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99
퓨쳐나이트 99화
만일 그가 스텔스 망토를 착용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들키지 않고 접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건물 뒤편에 무사히 도착한 마세라는 등 뒤에 메고 있던 마갑탄을 건물 뒤에 성공적으로 설치했다.
『임무 완수, 복귀하겠음, 오버.』
『라저.』
다시금 스텔스 망토를 두른 마세라가 제자리에서 유령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신속히 목표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엘프만큼이나 예리한 감각을 지닌 녹색 엘프가 뭐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멈춰 섰다.
휙.
“어?”
“왜 그래?”
“뭔가 저 앞을 지나간 것 같은데?”
“어디?”
갑자기 녹색 엘프들이 다가오자 마세라는 제자리에 멈춰 기척을 최대한 감췄다.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이상하다, 분명 뭔가가 꿈틀거렸는데…….”
“헛것을 본 거겠지. 여기는 전방이랑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최후방인데, 그 궁둥이 무거운 놈들이 설마 여기까지 오겠어? 그놈들, 지금쯤 아마 다크 엘프들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을 걸? 크크큭.”
“크큭, 그러게 말이야. 그런 놈들과 적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지. 카악, ?!”
녹색 엘프가 뱉은 가래침이 마세라의 망토에 묻어 허공에 멈춰 버렸다.
그러자 마세라는 순간 당황했다.
‘이런 제길, 첫 임무부터 실패인가…….’
마세라는 최악의 경우 눈앞의 녹색 엘프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릴 준비를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녹색 엘프들은 다가오는 교대 인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 벌써 교대 시간인가? 어이!”
“하암, 별일 없었지?”
“그럼! 이 몸이 지키고 있었는데 물론 아무 일도 없었지, 우린 이만 자러 가 볼 테니 수고들 하라고 ”
“그려, 잘 자고 내 꿈 꿔.”
“만약에라도 그런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내일 널 찾아가서 아주 많이 때려 주겠어.”
“킥킥킥.”
“웃지 마, 정든다. 간다!”
“그래, 들어가.”
다음 순번과 교대한 그들은 그렇게 마세라의 흔적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막사로 향했다.
마세라는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마세라는 아까처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 자리를 벗어나 들키지 않고 복귀했다.
그러나 강찬의 따끔한 질책을 피할 수는 없었다.
“마세라, 앞으로는 더욱 신중히 움직이도록. 알았나?”
마세라는 대답 대신 투구를 톡톡 쳤다.
“자, 앞으로 마갑탄을 설치해야 할 적 보급 창고는 8군데다. 서둘러 이동한다.”
강찬과 대원들은 다음 목표물을 향해 이동했다,
강찬과 와이번 대원들이 녹색 엘프 진지 내에 열심히 폭발물을 설치하고 돌아다니는 동안, 그린은 슬픈 얼굴로 오늘 치른 전투의 피해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오늘 전투로 잃은 그녀의 아이들은 30만에 가까웠다.
쌍방 200만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의 병력이 종족의 사활을 걸고 충돌했으니, 전사자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녀에 있어 손주나 다름없기에 그린의 슬픔은 더욱 컸다.
“뭐라 위로해 드릴 말이 없습니다.”
지켜보고 있던 네미츠가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그녀를 위로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싸웠는데…….”
“그린 님은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오히려 죄송한 건 접니다. 제가 그들을 제대로 막지 못했기에 아군의 피해가 컸습니다.”
오늘 전투에서 녹색 엘프들에게 가장 막대한 피해를 입힌 건 역시 적의 소드 마스터들이였다.
그런 그들을 네미츠와 그의 제자들이 좀 더 오래 붙들고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네미츠와 제자들이 몸을 뺀 전장에서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어진 적 소드 마스터들이 기간테스 무리에 합류해 녹색 엘프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적 소드 마스터들의 힘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아니요, 그런 말씀 마세요. 적들은 모두 소드 마스터였잖아요. 숫자만 앞선다고 어떻게 할 수 없는 자들이란 것을 저도 잘 압니다.”
“그린 님…….”
그린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애써 미소를 짓자 네미츠가 그런 그린의 손을 잡아 주었다.
흠칫!
네미츠의 갑작스런 행동은 그린을 다소 놀라게 했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린은 네미츠의 가슴에 기대었다.
홀로 짊어지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짐을 지고 여기까지 걸어온 그녀에게 네미츠란 존재는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기둥이었기 때문이다.
그린은 네미츠의 품에 기대자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품이 의외로 굉장히 따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때, 대지를 뒤흔드는 어마어마한 충격이 그들을 덮쳤다.
쿠우우우우우우웅!!
“꺄악!”
“아니! 무슨?”
지진이라도 난 듯 대지가 요동칠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
네미츠가 정신을 추스르고 막사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그의 앞에 펼쳐져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사방에서 9개에 이르는 거대한 불기둥이 활활 타오르고, 검은 연기가 하늘에 닿을 듯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큭!”
