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67
퓨쳐나이트 67화
“끼잉, 끼잉…….”
“쿠르르…… 테디, 배고파?”
놀랍게도 오우거는 어설프게나마 사람처럼 말을 할 줄 알았다.
푸른 오우거가 불곰의 머리만 한 거대한 손으로 불곰의 턱과 배를 만져 주자 불곰은 영락없는 개처럼 벌러덩 누워 주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크륵! 잠깐만.”
오우거가 거대한 몸을 일으켜 축사를 향해 걸어갔다.
한 아름에 잡을 수 없을 만큼 두꺼운 나무들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축사였다.
그 안에는 집채만 한 거대한 멧돼지가 20마리 정도 있었는데, 멧돼지들은 푸른 오우거가 다가오자 공포에 질려 똥오줌을 지리며 발버둥을 쳤다.
“쿠르륵…… 어느 것을…… 먹을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딩! 동! 댕?”
오우거는 상당히 어린애 같은 행동과 함께 살이 통통하게 오른 멧돼지의 뒷덜미를 번개처럼 잡아챘다.
“크륵! 잡았다!”
“꿰에엑! 꿰에에에에엑!!”
목덜미를 잡힌 멧돼지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지만, 오우거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쿠르르, 테디, 자, 잠깐만 기다려.”
“쿠엉! 쿠엉!”
오랜만에 고기를 먹는다는 생각에 불곰 테디의 입에서 군침이 질질 흘렀다.
푸른 오우거는 거대한 돌도끼를 들고선 멧돼지를 잡고 오두막 뒤편에 마련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오두막 주위로 고기 굽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 * *
매우 어두운 석실 안에서 그린이 눈을 떴다.
“여, 여긴?”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다 가슴의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다.
“어머니, 아직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파렐…….”
파렐, 그는 그린이 첫 번째로 낳은 자식으로, 지금까지 줄곧 그녀의 옆을 쭉 지키고 있었다.
“여긴 어디냐?”
“여긴 다크 엘프의 도시인 다크드로우입니다.”
“네가 날 구했니?”
“예, 어머님.”
‘그 괴물 같은 인간이 조종한 고대 거인의 마지막 공격에 휘말려 꼼짝없이 죽는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서 눈을 뜨다니.’
그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느냐?”
“그리 좋지 않습니다.”
“자세히 말해 보거라.”
“일단은…….”
파렐로부터 자세하게 전황을 전해 듣는 그린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정예 병력을 잃은 현재로선 인간과 오크를 상대하기에도 벅찬데 동부왕국에서 대군을 파병했으니, 이렇게 편히 누워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날 일으켜다오. 네미츠 님을 만나러 가야겠다.”
“아직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그린은 자이드가 쏜 바스터포에 휩쓸려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을 만큼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파렐의 도움으로 늦지 않게 치료를 받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그때 입은 충격은 일주일 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이나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런 그녀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네미츠를 만나러 가겠다 하니 파렐은 걱정이 앞섰다.
“난 괜찮다. 네미츠 님께 만나러 간다고 기별을 전하 거라.”
그린의 완고한 눈빛을 본 파렐은 어쩔 수 없이 어머니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가마를 준비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녹색 엘프의 대륙 정벌이 시작된 이후로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 그린.
그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생사를 함께하기로 한 다크 엘프의 수장 네미츠를 찾아가 긴급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 * *
몬타나 산맥을 벗어나기 위해 3일째 강행군을 하던 중, 엘리카가 인간의 흔적을 발견했다.
“어? 저기 웬 밭이 있네요?”
“밭?”
강찬과 지크욘은 엘리카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지긋이 미간을 모았고, 그제야 희미하게 보이는 밭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연 엘프답게 시력이 대단히 좋은 엘리카였다.
밭을 가꾸어 식량을 생산하는 종족은 인간밖에 없기에, 지크욘은 이런 오지에서 발견한 인간의 마을을 보고 매우 신기해했다.
“이렇게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곳에 인간의 마을이 있다고?”
드래곤인 지크욘은 주변에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지크욘이 곁에 없었다면, 강찬과 엘리카는 시도 때도 없이 몬스터에 습격을 받았을 것이었다.
