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98
퓨쳐나이트 98화
같은 시각, 이미 작전을 개시한 다크 엘프들은 연합군 진형 안에서 열심히 테러를 자행하고 있었다.
따르르르르릉!
“적이다!!”
“모두 일어나! 눈을 떠! 잭슨!”
탐지 마법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자 갑옷조차 벗지 않고 침상에 누워 있던 수백 명의 병사가 일제히 기상해 긴급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그러나 알람만 요란하게 울려 퍼질 뿐, 적은 보이질 않았다.
그러기를 몇 번, 이제 병사들은 지칠 대로 지쳐 버렸는지 알람이 울려도 그다지 경계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하기야 온종일 치고 박고 싸웠으니, 그들이 얼마나 피곤할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사악한 다크 엘프들은 그런 그들을 첫날부터 편하게 자게 내버려 두질 않았다.
보초 또한 한 자리에 10명이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보초를 나간 병사가 머리 없는 시체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 부지기수였던 것이다.
물론 그만큼 병사들의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불이다! 식량 창고에 불이 났다!”
식량 창고에 화재가 발생하자 병사들이 분주히 물통을 날랐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그렇게 철통같이 지켰는데, 도대체 어디로 기어들어 온 거야?”
“빌어먹을 놈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불이 크게 번지기 전에 잡을 수 있었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좀 더 떨어진 막사에서는 한번만 쏘이면 즉사한다는 대왕 말벌 벌통이 막사 안으로 날아들어 30명을 죽이고 10명을 혼수상태에 빠트리는 끔찍한 테러가 발생했다.
심지어 벌통 테러는 드넓은 연합군 진영 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기에 병사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그런 그들의 소원은 단 하나! 두 다리 뻗고 자는 것이었다.
다크 엘프들의 테러는 일반 병사들뿐만 아니라 소드 마스터들까지도 신변에 위협을 느끼게 하였다.
물론 초인의 경지에 이른 그들을 암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그들은 소드 마스터들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그들의 예민한 신경을 자극했다.
정말로 대범한 암살자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의 검은손은 병사와 소드 마스터에게서만 멈추지 않고 작전 내용과 부대 배치 계획이 적힌 극비의 보안 문서에까지 뻗쳤다.
다행히도 워낙 철통같은 보안 속에 지켜지고 있어 그들이 기밀문서를 빼돌릴 기회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 * *
사령부 상황실은 지금 난리가 나 있었다.
“8연대 식량 창고에 불이 났습니다.”
“사령관님! 12연대 막사에서 적 괴수가 출현해 기간테스 출동을 요청했습니다.”
“마테리아군 진영에 적 기간테스 출현!”
“사령관님, 사모님으로부터 통신이 들어와 있습니다!”
수정구를 통한 통신이 한여름의 홍수처럼 폭주하고 있었다.
그 덕에 통신 마법사들은 앉아서 쉴 틈조차 없었고, 상황을 접수받은 마법사들은 그것을 거대한 상황판에 표시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 피해 상황을 바라보는 작센 공작의 표정에는 여유가 없었다.
“사령관님, 사모님이 당장 바꿔 달라고 하시는데…….”
“작전 회의 중이라고 해!!”
“아, 예!”
작센 공작이 버럭 화를 내자 마법사는 깜짝 놀라 서둘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테르비아의 노장 다이스트는 걱정스런 눈으로 작센을 바라봤다.
그의 모습이 보름 전의 자신과 너무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너무 날카로워져 계십니다, 총사령관.”
“휴…… 정말 돌아 버리겠습니다, 다이스트 경.”
“이렇게 될 것이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지 않았소?”
“다이스트 경은 참 대단하십니다. 이런 공격을 한 달이나 버티시다니…….”
“말도 마시오.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니깐 말이오.”
“정말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벌써부터 극도의 피곤함이 묻어나는 작센 공작의 목소리에 다이스트가 그를 다그쳤다.
“총사령관! 무슨 일이 있으셔도 판단력을 잃어서는 아니되오. 아시겠소?”
