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84
퓨쳐나이트 84화
한밤중에 발생한 괴이한 사건의 중심에 그들이 있었기에, 그는 지휘관으로서 그들이 누군지 알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소드 마스터인 만큼 정규군 지휘관인 그조차 강찬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출 수밖에 없었다.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이들은 전쟁을 도와주러 온 제 친구들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전 이곳 징집병들의 통솔을 맡고 있는 톨렌이라고 합니다.”
소드 마스터의 친구들이 전투를 도와주러 왔다는 말에 톨렌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두 여인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췄다.
“소란 피워서 죄송해요.”
“아, 아닙니다. 이렇게 누추한 곳에 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엘리카의 공손한 사과에 톨렌은 얼굴을 붉히며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흥! 누추한 줄은 아는 모양이군.”
“시끄러워!”
톨렌이 우렁찬 목소리로 병력을 해산시켰다.
“전부 해산! 막사로 들어가라! 빨리빨리!”
“아…….”
“젠장…….”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운 여인들을 보고 싶었던 병사들은 못내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불같은 지휘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막사 안으로 돌아갔다.
병력을 모두 해산시킨 톨렌은 또 다른 엄청난 존재들의 출현을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부랴부랴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강찬이 오고 난 후로 징집병들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 같았으면 전투가 없을 때는 배가 꺼질까 봐 조용히 앉아서 이 악몽 같은 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만을 기도하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뭔가를 열심히 수련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강찬이 우주군 시절 마르고 닳도록 익혔던 단격술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단격술이 아니라 강찬이 살짝 개조해 양손 철퇴로 쓸 수 있도록 개조한 철격술이었다.
전에 녹색 엘프들을 전멸시키고 노획한 철퇴와 도끼로 그들을 무장시키고 그에 맞는 병기술을 전수해 준 것이다.
처음 강찬이 그들에게 철격술을 가르쳐 준다고 하자 그들은 깜짝 놀랐다.
소드 마스터가 기술을 가르쳐 준다고 하는데 어느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이것은 기연이라 해도 무방했다.
전 대륙을 뒤져 봐도 소드 마스터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 사람은 100명도 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장한 얼굴로 강찬의 가르침을 받았고, 쉬는 동안에도 자진해서 연병장으로 나와 철격술을 연마했다.
그들에게는 전문적인 이론과 오랜 숙련도가 필요한 고급 검술보다는 오히려 빠르게 익히고 쉽게 응용할 수 있는 단순한 철격술이 오히려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
18가지 간단한 기본 동작으로 이뤄진 철격술은 단격술과 마찬가지로 양손에 쥔 철퇴 중 하나를 방어에, 하나를 공격에 쓰며, 매 동작마다 자연스럽게 발차기로 연계되기 때문에 접근전에서 적의 의표를 찌를 수 있는 뛰어난 병기술이었다.
훗날 난전에서 그의 철격술이 엄청난 빛을 보게 될 줄은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어이! 밥 먹고 하자고!”
“점심 메뉴가 뭐야?”
“감자랑 고기 스튜라던데?”
“고기 스튜! 이런, 벌써부터 군침이 도는데?”
그들의 배식도 과거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과거 하루에 두 번 나오던 돌보다도 단단한 호밀빵과 멀건 양배추 수프에 비하면 가히 천상의 메뉴가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의 배식이 이토록 좋아진 것은 다 강찬 덕이었다.
소르펜 국가 연합에서 강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낌없이 군량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소르펜 국가 연합은 상인의 나라이기에 돈으로는 아쉬울 게 없는 부유한 국가였다.
덕분에 삐쩍 말랐던 징집병들은 이제 예전의 건강했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강찬은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26. 휴가
“강찬 님과 로키 군에게 포상휴가증이 나왔습니다.”
“전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이게 상부의 지시라서 말입니다.”
“전 휴가 가기 싫습니다. 저 말고 다른 사람한테 주십시오.”
“징집병은 본인이 아니면 쓸 수가 없어서…….”
징집병에게는 원래 휴가라는 게 없었다.
