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73
퓨쳐나이트 73화
“분해! 저런 쓰레기 같은 짓거리를 보고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니!”
“참으셔야 합니다.”
그녀를 아가씨라 부르는 사내는 얼굴에는 큰 흉터가 있는 나이 지긋한 상인이었는데, 칼리나의 집안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가신이었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이 노예로 잡혀가는데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아가씨는 해야 할 도리를 다하셨습니다. 나머지는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못한 저들의 운명입니다.”
“그렇지만!”
“아가씨!”
뮤 칼리나의 말을 단호히 자른 상인이 뮤 칼리나를 엄하게 꾸짖었다.
“지금은 저런 자들보다 상단의 안위를 더 생각하셔야 할 때입니다.”
“아, 알겠어, 갈레온.”
시무룩해진 뮤 칼리나는 풀이 죽은 얼굴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고, 갈레온은 앞으로 상단의 운명을 짊어져야 할 가여운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강해지셔야 합니다, 아가씨…….’
강찬 일행은 거한들에게 업혀 여관 뒤에 세워진 거대한 마차로 옮겨졌다.
천으로 가려진 마차였는데, 안으로 들어서자 눈물로 범벅이 된 소년, 소녀들이 로프에 묶인 채로 구석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강찬의 눈에 짙은 살기가 드리워졌다.
‘역시, 이런 거였군…….’
“크아, 이 엘프, 진짜 가벼운데요?”
거한이 엘리카의 몸을 어루만지자 그 음란한 손길에 엘리카가 움찔했다.
“야! 이 년, 몸매 진짜 완전 죽음이야.”
지크욘 또한 그들의 음란한 손길을 피할 수 없었다.
“이거, 간만에 몸 좀 풀겠는걸? 낄낄낄.”
부하들이 지크욘과 엘리카를 바라보며 군침을 삼키자 페드로가 그들을 말렸다.
“아서라, 슈크림 님이 너희한테 기회나 줄 것 같으냐?”
“몰래 하면 되지 않습니까? 쓴다고 닳는 물건도 아니고, 낄낄낄.”
“맞아, 맞아.”
거한들끼리 나누는 말에 강찬의 분노가 한계를 넘어섰다.
“귀가 썩을 것 같아 더는 못 듣겠군. 네놈들의 유언은 그게 다냐?”
“헛!”
수면제에 취해 잠들었다고 생각한 자에게서 난데없이 지옥의 사신과 같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6명의 거한은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마차의 문이 닫힌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강찬이 마나를 이용해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아니! 무, 문이?”
강찬이 일어섬과 동시에 앞에 서 있던 사내의 몸을 두부 가르듯 머리에서 사타구니까지 반으로 갈라 버렸다.
츄화와와왁!
순간 사람의 따듯한 체온을 그대로 머금은 선혈이 사방으로 튀었다.
“으아아악!”
살아남은 거한들이 닫힌 문을 열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문은 열릴 생각을 안 했다.
강찬이 마나를 이용해 문을 잠갔기 때문이다.
강찬은 그런 그들을 향해 피가 흐르는 단검을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
“개만도 못한 놈들, 단 한 놈도 살려 두지 않겠다.”
푸확!
다시 한번 강찬의 단검이 번쩍이는 순간 또 다른 이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시금 죽은 동료의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자 살아남은 4명의 거한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다.
그들은 서로 밀치면서 도망치려 하다가 결국은 팔다리가 엉켜서 바닥에 나자빠졌다.
“사, 살려 줘!”
“다 죽여 버리겠어…….”
강찬이 계획과는 달리 거한들을 남김없이 베어 버리려 하자 지크욘이 다급히 그를 말렸다.
“야! 그만! 계획 잊었어?”
“지크욘, 장난은 이제 그만하자…….”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타오르는 강찬의 분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자 지크욘이 더욱 완강히 강찬을 저지했다.
“왜 그렇게 서둘러? 너답지 않게. 침착하라고.”
“…….”
“어차피 다 죽여 버릴 거잖아. 조금만 참아.”
“헉!”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들을 다 죽여 버릴 거라 말하는 녹색 머리 여인의 말에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거한들이 더욱 기를 쓰고 마차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쿵! 쿵! 쿵!
“살려 줘! 밖에 누구 없어? 살려 줘!”