경험자인 다이스트의 말엔 묵직한 무게가 실려 있었고, 그것을 잘 아는 작센 공작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다이스트 경.”
“그나저나 지금쯤이면 강찬이라는 자가 이끄는 블랙와이번 부대가 적들의 후방에 도착해 있지 않겠소?”
“그렇습니다. 10분 전에 이륙했다고 했으니 지금쯤이면 아마 이쯤 도착해 있을 겁니다.”
작센 공작이 지도의 한 부분을 지휘봉으로 가리키자 다이스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흠, 그들이 잘 해 줘야 할 텐데 말이오.”
“꼭 그래야지요. 지금으로선 믿을 게 그들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두 사람은 지휘봉이 가리킨 지도를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
그러던 중 작센 공작이 급히 떠오른 듯 말했다.
“아, 그리고 그 강찬이란 자 말입니다.”
“예.”
“그자의 정체가 사실은 엘프의 검 엘라디온의 제자더군요.”
“아니! 그게 정말이오?”
“저도 그들의 대화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사실입니다.”
다이스트가 매우 놀랍다는 듯 말했다.
“엘프가 인간에게 검술을 전해 주다니, 세상 살다 참 별일을 다 보는구려.”
다이스트의 말에 작센 공작 역시 동조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 역시도 여태껏 살아오면서 엘프가 다른 종족에게 검술을 전해 줬단 얘기는 단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다이스트 경도 그자의 실력을 보지 않았습니까?”
“바로 옆에서 똑똑히 보았네. 정말 엄청난 실력을 지녔더군. 수백 년 전 단검 두 자루로 대륙을 종횡무진했다던 자를 꺾다니, 정말이지 보통 실력이 아니오.”
순간 다이스트의 머릿속을 뭔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음? 단검 두 자루?’
“…….”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그게…… 뭔가 이상하오. 그의 마스터인 엘라디온은 세검을 사용하는데, 왜 강찬이란 자는 다크 엘프들처럼 이도류를 쓰는지 말이오.”
다이스트의 말에 작센 공작도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흠, 듣고 보니 확실히 이상하군요.”
“게다가 그 강찬이란 자의 검술은 네미츠의 검술과 매우 유사했소. 과연 왜 그런 것일지…….”
작센 공작은 오늘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강찬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만일이란 것이 있었다.
“다이스트 경, 오늘 나눈 대화는 일단 우리 둘만 알고 있기로 하시죠.”
“알겠소, 총사령관. 그럼 이만 막사로 돌아가 보겠소이다.”
“수고하셨습니다. 가서 좀 쉬십시오.”
그렇게 노장 다이스트가 군례를 올리고 물러가자 작센 공작은 홀로 말없이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드래곤과 함께 다니고 엘프를 마스터로 둔 자라…….’
가뜩이나 골머리가 아픈 와중에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겨 버린 작센 공작은 뒷목을 어루만지며 부하에게 커피를 내오라고 지시했다.
“설탕 넣지 말고 진하게 한 잔.”
“예, 사령관님.”
그는 머리 아픈 고민이 있을 때면 언제나 블랙커피를 마셨다.
블랙커피의 쓴맛이 두통을 덜어 줬기 때문이다.
잠시 후, 부하가 정성스럽게 타 온 쓰디쓴 블랙커피를 마시며 작센 공작은 강찬에 대한 생각을 잠시 잊고 낮에 본 오우거를 떠올렸다.
‘칼리츠 가문의 검술을 쓰는 오우거라…… 개인적으로 꼭 한번 만나 봐야겠어.’
* * *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며 적진에 도착한 와이번들이 목표 지점에 다다르자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횡대로 날기 시작했다.
『낙하 준비 보고하라.』
강찬이 근거리 통신용 수정구가 들어 있는 이어폰으로 명령을 하달하자 블랙와이번 대원들은 훈련받은 대로 낙하를 준비했다. 그리고 모든 와이번의 낙하 준비 보고가 끝나자 강찬은 낙하를 명령했다.
