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96
퓨쳐나이트 96화
그들의 예상대로 강찬은 시야를 잃고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이, 이런 젠장! 어떻게든 시야를 확보해야 해.’
강찬은 앞을 비추기 위해 오러 블레이드를 더욱 강하게 내뿜어 보았지만, 암흑구체 안에서 그 정도의 빛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를 어쩐다…….’
어둠 속 어딘가에서 공격해 올지 모르는 네미츠를 생각하니 강찬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컴퓨터의 냉랭한 목소리가 강찬에게 경종을 울렸다.
-적외선 센서는 뒀다 뭐 할래?
‘아차! 슈트의 적외선 센서!’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꼴이라니…….
‘…….’
할 말 없게 만드는 컴퓨터의 훈계에 강찬은 똥 씹은 표정으로 전투 슈트를 착용하고는 시야를 적외선으로 전환했다.
그러자 눈앞은 온통 녹색으로 변했고, 저 멀리서 거대한 헬레닉이 귀엽게도 까치발을 들고 살금살금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푸흣!』
강찬은 그 모습에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강의 검사라는 자가 도둑처럼 까치발로 살금살금 다가오는 모습이라니, 굴욕스런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분명 네미츠는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할 거란 생각에 저런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일 텐데…… 미안하게도 모든 걸 훤히 지켜보고 있는 강찬은 한심하다는 듯 바닥에서 돌멩이를 집어 네미츠에게 던졌다.
그러자 그 돌멩이는 정확히 헬레닉의 머리를 향했다.
갑자기 머리를 향해 날아온 돌을 피한 네미츠가 크게 당황하며 물었다.
『헛! 어떻게 나를?』
정확히 자신을 노려보는 엘븐나이트를 보며 헬레닉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이 암흑 속에서 날 볼 수 있다니!’
『쇼는 이제 그만하고 덤벼라!』
강찬이 양손의 오러 블레이드를 불태우며 달려들자 네미츠는 암흑구체를 끄고 강찬을 피해 자신들의 진영으로 도망쳤다.
『크윽! 네놈이 어떻게 그 어둠 속에서 날 봤나 모르겠지만, 밤에 두고 보자!』
『비겁한 놈, 거기 서라!』
도망치는 네미츠를 따라 잡기 위해 강찬이 다리에 힘을 주자 기간테스의 다리 관절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틱! 틱! 쩍! 쩌저적!
『헛! 다리가?』
강찬은 순간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자신의 기간테스의 문제가 발생한 걸 알면 도망치던 네미츠가 다시 돌아와 공격할 수도 있었다.
‘놈, 다음에 만날 때는 반드시 숨통을 끊어 주마…….’
강찬은 분한 마음에 도망치는 네미츠를 노려보며 몸을 돌려 동료들의 곁으로 돌아갔다.
네미츠가 강찬에게 쫓겨 정신없이 자신 쪽 진영으로 도망치자 멀리서 지켜보던 연합군 병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전장에는 승리의 나팔이 울려 퍼졌다.
뿌우우우우우우!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강찬은 제일 먼저 만신창이가 된 엘라디온을 챙겼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다. 제자여, 너야말로 괜찮으냐?』
『예, 마스터.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았다는 제자의 말에 엘라디온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장하다, 장해. 네가 이렇게 강해질 줄이야. 정말 믿어지지 않는구나.』
『다 마스터 덕입니다.』
엘라디온이 자랑스러운 제자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러자 그 순간, 강찬의 어깨에서도 무릎과 마찬가지로 균열이 발생했다.
쩍저적!
『헛! 이건? 찬아, 어딘가 다친 것이냐?』
『아닙니다. 다쳐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갑자기 기간테스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강찬은 엘븐 나이트의 무릎 관절에 생긴 균열도 엘라디온에게 보여 줬다. 그러자 엘라디온이 침중한 말투로 말했다.
