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88
퓨쳐나이트 88화
27. 특수 부대 블랙와이번 창설
전군에 총력전이 내려지자 강찬이 속한 징집병 부대에도 예외 없이 부대 이동 명령이 떨어졌다. 그 말에 지크욘이 길길이 날뛰었다.
“뭐라고?”
“부대가 이동한다고.”
“누구 맘대로?”
“아마 대가리 맘이겠지? 암튼 이제 총력전으로 갈 건가 봐.”
총력전은 강찬이 더 바라던 것이었다.
그러나 애써 만든 근사한 5층 저택과 헤어질 생각에 지크욘은 많이 아쉬웠다.
왜 진작 저기서 안 살았을까 하는 후회가 될 정도로 나무 속이 아늑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그린 드래곤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저택을 떠나게 된 지크욘은 다짐했다.
후에 엘프의 숲으로 돌아가면 엘프를 납치해서라도 이보다 더 근사한 저택을 만들겠다고.
“에, 엣취!”
“저런, 감기 걸렸나?”
“아뇨, 갑자기 오한이 와서요. 죄송합니다.”
아르테온과 크랙시온은 인간, 오크 연합군의 총력전에 대해서 한창 논의하던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아르테온의 기침 소리에 회의가 잠시 중단됐다.
“우리 드워프족은 최대한의 병력을 파견하는 것으로 결정하겠네.”
최대한의 병력이란 소리에 회의장이 들썩였다.
드워프의 왕인 크랙시온의 발언은 이번 총력전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저희 엘프족도 남은 병력을 총동원하는 것으로 결정했답니다.”
악몽의 밤에서 살아남은 엘프의 수는 고작 3천. 거기에 숲 여기저기에 퍼져 있던 엘프까지 합해도 인구수가 3만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도 남은 인원을 총동원한다는 것은 아르테온으로서도 종족의 사활을 건 큰 도박이었다.
“결정 났군. 우리도 서둘러 출발하도록 하세.”
“네, 그럼 저희 엘프들은 워프 게이트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얼마나 걸리겠나?”
“대규모 인원에 장거리니까, 아마 5일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5일이면 병력을 준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군.”
드워프 병사들은 동부 왕국의 병사들처럼 먼 거리를 힘들게 걸어가지 않아도 됐다.
그들에게는 9써클 대마법사인 아르테온이 있기 때문이다.
* * *
드워프와 엘프들이 5일 내로 게이트를 타고 넘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작센 공작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현재 후방 병참과 부대 편성을 재배치하는 회의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병참 기지를 소르펜 국가 연합 쪽 브라슈 지역에 구축하고 아루디오강을 이용해 배로 수송하면 보다 안전한 수송이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병참 기지에는 적들의 침입에 대비하여 약 2개 사단 규모의 병력과 10대의 기간테스를 배치해야 될 듯합니다.”
“여기에 다른 의견 있는 사람 있나?”
“없습니다. 아루디오강을 이용한 수상 보급책은 현재로선 가장 안전한 보급책입니다.”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그래, 그럼 그 계획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병참 기지에 대한 작전 회의를 마친 작센 공작과 참모들은 부대 재배치에 관한 작전 회의를 이어서 진행했고, 회의는 늦은 새벽이나 돼서야 끝이 났다.
시간을 요하는 총력전이기에 며칠간 잠도 못 자고 산더미 같은 일에 매달린 작센 공작의 얼굴은 많이 피로해 보였다.
그가 아무리 강인한 체력을 지닌 소드 마스터라 하나 요 며칠간은 정말 매우 힘든 시간들이었다.
“단장님,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의자에 기댄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작센 공작에게 같은 헬라이너 기사단의 부단장을 맡고 있는 울프데일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을 내밀었다.
커피는 귀족들이 아니면 먹을 엄두도 못 내는 값비싼 기호품이었다.
“아닐세…… 오! 커피 고맙네.”
회의실 안에 퍼지는 부드러운 커피 향이 피로한 그의 마음을 달래 줬다.
“아무리 대륙 최고의 소드 마스터라 하셔도 건강을 생각하셔야죠.”
“대륙 최고는 무슨…… 그저 나라의 후광을 업고 앉은 자리일 뿐이지.”
“정말 얄미울 정도로 겸손한 말씀이신데요?”
“난 사실을 말한 걸세…… 후르르륵.”
작센 공작은 천천히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문득 칼리츠 가르만을 떠올렸다.
진정 인간 최고의 검객이었던 그를…….
‘하아, 이럴 때 가르만이 옆에 있어 줬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연합군 측에 소드 마스터는 자신을 포함해 총 7명이었다.
테르비아의 역전의 노장 다이스트와 엘프의 검 엘라디온, 광풍도 우르칸타까지 합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들 전부가 모인다 해도 녹색 마녀가 소환할 정령왕을 상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는 그것이 줄곧 걱정되었다.
물론 9써클 대마법사인 엘프의 여왕 아르테온이 지원 사격을 해 주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이틀 동안이나 꼬박 잠들었던 노장 다이스트가 깨어나 다크 엘프 중에 소드 마스터인 자가 2명이나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는 고대의 거인까지 지녔는데, 자신조차 상대가 안 될 만큼 어마어마한 실력을 지녔다고 했다.
거기에 소드 마스터에 근접하는 엄청난 실력을 지닌 30여 대의 검은 기간테스들까지 존재한다고 했다.
다이스트는 그들에게 80대의 기간테스 대부분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비록 이쪽이 소드 마스터 6명에 250대에 달하는 기간테스가 있다곤 하지만 저쪽의 전력은 아직 미지수인 것이 너무 많았다.
