은 얼굴을 붉혔고, 첼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도리질을 쳤다.
“어이, 이봐, 첼시! 여기 맥주 좀 더 가져다줘!”
“공짜로 마시는 주제에 어딜 감히 부려 먹으려 해! 직접 갖다 먹어!”
“어이쿠! 이런, 이런…….”
첼시가 잡아먹을 것처럼 쏘아붙이자 드워프는 찍소리도 못하고, 맥주를 가지러 주방으로 향했고, 첼시가 다시 고개를 돌려 강찬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 구면이죠?”
“…….”
“어라? 너, 여기 왔었던 것이냐?”
“아, 그게, 저…….”
강찬이 당황하고 있을 때, 첼시의 입에서 결정타가 나왔다.
“어제 웬 아름다운 아가씨랑 단둘이서 30,000cc나 먹고 갔는데…… 어찌나 잘 마시던지, 인사불성이 돼서 아가씨한테 업혀 나갔다니깐. 어제는 잘 들어갔죠?”
장난기 어린 어조로 말하는 첼시 덕에 강찬의 얼굴은 완전 홍당무가 되어 버렸고, 엘라디온이 불신의 눈초리로 강찬을 바라보자 강찬은 더욱더 얼굴을 들지 못했다.
“안주는 뭘 먹을 거야? 역시 계절 과일로 만든 과일 샐러드? 아님 치즈 모둠 세트?”
“둘 다 줘. 오래간만에 왔는데 전부 맛봐야지.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잘 팔리는 훈제 오리도 한 마리 줘. 그건 이 친구가 먹을 거야.”
“아, 그거라면 어제 세 마리나 드셨으니 다른 걸 먹어도 될 것 같은데?”
강찬을 놀리는 데 재미를 붙였는지, 첼시가 집요하게 강찬을 물고 늘어지자 강찬의 표정은 난감함으로 가득했다.
“호호호, 농담이에요, 농담! 남자가 그 정도로 당황하면 안 되죠. 얘! 미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것처럼 우렁찬 첼시의 목소리가 술집 떠나가게 울려 퍼지자 바쁘게 맥주와 안주를 나르던 여종업원 미샤가 첼시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예! 언니!”
“여기 특제 맥주 3천하고 과일 샐러드, 모둠 치즈, 그리고 오리 훈제 한 마리.”
“예, 언니!”
“그나저나 오빠, 엘프 마을이 녹색 엘프들에게 기습당했다고 해서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엘라디온의 표정이 약간 침울해졌지만, 걱정해 주는 첼시에게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첼시도 더는 말하지 않고, 미샤가 가지고 온 맥주를 큰 잔에 따라 엘라디온에게 건넸다.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마셔, 오빠.”
“고맙다, 첼시.”
“자! 우리 건배해요.”
“건배!”
셋의 잔이 거칠게 부딪쳤고, 셋은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켰다.
맥주를 마시던 강찬이 컴퓨터를 불렀다.
‘컴퓨터, 알코올 좀 분해해 줘.’
강찬은 오늘은 조절하며 마시기로 했다.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오늘은 도저히 술이 안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방져진 컴퓨터는 만만하지 않았다.
-거절한다.
‘뭐, 뭐라고?’
-내가 그런 뒤치다꺼리까지 해 줘야 하나?
‘너, 자꾸 이럴 거야? 이건 명령이다!’
-한심한 명령이군. 최악이다. 삑!
‘…….’
넋이 나간 표정의 강찬을 뒤로하고 첼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마시고 있어. 난 애들 도와주러 갈게.”
“그래, 우린 신경 쓰지 말고 일해.”
“알았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고맙다.”
첼시가 다시 일하러 가자 엘라디온이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들이키고는 강찬을 바라봤다.
“찬아.”
아직도 컴퓨터가 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강찬은 나사 하나 빠진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에?”
“무슨 고민 있느냐?”
“아닙니다…….”
안 하던 행동을 하는 제자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엘라디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묻는 것인데, 너, 지크욘 님과는 도대체 무슨 사이냐?”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희는 그냥 친구 사이입니다.”
