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69
퓨쳐나이트 69화
‘아버지,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게요!’
로키는 이를 악물고 아버지 앞에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고자 젖 먹던 힘을 다해 강찬의 공세에 대항했다.
이윽고 로키의 눈이 붉게 타올랐다.
흥분하면 힘과 스피드가 몇 배로 상승하는 오우거만의 권능이었다.
달려들던 강찬을 향해 로키가 거대한 괭이를 휘두르자 어마어마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수십 미터에 달하는 파괴의 흔적을 남기며 텃밭을 갈랐다.
쿠구구구구궁!
“크윽!”
강찬은 말도 안 되는 오우거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을 생각도 못하고, 잽싸게 피해 오우거의 발치를 향해 뛰어들었다.
아킬레스건을 공격해 발을 묶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강찬의 오판이었다.
거대한 덩치 때문에 자신보다 둔할 것이라 생각했던 오우거의 스피드는 상상을 초월했다.
강찬은 분명 아킬레스건을 베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우거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강찬의 오러 블레이드는 그저 대기만을 가를 뿐이었다.
오우거는 애초에 다른 대형 몬스터들의 둔한 몸놀림과는 차원이 다른 몸놀림을 보이는 몬스터였다.
소드 익스퍼트급의 기사조차 따라잡을 수 없는 순발력을 지닌 것이 바로 오우거였다.
그런 오우거의 육체로 마나까지 다스리는 로키의 스피드는 말 그대로 거센 바람이었다.
휘이이이익
순식간에 공중으로 뛰어올라 강찬의 공격을 피한 로키가 공중에 뜬 채로 장작을 패듯 강찬을 양단했다.
덩치가 덩치인 만큼 단순무식한 공격임에도 거기에 실린 힘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쿠우우우우우웅!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대지가 들썩이며, 강찬이 서 있던 자리에 수 미터의 구덩이가 파였다.
하지만 가까스로 무식한 로키의 공격을 피해 낸 강찬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기습적으로 로키의 안면부를 노렸다.
그러나 그런 불시의 기습도 오우거의 날렵함에 또다시 대기를 가를 뿐이었다.
“이건 사기야!”
5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덩치가 말도 안 되는 스피드로 움직여 대니, 강찬은 정말로 사기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소드 마스터인 자신이 소드 익스퍼트밖에 안 되는 오우거에게 휘둘리다니.
강찬은 자존심이 상했다.
-도와줄까?
“…….”
거기에 언제부턴가 건방진 말투를 쓰기 시작한 바이오컴퓨터가 선심 쓰듯 도와주겠다 말하니, 강찬의 인상이 더욱 구겨졌다.
하지만 뭐라 따질 새도 없이 오우거의 가공할 공격이 쉴 새 없이 강찬에게 퍼부어졌고, 다급해진 강찬은 어쩔 수 없이 건방진 컴퓨터의 선심을 받아들였다.
“얼른 도와줘!”
-적 위협도 최상위급.
-전투 모드 5단계 발동.
-슈트 파워 최대치.
-전투 개시.
“뭐라고? 미, 미친 5단계?!”
소드 마스터가 된 이후로 처음 사용해 보는 전투 모드였다.
그런데 대뜸 지 멋대로 5단계를 발동시킨 것이다.
5단계를 쓰고 나면 지옥 같은 고통을 경험해야 했기 때문에 정말로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데 바이오 컴퓨터는 마치 자신에게 엿이라도 먹으라는 듯 상큼하게 5단계로 출발한 것이다.
강찬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기 시작하자 몸속의 마나 또한 폭발할 것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찬의 눈이 오우거와 마찬가지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악! 야이 미친 컴퓨터 개새끼야!!”
강찬이 몸속의 터질듯 샘솟는 힘 앞에 자신도 모르게 거력이 담긴 고함을 지르자 맹공을 퍼붓던 로키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청력이 인간보다 수십 배 이상 좋은 오우거인 로키에게 강찬의 외침은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 정도로 크게 들렸기 때문이다.
강찬의 양손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오러 블레이드가 폭발할 듯 뿜어져 나온 것도 바로 그때였다.
‘크르륵! 헉! 마, 말도 안 돼!’
로키는 순간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무릎에도 올까 말까 한 인간의 양손에서 자신이 뿜어낸 오러 소드만 한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가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러 블레이드라 부르기 무안할 정도로 거대했다.
그 모습에 놀란 것은 비단 로키뿐만이 아니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지크욘과 엘리카도 로키만큼이나 놀랐다.
