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83
퓨쳐나이트 83화
마타나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제발 도와 달라고 간절하게 빌었더니 진짜로 누군가가 나타나서 자신을 구해 준 것이다.
이윽고 자신에게로 몸을 돌린 자의 얼굴을 보자 마타나의 눈에선 눈물이 쏟아졌다.
“오, 오빠!”
마타나는 아픈 몸을 억지로 일으켜 네미츠에게로 달려가 안겼다.
“오빠! 엉어어엉어엉…… 나 무서웠어! 엉엉엉…….”
“그래, 이젠 괜찮아. 이젠 괜찮아.”
네미츠는 사랑스런 자신의 동생을 꽉 끌어안아 줬다.
“이곳은 위험하니 일단 자리를 옮기자.”
“응!”
네미츠는 쩔뚝거리는 마타나를 안고선 자신이 봐 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엘프의 숲 경계 지역에 위치한 그곳은 가파른 언덕 위에 있어서 대형 몬스터의 침입에도 안전한 곳이었다.
또한 주변에 샘도 있고 과일 나무도 많아서 두 모녀가 살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적당한 자리에 마타나를 내려놓은 네미츠가 나무 위로 올라가 마나를 불어넣어 작은 집을 만들었다.
그것은 엘프만이 가능한 권능이었다.
물론 마타나도 엘프니까 당연히 쓸 수 있었지만 네미츠처럼 능숙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이 기술 역시 숙련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타나를 나무 위로 옮긴 네미츠는 아픈 그녀를 침대에 고이 눕히고 물과 과일을 따다가 집 한구석에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마타나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오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 알지?”
“응! 오빠!”
아픈 몸인데도 불구하고 마타나는 씩씩했다.
그런 동생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진 네미츠는 언제나 그랬듯 자기 전에 늘 해 주던 대로 이마에 입을 맞춰 줬다.
추방자의 낙인이 찍힌 그녀의 이마에 말이다.
“이제 돌아가 봐야겠어. 내일 다시 올게.”
돌아가겠다는 말에 마타나가 네미츠의 옷깃을 꼭 붙잡았다.
“안 가면 안 돼?”
“내일 다시 오려면 지금 돌아가야 해. 여기는 안전하니깐 편히 쉬고 있어. 알았지?”
“오빠, 가지 마아…… 오빠, 가지 마아아아앙.”
마타나가 눈물을 터트렸다.
“울지 말고, 내일 반드시 올게. 오빠 믿지? 정령의 이름을 걸고 약속!”
“꼬옥 와야 해! 마타나 보러 꼬옥 와야 해!”
“그래, 알았어. 반드시 올게.”
“삼촌, 빠이빠이빠잉~”
마타나가 품에 안긴 그린의 작은 손을 네미츠에게 흔들자 그린은 네미츠를 보며 방긋 웃었다.
하지만 그런 그린을 바라보는 네미츠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그 아이가 도저히 조카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그에게 있어 사랑하는 동생을 빼앗은 오크의 자식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내일 다시 올게, 그럼 몸조심해.”
문을 나선 네미츠는 마을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그의 마음은 지금 알 수 없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게 다 마음에 안 들었다.
사랑하는 동생을 저 지경으로 만든 오크족도 다 죽여 버리고 싶었고 마타나의 품에 안겨 웃고 있는 그 짐승의 자식도 싫었다.
사랑하는 동생을 마을에서 내쫓아 버린 원로원도, 어머니도, 모두 다 원망스러웠다.
네미츠의 성격은 그때부터 조금씩 변해 가기 시작했다.
25. 한밤의 불청객들
지크욘과 엘리카가 강찬을 찾아온 것은 전입해 온 다음 날이었다.
아닌 밤중에 공간의 문을 열고 천막 안으로 들이닥친 지크욘과 엘리카 때문에 편히 쉬고 있던 징집병들이 놀라 자빠졌다.
갑자기 공간을 뒤틀며, 천상의 미녀들이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일이었다.
또한 그들만큼이나 지크욘과 엘리카도 놀랐다.
“헉! 뭐야? 설마 여기가 막사야?”
