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95
퓨쳐나이트 95화
『로키! 넌 그냥 빠져!』
“크륵! 싫다!”
쿠웅! 쾅! 쾅!
로키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집요하게 달려드는 검은 기간테스들을 거칠게 밀어붙여 보았지만, 제아무리 오우거인 로키라도 기간테스에 탄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적을 쉽게 물리칠 수는 없었다.
그런 로키에게 강찬은 다시금 고함을 질렀다.
『고집부리지 마!』
“크왁! 이대로 물러날 순 없! 크읍!”
로키가 말하는 순간 검은 기간테스의 검이 로키의 등짝을 꿰뚫어 버렸다.
그리고 다른 2기의 기간테스도 달려들어 로키의 복부와 가슴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푸욱!
“크윽!”
『안 돼!!』
강찬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으웁…… 크와악!”
로키는 3기의 기간테스에게 찔린 채로 눈앞 기간테스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역시 오우거다운 강인한 생명력이었지만, 치명상을 입은 로키가 죽게 될 것이란 건 변함없었다.
『이런 개자식들! 전투 모드 발동!』
『전투 모드 5단계 발동.』
『하아아앗!』
강찬이 기간테스에 탄 채로 처음으로 전투 모드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강찬의 몸에서 폭발할 듯 날뛰는 마나가 수정구를 통해 마광로에 전달되었고, 기간테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러 블레이드 또한 폭발적으로 거대해졌다.
이윽고 강찬은 전보다 몇 배는 더 빠른 움직임으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7기나 되는 적 기간테스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쾅아아아아앙! 쾅! 쾅! 쿵웅!
『크윽! 뭐지? 갑자기!』
순식간에 몇 배로 빨라진 강찬에게 팔과 검을 잃은 아크섀도들이 급히 뒤로 물러서자 강찬은 몸을 돌려 로키를 난도질하고 있는 검은 기간테스들을 덮쳤다.
『떨어져! 이 개자식들아!』
강찬이 로키에게 머리를 잃고 앞을 못 보는 기간테스를 횡으로 갈라 버리자 다른 2기 재빨리 도망쳐 버렸다.
“크르르르…….”
『야! 정신 차려! 로키! 로키!』
“크르르…….”
로키의 몸에 난 칼자국에서선 폭포수와 같은 피가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다.
눈동자가 점점 풀리는 게, 그의 생명이 경각에 다다른 듯 보였다.
그런 강찬과 로키의 곁으로 아크섀도들이 상처 입은 맹수를 사냥하는 하이에나들처럼 모여들었다.
『개자식들! 죽여 버리겠어!』
강찬이 분노로 이성을 잃어버릴 찰나, 공중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그의 이성을 붙잡았다.
“전사여, 흥분하지 마라.”
‘이 목소린?’
강찬이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가면을 쓰고 있는 녹색 머리의 여인이 공중에 떠 있었다.
『지크욘?』
“나는 지크욘이 아니다…… 나는 그냥 지나가는 힐러일 뿐이다.”
『힐러? 야! 장난 그만하고! 로키가 위험해! 빨리 손 좀 써 봐!』
“보아하니 동료의 목숨이 위험하구나, 알았다. 내가 도와주마.”
공중에 떠 있는 가면의 여인으로부터 뿜어진 치유의 물결이 로키를 감싸자 로키의 상처가 급속도로 빠르게 아물기 시작하더니 이내 거짓말처럼 말끔히 치유되었다.
그 엄청난 치유력을 강찬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바라봤고, 눈을 뜬 로키도 상처가 있던 자리를 매만지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크륵? 내가 어떻게?”
어리둥절한 로키에게 가면의 여인이 말했다.
“내가 최상급 치유 마법으로 널 소생시켰노라. 그러니 이제부터는 안심하고 싸우도록 하라. 얼마든지 다시 살려줄 테니.”
“크륵? 얼마든지 다시 살려 준다고?”
강찬이 봤을 때 가면을 쓴 의문의 여인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크욘이었다.