“요즘 친구 사이는 같은 침대에서 자고 그러냐?”
“헉! 어떻게 그걸?”
엘라디온의 말에 너무 놀란 강찬은 딸꾹질을 할 정도였다.
“잔말 말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그건 정말 억울합니다. 지크욘이 멋대로 제 침대에서 잔 겁니다. 그리고 애초에 같이 잔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어제는 둘 다 좀 취해서…….”
강찬의 변명에도 엘라디온의 눈빛에 드리워진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제발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마스터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한테는 오직 제이나밖에 없다는 걸…….”
강찬과 제이나가 사귀었던 걸 처음부터 알고 있던 엘프는 엘라디온밖에 없었다.
하물며. 그런 그 둘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것도 바로 그였다.
“이 녀석아! 누가 널 의심한다고 했느냐? 네 녀석이 몸 간수를 그렇게 하니깐 이러는 게 아니냐? 자고로 남자란 몸 간수를 잘해야 하거늘! 앞으로 또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해라.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마스터…….”
강찬이 침울해지자 엘라디온은 화제를 다른 곳을 돌렸다.
“그나저나 새로 만든 엘븐 나이트는 받았느냐?”
“그건 내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기간테스는 마나를 지니고 있다고 해서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야.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탑승해 보거라.”
“네, 마스터.”
그렇게 강찬과 엘라디온과 맥주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술집 안으로 별안간 불청객이 찾아왔다.
“공주님, 이런 곳은 위험하십니다.”
“놔라! 내가 내 발로 가겠다는데…….”
험상궂은 드워프들이 우글거리는 술집 안으로 에델린이 혼자 뛰어들자 자이젠도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 술집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고, 첼시가 에델린과 자이젠 앞을 가로막았다.
“여기는 애들이 오는 곳이 아니란다.”
키로 봤을 때는 에델린이 첼시보다 컸기에 위화감이 드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에델린이 어려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본녀는 애가 아니다.”
“그래? 몇 살인데?”
“열여덟 살이다.”
“애기 맞네. 어서들 나가거라.”
첼시가 더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에델린을 술집 밖으로 거칠게 밀어내자 옆에 있던 자이젠이 그런 그녀를 제지했다.
“감히! 이분이 누구신 줄 아느냐?”
“누군데?”
“이분은 바로 대…….”
“어? 에델린 공주님 아니십니까?”
자이젠이 에델린의 고귀한 신분을 말하기도 전에 먼저 그녀의 신분을 말해 버린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엘라디온이었다.
덕분에 한껏 어깨에 힘을 줬던 자이젠이 맥이 빠진 듯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두 분께서 이런 곳까지 웬일이십니까?”
“저, 그게…… 공주님께서 갑자기…….”
자이젠이 에델린을 바라보자 에델린이 첼시를 지나쳐 강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매우 슬픈 듯한 얼굴로 강찬에게 말했다.
“본녀는 내일 이곳을 떠나게 되었노라.”
“왜 갑자기 돌아가는 거지? 여기까지 힘들게 왔잖아.”
강찬의 질문에 에델린 대신 자이젠이 답했다.
“오늘 아침 제가 본국과 연락을 취했는데, 황제 폐하께서 당장 돌아오라는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그래서 내일 당장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자이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찬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내일 바로 출발할 거면 준비할 것도 많을 텐데, 여긴 무슨 일로 왔지?”
“그, 그건, 저기…….”
자이젠은 강찬의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하고 에델린만 바라봤다. 그러자 에델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강찬 앞에 앉으며 말했다.
“본녀는 떠나기 전에 너를 만나러 이곳에 왔노라.”
“나를?”
에델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첼시가 두고 간 잔을 들어 강찬에게 내밀었다.
“나도 한잔 다오.”
평소라면 다른 사람이 사용한 컵엔 절대로 입을 대지 않을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 듯했다.
“맥주를 달란 말인가?”
에델린이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강찬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에델린의 잔에 맥주를 따라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잔에 가득한 맥주를 한번에 죽 들이켰고, 강찬과 엘라디온, 그리고 자이젠이 놀란 눈으로 그녀의 시원시원한 목 넘김을 바라봤다.