뭔가 뒤가 찝찝한 총력전이었다.
“아! 맞다!”
커피를 마시던 울프데일은 잊고 있던 게 생각났는지 고함을 치며 말했다.
“단장님, 혹시 그 얘기 들으셨습니까?”
“무슨 얘기 말인가? 후르륵.”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며칠 전에 징집병 부대에서 정체불명의 소드 마스터가 등장했다는 소식 말입니다.”
“흐읍!”
커피를 마시던 작센 공작은 정체불명의 소드 마스터란 소리에 커피를 쏟을 뻔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
“아, 못 들으셨군요? 저도 오늘 저녁에 들은 얘기라 아직 확인을 못 해봤습니다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징집병 부대에 소드 마스터라니요? 게다가 길들인 오우거까지 데리고 다닌답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크크큭.”
오우거가 절대로 길들일 수 없는 몬스터란 사실은 이 세계의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얘기를 듣는 작센 공작의 얼굴이 짐짓 심각해졌다.
“그러고 보니 전에 그런 내용의 엉터리 보고서를 받은 것 같기도 한데?”
분명 그 보고서를 받기는 했지만, 당시 너무나도 바빴던 그는 밀린 일이 하도 많아서 그 보고서를 대충 구석에 던져 버렸던 것이다.
“가만 있어 보자, 그때 그 보고서를 이쪽으로 던진 것 같은데…….”
작센 공작은 각종 보고서와 문서가 산더미처럼 쌓인 책상 위를 뒤지다가 아무렇게나 던져진 그 보고서를 찾을 수 있었다.
“여기 있군.”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본 그는 깜짝 놀랐다.
“헉! 자네 말은 사실이었어!”
성황력. 1001. 04. 02 날씨 맑음
제목: 정체불명의 소드 마스터 등장.
적군의 기습 중. 징집병 부대 사이에서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소드 마스터와 길들여진 오우거가 징집병들과 함께 녹색 엘프 보병 5천을 추적, 괴멸시킴.
현재 소르펜 국가 연합에서 파견된 헤르메스 기사단의 단장 라온 란체스터가 자신의 단장 자리를 걸고 교섭 중임.
특이 사항: 굉장히 아름다운 두 명의 여인들과 부대 안에서 동거 중. 한 명은 엘프임.
이상.
「비스만 제국 정보부」
“지금 이자의 위치를 파악해서 나한테 보고하게. 내일 아침 일찍 이자를 만나 봐야겠네.”
“네? 아, 알겠습니다.”
울프데일이 부랴부랴 뛰쳐나가자 보고서를 다시 한번 읽어본 작센 공작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갑자기 소드 마스터가 튀어나온 거지?’
소드 마스터란 존재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하늘에서 떨어졌든 땅속에서 솟았든 그에게는 상관없었다.
그저 그가 진짜 소드 마스터이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소르펜 같은 약소국에게 빼앗길 마음도 전혀 없었다.
‘흥! 감히 어딜 넘보느냐, 라온 란체스터? 대비스만 제국이 소르펜 국가 연합 같은 약소국에게 소드 마스터를 빼앗길 것 같으냐?’
그는 자신과 동등한 공작의 자리를 걸고서라도 그를 반드시 비스만 제국으로 끌어들일 거라 결심했다.
* * *
강찬은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근래 들어서 혼자만의 사색을 가져 본지가 언제인지…….
그것이 다 한시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지크욘과 엘리카, 그리고 로키 때문이었다.
그날도 강찬은 바위에 걸터앉아 눈앞의 적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많은 녹색 엘프들이 튼튼한 방어진을 형성하고 연합군과의 총력전에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지크욘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시도 입을 가만두지 않았다.
“그때 내가 말이야. 어느 시골 마을 자작의 부인으로 살고 있을 당시인데 말이야. 그놈이 어찌나 변태적인지 매일 밤마다 말이야…….”
“헉! 진짜요?”
“…….”
그날 여관에서 순진했던 엘리카와 로키를 탈선의 길로 인도한 이후, 지크욘은 틈만 나면 엘리카와 로키에게 자신의 성생활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그게 계속되자 결국 강찬은 못 참고 지크욘에게 말했다.
“야! 그딴 얘기는 제발 딴 데 가서 하면 안 될까? 수련 좀 하자, 수련 좀!”
“왜? 너도 껴.”
“내가 왜 껴!”
“이런 얘기 재미없어? 너 혹시 불능이야?”
“뭐, 뭐라고?!”
한편 강찬과 지크욘이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작센 공작이 이끄는 기사단이 징집병 진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했던 톨렌이 맨발로 뛰쳐나와 총사령관을 영접했다.
“사, 사령관 각하! 이 누추한 곳까지 발걸음을 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대륙 최강의 인간인 그를 보는 톨렌의 눈에는 경외감이 가득했다.
“이곳에 신원을 알 수 없는 소드 마스터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어디에 있는가?”
“아! 강찬 님 말씀이십니까? 그는 저기 저쪽에…….”
톨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작센 공작의 눈에는 한가롭게 언덕 바위에 걸터앉아 노가리를 까고 있는 4명의 남녀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천상의 미모를 가진 자들이었다.
“나는 그와 얘기를 나눠 보기 위해 왔다. 그에게로 안내하라.”
“아, 옙! 이쪽으로 오시지요.”
톨렌은 자신이 맨발이란 사실조차 잊고 그를 강찬에게 안내했다.
‘음? 이 기운은?’
지크욘과 한창 실랑이를 벌이던 강찬이 갑자기 말을 멈추고 언덕 아래를 바라봤다.
언덕 아래로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사내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