이런 엄청난 치유 마법은 아르테온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크욘이 왜 갑자기 가면을 쓰고 안 하던 행동을 하는지 강찬은 도무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의 사정이 있으려니 하면서 검을 다잡고는 다시금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강찬을 지켜보는 가면의 여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천하의 지크욘 님께서 왜 이런 쇼를 해야 하는 건지…….’
가면을 쓰고 나타난 의문의 힐러는 강찬의 생각대로 지크욘이었다.
그런 그녀가 가면을 쓰고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약속 때문이었다.
동족 회합 때 결정된 그 약속 말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대놓고 강찬을 도와줄 수 없었다.
그랬다간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드래곤의 명예가 더럽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키의 죽음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에, 그녀는 이렇게 정체를 감추고 로키를 살리기 위해 나선 것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로키가 목을 거칠게 흔들자 뚜드득!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캬르륵, 감히 내 몸에 칼을 박았겠다.”
비릿한 미소를 짓는 로키가 적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자 수많은 적들의 칼날이 로키의 몸을 꿰뚫었지만, 로키는 고통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적들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크아아아아앙!”
으지지직! 쿠웅!
『으아아아아악!』
적들의 칼날을 두려워하지 않고 덤벼드는 로키의 모습은 흡사 광전사와 같았고, 쉴 새 없이 힐을 날려 주는 지크욘 덕에 불사신이 된 로키는 순식간에 적들의 진영을 무너트렸다. 그러자 강찬과 다른 소드 마스터들이 힘을 합쳐 로키를 중심으로 당황하는 적들을 더욱 거세게 밀어붙였다.
점점 무너져 가는 아크섀도들. 바닥으로 나뒹구는 검은 기간테스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그때 강찬의 눈에 초주검 상태가 되어 버린 엘라디온의 엘븐 나이트가 들어왔다.
『마스터!』
역시나 그에게 헬레닉에 탄 네미츠는 벅찬 상대였던 것이다.
엘라디온의 위기에 또다시 눈이 뒤집힌 강찬이 마나를 있는 대로 끓어 올려 네미츠의 등판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날렸다.
쿠웅!!
네미츠는 강찬의 기습을 똑같이 오러 블레이드로 받아 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그는 내심 당황했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강찬의 묵직한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에 말이다.
『마스터! 괜찮으세요?』
『허억…… 허억…… 역시, 나는 저놈을 이길 수 없는 운명이란 말인가?』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엘라디온의 비통한 말에 강찬은 마스터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네미츠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감히, 마스터를 이렇게 만들다니…….』
강찬의 기습적인 일격에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은 네미츠가 강찬과 똑같은 방법으로 단검을 교차했다. 그리고 조롱하는 투로 말했다.
『네 마스터는 남의 뒤에서 기습하라고 가르치나 보지?』
네미츠의 어이없는 말에 강찬은 비꼬듯 말했다.
『오밤중에 자는 사람을 기습하는 네놈들한테는 못할 것도 없지.』
『겁이 없구나.』
네미츠가 강찬의 말을 비웃으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네놈이 쓰는 검술이 내가 아는 검술과 매우 흡사하던데, 혹시 그 검술이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나?』
강찬은 자신이 배운 천둥번개 이도류가 눈앞의 네미츠가 만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놀라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당당하고 뻔뻔했다.
『그래, 네가 만든 거다.』
『뭐, 뭐?』
『네가 만든 거라고. 다시 말해 줄까?』
『이, 이런 뻔뻔한 놈을 봤나! 내가 만든 검술을 배웠다면 내가 네 마스터이거늘! 어찌 나에게 그런 불경스러운 태도를 보인단 말이냐!』
『너 같은 마스터 따윈 둔 적 없다. 나의 마스터는 오직 엘라디온 님뿐이다.』
『이익! 고얀 놈 같으니라고! 오냐, 좋다! 은혜도 모르는 너 같은 제자는 나도 싫다! 그러니 네가 배운 천둥번개 이도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내 손으로 거둬 가마!』
순간 네미츠의 기간테스로부터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지금까지 강찬이 만나 본 자 중 가장 강한 살기였다. 그러나 그 정도 살기에 겁먹을 강찬이 아니었다.