“헉! 저렇게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라니!”
강찬의 손에 뿜어져 나온 오러 블레이드는 수천 년을 살아온 지크욘도 처음 보는 거대한 크기였다. 보통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존재들이 뿜어내는 오러 블레이드는 검의 길이와 거의 같거나 더 길어 봐야 1미터 정도인데, 그에 반해 지금 강찬이 뿜어낸 오러 블레이드는 그 길이가 무려 2미터에 달했다.
그것도 양손으로 말이다.
“소드 마스터에 오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일 줄이야…….”
지크욘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성장해 버린 자신의 친구를 보면서 말이다.
엘리카 또한 강찬의 모습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전에 오러 소드를 뿜어내 자신을 깜짝 놀라게 한 게 불과 열흘 전인데, 이번에는 소드 마스터의 권능인 오러 블레이드라니……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엘리카의 눈은 이제 놀라움을 넘어 경외감에 차올랐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것이 강찬의 숨은 실력의 끝이 아님을.
‘헉, 저렇게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라니! 아버지의 오러 블레이드도 저것의 반밖에 되지 않았는데…….’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뿜어냈던 오러 블레이드와 비교조차 안 되는 거대한 크기의 오러 블레이드를 바라보는 로키의 눈빛은 불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절망했다.
‘아버지…… 아버지보다 강한 인간은 이 세상에 없을 거라고 했잖아요. 근데 저놈은 뭐죠?’
물론. 그 당시 가르만은 인간 중에선 분명 절대자였다.
비교 대상이란 말 자체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강찬 덕에 졸지에 허풍쟁이가 된 가르만은 하늘에서 통곡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에라! 모르겠다! 이판사판이다!’
어차피 살기를 포기한 로키가 이를 악물고 죽을힘을 다해 강찬을 내리쳤다.
거대한 로키의 괭이가 전보다 더욱 짙고 거대한 오러를 뿜어냈다. 그 기세는 흡사 태산이라도 무너뜨릴 기세였다.
콰아아아앙!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충격이 텃밭을 강타했다.
그 충격으로 인해 주변에 있던 큼지막한 호박들이 폭발하듯 동시에 터져 나갔다.
자신의 소중한 농작물들이 파괴되는 모습에 가슴 아파야 할 로키였다.
하지만 로키는 그 모습에 신경 쓸 틈이 전혀 없었다.
믿을 수 없는 인간의 신위 때문에 말이다.
“크윽……!”
인간은 자신의 공격을 더는 피하지 않았다.
자신의 모든 전력을 담아 내려친 괭이를 양손의 오러 블레이드를 교차해 가볍게 막아낸 것이다.
자신의 무릎밖에 안 오는 인간이 말이다.
비록 발목까지 땅속에 파묻히긴 했지만 표정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하압!”
강찬이 교차한 오러 블레이드에 힘을 주자 로키의 오러가 흩어지며 괭이가 잘려 나갔다.
애초에 로키가 인간의 오러 블레이드에 대항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오우거의 힘과 오러 소드의 거대한 크기 덕분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오러 소드로 오러 블레이드에게 대항한다는 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러 블레이드는 오러 소드에 싸인 검을 잘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오러 소드 나름이지, 3미터에 달하는 로키의 거대한 오러 소드라면 아무리 오러 블레이드일지라도 쉽게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이점은 사라져 버렸다.
상대의 힘과 오러 블레이드의 크기가 오우거인 로키를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잘려 나간 괭이를 든 로키가 한발 물러나 가만히 인간을 주시했다.
대항할 무기를 잃은 로키의 목숨은 이제 인간의 손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로키는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고 싶지는 않았다.
누가 뭐래도 자신은 대륙 최고의 검객인 칼리츠 가르만의 아들, 칼리츠 로키니깐 말이다.
무기를 파괴했으니, 강찬이 손 한번 쓰면 눈앞의 오우거의 목숨쯤은 손쉽게 끊어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우거의 이상한 태도에 강찬은 잠시 공격을 멈췄다.
“뭐지, 이놈은?”
강찬의 머릿속은 온통 의문투성이였다.
오우거가 매우 정교한 고급 검술에 오러 소드를 쓰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다는 듯이 뒤로 물러나 상대방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인간을 잡아먹는 흉악한 몬스터라면 무기를 잃더라도 악으로 계속 덤비거나, 잔뜩 겁을 집어먹고 도망을 쳐야 정상이었다.