죽어서 나가든, 전쟁이 끝나든 둘 중 하나였다.
“그럼 그냥 폐기해 주십시오.”
“음, 일단 알겠습니다. 상부에는 그렇게 보고하겠습니다.”
톨렌이 돌아가자 같은 막사의 징집병들이 부러운 눈으로 강찬을 바라봤다.
“휴가라니…… 부럽다.”
“이 지옥을 잠시라도 떠날 수 있다면…….”
다들 매우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강제로 징집된 그들에게 휴가가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는 건. 전쟁 끝나거나 죽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부러워하는 이들을 뒤로하고 로키가 물었다.
“휴가가 뭐야?”
“잠깐 외부에 나가서 쉬다 오는 거야.”
“밖에 나가서 쉰다고? 그럼 놀다 오라는 거야?”
“뭐, 그런 셈이지?”
“그런데 왜 안 가?”
“딱히 놀고 싶지 않아서.”
녹색 엘프를 죽이려고 여기까지 온 강찬이었다.
그런 강찬에게 휴가라니…… 그다지 내킬 리가 없었다.
헌데 로키는 아니었다.
“난 나갈래.”
“나가고 싶어?”
“응!”
‘음…… 세상 물정 모르는 로키를 혼자 내보낼 수도 없고.’
물론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 강찬도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로키보단 잘 안다고 본인 스스로 자신했다.
헌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본의 아니게 로키를 자신의 전쟁으로 끌어들인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지크욘은 유희라는 것 때문에 자신과 함께하고 있었다. 엘리카 역시 복수를 위해 자신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로키는 아니었다.
물론 그들 중 자신이 강제로 붙들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이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못내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 빼고 셋이서 어디라도 다녀오라고 해야겠군.’
하나 다들 강찬을 두고 휴가를 갈 리 없었다.
“무슨 소리야? 넌 왜 안 가는데?”
“맞아요, 강찬 님도 가셔야죠.”
로키도 보챘다.
“같이 가자.”
“내가 지금 휴가를 즐길 때야? 제이나를 죽인 놈들이 눈앞에 있는데.”
“그거랑 휴가랑 뭔 상관이야? 놈들 죽여서 당당히 얻은 휴가잖아.”
“맞아요.”
“휴가 며칠 갔다 온다고 녹색 엘프들이 어디 가겠어?”
“맞아요.”
“보란 듯이 놀다 와서 더 열심히 죽여. 그럼 더 보람찬 복수가 될 거야.”
“맞아요. 그리고 강찬 님, 제가 아는 제이나라면 강찬 님이 그렇게 복수의 화신이 되어 자신도 돌보지 않는 모습에 매우 슬퍼할 거예요.”
‘음…… 괜히 말했다가 본전도 못 건졌군. 그래, 어차피 며칠 쉰다고 복수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반쯤 포기한 강찬이 말했다.
“그래, 졌다. 휴가, 까짓것 가자.”
“야호!”
“만세!”
그렇게 강찬은 본의 아니게 첫 휴가를 가게 되었다.
“그럼 어디로 갈까?”
“전쟁터에 뭐 볼게 있겠어? 이 헬리온 왕국 바로 옆이 비스만 제국이잖아. 그 비스만 제국의 수도로 가 보는 건 어떨까?”
“나쁘지 않네.”
아르칸도르 대륙 최강의 제국 비스만 제국의 수도 벨라렌.
한번쯤 봐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에델린을 거론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마음대로.”
“강찬 님이 좋다면 저도 좋아요.”
“그럼 만장일치로 이번 휴가는 벨라렌으로 가는 거다?”
“와! 휴가다!”
“말 나온 김에 바로 가자.”
“지금?”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무리 그래도 상관한테 보고하고 가야지. 여긴 군대라고.”
강찬의 말에 인간 따위를 상관으로 볼 리 없는 지크욘이 냉담하게 말했다.
“그게 네 상관이지, 내 상관이냐?”
“암튼 난 보고하고 올 테니 다들 짐이라도 챙겨 둬라.”
“짐? 무슨 짐?”
