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85
퓨쳐나이트 85화
“역시 제국의 수도라 그런지 웅장하네.”
“음식도 맛있겠지?”
“…….”
엘리카는 약간 긴장한 눈치였다.
엘프인 그녀에게 시선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사내들의 엉큼한 시선과 여자들의 질투 어린 시선에 그녀는 겁먹은 토끼처럼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수도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비대였다.
징집병 군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강찬 일행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았다.
“징집병이 어떻게 도시에 들어올 수 있었지?”
“그러게나 말일세.”
징집병은 말 그대로 강제로 징집된 자들이다.
노예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 자들이 수도를 보란 듯 거닐고 있으니, 그들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징집병이 엄청난 미녀들, 그것도 엘프와 돌아다닌다는 게 좀 수상했다.
“제기랄, 신종 낚시인가?”
경비병들은 그들이 어느 지체 높은 가문의 적자나 황족의 괴벽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나 본분을 저버릴 수는 없으니, 우선은 검문해야만 했다.
“일단 최대한 정중하게 검문해야겠군.”
10명의 경비병들이 강찬에게 다가가 최대한 정중히 말을 걸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잠시 검문을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복장을 보아하니 징집병인 것 같은데, 징집병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혹시 이곳에 어떻게 오신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휴가를 나왔습니다.”
“휴가 말입니까?”
“네.”
“휴가라…… 흠.”
‘징집병에게 휴가라니, 이게 무슨 개소릴까?’
경비병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럼 혹시 휴가증 좀 볼 수 있을까요?”
“잠시.”
강찬이 품에서 휴가증 묶음을 꺼내 들었다.
“여기 있소.”
휴가증을 받아 든 경비병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헐…… 이게 다 뭐야? 대대장, 사단장, 군단장에…… 대체 이게 몇 장이지?’
군단장급이면 적어도 공작급이었다.
그로서도 사단장급 이상의 휴가증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인장을 보니 가짜 같지는 않은데, 공문서 위조가 얼마나 큰 중죄인지 안다면 감히 이따위 유치한 짓을 할 리가 없을 테고…… 이 새끼, 진짜 정체가 뭐야?’
“신분을 알 수 있을까요?”
“신분은 방금 말하지 않았습니까? 징집…….”
경비병이 강찬의 말을 잘랐다.
“어디 왕국 어느 가문 누구십니까?”
경비병의 물음에 강찬은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우주 연방군 소속 특수 부대 레드 마스 강찬 대위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엘프의 숲 엘븐 나이트라고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허…… 거참 난감하네.’
강찬이 우물쭈물거리자 경비병이 더욱 강하게 나왔다.
“신분 확인이 어려우시면 일단 저희와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
그러자 잠자코 지켜보던 지크욘이 눈이 돌아 버렸다.
“아니, 이 새끼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이나?”
지크욘은 모처럼 맞이하는 오붓한 시간을 망치려 드는 인간 따위를 한 방에 쳐 죽일 생각이었다.
그런 지크욘의 마나가 요동치는 걸 느낀 강찬이 지크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저, 혹시, 이거면 신분 증명이 될까요?”
강찬이 내민 것은 에델린이 준 빗이었다.
경비병은 의아한 표정으로 빗을 받아 들고 찬찬히 살폈다.
이윽고 경비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빗에 찍힌 황실 인장을 발견한 것이다.
“이, 이건 어디서?”
“에델린 공주에게 직접 받았소.”
“에델린 공주님께 말입니까?”
“그렇소.”
경비병이 우물쭈물했다.
존칭을 빼고 공주라 칭하는 걸 보면 그의 신분이 높을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빗이 신분을 확실히 보증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검문을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혹시 벨라렌에는 어떻게 들어오셨습니까?”
애초에 징집병 복장으로는 절대로 검문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복장으로 마차를 타고 들어와서 이곳에서 갈아입지 않고서야 말이다.
진짜라면 정말 고약한 악취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강찬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이 화근이었다.
“공간 이동으로 들어왔소.”
“공간 이동?”
제국의 수도 한복판으로 공간 이동을 했다는 말에 조심스럽던 경비병의 표정이 순간 싸늘해졌다.
“어디서부터 말입니까?”
“주둔지에서부터.”
강찬은 이 세계에서 공간 이동 마법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몰랐다.
지크욘이나 아르테온 같은 대마법사 사이에서 지내다 보니 공간 이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다.
하나, 인간 세상에서 공간 이동은 그렇게 흔히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왕족이나 고위급 귀족, 돈 많은 상인 정도는 되어야 아주 가끔 급할 때나 간간이 이용할 수 있었다.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7써클 이상의 마법사는 매우 고급 인력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초장거리 공간 이동은 엄청난 마나가 들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용은 별도였다.
또한 이런 대도시는 공간 왜곡장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허락받지 않은 공간 이동은 목숨이 10개라도 모자랐다.
지크욘은 과거 이곳에 대응 마법진을 여럿 설치해 놨기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온 것이다.
그것은 지크욘이 비스만 제국이 건국하기도 훨씬 이전부터 만들어 둔 것이다.
지크욘이 지금껏 이 자리에 인간 왕국이 생겨나는 걸 지켜봐 온 수는 열 손가락으로도 세도 모자랄 정도였다.
새삼 지크욘이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징집병 신분에 황녀의 소지품을 가지고 있고, 공간 이동으로 수도로 잠입했다니.
무엇 하나 의심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잠시 저희와 가 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무슨 이유로 그러십니까?”
“제국의 수도로 불법 공간 이동 마법은 중죄입니다. 모르셨습니까?”
“야! 불법이라는데?”
“내가 알 게 뭐야? 그깟 인간들 법 따위!”
“어떻게 하실 겁니까? 순순히 응해 주시겠습니까?”