쾅!
“캬아! 이건 무엇으로 만든 것이냐? 맛이 참으로 독특하구나.”
입에 잔뜩 거품을 묻힌 에델린이 벌게진 얼굴로 묻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찬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항상 거드름만 피우고 잘난 척하던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만든 건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마시는 거지.”
말을 마친 강찬이 에델린처럼 맥주를 단번에 들이켰고, 그가 잔을 내려놓자 에델린이 또다시 강찬 앞으로 잔을 들이밀며 다음 잔을 요구했다.
그러자 강찬은 싫지 않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잔을 채워 줬다.
콸콸콸콸…….
그런 둘의 모습에 엘라디온은 첼시에게 그냥 내버려 두라 눈짓하고는 따로 잔 하나만 더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자이젠이라고 했나? 자네도 이리 와 앉지 그러나.”
“아? 아, 네!”
엘라디온의 말에 자이젠이 아주 빠른 동작으로 에델린의 옆에 앉았다.
자이젠의 표정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는데, 검술을 익힌 기사로서 대륙 5대 무신인 엘라디온와 함께 술자리를 갖게 된 것이 엄청난 영광이었던 것이다.
첼시가 잔을 가져다주자 엘라디온이 자이젠의 잔에 맥주를 채워 줬다.
“자네는 맥주 마셔 봤나?”
“맥주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예전 벨라렌에서 기사 아카데미에 있을 친구들과 함께 자주 마셨습니다.”
“그래? 그럼 맥주 맛 좀 알겠구먼. 한번 마셔 보게. 지금 자네 손에 들려 있는 맥주는 대륙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니깐.”
대륙 5대 무신인 엘라디온이 대륙에서 제일 맛있다고 극찬하는 맥주의 맛이 내심 기대가 되는지, 자이젠은 주저 없이 맥주를 입으로 가져갔다.
이윽고 자이젠이 잔을 높이 들어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드워프들의 시선까지 자이젠에게 쏠렸다.
자신들이 단연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드워프제 맥주의 맛에 과연 인간 애송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 맥주를 들이켜던 자이젠이 시원하게 잔을 탁자에다 내려놓더니, 잠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가 잔을 엘라디온에게 내밀며 외쳤다.
“한잔 더 주십시오!”
“어떤가? 먹을 만한가?”
“최고입니다!”
최고라는 인간 애송이의 대답에 드워프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잔을 부딪쳤다.
“와우우우! 하하하!”
“저기 어린 인간 친구가 맥주 맛 좀 아는구먼! 하하하!”
브루노가 첼시에게 개구지게 말을 걸자 첼시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맥주를 팔아 온 그녀지만 오늘처럼 기분 좋은 날도 없었다.
에델린 또한 첼시처럼 기분이 좋았다.
오늘처럼 술을 먹어 보는 게 생전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격식과 품위를 항상 칼처럼 지켜야 하는 황족으로 태어났기에, 그녀가 이토록 마음 놓고 술을 마실 기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마음껏 마셔도 뭐라 할 사람도 없었고, 자세가 흐트러졌다고 나무랄 사람도 없었다.
그런 그녀는 정말 시원시원하게 맥주를 마셔 댔다.
에델린은 처음 마셔 보는 맥주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강찬은 그런 에델린을 조용히 지켜보다 말을 걸었다.
“어떻게 알고 왔지?”
“무엇을 말이냐?”
“내가 이곳에 있는지.”
“엘프들에게 물어봤노라.”
“그래? 그럼 날 찾아온 용건은 뭐지?”
“그, 그건…….”
갑작스러운 강찬의 질문에 에델린은 순간 말을 잃었다.
그리고 그녀가 뭔가 말하려는 순간, 자이젠의 목소리가 에델린의 말을 끊었다.
자이젠은 감히 공주인 에델린을 말을 가로막으면서까지 엘라디온과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그 둘이 그렇게 토론을 벌이고 있는 화제는 세검과 중검의 우수성에 대한 논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