“잠깐 저 마을에 들러서 길도 물어보고, 간만에 밥다운 밥 좀 얻어먹을까?”
강찬의 제의에 지크욘과 엘리카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3일이긴 했지만, 다들 쉬지 않고 강행군을 했기에 잠시라도 편하게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장일치로 마을행이 결정되자 그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하지만 엄청난 세월을 살아온 지크욘은 점차 가까워지는 마을을 보며, 의아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히 이런 외진 곳에 사는 인간이라면 몬스터의 습격에 대비해 높은 방책을 설치하기 마련인데, 저렇게 보란 듯 방책도 없이 텃밭을 가꾸고 있다니, 뭔가 이상해…….’
수상한 냄새가 났지만, 지크욘은 그 어떠한 위협과 술수라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그냥 대충 강찬의 뒤를 지키며 마을로 다가갔다.
그러나 또다시 뭔가를 눈치챈 지크욘이 강찬을 붙잡았다.
“잠깐!”
“왜?”
“오우거다.”
“오우거?”
“오우거 냄새가 난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 있어…….”
엘리카조차 오우거는 들어 보기만 했을 뿐, 한번도 본 적 없는 몬스터였다.
오래전 그녀의 선조들이 오우거를 엘프의 숲에서 모두 내쫓았기 때문이다.
“오우거라는 놈이 강한가?”
“음, 너희 인간이나 엘프가 보기엔 절대로 약하다고 볼 순 없지. 너희들이 말하는 소드 익스퍼트 하나쯤은 상대할 수 있을 테니까.”
“몬스터가 소드 익스퍼트를?”
“그래, 몬스터 중에는 거의 최상위층에 속하는 녀석이다.”
소드 익스퍼트의 능력을 잘 아는 강찬은 조금 놀랐다.
소드 익스퍼트를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가 있다니. 여태껏 엘프의 숲에서 봐 온 몬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몬스터였다.
스르르르릉―
강찬이 미스릴 단검을 꺼내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그런 놈들이 주변에 얼마나 있지?”
“다행히 오우거란 몬스터는 절대로 무리를 이루지 않으니까, 많아 봐야 두 마리 정도?”
“두 마리라.”
강찬은 많아 봐야 두 마리라는 지크욘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 정도쯤이야 지금의 자신이라면 혼자서도 쉽게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덩치가 보통 6미터쯤 되니깐 부디 조심해라.”
“뭐, 그 정도쯤이야.”
6미터란 말에 강찬은 콧방귀를 뀌었다.
예전에 15미터에 달하는 와이번도 죽여 봤기 때문이다.
“그 정도쯤이 아니라고, 그 녀석은 몬스터 중에서도 최상위층에 속하는 놈이란 말이야. 그런 놈이 마을 주변에 있다는 건, 저 마을은 이미 끝장났다는 소리지…….”
마을이 이미 끝장났을 거란 지크욘의 예측에 강찬의 표정이 갑자기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사람을 죽였다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강찬은 단검을, 엘리카는 레일 건을 앞세우고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마을을 향해 다가갔다.
오로지 지크욘만 아무런 경계심 없이 편안히 걸어갈 뿐이었다.
푸른 오우거의 이름은 로키였다.
올해로 10살이 된 로키는 인간 검사의 손에 자랐다.
오우거 사냥꾼들에 의해 목숨을 잃은 어미를 대신해 그를 거둔 인간 검사의 이름은 칼리츠 가르만.
놀랍게도 그 이름은 비스만 제국의 공작이자 인간을 대표하는 무신이었던 자의 것이었다.
그런 이가 이런 외딴 오지에서 어린 오우거를 키우며, 살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의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세상을 호령하며 살아온 그라도 죽음이라는 단어는 피해 갈 수 없었다.
소드 마스터라는 지고무상한 경지에 올라 남들보다 300년 이상을 살 수 있었지만, 그에게도 어김없이 죽음의 초대장이 전해졌다.
“내, 내가 암이란 말인가?”
“송구하오나…… 그러하옵니다, 공작 각하.”