난민촌을 방불케 하는 천막 안에는 심한 악취가 풍겼고 피골이 상접한 병사들이 바글바글했다.
“어? 왔어?”
“너, 설마 이런 곳에서 지내는 거야?”
“왜? 여기 생각보다 아늑하다.”
“아늑해? 장난하냐? 이런 돼지우리에서 우릴 재울 셈이야?”
징집병들은 또다시 깜짝 놀랐다.
천상의 미녀들이 자신들의 막사에서 잘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섬주섬 조심스럽게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런 그들을 보던 지크욘이 엘리카를 불렀다.
“야, 꼬맹이!”
“네.”
“어서 나가서 집 만들어.”
“네에?!”
“엘프들은 나무만 있으면 집 만들 수 있잖아.”
“저, 저기, 아직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데…….”
작은 도구가 아닌 거대한 집을 만드는 일은 엄청난 마나를 소모하기에, 나이가 어린 그녀는 아직까지 단 한번도 집을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럼…… 너, 여기서 잘래?”
지크욘이 은근슬쩍 청소하고 있는 꼬질꼬질한 병사들을 가리키며 묻자 엘리카는 정신이 번쩍 난 듯 큰 소리로 외쳤다.
“해 볼게요! 처음이긴 하지만 왠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연히 그래야지. 당장 나가자.”
도망치듯 지크욘과 엘리카가 막사 밖으로 나가자 청소하던 병사들이 매우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들을 뒤를 따라 우르르 입구 쪽으로 몰려갔다.
그 덕에 입구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야, 안 나와? 저리 비켜! 비키라고!”
피브로가 가장 난리 법석을 떨었다.
그는 엘프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눈에 담으려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필사적인 건 모두가 마찬가지였기에 한 치의 양보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밖으로 나온 엘리카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막사 바로 옆에 있는 거대한 나무에 손을 대고 고대의 언어로 대화를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곧 그녀의 입에선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꺄악!”
“왜 그래?”
“이, 이 나무는 피를 너무 많이 마셨어요…….”
“나무가 피를 마시면 안 되나?”
지크욘은 종종 다른 종족들의 피를 쥐어짜서 나무의 거름으로 주곤 했기에, 그게 문제가 되는지 몰라 엘리카의 말에 의문을 가졌다.
“아니요, 그게 단순히 피 때문이 아니라…….”
“그럼?”
“이 나무에는 피를 흘리며 죽어 간 병사들의 영혼까지 가득 차 있어요. 이런 나무는 오래되면 사람을 해치는 데스트리가 될 수 있어요.”
“그럼 불태워 버리고 새로 심을까?”
지크욘이 나무를 불태워 버리려고 하자 강찬이 나섰다.
“그러지 말고 엑소시스트 로키한테 맡겨 봐.”
로키가 강찬의 말에 되물었다.
“엑소시스트? 그게 뭐지?”
“얘가 언제부터 엑소시스트가 됐냐?”
“말하자면 길어. 있다 말해 줄게.”
강찬은 지크욘을 지나쳐 로키를 나무 앞으로 데리고 갔다.
“로키, 이리 와서 그냥 나무를 끌어안고 1분만 있어 봐.”
“이렇게?”
“그래.”
강찬이 로키를 나무에 붙여 놓고 1분 동안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자 지크욘이 한심하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바보 같잖아.”
“잠자코 지켜보기나 해.”
“…….”
그렇게 1분이 지난 후, 엘리카가 다시 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녀의 반응은 좀 전과 사뭇 달랐다.
“어? 돼요! 나무와 대화가 돼요! 나무가 말하기를, 죽은 병사들의 영혼이 모두 도망갔대요.”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죽은 병사의 한 맺힌 영혼들이 도망쳤다는 말에 지크욘이 깜짝 놀랐다.
강찬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젠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귀신조차 혼비백산해 도망치게 만드는 최강의 몬스터 로키는 걸어 다니는 엑소시스트였다.
졸지에 엑소시스트가 되어 버린 로키는 현재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질 않았는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럼 이제 시작합니다…….”