『흠, 불량품인가? 드워프들이 불량품을 만들 리 없는데…… 아무튼 이곳에 드워프들도 와 있으니 그들에게 정밀 검사를 의뢰해 보자꾸나.』
『알겠습니다, 마스터.』
강찬과 엘라디온의 기간테스는 더는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동료들의 엄호를 받으면서 본진으로 퇴각했다.
* * *
총력전이 시작된 첫날.
수백만의 달하는 병력의 충돌로 쌍방이 입은 피해는 파악할 수조차 없었다.
죽은 자의 수가 20만에 달했고 부상을 입고 신음하는 병사의 수는 그의 몇 배였다.
250대나 되던 기간테스도 180대로 줄어 있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녹색 엘프의 저력은 대단했다.
전 종족이 연합한 총공격이었지만 그들은 단 한 치도 밀리지 않고 그 총공세를 받아 낸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 것은 바로 그린이었다.
그녀의 손에 죽은 병사의 숫자만 10만 명에 달하는 것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분발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아르테온의 견제가 없었다면 그 수는 몇 배가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바람의 정령왕 에리얼의 공격은 무시무시했다.
바람의 정령왕의 공중 폭격은 거의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고, 연합군 병사들의 사기는 순식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들에겐 하늘 위의 그린을 공격할 방법도, 공격을 피할 여지도 없었다.
연합군에게 그녀를 공격할 수단이라고는 오크족의 와이번과 활, 그리고 마법밖에 없었지만, 그조차 정령왕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그녀를 공격하기 위해 날아오르던 와이번은 그 육중한 몸을 공중에 띄워 주던 바람의 배신으로 모두 땅에 처박히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던 화살은 바람의 장난으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수준 낮은 공격 마법으로는 정령왕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정령왕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마법은 오로지 9써클급 마법뿐이었다.
그래서 대륙의 유일한 9써클 유저인 아르테온이 줄기차게 공격의 기회를 노렸지만 9써클급 마법을 감지한 에리얼이 그녀의 마법을 그냥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그는 바람의 정령왕답게 엄청난 스피드로 마법을 시전하는 아르테온을 덮쳤고, 그녀는 혼비백산하며 근거리 이동 마법인 블링크로 도망치기 급급했다.
9써클급 마법은 그 위력만큼이나 시전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쫓고 쫓기는 그린과 아르테온의 숨바꼭질은 해 질 녘까지 계속되었다.
그 치열했던 전투도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자 소강상태에 빠졌다.
양 진영은 서서히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들이 썰물 빠져나가듯 빠져나간 전장에 남겨진 것이라곤 엄청난 숫자의 시체들뿐이었다.
이윽고 시체에는 수많은 들짐승들이 몰려들어, 들짐승들은 그들의 주검으로 주린 배를 채웠다.
온종일 계속된 전투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치고 성한 곳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남루한 모습의 병사들은 주린 배를 움켜잡고 식사와 휴식을 갈망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밤을 기다리고 있던 다크 엘프들에게는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었다.
지친 병사들을 상대로 다크 엘프의 총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다크 엘프 암살자들이 어둠 속에서 독침과 비수를 날리며 퇴각하는 병사들을 사냥하기 시작하자 병사들은 패닉에 빠졌다.
보이지 않는 다크 엘프들에게 목숨을 위협받자 두려움에 이성을 잃고 만 것이다.
“으아악! 살려 줘!”
연합군 진영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숲속에서 20마리에 이르는 거대한 지네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어진 학살.
순식간에 수백에 달하는 병사들이 거대한 지네들의 칼날 같은 다리에 목숨을 잃었다.
뒤늦게 출동한 연합군의 기간테스 30기가 거대한 지네들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약속이나 한 듯이 사방의 대지가 들썩이기 시작했고, 곧이어 20마리의 블랙 샌티패드들이 추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끼에에에에에엑!”
“크르르르르…….”