가르만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소드 마스터에 오른 이후 바디 체인지를 경험한 그에게는 질병이란 그저 별나라 얘기처럼만 들렸었는데, 자신이 암에 걸린 것이다.
암은 마법으로도, 신성력으로도 치유가 불가한 불치병이었다.
육체가 파괴되거나 붕괴된다 해도 고위급 치유 주문이나 신성력이라면 어느 정도 치유가 가능했지만, 이 암이란 질병은 그 어떤 것도 소용이 없었다.
육체를 이루는 세포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 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암세포의 또 다른 무서움은 전이다.
무서운 속도로 온몸에 퍼져 다른 장기들까지 못쓰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계에 사는 모든 이들은 그런 암을 가리켜 신이 보낸 죽음의 초대장이라고 불렀다.
마법을 이용한 치료가 발달한 이 세계에선 외과적인 수술은 그다지 발달해 있지 않았기에 암을 치유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내, 내가 암이라니…… 내가…….”
가르만은 도저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세계 최강의 무인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왕 부럽지 않은 부와 권력을 누려 왔는데, 그런 자신이 갑자기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그에게는 모든 게 부질없었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말이다.
그런 그에게 단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다시 한번 바디 체인지를 경험해 암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300년 전에 소드 마스터에 오른 이후로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소드 엠페러에 오르기 위해 그 얼마나 발버둥을 쳤던가?
자신이 그 누구보다 소드 엠페러에 가깝다고 여겼지만, 정작 그는 300년 동안 제자리걸음만 했을 뿐이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그는 순순히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남은 인생의 마지막까지 검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내가 암에 걸렸다는 건 자네와 나만의 비밀일세.”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공작 각하?”
“물 좋고 공기 좋은 그런 곳으로 가야지…… 그럼 인연이 된다면 다음 생에 다시 보세나.”
“공작 각하…….”
가르만은 비밀리에 자신의 영지를 떠났고, 정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이 몬타나 산맥까지 오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죽을 곳을 이곳으로 정했다.
몬타나 산맥의 숲이 퍽 맘에 들었던 것이다.
장정 세 명이서 안아도 모자랄 정도로 굵은 침엽수들이 시원시원하게 쭉쭉 뻗은 숲은 정말로 장관이었다.
“음, 정말 아름다운 숲이로군. 그동안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았어…….”
그는 숲의 아름다움에 심취한 채 잠시 돌 위에서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런 그의 귓가에 멀리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오우거의 괴성이 들려왔다.
“아니, 이 소리는?”
그는 순간 오우거가 인간들을 습격했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이 숲에 들어온 이후로 수많은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서둘러 검을 뽑아 들고 소리 나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그가 본 것은 인간을 습격하는 오우거가 아니었다.
그가 본 것은 오우거를 사냥하는 사냥꾼들의 모습이었다.
오우거는 굉장히 부가 가치가 높은 몬스터였다.
오우거의 가죽은 그 어떤 가죽보다도 질기고 튼튼해 부르는 게 값이었고, 오우거의 피는 최고의 마법 촉매였기에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비쌌다.
지금 눈앞의 이들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목숨을 담보로 오우거를 사냥하고 있었다.
“쿠어어어어어어!”
분노로 이성을 잃은 오우거가 거대한 통나무를 휘두르며, 거칠게 사냥꾼들에게 저항했다.
하지만 사냥꾼들의 수는 거의 50명에 달했고, 오우거를 잡기 위한 강력한 무기들로 무장했기에 오우거의 몸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저항하는 오우거가 휘두른 통나무에 사냥꾼 셋이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꼴이 되어 날아갔다.
하지만 가르만은 사냥꾼들을 돕지 않고, 그냥 조용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들을 도와 오우거를 죽여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그는. 오우거 정도는 가볍게 숨통을 끊어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오우거를 과연 자신이 죽여도 되는지 의문이 생긴 것이다.
자신조차 살기 위에 그토록 발버둥치지 않았던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 많던 사냥꾼들은 결국 모두 오우거의 손에 의해 싸늘한 시체가 되었다.
숫자와 무기를 믿고 덤볐겠지만, 애초에 그들의 실력만으론 지상 최강의 몬스터인 오우거를 사냥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