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75
퓨쳐나이트 75화
물론 그녀가 오러 블레이드를 실물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오러 블레이드란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아름다운 오러 블레이드에 영롱함에 취해 넋을 잃은 것이다.
자신의 목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심판의 시간이군.”
강찬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여관 안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아아아악!”
“꿰에에엑!”
“사, 사, 살려 줘어어억!”
처절한 비명 소리에 정신을 차린 뮤 칼리나가 마차에서 뛰쳐나와 강찬이 달려간 여관으로 따라 들어갔다.
이윽고 그녀가 보게 된 광경은 처참한 지옥도였다.
여관 안으로 들어선 순간,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매스꺼움에 먹은 것을 모조리 게워 냈다.
“우욱, 웨엑!”
여관 안은 생지옥이었다.
사내는 마치 폭풍처럼 날뛰며 베고 베고 또 베었다.
그 모습은 마치 피에 굶주린 악귀를 풀어 놓은 것만 같았다.
손속에 정이란 찾아볼 수 없는 그의 칼날 앞에 수십 명의 용병이 제 몸 안에 들어 있던 것들과 함께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그런 와중에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일행들이었다.
그들은 살점과 피가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서 술과 음식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웃고 떠들면서 말이다.
지크욘과 엘리카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때, 오러 소드를 뿜어내는 기사 둘이 나타나 강찬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슈크림 상단이 자랑하는 소드 익스퍼트급의 기사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은 강찬이 보기에 소드 익스퍼트 초급을 간신이 넘긴 수준밖에는 안 됐다.
그 정도 실력으로 소드 마스터에 오른 강찬을 저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형편없는 오러 소드를 단번에 두 동강 낸 강찬을 바라보며 마지막 절규를 내뱉었다.
“헉! 소드 마스터?”
그들은 의문 가득한 그 유언을 남긴 채 피를 흩뿌리며 세상을 등졌다.
강찬의 손에 의해 순식간에 정리당한 식당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정말이지 숨 막히는 정적이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핏방울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릴 정도로 말이다.
그런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은 강찬 일행과 슈크림 상단과 관계없는 마을 사람뿐이었다.
마을 주민은 식사를 하던 모습 그대로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우, 움직이면 죽는다.’
그들은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생각을 하질 못했다.
50명이나 되던 슈크림 상단의 용병들이 눈앞에서 푸줏간 생고기처럼 해체되어 버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살아 있는 자들은 공포를 이기지 못해 정신의 끈을 놓은 듯했다.
“에, 에, 그게…….”
강찬 이외에 서 있는 사람은 수면제를 탄 과일 주스를 가져왔던 종업원밖에 없었다.
그는 강찬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대소변을 지리며 바들바들 떨었다.
찔리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종업원이 살아야 한다는 집념으로 힘겹게 발을 옮겨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새 다가온 강찬이 그의 귓전에 대고 속삭였다.
“팁 안 준 게 그렇게 섭섭했나?”
강찬의 속삭임은 종업원에게는 마치 지옥에서 온 사신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종업원은 감내할 수 없는 극한의 공포에 치를 떨었다.
“아, 아, 아, 아닙니다! 아, 아닙니다! 저, 저, 절대로…… 아닙니다!”
“그래? 그래도 팁은 줘야겠지?”
“괘, 괜찮, 흡!”
푸욱!
“크으읍!”
강찬의 단검이 그대로 종업원의 심장을 꿰뚫었다.
“난 팁을 과하게 주는 사람이라서…….”
강찬이 원망 어린 종업원을 밀어 단검을 뽑아내자 종업원은 피를 뿌리며 뒤로 나자빠졌다.
쿵!
강찬이 그렇게 1층에 살아 있는 자들을 철저하게 확인 사살하는 동안 지크욘이 엘리카를 불렀다.
“엘프 꼬맹아, 위에 어떻게 됐나 올라가 볼까?”
“예! 가 봐요, 지크욘 님!”
의외로 엘리카는 온통 시체로 가득한 가운데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크욘을 따라나섰다.
오히려 오우거인 로키가 넋을 잃은 듯 멍하니 앉아 있었다.
“…….”
지크욘에게 있어 인간의 죽음이란 그저 개미 죽이는 정도의 감흥밖에 없으니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게 오히려 당연했다.
엘리카 역시 전쟁을 몸소 겪으며 이 정도엔 놀라지 않는 강심장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지닌 로키에게 강찬의 잔인한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사람을 저토록 무정하게 죽일 수 있다는 게 말이다.