하긴, 맨몸으로 온 그들이 가져갈 게 뭐가 있을까?
“나도 같이 갈까?”
“아니, 혼자 가서 보고하고 올게. 로키는 여기 있어.”
“알았다.”
그렇게 강찬이 상관을 찾아가 반려한 휴가를 쓰겠다고 하니, 그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얼굴이 극도로 환해졌다.
아마도 그는 강찬을 휴가 보내지 못해서 꽤나 난처했었나 보다.
“아까는 안 갈 생각이라 며칠짜리 휴가인지 안 물어봤는데, 휴가는 며칠입니까?”
“그게, 대대장님 포상이 4박 5일, 연대장님 포상이 5박 6일, 사단장님 포상이 14박 15일…….”
“자, 잠깐만! 뭐라고요? 몇 박이요?”
‘제기랄 저게 다 며칠이야? 지금 나보고 전쟁 끝나고 돌아오라는 거야?’
“대충 한달 쯤…….”
“그렇게 많습니까?”
“아직 군단장님 포상은 말씀도 안 드렸습니다.”
“그건 며칠입니까?
“24박 25일입니다.”
“…….”
“포상 휴가를 안 준 분이 있긴 있습니까?”
“대륙 연합군 총사령관이신 자이진 공작 각하를 빼곤 모두 포상 휴가를 내리셨습니다. 그리고 이, 이건…… 제가…….”
그가 수줍게 꺼내 놓은 건 외박권 2장이었다.
“2장이면 하루 1박도 가능합니다.”
그가 가진 재량으로선 그게 최고의 포상이었다.
하지만 이미 휴가 포화 상태인 강찬에게는 그조차 부담되는 것이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혹시 필요하게 되면 언제든 말하십시오.”
“그러죠. 근데 혹시, 이거 무조건 한번에 다 써야 합니까?”
“아닙니다. 1장씩 써도 됩니다.”
“휴…….”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크욘이 옆에 있었다면 분명 남자라면 한 번에 불태워야지, 버닝 업! 하고 바람을 넣었을 게 분명했다.
‘혼자 오길 잘했군.’
“알겠습니다. 그럼 4박 5일짜리 하나만 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장교가 묵직한 주머니를 내밀었다.
“이건 또 뭡니까?”
“포상금입니다.”
열어 보니 안에는 금화가 가득했다.
이곳 화폐 가치를 잘 몰랐지만 적지 않다는 금액이란 건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뭐…… 이런 걸 다.”
“강찬 님이 쌓은 무훈이라면 응당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휴가 나가서 원 없이 쓰고 돌아오십시오.”
“알겠습니다.”
포상금을 집어 들고 지크욘의 막사로 돌아오니 다들 준비를 마치고 강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갈까?”
“그러지.”
“이동!”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찬과 지크욘, 엘리카와 로키는 병영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강찬은 생각지도 않게 입대하자마자 휴가를 나왔다.
다음 날.
징집병 막사 앞에 진풍경이 펼쳐졌다.
각 왕궁의 기사단에서 보낸 사두마차들이 휴가를 나갈 강찬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럴 목적으로 그 많은 휴가증을 뿌린 것이다.
소드 마스터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말이다.
그들은 돈을 아끼지 않고 주지육림 코스로 만반의 준비를 해 두었다.
‘크크큭…… 일단 최고급 술과 최고의 미녀, 산해진미로 환심을 산 뒤에 막대한 재물과 작위를 미끼로 쓰면 그 어떤 성인군자가 그 유혹을 견딜쏘냐?’
영입을 맡은 각 왕국의 사신들은 각자 자신 있는 표정들이었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 왕국의 재원을 아끼지 말라는 왕의 특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후사가 없는 어떤 늙은 왕은 자신의 후계자 자리까지 조건으로 내놨을 정도였다.
인간 세상에서 소드 마스터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정작 휴가를 떠나는 당사자가 보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강찬은 지금 벨라렌 시내 한가운데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들이 똥줄이 타든 말든, 강찬 일행은 유유자적 시내를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