만일 그랬다면 강찬은 주저 없이 단칼에 놈을 베어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오우거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패배한 오우거의 모습은 긍지 높은 기사의 모습과도 같았다.
“…….”
강찬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오우거의 입에서 난데없이 사람의 말이 튀어나왔다.
“크르륵, 내가 졌다, 인간이여.”
강찬은 패배를 인정하는 오우거의 모습에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 오우거가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몰랐기에, 눈앞의 오우거를 우르칸타와 같은 경우라 여겼다.
그러나 지크욘과 엘리카는 달랐다.
특히 지크욘의 놀라움은 더했다.
“오, 오, 오우거가 말을 하다니!!”
한걸음에 강찬의 곁으로 달려온 지크욘이 눈앞의 말하는 오우거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방금 네가 말한 것이냐?”
로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크욘은 잠시 말을 잃었다. 사람 말을 알아듣고 구사하는 오우거라니, 지크욘조차도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이었다.
“하, 하하하…… 세상에, 오우거가 사람 말을 하다니.”
사실 지크욘 정도의 드래곤이라면 오우거에게 지성을 갖게 하는 것쯤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키메라의 일종이었고, 그런 오우거는 드래곤의 종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지크욘이 그런 키메라 같은 오우거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눈앞의 오우거는 달랐다.
이 푸른 오우거는 진짜 야생의 오우거였던 것이다.
야생의 오우거가 스스로 마나를 다스리고 말을 하다니.
이 오우거는 그야말로 엄청난 역사적 발견이었다. 그 자체가 생태적, 생물학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가진 것이다.
지크욘은 눈앞의 오우거를 가지고 싶어 안달이 났다.
사람처럼 말까지 하는데 검술에도 정통한 오우거라니, 군침이 돌 만도 했다. 그런 지크욘의 끈적끈적한 눈빛에 로키가 입을 열었다.
“쿠르륵…… 죽여라.”
강찬은 말없이 오우거를 올려다봤다.
오우거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강찬은 왠지 이 오우거가 이유 없는 살육을 자행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죽여 본 자의 눈과 그렇지 않은 자의 눈.
그 차이는 사람을 죽여 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네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이지?”
“쿠륵…… 이곳은 내 집이다.”
“뭐, 뭐라고? 여기가 네가 사는 곳이라고?”
강찬과 지크욘, 엘리카는 순간 말을 잃었다.
오우거가 마을을 습격했다고 생각해 오우거를 공격한 것인데, 실상은 남의 집에 침입해 집주인을 살해할 뻔한 상황이라니, 완전 헛다리 짚은 꼴이 되어 버렸다.
“크르륵, 어서 날 죽여라, 사냥꾼이여.”
“사냥꾼?”
“우리를 사냥꾼으로 여기나 보군.”
지크욘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강찬이 난처한 표정으로 오우거를 바라봤다.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
“크륵, 너희가 원하는 것은 내 가죽과 피가 아닌가? 어서 날 죽이고 가죽을 벗겨라.”
체념한 채 죽음을 기다리는 오우거에게 더욱 미안해지는 강찬이었다.
“우린 너를 죽이고 싶지 않다.”
“크르르! 그게 무슨 말이냐?”
“우리는 사냥꾼이 아니다.”
“크르륵! 거짓말하지 마라.”
“믿어라. 우리는 단지 네가 인간의 마을에 침입한 야생 오우거인 줄 알았다.”
“크르르, 이곳은 내가 가꾼 텃밭이다. 인간은 없다.”
“우리가 오해했다. 미안하다.”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상대방이 숙이고 들어오자 로키는 잠시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입을 열었다.
“쿠륵, 그렇다면 날 안 죽일 건가?”
“그래, 그리고 다시 한번 사과하마.”
“크르르…….”
포기했던 삶을 되찾은 로키의 표정은 왠지 모를 희열감을 느끼는 듯했다.
“내 이름은 강찬이다. 이름이 있나?”
“크륵, 칼리츠 로키다.”
“로키라…… 대단한 검술을 익히고 있던데, 누구한테 배웠나?”
“크르륵, 나를 길러 주신 아버지에게 배웠다.”
“아버지도 오우거인가?”
“크륵, 아니다. 아버지는 그대와 같은 인간이었다. 외톨이가 된 나를 길러 주셨지.”
“그렇다면 인간의 말도 그분한테서 배운 건가?”
“크륵, 그렇다.”
“그럼 그분은 어디에 계시지?”
“크르르,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로키가 손가락을 뻗어 가리킨 곳에는 돌을 쌓아 만든 거대한 묘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