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71
퓨쳐나이트 71화
“웬만하면 마나를 계속 불어넣어라. 반만 인간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야.”
“크륵!?”
반만 인간이 된단 말에 놀란 로키가 다시 있는 힘껏 벨트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밝은 빛이 로키의 온몸을 집어삼켜 버렸고, 밝게 빛나던 로키의 몸이 점차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강찬은 놀라움에 로키와 지크욘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1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눈부시게 빛나던 광채가 점점 잦아들었고, 그 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강찬과 지크욘 앞에는 전혀 다른 모습의 로키가 앉아 있었다.
오우거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말이다.
“내, 내가 어떻게 된 거지?”
로키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오우거였던 로키의 외모는 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만 같은 나약한 꽃미남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강찬은 확연히 달라진 로키의 모습에 순간 말을 잃었다. 그리고 지크욘을 보며 물었다.
“저건 네 취향인가?”
“어때? 맘에 들어?”
“…….”
힘과 파괴의 상징인 오우거에게 병약한 꽃미남의 모습이라니…… 이건 엄청난 악취미였다.
로키가 조심히 자신의 손을 들어 보았다.
거대하고 거친 오우거의 손이 아닌 투명하고 하늘하늘한 손.
“이, 이건, 내, 내가 인간이……?”
로키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거대하게 느껴졌다.
아니, 자신이 작아진 것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로키가 신기하다는 듯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당장 보이는 자신의 몸은 알몸이었다.
오우거일 때 입었던 팬티는 이제는 너무도 거대해졌기 때문이다.
하늘하늘한 꽃미남이 된 로키가 걸치고 있는 거라곤 지크욘이 선물한 벨트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부끄럽다고 여기지 않는지, 로키는 침대 위에서 번쩍번쩍 뛰며 신이 나서 외쳤다.
“내가 인간이 되다니! 와하하하!”
로키가 신이 난 것은 기쁘지만, 덩달아 신이 나 위아래로 거칠게 요동치는 그것을 본 강찬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기…… 앞 좀 가리지?”
“어? 아? 고추 말인가?”
“그, 그래, 그 빌어먹을 고추 말이다…….”
로키가 앞을 가릴 만한 것을 찾아 여기저기를 발가벗고 돌아다니는 사이, 곰곰이 생각하던 지크욘이 로키를 불렀다.
“음, 체격 차이 때문에 알몸이 되다니…… 미처 그 부분을 신경 쓰지 못했군, 기능을 추가해야겠어. 야, 오우거! 이리 와 봐.”
대충 앞을 가린 로키가 지크욘의 부름에 다가오자 지크욘이 로키의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여자의 모습인 지크욘이 알몸이나 다름없는 로키의 벨트를 풀어 주는 모습은 약간 어색해 보였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벨트를 푼 로키가 다시 광채에 휩싸이더니 금세 거대한 오우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한참 신이 났던 로키가 풀이 죽은 말투로 말했다.
“크륵…… 벨트를 풀면 마법도 풀리는 건가?”
“영구적으로 종족을 바꾸는 마법은 드래곤이라 해도 불가능하다. 그것은 오직 신만이 가능한 일이지.”
지크욘은 냉정한 어투로 대답해 주고는 벨트에 의복 생성 기능을 추가로 새겨 넣었다.
“자, 팬티 입고 다시 변신해 봐.”
“크르르, 알겠다.”
원래 입었던 가죽 팬티를 입은 로키가 다시 벨트를 손가락에 끼고 마나를 불어넣자 다시 나약한 꽃미남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번엔 알몸이 아니라 옷도 입고 있었다.
그러나 로키가 입고 있는 옷은 남성복이 아니었다.
“야, 지크욘! 쟤한테 뭘 입힌 거야?”
“왜? 잘 어울리잖아.”
“…….”
로키가 입고 있는 옷은 지크욘의 옷과 매우 유사한 여성용 옷이었던 것이다.
야한 스타일인 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여자만큼 날씬한 몸매로 변신한 로키에겐 왠지 잘 어울렸다.
오히려 남자 옷을 입힌 것보다 나아 보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강찬이 지크욘을 바라보는 표정은 단 한 가지였다.