아래층이 소란스럽자 서둘러 옷을 입고 검을 챙겨 들던 슈크림은 거칠게 문을 부수고 들어온 지크욘과 엘리카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랐다.
분명 자신 아래 깔려 있어야 했을 그녀들이 멀쩡한 모습으로 방문을 부수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니, 네, 네년들이 어떻게!?”
“재미는 다 보셨어, 호모 씨? 키키키킥”
“어머나, 망측해라!”
벌거벗은 세 사내의 모습에 엘리카가 자신의 눈을 가렸다.
하지만 유난히도 가늘고 고운 손가락 탓일까?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여전히 그들의 은밀한 부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슈크림의 얼굴은 치욕으로 붉게 물들었다.
“크으윽! 네년들이 당장 모가지를 베어 버리겠다!”
지크욘과 엘리카의 목을 베어 버릴 기세로 슈크림이 검을 뽑아들자 뒤에 있던 사내들의 몸이 폭죽 터지듯 폭발했다.
퍼어어엉! 후두두둑…….
온 방 안이 그들의 피로 가득했다.
핏물을 뒤집어쓴 슈크림은 검을 뽑은 채로 얼어 버렸다.
그의 눈은 공포로 가득했다.
얼어 붙은 슈크림에게 다가간 지크욘이 그의 어깨와 머리에 걸린 내장을 걷어 내 주며 물었다.
“뭐? 어쩔 건데?”
“아, 아, 아니, 그게…… 요.”
슈크림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바짝 엎드려 미친 듯이 절을 하기 시작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살고 싶어?”
“예? 네에! 살려 주세요!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세요!”
“살고 싶으면 보상을 해야지…….”
“보, 보상 말입니까?”
“그래 정신적 피해 보상.”
“드, 드려야죠! 암요! 드려야죠! 어, 얼마면 되겠습니까요? 말씀만 하십시오!”
“당연히 네가 가진 것 전부지…….”
“저, 전부 말입니까?”
“왜, 싫어? 그럼 죽든가.”
지크욘이 손을 치켜들자 슈크림이 대경실색하며 외쳤다.
“아닙니다! 전부 다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슈크림은 서둘러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지크욘 앞에 쏟아 놓기 시작했다.
목에 걸린 열쇠로 방 안 가득 쌓여 있던 거대한 궤짝들을 열자 그 안에는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막대한 양의 황금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 황금에는 별 관심이 없는 지크욘은 심드렁한 투로 물었다.
“이게 단가?”
“예, 이게 다입니다요.”
전형적인 장사꾼의 예의 바르고 싹싹한 모습으로 돌아간 슈크림이었다. 하지만 지크욘에게는 그 모습이 더욱 가증스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진짜로 이게 다란 말이지?”
“목숨을 걸고 제가 가진 모든 것입니다요.”
“오호라~ 네놈의 목숨을 걸겠단 말이지?”
지크욘이 강렬한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하자 안절부절못하던 슈크림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하더니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사, 사, 사실은 여, 여기…….”
주머니를 낚아챈 지크욘이 주머니를 열어 보자 그 안에는 궤짝에 가득 담긴 골드보다 더 값어치가 나가는 다이아몬드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제야 지크욘은 만족한다는 듯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휘유~ 이 정도면 하루 벌이 치고 굉장히 짭짤한데?”
그 순간 강찬이 올라왔다.
“여긴 다 정리한 거야?”
강찬이 올라오자 지크욘은 다이아를 가슴골 사이에 숨겼다.
“아니, 아직. 이놈만 죽이면 돼.”
이놈만 죽이면 된다는 말에 얼굴이 홀쭉해진 슈크림이 지크욘의 다리에 매달려 애걸복걸했다.
“사, 살려 주신다고 했잖습니까? 모든 걸 다 드리면 살려 주신다고 했잖습니까?”
“당연하지, 난 거짓말은 안 해. 내가 안 죽일 거니까. 야, 처리해!”
“제발 살려 주세요! 제발!”
눈물, 콧물로 얼룩진 슈크림이 대성통곡을 하며 목숨을 빌었다.
그 모습을 본 강찬이 단검을 넣고 말했다.
“가 봐.”
“네에?”
“가라고, 마음 변하기 전에.”
“헐? 너, 의외다?”