로키 덕분에 나무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엘리카가 고대의 언어로 나무와 대화를 나누며, 그 위로 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무가 아주 천천히 집과 같은 형체로 변모해 가자 지켜보고 있던 병사들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아아아아아아!”
“어, 어떻게 저런 일이!”
“여, 여신님이다.”
눈부신 빛에 휩싸인 엘리카의 모습은 병사들에게는 여신과도 같았기에, 병사들은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엘리카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져 갔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엘리카의 마나로 혼자 집을 짓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그때 지크욘이 사악하게 미소 지었다.
“호오, 이런 식으로 만드는 것이군. 참 재미있는 기술이야.”
에이션트급 그린 드래곤인 지크욘은 한눈에 엘리카가 어떠한 방식으로 나무의 형태를 바꾸는지 단번에 알아챘다.
이윽고 지크욘은 엘리카에게 다가가 그녀의 등에 손을 대고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헉! 지크욘 님!”
갑자기 엄청난 양의 마나가 자신에게 쏟아져 들어오자 엘리카는 당황했고, 지크욘은 엘리카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집으로 변화하던 나무는 좀 전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지크욘이 엘리카를 매개체로 자신이 원하는 주거 공간을 만들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똑똑히 봐라! 이것이 바로 드래곤의 스케일이다! 아하하하하하!”
“헉! 지크욘! 이건 너무 크잖아!”
주변 다른 나무들까지 합쳐진 지크욘의 작품은 징집병들의 천막까지 밀어 버리면서 계속 성장했고, 완성된 집은 저택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거대했다.
“휴~ 이 정도면 얼추 맘에 드는군.”
“…….”
엘리카는 자신이 만든 집을 바라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정도 규모의 집은 엘프의 숲에서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설령 만들려고 한다면 대장로급 엘프들이 모두 달려들어야 할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다.
병영 내에 난데없이 불법 시공으로 새워진 5층 규모의 거대한 나무 저택을 바라본 강찬은 고개를 저었고, 사방에서 징집병들이 병장기를 들고 쏟아져 나왔다.
이윽고 그들은 눈앞의 엄청난 목조 구조물을 바라보며 비명을 질렀다.
“대체 무슨 일이야? 헉! 뭐야, 저건?”
“아니! 어디서 저런 것이!”
“적들 짓인가?”
수천 명의 징집병은 잔뜩 긴장한 채 서둘러 공격 진형을 갖췄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지크욘은 오로지 자신이 만든 작품에만 푹 빠져 있었다.
“멋진걸?”
“지크욘, 이렇게 거창하게 지을 필요는 없잖아?”
“왜? 기왕 짓는 거, 넓으면 좀 어때? 어차피 잠깐 쓰고 버릴 거.”
“그럼 무너진 우리 막사는 어떻게 할 건데?”
“왜? 너도 여기서 같이 살면 되잖아?”
“그렇다면 물론 저들도 함께 사는 거겠지?”
강찬이 집 잃은 강아지처럼 우물쭈물거리는 50명의 징집병들을 가리키자 지크욘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뭐? 저 더러운 것들은 내 집에 들이자고?”
“저들의 집을 부순 건 너다.”
“그딴 거, 다시 지어 주면 되잖아.”
지크욘은 더러운 징집병들을 자신의 집으로 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윽고 지크욘이 용언 마법으로 부서진 천막을 순식간에 원래 모습 그대로 복원시켰다. 그러고는 강찬에게 보란 듯이 미소 지었다.
“됐지?”
수백 명은 살아도 됨직한 5층 높이의 거대한 저택을 지어 놓고선 아무도 들이려 하지 않으려는 그녀의 심보는 과연 드래곤의 심보다웠다.
“못 말리겠군.”
“저, 저기…….”
“……?”
강찬이 자신을 부른 자에게 고개를 돌리자 징집병을 통솔하는 정규군 장교가 강찬 앞에 뻘쭘하게 서 있었다.
“강찬 님, 말씀 중에 죄송한데, 저분들은 누구십니까?”
부대 최상급자인 정규군 지휘관조차 강찬에게 극존칭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