“내 친구가 변태였다니…….”
22. 대상인 뮤 칼리나
예로부터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이득을 보는 자들은 단연 상인들이다.
물론. 구멍 뚫린 치안 문제로 들끓는 도둑 떼나 강제 징발 같은 문제로 부득이한 손해를 보는 일도 있지만, 그것은 규모가 작은 상단의 얘기다.
규모가 거대한 상단일수록 그 정도의 손해쯤은 감수하고 더 큰 이익을 챙길 만한 수단이 무궁무진했다.
전쟁통에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전 분야에 걸쳐 모든 생산이 거의 중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사재기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재기의 의미는 퇴색되고, 마침내 모든 게 말라비틀어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때 가장 폭발적으로 가격이 치솟는 건 역시 식료품과 의약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식료품과 의약품이야말로 전쟁 중에 가장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바로 이때를 기다린다.
그들은 민간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자본력과 정보력으로 미리 대량의 식료품과 의약품을 매점하기 시작한다.
전쟁 이후 그들이 판매하는 물건의 가격은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치솟지만 파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상황이기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사 가게 된다.
만일 그러고도 모자란다면 거대 상단을 조직해 전쟁에 휘말리지 않은 다른 지방으로 건너가 물건을 구해다 팔수도 있었다.
그런 그들이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비단 국가를 상대로 돈벌이를 하는 상단들도 있었다.
그런 상단은 모두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대상단들이었는데, 그들은 무기나 말, 군량 등을 납품하고 돈을 벌었다.
물론, 전쟁을 벌이는 국가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니 줄을 잘 서야만 했다.
자칫 줄을 잘못 서기라도 했다간 이득은커녕, 상단의 존속 자체를 보장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위험이 큰 만큼 민간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왜냐면 부유하게 자란 왕이나 귀족들은 돈에 대한 관념이 그리 밝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음성적인 면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신매매였다.
전쟁 중에 약화된 치안 속에서도 군 이외에 가장 강력한 집단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바로 대상단이다.
그들은 사병과 용병들을 긁어모으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왜냐면 자신들의 물건을 노리는 도적 떼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강력한 무력을 지닌 집단인 그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돈벌이 중 하나가 바로 인신매매인 것이다.
이곳은 미래의 지구처럼 인권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곳이다.
아무도 납치되어 팔려 온 자의 인권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납치되어 다른 지방에 팔려 간 자가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제로였다.
물론, 시체가 되어서도 말이다.
* * *
출발 5일째 되는 날.
로키의 도움으로 이틀 만에 숲에서 벗어난 강찬 일행은 드디어 마을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도착한 인간의 마을이었다.
인간의 마을에 도착한 강찬과 엘리카, 그리고 로키의 감회는 모두 남달랐다.
강찬과 엘리카는 처음으로 엘프의 숲을 벗어나 다른 종족의 마을에 당도했기에 그 기분이 새로웠다.
로키는 과거와는 다르게 아무도 자신을 향해 비명을 지르거나 두려워하지 않자 그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
그저 지크욘만이 강찬과 엘리카, 그리고 로키를 바라보며 속으로 비웃을 뿐이었다.
‘꼭 시골 쥐가 도시로 상경한 모습이로군…….’
멍하니 마을을 바라보는 일행의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지크욘이 억양을 높였다.
“야! 야! 이런 시골 촌 동네를 보고 왜 다들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제발 쪽팔리는 짓 좀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래, 앞장서라, 지크욘.”
강찬을 필두로 엘리카와 로키가 지크욘의 뒤에 일렬로 줄을 섰다.
지크욘 말고는 인간 세계를 경험해 본 자가 전무했으니 말이다.
지크욘이 어이를 상실한 표정으로 셋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너희들 보모냐?”
“잘나고 위대한 분이시여, 부디 우매한 저희를 이끌어 주소서…… 됐냐?”
“…….”
고룡인 자신이 이렇게 덜떨어진 한심한 것들을 보살펴야 하다니, 지크욘은 또다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 * *
몬타나 산맥 경계에 위치한 아르웬 마을은 인구수가 200명을 넘지 못하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드워프들과의 교역로에 위치해 항상 부유한 상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곳이었다.