『모든 와이번, 낙하 준비 완료. 블랙와이번 부대, 낙하!』
“낙하!”
5명의 블랙와이번 대원들이 안장에 연결된 안전 고리를 풀고 하늘 위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그들은 암흑 속으로 사라졌고, 곧이어 다음 블랙와이번 대원들이 몸을 날렸다. 그렇게 10명의 대원들 모두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강찬 또한 그들을 따라 어둠 속으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거센 바람을 타고 낙하하는 강찬의 눈에 성공적으로 낙하산을 펴고 대지로 천천히 하강하는 10명의 대원들이 들어왔다.
저 낙하산은 대원들이 지옥의 유격 훈련을 받을 당시 엘리카가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만들어 준 것으로, 갑옷과 마찬가지로 온통 검은색으로 염색되어 있었다.
그런 낙하산을 처음 사용해 본 대원들은 ‘이것도 마법입니까?’라고 물으며 매우 신기해했다.
강찬이 마법이 발달한 이곳에서 굳이 낙하산을 만들어 적진에 침투하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법을 이용해 적진에 침투하게 되면 적들의 탐지 마법에 포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지구의 레이더처럼 마법의 사용을 포착하는 탐지 마법이 매우 발달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 이동이나 비행 마법처럼 많은 마력을 소모하는 마법은 즉각 탐지 마법에 포착되어 적들에게 요격되거나 포위될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와이번을 타고 직접 땅으로 내려가는 것 또한 적들에게 나 왔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기에, 결국 강찬이 선택한 것이 바로 낙하산이었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적진에 침투하는 데 낙하산만한 것이 없었다.
슈우우우우우! 털썩!
블랙와이번 대원들이 어둠 속에서 은밀히 하나둘씩 대지 위로 내려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 일색을 한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지구의 특전사와 같은 모습이었다.
“서둘러라! 빨리 움직여!”
지상에 착지한 대원들은 신속하게 낙하산을 회수해 가방에 쑤셔 넣고 수풀 속에 감췄다.
모든 것을 정리한 대원들은 강찬 주위에 모여들었고, 강찬은 빛이 새어 나가지 않는 검은 천을 뒤집어쓰고 지도를 꺼내 현재 위치와 첫 목표물로 향하는 방향을 잡았다.
비스만 제국 첩보부에서 제공한 표적들을 타격하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 이곳의 위치가 대략…….”
슈트에 부착된 위치 파악 측정기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 강찬은 나침반과 지도를 이용해 목표물과의 거리와 방향을 잡은 후 라이트를 끄고 검은 천 속에서 나왔다.
“모두 주목, 우리의 위치는 현재 적의 진형에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우리의 첫 목표인 식량 창고는 약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모두 스텔스 모드로 전속력 이동한다.”
대원들 모두가 알았다는 제스처로 투구를 톡톡 치며 스텔스 망토를 착용하고는 마나를 불어넣었다.
이윽고 검정 일색의 블랙와이번 대원들은 아예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런 그들은 첫 번째 목표물을 향해 바람처럼 은밀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첫 목표물에 도착한 블랙와이번 대원들이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야투경을 쓴 채로 주변을 살폈다.
『방책 높이 약 2미터, 입구에 20명, 안쪽에 움직이는 동초 50명, 식량을 나르고 있는 인부 다수, 오버.』
역시 식량 창고의 경비는 삼엄했다.
전쟁에 있어 식량은 보병들의 전투 지속력과 사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마세라, 조용히 침투해 건물 뒤편으로 이동, 마갑탄을 설치하기 바란다, 오버.』
블랙와이번 대원들은 모두 등 뒤에 마갑탄을 하나씩 메고 있었기에 총 10발의 마갑탄을 지니고 있었다.
『알겠다. 오버』
명령을 하달받은 마세라가 소드 익스퍼트 상급다운 민첩한 몸놀림으로 순식간에 방책을 넘어 스텔스 상태로 아주 천천히 건물 뒤편을 향해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