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92
퓨쳐나이트 92화
임무를 하달받은 그들은 비밀리에 태양계를 벗어나 레드 마스호의 뒤를 따랐다.
레드 마스호 보다 족히 2배는 거대하고 훨씬 강력한 무장을 탑재한 즈베즈다호를 타고서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수면 캡슐에서 눈을 떴을 땐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자신들이 수면 캡슐에서 자는 동안 연방군과 제국군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진 것이다.
쌍방 간의 전력 차이가 나질 않았던 그들은 마침내 금단의 무기인 반물질 미사일까지 서슴없이 쏴 대며, 서로의 보금자리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태양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치열한 전쟁이었고, 금단의 무기조차 서슴지 않고 사용한 인류는 그 죄로 태양계에서 자멸해 버리고 말았다.
그 모든 사실을 컴퓨터를 통해 알게 된 즈베즈다 대원들은 복수의 칼을 갈며, 레드마스호를 찾아 네오 어스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레드 마스호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보험으로 준비해 둔 파괴 드로이드에 의해 우주 어딘가에 추락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딘가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아르칸도르 대륙 전역을 초고해상도 스파이 위성을 통해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역시나 레드 마스호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그들은 연방군에서 개발한 초시공 항법 시스템이 불안정했거나, 파괴 드로이드의 공작으로 인해 레드 마스 호가 네오 어스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당장 눈앞의 적이 없어지고 돌아갈 곳도 없어진 그들은 네오 어스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야망을 키웠다.
이 새로운 행성을 공산화하겠다는 야망을, 그리고 자신들이 저 행성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야망을 말이다.
그들에겐 그럴 만한 충분한 힘이 있었다.
29. 총력전
총력전이 있기 전날 밤.
작센공작이 조용히 강찬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서류에 파묻혀 있던 작센 공작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찾아온 강찬을 반갑게 맞이했다.
“아, 오셨군요! 이쪽으로 오시지요. 여기 차 좀 내 오너라.”
“예, 사령관님.”
작센 공작은 커피를 입에 달고 사는지 그에게선 언제나 진한 커피 향이 가득했다.
하녀가 고풍스러운 잔에 커피를 따라 작센 공작과 강찬 앞에 내왔다.
작센 공작이 강찬에게 차를 권했다.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절 보자고?”
“아, 다름이 아니라, 혹시 강찬 님은 기간테스를 가지고 계십니까?”
그가 뜬금없이 기간테스 얘기를 꺼내자 강찬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시죠?”
“그래도 명색이 저희 헬라이너 기사단 소속의 소드 마스터이신데, 근위대원들도 가지고 있는 기간테스가 없으시다면 말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필요하시다면 강찬 님 앞으로 플로투를 한 대 배정해 드릴까 합니다. 저희 비스만 제국에서 생산되는 플로투는 대륙 최고의 기간테스이니, 강찬 님 마음에도 쏙 드실 겁니다.”
작센 공작은 일부러 강찬의 소속이 헬라이너 기사단임을 강조하면서 기사라면 누구나 소유하기를 갈망하는 최고의 성능에 기간테스로 강찬의 환심을 끌어 보려 했다.
그러나 강찬은 그가 던진 미끼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비록 임대이긴 하지만 엘븐 나이트도 있었고, 그 외에도 수리 중인 레드 레빗도 있었기에 때문이다.
“호의에 감사드리지만 전 이미 기간테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역시 강찬 님은 기간테스를 가지고 계셨군요.”
작센 공작은 조금 아쉽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표정을 바꿔서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어떤 기종을 사용하고 계십니까?”
“음, 그게…….”
강찬은 잠시 고민하다가 엘븐 나이트를 잠시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그건 비밀입니다.”
엘븐 나이트를 가지고 있다는 걸 비밀에 부친 이유는 아직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지만, 작센은 그런 강찬의 의도를 잘못 해석했다.