지크욘이 강찬의 관대함에 놀랐다.
좀 전까지만 해도 다른 누구보다 그를 죽이려 했던 그였는데, 그냥 보내 주겠다니?
“저, 저기,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슈크림은 상대방이 마음을 바꾸기 전에 얼른 밖으로 도망쳤다.
“그래, 가 봐.”
바로 그때 그런 슈크림을 바라보며 강찬이 엘리카를 불렀다.
“엘리카 씨.”
“네?”
“저놈은 엘리카 씨가 처리하세요. 살리든 죽이든.”
“제가요?”
“예.”
아무리 자신이 아니라 해도 자신과 똑같이 만든 인간을 강간한 그에게 그녀가 좋은 감정을 가질 리 만무했다.
강찬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고 배려해 준 것이다.
엘리카는 그런 그의 깊은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며 힘차게 대답했다.
“네!”
엘리카가 여관 밖으로 도망치는 슈크림을 향해 레일 건을 겨냥했다.
이윽고 레일 건은 정확히 슈크림의 머리통을 향해 불을 뿜었다.
요란한 레일 건의 총성이 온 마을에 울려 퍼졌고, 선명한 나선형 물결을 그리며 날아간 총알은 슈크림의 상체를 수박 터트리듯 박살 내 버렸다.
퍼석! 후두두둑!
대륙을 주름잡는 슈크림 상단의 주인인 샤베드 드골 슈크림의 장남으로서 떠오르는 실세였던 그의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지크욘이 슈크림에게서 압수한 황금을 자신의 레어로 공간 이동 시키는 사이.
강찬은 시체 투성이가 된 여관에서 목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뮤 칼리나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강찬이 다가오는 모습을 본 뮤 칼리나는 잠시 흠칫했다.
악귀 같았던 그의 모습에 잠시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태연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마차 한 대를 구하고 싶습니다.”
“마차라면 밖에 널렸네요.”
밖에 세워진 마차는 모두 주인을 잃은 가련한 마차들이었다.
“저희가 초행길이어서 그런데, 헬리온 왕국으로 가는 지름길 좀 알 수 있겠습니까?”
“헬리온 왕국이요? 그곳은 지금 전투가 가장 치열한 전쟁터인데, 그곳으로 가신다고요?”
1년 이상 이어지는 치열한 전쟁터가 되어 버린 헬리온 왕국은 과거 아름다운 문화의 도시가 아닌 시체들의 나라가 되어 있었다.
“전쟁터이기에 가는 겁니다.”
“그 말씀은, 녹색 엘프들과 싸우러 가신다는 말인가요?”
“예, 저희는 그들과 싸우기 위해 그곳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강찬의 말에 뮤 칼리나는 더 이상 그가 두렵지 않았다.
그는 상인을 등쳐 먹는 악당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눈에 강찬은 희대의 영웅처럼 보였다.
정의를 위해 싸우러 가는 진정한 영웅 말이다.
그녀의 눈에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콩깍지가 씌어 버린 것이다.
“그럼 저희와 함께 가요. 저희가 가는 곳이 바로 헬리온 왕국이니까요.”
헬리온 왕국으로 간다는 뮤 칼리나의 말에 강찬의 얼굴에 오랜만에 화색이 돌았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이곳에서 사들인 드워프제 무기를 그곳에 납품하기로 되어 있답니다.”
“그럼 헬리온 왕국까지만 신세 좀 지겠습니다.”
“신세라뇨, 별말씀을…….”
그렇게 강찬 일행은 칼리나 상단에 편승해 치열한 격전지인 헬리온 왕국으로 향했다.
칼리나 상단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니 전장으로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어중이떠중이들이 시비를 거는 일도 없었다.
숙소와 식사도 칼리나 상단에서 제공해 줬다.
출발할 때 걱정했던 모든 것이 한번에 해결된 것이다.
전쟁터로 떠나는 길이 마치 여유로운 여행처럼 느껴졌다.
강찬은 그녀를 통해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대해 알아야 복수가 수월해질 테니 말이다.
물론. 그의 곁에는 이 세계 태생인 동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뭔가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로키는 자신보다도 모를 것이 분명했고, 엘리카 또한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크욘은 인간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너무 달랐기에 그녀에게 듣는 세상은 인간인 강찬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강찬은 시간이 날 때마다 뮤 칼리나에게 이곳의 동향을 물으며, 이 아르칸도르 대륙이라는 곳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축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