“네놈들이 아무리 큰 소리로 비명을 질러 봐야 아무도 못 듣는다. 들어오기 전에 마차에 사일런스 마법을 걸어 뒀거든. 자, 그럼 시작할까?”
지크욘이 용언 마법으로 그들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자 거한들은 돼지 멱따는 비명을 내지르며 지크욘 앞에 끌려가 기립했다.
그 모습은 도살당한 돼지가 갈고리에 걸린 모습을 방불케 했다.
“제발 살려 주세요! 제발!”
지크욘이 거한들의 간절한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법으로 그들의 외형을 바꾸기 시작했다.
잠시 후, 4명의 거한은 각각 강찬과 지크욘, 그리고 엘리카와 로키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변한 모습에 까무러칠 듯 놀랐지만 지크욘이 그들의 목소리를 빼앗아 버렸기에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데굴데굴 굴릴 뿐이었다.
“작전 2단계다. 모두 최선을 다해 연기해라. 되도록 거칠게 말이야.”
“알았다.”
잠시 후 거한들의 모습으로 변신한 강찬 일행은 여관으로 되돌아갔다.
물론 지크욘이 마차 안의 핏자국과 시체를 없앤 뒤에 말이다.
여관으로 되돌아간 강찬은 슈크림에게 보고를 올렸다.
“4명 모두 마차에 실어 놨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다들 이걸로 술이나 한잔해라!”
슈크림이 강찬에게 골드 한 닢을 던져 줬다.
“감사합니다.”
1골드의 가치는 일반 용병의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막대한 액수였기에, 슈크림은 그가 상당히 흡족해할 거라 생각했다.
“그럼 이만 저녁도 되고 피곤도 한데…… 슬슬 방으로 들어가 보실까?”
슈크림이 깍지를 끼고 팔을 쭉 뻗은 채 고개를 거칠게 흔들자 우드득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그것은 분명 쉬러 가는 것이 아니라 힘쓰기 직전에 몸을 푸는 행위였다.
아니나 다를까? 슈크림이 페드로로 변신한 강찬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전했다.
“엘프를 먼저 올려 보내라…….”
“아, 예…… 단주님.”
떨떠름한 표정이 된 강찬의 어깨를 두드려 준 슈크림은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강찬은 마차로 돌아가 엘리카의 모습으로 변한 페드로를 보자기에 숨겨 슈크림의 방으로 올려 보냈다.
보자기를 받아 든 슈크림은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대단히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종을 울리기 전까진 아무도 내 방에 얼씬거리지 말라 일러라.”
“예, 알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도록.”
방문이 닫히자 강찬은 터져 나오는 살의를 억지로 참아 내며 힘겹게 1층으로 내려갔다.
당장에라도 방으로 뛰어 들어가 놈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지만 말이다.
“휴우, 지크욘…….”
“조금만 참고, 자, 한잔해. 이 여관에서 제일 비싼 술로 시켰는데, 시골 동네라서 그런지 제일 비싼 것도 그저 그러네.”
강찬은 지크욘이 건네는 술을 단번에 들이켜며 단죄의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읍! 읍! 읍!”
“오호라? 벌써 깨어나다니, 엘프라서 수면제에 내성이 있는 것인가? 뭐, 아무튼 떨지 말거라. 해치지 않는다.”
“읍! 으으읍! 읍!”
수치심을 느낀 엘프가 자결할지도 모르기에 슈크림은 일부러 입에 물린 재갈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묶여 있는 페드로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허어…… 고것 참 예쁘게도 생겼구나.”
“으으읍! 읍! 읍! 읍!”
페드로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슈크림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엘프의 몸이 되어 버린 페드로의 몸부림은 슈크림의 완력 앞에선 무기력할 뿐이었다.
“앙탈 부리는 모습까지 어찌 이리도 아름다울꼬? 으흐흐…….”
슈크림이 엘프로 변한 페드로의 옷을 천천히 벗기기 시작했다.
“읍! 읍! 읍! 읍으으읍!”
엘프로 변한 페드로가 더욱 처절하게 저항하기 시작했고, 이에 화가 난 슈크림이 손을 들어 페드로의 뺨을 후려쳤다.
짝! 짝! 짝!
“더 맞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
찌직! 찌이이익!