‘이번 기회에 저자의 진짜 국적을 알아보려 했는데…… 실패로군. 그나저나 저자는 대체 어떤 기간테스를 가진 것일까? 소드 마스터쯤 되는 자가 저성능의 기간테스를 지녔을 리는 없을 테고, 설마 고대의 거인은 아니겠지?’
기간테스의 모태가 된 과거 마도 시대의 유물인 고대의 거인.
사람들이 그것을 가리켜 신이 내려 주신 병기라 부를 만큼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궁극의 병기였다.
그런 고대의 거인은 극소수만이 남아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었는데, 보유하고 있는 국가에선 그것들의 성능을 국가 기밀로 다루고 있을 만큼 베일에 싸인 존재들이었다.
‘뭐, 전투가 벌어지면 알게 되겠지…….’
작센 공작은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강찬을 돌려보내야만 했다.
총력전의 아침이 밝아오자 무거운 공기가 드넓은 헬리온 평야를 짓눌렀다.
둥! 둥! 둥! 둥! 둥!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지자 종족의 사활을 걸고 전쟁에 임하는 병사들의 표정에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벌써부터 겁에 질려 바지에 오줌을 지리는 자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보고 겁쟁이라고 놀리지 않았다.
눈앞의 지평선을 가득 메운 적들을 마주보고 있노라면 도망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용기가 가상하다 칭찬할 만한 일이었다.
드넓은 헬리온 평야에 모인 쌍방의 병력은 대략 200만.
지평선을 가득 메운 군세.
지평선을 가득 메운 군세는 아르칸도르 대륙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어마어마한 대군이었다.
대군 앞에 선 작센 공작은 아군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총사령관으로서 입바른 연설을 늘어놨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아무리 크다 한들 이곳에 모인 수많은 병사들이 모두 듣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그다지 큰 효과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작센 공작의 연설이 끝남과 동시에 연합군 진영에서 전투태세의 나팔이 울려 퍼졌다.
뿌우우우우우우!!
뿌우우우우우우!!
“전군 전투태세를 갖춰라!”
“전군! 전투태세! 기간테스, 전진하라!”
“크와아악! 오크의 전사들아! 명예를 걸고 싸워라! 돌격!”
“크워어어어어어!”
작센 공작과 우르칸타의 명이 떨어지자 250대에 달하는 기간테스를 앞세운 연합군이 녹색 엘프의 진영을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연합군의 돌진에 녹색 엘프 궁수대가 시위에 화살을 걸고 일제히 하늘을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연합군 진영에서도 엘프들을 앞세운 수많은 궁수들이 시위를 당겼다.
“궁수대 사격!”
“일제히 발사!”
어마어마한 화살이 하늘에서 교차하고, 양 진영으로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화살 비가 쏟아져 내렸다.
수많은 병사들이 화살에 맞고 고꾸라졌지만 그들의 충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지축을 울리며 돌격한 기간테스들이 10만에 달하는 트롤 엘프들과 조우했다.
트롤 엘프들의 반격은 기간테스의 위용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덩치 큰 기간테스들을 포위해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들었다.
비록 그들의 덩치가 6미터 이상인 기간테스의 절반 정도인 3미터밖에 되지 않았지만, 트롤과 같은 엄청난 치유력과 압도적인 숫자를 십분 발휘해 적들을 포위해 버린 것이다.
그것은 멀리서 보면 마치 작은 불개미 떼에 포위당한 왕개미처럼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저기서 팔다리를 잃고 쓰러져 가는 기간테스가 속출했고, 거대한 도끼와 철퇴에 얻어맞은 트롤 엘프들의 시체도 점점 높이 쌓여만 갔다.
보병들 간의 전투는 더욱 치열했다.
쌍방 간의 보병 수는 200만이라는 엄청난 숫자였기에 그들의 전장은 반경 수십 킬로미터에 달했다.