경비병들이 검과 창을 강찬 일행에게 겨눴다.
불응하면 강제로 집행하겠다는 뜻이 다분했다.
그러자 진짜로 화난 지크욘이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외쳤다.
“쌍! 더는 못 참는다! 조금만 기다려라!”
뿅!
지크욘이 순간 공간 이동으로 사라졌다.
남은 사람들은 당황했다.
강찬은 지크욘이 아주 화가 나서 경비병들을 전부 죽이려는 줄 알고 잔뜩 긴장했었는데, 다행히 지크욘이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지크욘의 손에 붙들려 있는 여인을 보고선 눈이 부릅떠졌다.
그 여인은 바로 에델린이었다.
“에, 에델린?”
“야! 됐지? 이럼 우린 가도 되겠지?”
“앗! 공, 공주님!”
경비병들이 한눈에 에델린을 알아보고 무릎을 꿇었다.
당황한 에델린은 그런 그들을 보며 눈만 껌뻑거렸다.
그녀는 분명 오후의 티타임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크욘이 번쩍 나타나더니 자신을 여기로 데려온 것이다.
에델린은 뒤늦게 강찬을 발견하고 얼굴을 붉혔다.
“어멋! 강찬 공!? 어, 어떻게 여길?”
“헉, 에델린?”
강찬은 말하면서 원흉인 지크욘을 슬그머니 노려봤다.
그러자 지크욘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일단 지크욘의 손에서 풀려난 에델린이 제일 먼저 지크욘에게 황실 예법에 맞게 인사했다.
“소녀, 위대한 분을 뵙습니다.”
“그래, 이제 네년도 예의란 걸 생각하게 되었구나.”
“예. 물론이죠. 위대하신 분인데…….”
그녀는 자신을 제국의 황궁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납치한 드래곤의 능력에 엄청난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황궁은 인간계를 통틀어 최고의 마법 방어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위프 대응 마법진도 매우 촘촘히 깔려 있다.
그런 곳을 제집 드나들듯 하다니…….
드래곤이 괜히 마법의 주종이라 불리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나 그건 제아무리 드래곤이라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크욘이 수월하게 에델린을 잡아올 수 있던 건 지크욘이 과거 비스만 제국에서 유희를 보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의 콘셉트는 희대의 악녀였다.
황제를 홀려 황후의 자리까지 오른 그녀는 황제를 치마폭에 넣고 뒤흔들었다.
그녀의 낭비벽에 국고는 텅텅 비었고, 잔혹한 성품에 무수한 대신과 귀족들이 죽었다.
오크와 오랜 전쟁으로 제국민의 삶은 피폐해져 갔지만, 그녀의 사치와 향락은 그칠 줄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 한 충신이 목숨을 걸고 그녀에게 제국 국민이 굶어 죽고 있다고, 제발 사치를 멈춰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화답했다.
“그럼 죽은 오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
“…….”
당시 전쟁터에는 오크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인간들은 그것들을 모아서 불태우거나 땅속에 파묻고 있었다.
그럼에도 시체의 양이 너무 많아서 태반이 들판에 방치되어 들짐승들의 먹이가 되거나 그대로 썩어 가고 있었다.
아르칸도르 대륙의 인간들은 유사 인종의 고기는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엘프, 드워프, 오크 같은 종족 말이다.
그 모습에 지크욘은 가슴이 아팠다.
음식을 버리는 어리석은 인간들 때문에 말이다.
‘저거 오크 수육 해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드래곤인 그녀에게 오크는 간혹 즐기는 별미였다.
육질이 부드럽고, 살코기와 지방이 두루 분포한…… 아무튼 그걸 먹으면 될 것을 왜 굶어 죽느냐고 말한 것뿐인데, 그녀가 대답은 역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망언으로 등극했다.
나름 백성을 생각해서 한 말이니 다소 억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유희는 악녀 콘셉트니, 그녀는 하등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제국민들에게 남긴 파장은 엄청난 것이었다.
배가 고프면 적의 시체를 파먹으라는 막말을 일삼는 사람이 자신들의 국모였으니 말이다.
뭐, 그런 과거사를 굳이 자진 납세할 필요는 없었다.
“절 이곳으로 부르신 연유가 무엇이신지요?”
“네가 준 빗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 네가 해결해라”
“네?”
“저 귀찮은 것들 좀 내 앞에서 치우라고. 내가 손쓰면 어떻게 되는지는 굳이 얘기 안 해도 알지?”
드래곤이 이 정도 배려해 줬다면 엄청난 배려를 해 준 것이다.
누가 개미 몇 마리 때문에 멀리 돌아가겠는가?
그냥 밟고 지나가면 되는 것을 말이다.
그나마 강찬 앞이라서 지크욘이 꾹 참고 멀리 돌아온 것이었다.
그런 드래곤의 말을 바로 알아들은 에델린이 황급히 경비병 중 가장 높은 계급을 가진 자를 불렀다.
그리고 그의 귀가에 뭐라고 속삭이자 경비대 선임관이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부하들을 데리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치웠어요, 지크욘 님.”
“오, 이제 제법 말귀를 알아먹는군.”
“그건 그렇고, 여긴 어쩐 일들이세요? 혹시 절 보러 오신 건가요?”
“내가 머리에 칼 맞았니?”
“…….”
보다 못한 강찬이 나섰다.
“휴가차 왔소.”
“휴, 휴가 말이냐? 그러고 보니 정말로 군복이구나?”
그 군복이 징집병에게 지급되는 것임을 알아본 에델린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강찬의 실력을 잘 아는 그녀로선 왜 그가 징집병 소속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딴 옷을 입고 있는 것이냐?”
“지금 신분이 징집 보병이라서.”
“뭐라? 징집 보병? 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