한 마리가 족히 기간테스 3대의 위력을 지닌다는 땅속의 괴수가 무려 40마리에 육박하자 연합군 기간테스 오너들의 얼굴에서 희망이란 단어가 사라져 버렸다.
“보고 드립니다! 지금 적의 검은 지네 40마리가 출현해 아군 기간테스 30기와 교전에 들어갔습니다! 서둘러 지원하지 않으면 곧 전멸할 것입니다!”
“크윽! 젠장! 내가 그리로 가겠다. 대기 중인 모든 기간테스를 출동시켜라!”
“알겠습니다.”
작센 공작이 친히 기간테스를 이끌고 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30대의 기간테스는 고철이 되어 뒹굴고 있었다. 적들은 땅속으로 모두 사라져 버린 뒤였다.
“이런! 빌어먹을!”
순식간에 30기의 기간테스를 잃은 작센은 하늘이 노래지는 절망감을 느껴야만 했다.
총 250대의 기간테스 중 오늘 전투 중에 잃은 숫자만 70기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다 30기를 더 잃다니…….
이대로 가다간 5일도 못 가 모든 기간테스를 잃게 될 것이 분명했다.
서둘러 재생산에 들어간다 해도 제작에 수개월이 소요되는 기간테스를 5일 만에 생산한다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점점 줄어 가는 기간테스.
이 이상 잃게 된다면 적의 트롤 엘프와 거대한 지네, 그리고 검은 기간테스를 막아 낼 수단이 없었다.
그 말은 곧 전쟁의 패배, 모든 종족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었다.
암울한 눈빛으로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본 작센은 강찬을 떠올렸다.
‘자네만 믿겠네…….’
이제 그가 생각하는 모든 변수는 강찬의 블랙와이번 부대에게 달려 있었다.
30. 비상하는 블랙와이번
지독한 악취와 시끄러운 기성으로 요란한 이곳은 오크들의 진형이었다.
꿰에에에에엑!
여기저기에서 오늘 낮의 전투로 인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오크들이 동료의 손에 의해 도살되는 끔찍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치료라는 것을 몰랐다.
그리고 심각한 부상을 입어 가망이 없는 동료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식량으로 쓸 만큼 잔인한 종족이었다.
그들의 저녁 식사는 역시나 죽은 동료의 시체였고, 솥단지에는 동료의 내장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이 그 모습을 봤다면 충격을 받고 헛구역질을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곳을 걸어 들어가는 정신 나간 11명의 인간이 있었으니, 그들은 블랙와이번의 대원들이었다.
“크욱! 냄새…….”
“우욱! 저것 봐! 동료를 먹고 있어!”
“아구아구, 쩝쩝. 크륵?”
불에 대충 그슬린 동료의 다리를 뜯어 먹고 있던 오크가 자신을 가리키는 인간을 노려봤다.
그리고 짐승과 같은 울음소리로 경계했다.
“캬르르르르…….”
“그르르르르.”
예전 같았으면 망설이지 않고 공격을 가했을 오크였지만 우르칸타의 엄명이 있었기에 동족의 다리나 열심히 씹으며 죽일 듯 노려볼 뿐이었다.
그런 오크들의 살기 어린 눈빛을 받으며 그들이 도착한 곳은 와이번의 둥지였다.
그곳에선 오크 조련사들이 오늘 전투로 부상당한 와이번을 세심하게 보살펴 주고 있었다.
동족은 잡아먹고 와이번은 극진히 보살피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지만 1년에 두 번씩 10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는 오크들에게 인명 중시 사상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곳에 도착한 대원들에게 쏟아지는 눈초리는 밖에서 본 오크들의 눈초리보다 더욱 매서웠다.
오크들은 같은 오크라 해도 일반 오크와 하이 오크로 나뉘는데, 하위 개체인 피언과는 다르게 하이 오크들은 월등한 육체와 뛰어난 지성을 지닌 존재들이었다.
그만큼 타 종족에게 더 오만하고 배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