『할 수 있다면 해 보시지?』
『건방진 놈! 하얏!』
네미츠가 펼치는 엄청난 위력의 공격이 강찬에게 쇄도하자 강찬도 이에 한 치도 물러섬 없이 맞서며, 네미츠의 공격을 모조리 받아 냈다.
그런 둘의 단검이 공중에서 맞부딪칠 때마다 불꽃과 함께 굉음이 울려 퍼졌고, 사방으로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쿵! 채애앵! 챙!
『크윽! 뭐지? 이 위력은!』
네미츠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은근히 자신을 밀어붙이는 괴물 같은 엘라디온의 제자를 보면서 말이다.
‘엘라디온, 이놈이 이런 괴물을 키워 내다니…….’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옛말도 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강찬의 강함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과 엘라디온은 무려 500년간 검의 최정상에 서 있었던 존재들이다.
그런 자신들을 뛰어넘는 실력을 지닌 제자의 갑작스런 등장이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익! 놈!』
네미츠가 항상 여유 있던 모습과는 달리 악을 쓰며 강찬과 검을 섞었고, 그런 조바심이 빈틈을 만들자 강찬은 그곳으로 뒤돌려 차기를 먹였다.
콰아아아앙!
『크아아악!!』
쿠우우웅!
흉갑이 우그러진 헬레닉이 대지에 쓰러지자 엄청난 먼지가 주변의 숲을 뒤덮었다.
제법 충격이 있었는지, 네미츠는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옆으로 굴러 이어지는 강찬의 공세를 피했다.
그러자 네미츠가 굴러간 곳의 나무들이 차례대로 대지로 쓰러졌다.
겨우 몸을 일으킨 네미츠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엘라디온의 제자에게 추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내심 기뻤다.
비록 건방진 녀석이긴 하지만 그는 명백히 자신이 만든 검술을 익혔기 때문이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네미츠의 칭찬에도 강찬은 들은 채도 안 하고 다시 공격할 태세를 갖췄다.
그런 강찬을 보며 네미츠는 다시금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묻겠다. 내 제자로 오지 않겠나? 내가 널 지도한다면 넌 대륙 최초의 소드 엠페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찬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대답할 가치도 없군.』
『그런가? 아쉽군, 너 같은 인재를 잃어야 한다니.』
『당신 걱정이나 하시지?』
『이거 내가 너무 얕보였군.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상대해 주겠다. 암흑구체!』
네미츠가 암흑구체라고 외치자 헬레닉의 양쪽 어깨에서 검은빛이 일렁이더니 순식간에 주변의 빛을 집어삼켰다.
『헛! 이, 이게 뭐지?』
강찬은 순식간에 자신의 시야가 어둠으로 바뀌자 당황했다.
『헬레닉의 숨겨진 비기인 암흑구체다. 이곳은 빛도 한 점 없는 곳! 즉 나의 공간이다!』
네미츠가 눈을 뜨자 다크 엘프 특유의 고양이 같은 광망이 번뜩였다.
그러자 그의 눈에는 어둠 속에 갇힌 엘븐 나이트의 모습이 똑똑히 들어왔다.
‘훗…… 그 누구라도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 갇히게 되면 공포심에 휩싸이기 마련이지.’
네미츠가 거짓말처럼 아무런 소리도 없이 강찬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전쟁터 한복판에 거대한 검은 구체가 형성되자 연합군 소드 마스터들은 싸우다 말고 급히 뒤로 몸을 뺐다.
『아니! 저게 뭐지?』
『찬아!』
엘라디온이 암흑구체 속에 갇힌 강찬을 불러 보았지만, 제자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잠시 소강상태에 빠진 틈을 타 아크섀도들이 부상당한 동료들을 데리고 급히 뒤로 후퇴했다.
그런 그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 속에 갇힌 적 소드 마스터가 시체가 되어 나올 거란 것을…….
암흑구체 속에서 네미츠를 이길 자는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