그런 작은 마을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어? 야, 저기 봐! 다들 엄청 예쁜데?”
“어디? 와! 진짜로 예쁜데? 어? 야! 엘프다!”
“엘프?!”
“귀를 봐! 귀를!”
“우왁! 지, 진짜다!”
마을로 들어선 강찬 일행을 바라보는 마을의 젊은 청년들이 엘리카를 보고는 넋을 잃었다.
엘프란 인간 세상에서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외모로 치면 지크욘도 엘리카에게 꿀릴 것이 전혀 없었지만, 엘프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엘리카가 젊은 남자들의 로망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오, 옆에 있는 녹색 머리 여자도 죽이는데…….”
“진짜 죽이는군.”
이후 남자들의 시선이 지크욘의 가슴에 꽂혔다.
그런 인간 수컷들의 끈적거리는 시선이 거슬렸는지, 지크욘이 가까운 인간을 향해 윽박질렀다.
“뭘 봐? 구경났어?”
“어이쿠! 얼굴은 예쁜 게 성격은 거지 같구먼.”
“얌마!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 봐!”
지크욘이 중얼거리는 인간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강찬이 급히 지크욘을 붙잡았다.
“야, 참아!”
“야! 이거 놔! 안 놔? 야, 너! 거기 서!”
강찬이 거의 매달리다시피 해서 지크욘을 붙잡았다.
그냥 놔두면 뭔 일이 생겨도 크게 생길 듯했기 때문이다.
“제발 문제 일으키지 말고 그냥 가자, 지크욘. 부탁이다.”
“아! 성질 많이 죽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딴 거지 같은 마을 1초면 잿더미인데.”
“다음에 와서 날리면 되지. 일단은 참아라.”
“널 봐서 참는다! 으드득!”
신경이 무지하게 날카로워진 지크욘을 어렵사리 말린 강찬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가까운 여관으로 향했다.
그렇지만 여관에 들어서자마자 강찬 일행은 또다시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무신경한 강찬조차 거부감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렇지만 무시하고 넘어가야만 했다.
어차피 오래 있지도 않을 마을, 문제를 일으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이것들이 뭘…… 읍!”
강찬이 또다시 발끈하려 하는 지크욘의 입을 틀어막았다.
“지크욘, 좀만 참아. 밥만 먹고 말을 구해서 서둘러 떠나자.”
“쳇! 알았어.”
약간 화가 난 듯한 지크욘의 모습은 새침해 보이는 게 더욱 매력적이었다.
“어서 오세요. 식사만 하실 겁니까? 아니면 묵고 가실 겁니까?”
“식사만.”
“예, 예. 이리 오시죠.”
점원의 안내를 따라 빈자리로 가는 동안 여기저기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는 마을에 있던 사람과는 뭔가 달랐다.
매우 거친 얼굴에 하나같이 여행자의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이, 마을 사람들이 아닌 외지인들 같아 보였다.
거기에 모두 중무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일반적인 일을 하는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다.
대충 주문을 하고 난 후, 강찬은 점원에게 물었다.
“가까운 곳에 말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있나?”
“말을 찾으십니까?”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자 점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지금 저희 마을에선 말을 구할 수 없을 겁니다.”
“왜지?”
“지금 저희 마을에 두 개의 거대한 상단이 머물고 있는데, 그들이 마을에 있는 말이란 말은 몽땅 사 버렸기 때문이죠. 아마도 말을 구하시려면 그 상단의 사람들에게 말해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 있나?”
“지금 눈앞에…….”
점원이 조심스럽게 다른 테이블의 거칠어 보이는 사람들을 가리키자 강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고맙다. 가 봐라.”
강찬이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자 팁을 기대했던 점원이 인상을 팍 구기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지크욘, 어떻게 하지? 말은 저들이 모두 다 사 버렸다는데?”
“뺏으면 되지, 뭘 걱정해?”
다분히 드래곤다운 마인드였다.
지크욘과 같이 지내며 점점 지크욘의 성격에 동화되어 가는 듯, 강찬도 그런 지크욘의 생각을 아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군, 그럼 일단은 밥이나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