흥분으로 인해 행동이 거칠어진 슈크림이 엘프로 변한 페드로의 옷을 찢다시피 벗겨 버리자 옷 아래에 숨겨져 있던 뽀얀 피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모습에 슈크림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오, 과연 엘프의 몸은 다르구나! 이렇게 투명하고 맑은 피부를 가진 여인이라니! 내 오늘 기필코 너에게 천국의 맛을 보여 주마.”
“으으으읍! 으으으읍!”
슈크림이 바지를 벗기 시작하자 엘프로 변한 페드로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지금쯤 신나게 재미 보고 있겠지?”
“짓궂은 녀석.”
지크욘이 사악하게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엘리카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직 남자를 모르는 그녀는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한 거한이 치욕을 당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수치심이 든 것이다.
“전 별로 재밌지 않네요…….”
풀이 죽은 엘리카의 말에 사악하게 웃음 짓던 지크욘이 남자의 모습을 한 엘리카의 등을 거칠게 두들겼다.
“아야…….”
“꼬맹아, 그냥 즐겨! 뭐 그리 심각해? 혹시, 아직 처녀?”
“지, 지크욘 님!”
“우헤헤헤헤.”
지크욘의 질 낮은 농담에 엘리카의 얼굴이 홍시처럼 변하자 강찬이 그런 엘리카를 달랬다.
“엘리카 씨,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한 놈도 살려 둘 생각은 없으니까.”
강찬이 엘리카를 달래 준답시고 한 말은 북풍한파처럼 차갑기 그지없었고, 엘리카는 그런 강찬의 싸늘한 말에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 네, 강찬 님…….”
그녀는 생각했다. 지크욘이 변신 마법을 푸는 순간 이곳은 강찬의 손에 의해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리라는 걸.
그런 그녀의 예상대로, 강찬은 속으로 칼을 갈고 있었다.
‘인간을 사고파는 개자식들…… 절대로 살려 두지 않겠다. 단 한 놈도…….’
그들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의 아픈 과거를 말이다.
강찬이 계속해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피워 내자 술자리 분위기는 그야말로 찬물을 뿌린 듯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로키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정작 로키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은 썰렁해진 술자리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뒤바꿔 버렸다.
“저, 저기,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슈크림이란 자가 엘리카로 위장시킨 인간을 왜 데려간 거지?”
“허? 너, 진짜로 몰라서 물어보는 것이냐?”
로키는 마치 어린애와 같은 눈으로 지크욘에게 말했다.
“모르니까 물어보는 것이다.”
뼛속까지 무인이었던 가르만이 인간도 아닌 오우거에게 성교육을 시킨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가르만은 성교육을 포기하고 로키의 본능에 모든 걸 맡긴 채로 무책임하게 모든 걸 건너뛰어 버린 것이다.
로키에겐 분명 더없이 훌륭한 아버지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참으로 무책임한 아버지가 아닐 수 없었다.
덕분에 로키는 성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고, 그런 로키에게 검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래? 그럼 이 지크욘 님께서 성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줄까?”
“그래.”
강찬은 성교육을 해 주겠다는 지크욘의 말에 강찬은 원인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이 나서기도 쑥스러웠기에 그냥 잠자코 있기로 했다.
“잘 들어 봐. 일단 성이란 말이야…….”
지크욘이 로키에게 성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크욘의 입에선 교육과는 전혀 상관없는 음담패설만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알 거 다 아는 강찬과 엘리카조차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강도 높은 음담패설이었다.
이제 로키가 타락의 길로 빠져드는 것은 그리 멀지 않았고, 강찬과 엘리카는 올바른 성교육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절실하게 알 수 있었다.
지크욘의 음담패설은 한 시간이 지나도록 끝이 날 생각을 안 했다.
과연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 듣고 겪은 경험이란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럴 땐 말이지. 이런 자세로 말이야, 이렇게…….”
“야! 지크욘!”
“왜?”
“왜 그딴 것까지 자세히 설명하는 거야!”
“인마! 만족스러운 밤을 보내려면 이런 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너, 전에 나한테 드래곤은 양성체라서 성에 대해 무관심하다며? 지금 그 말과 행동이 그때 그 말이랑 언행일치가 된다고 생각해?”
언행일치란 말에 지크욘이 발끈했다.
“드래곤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인간의 모습일 때는 그 상황에 맞게 성생활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게 잘못된 것인가?”
“…….”
충실했다는 말에 말이 궁해진 강찬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의외로 엘리카가 지크욘에게 대범한 질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