사방에서 끊임없이 비명과 절규가 터져 나왔다.
생지옥이 되어 버린 전장에는 고깃덩이가 된 병사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그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강이 되어 흐를 지경이었다.
드넓은 전장의 혼란 속에서 명령 체계 따윈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였다.
병사들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눈앞의 적에게 달려들 뿐이었다.
그런 혼란스런 상황에 적의 측면을 기습하기 위해 매복 중이던 드워프들은 눈앞의 어마어마한 광경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이런 젠장! 이래서야 어디가 측면이라는 거야?”
적의 측면일 것이라 예상하고 매복했던 그들 앞에 펼쳐진 광경은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도 모를 정도로 뒤엉킨 난전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돌격! 놈들에게 드워프의 도끼 맛을 보여 주자!”
“와아아아아아!”
드워프들이 거친 함성을 내지르며 난전 속으로 돌격해 들어가자 드워프 포병들이 이번에 개발한 최신식 박격포로 그들을 지원했다.
전투가 한창인 와중, 야간 작전 때문에 본진에서 대기 중이던 블랙와이번 대원들은 자신들의 대장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장, 굳이 전투에 나가셔야겠습니까?”
대원들 중 나이가 제일 많은 홀리스가 걱정 어린 투로 말하자 강찬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렇다.”
“어차피 야간 기습 작전에 투입되실 텐데, 굳이 지금부터 무리하실 필요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너희들은 내가 지시한 대로 오늘 저녁 출동 준비에만 만전을 기하면 된다.”
“싫습니다! 저희도 대장님을 따라가겠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만 여기 남아 강 건너 불구경할 수는 없습니다!”
“가실 거면 저희도 데리고 가 주세요, 대장.”
대원들 모두가 강찬을 따라나서겠다고 우기자 강찬이 언성을 높였다.
“모두 조용! 내가 지금 이렇게 마음 놓고 아군을 지원하러 나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믿음직한 귀관들이 있기 때문이란 것을 모르나?”
강찬의 호통에 충직한 부하들이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고, 강찬은 그런 부하들을 다독이듯 말했다.
“귀관들에게 맡겨진 이번 작전의 중요성은 귀관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니 귀관들은 여기 남아 저녁에 있을 작전에 대비해 주길 바란다. 이상.”
강찬의 말에 블랙와이번 대원들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강찬은 그런 부하들을 뒤로하고 로키와 함께 전장으로 향했다.
“가자, 로키!”
“그 말만을 기다렸다.”
강찬은 막사 밖으로 나가자마자 엘븐 나이트를 소환했다.
그러자 거대한 아공간의 문이 열리고 강찬의 엘븐 나이트가 그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와이번 대원들이 난생처음 보는 아름다운 기간테스를 바라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아름다워…… 저건 대체 어느 나라 기간테스지?”
“나도 몰라. 저런 외형을 지닌 기간테스는 난생처음 보는데?”
하지만 정작 그들과 다르게 자이젠은 다른 의미로 놀랐다.
‘전에 타던 그 괴물 같은 고대의 거인은 어디다 두고 엘븐 나이트를?’
과거 엘프의 숲에서 레드 레빗을 봤던 자이젠은 그가 왜 갑자기 엘븐 나이트를 불러냈는지 의아했다. 그리고 많이 아쉬워했다. 만약 그가 그때 그 괴물 같은 위력의 고대의 거인을 불러냈더라면 오늘 총력전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이젠의 속마음도 모르고, 강찬은 자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엘븐 나이트에 탑승했다.
“오랜만이군.”
계약을 맺은 이후 처음으로 엘븐 나이트를 소환하는 것이기에 강찬은 반갑게 엘븐 나이트의 조종석을 쓰다듬었다.
강찬의 엘븐 나이트 옆에선 로키가 벨트를 풀고 마법을 해제했다. 이윽고 로키는 눈부신 광채 속에서 천천히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