눈이 부셔 눈을 찡그린 네미츠가 자신을 수행하는 케레미온을 불렀다.
“케레미온,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사방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폭발했습니다.”
“전군 긴급 경계 태세다! 아크섀도들을 불러 모아라!”
“예! 마스터.”
케레미온이 네미츠의 명을 받들고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모든 마갑탄 설치를 완료한 강찬과 대원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마갑탄을 일제히 기폭시켰다.
그러자 어마어마한 충격파와 함께 거대한 불기둥들이 동시에 솟아올라 밤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쿠우우우웅!
지크욘이 만들어 준 7써클 마법이 담긴 특제 마갑탄의 위력은 역시나 대단했다. 식량 창고로 쓰이던 거대한 저택들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버렸다.
“와우! 장관인데?”
“휴우~ 정말 놀라운 위력이군.”
대원들 모두 놀란 눈으로 멀리 불기둥이 치솟는 광경을 바라봤다. 그리고 굉장히 뿌듯해했다.
자신들의 손으로 백만에 달하는 적의 사흘 치 식량을 뻥튀기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거, 내일 굶게 될 녹색 엘프들을 생각하니 조금 미안해지는걸?”
블랙와이번의 맏형인 홀리스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향해 기도하는 시늉을 하자 동갑내기 여기사인 아나이스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렇게 딱하면 네 비상식량이라도 나눠 주지 그래?”
“이 땅에서 조용히 꺼져만 준다면야 내 기꺼이 나눠 줄 수 있지. 으적! 으적!”
홀리스는 휴대용 전투 식량인 두툼한 육포를 씹으며 아나이스에게 쿨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밉상이야.”
“자, 모두 주목!”
강찬이 부하들을 부르자 산 넘어 불구경하던 블랙와이번 대원들이 강찬에게 주목했다.
“주목!”
“첫 임무는 대성공이다. 우리는 오늘 목표로 정한 적 식량 창고 9개소를 모두 무력화시켰다. 다들 대단히 수고 많았다. 이제부터는 기지로 복귀한다.”
첫 임무가 대성공이라는 강찬의 말에 대원들은 좋아서 환호성이라도 내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은 적진이기에 환호성은 무사히 복귀한 후로 미뤘다.
“홀리스, 이제 이동할 건데, 비상 식량 섭취는 나중에 복귀해서 하지?”
“아, 예! 알겠습니다.”
“자, 다들 출발.”
블랙와이번 대원들은 서둘러 퇴각 지점으로 신속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강찬은 달리면서 불타오르는 녹색 엘프 진형을 바라봤다.
그리고 저기 어딘가에서 절망하며 저 불꽃을 바라보고 있을 녹색 마녀를 떠올렸다.
마음 같아서는 혼자서라도 몰래 잠입해 녹색 마녀의 멱을 따 버리고 싶었지만, 이런 식으로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으면서 천천히 말려 죽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강찬은 그녀가 오래토록 고통받길 원했으니 말이다.
아침이 되어서야 피해 상황을 보고받은 그린은 기절할 뻔했다.
10군데에 나눠 보관 중이던 수만 톤에 달하는 밀이 잿더미가 되어 버린 것이다.
가뜩이나 군량이 모자라는 판국에 그 정도의 군량을 허무하게 잃어버린 것은 그녀에게 매우 뼈아픈 고배였다.
점령지에서 더 이상의 식량 차출도 불가능했다.
이번 총력전을 위해 차출한 식량은 거의 몰수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더 이상 군량을 잃어서는 안 됐다.
이 이상 군량을 잃게 되는 것은 싸워 보지도 못하고 패배함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후방 식량 창고의 경비를 몇 배로 강화하는 한편, 네미츠에게 야간을 틈타 교묘히 침투한 적 쥐새끼들의 처리를 부탁했다.
어둠 속 게릴라전은 그들이 전문 분야였다.
“도대체 어떻게 침투한 걸까요?”
“탐색 마법을 피해 후방으로 침투한 것으로 볼 때, 아마도 와이번을 이용한 듯합니다.”
“믿을 수가 없어요. 와이번이라니…….”
그들이 와이번을 이용해 침투조를 편성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그린은 망치로 한 대 얻어맞는 듯했다.
몇 마리 되지도 않는 와이번으로 병력을 날라 봐야 순식간에 발견돼 포위당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들키지 않고 침투 공작을 해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말이다.
게다가 그 많은 군량을 단번에 재로 만들어 버릴 만큼 어마어마한 화력이라니, 대마법사가 아니고서야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튼 군량은 잃은 건 지나간 과거의 일이고, 지금은 눈앞의 일에만 집중합시다.”
그린은 네미츠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앞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지평선을 가득 메운 적들이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었다.
“절대로 용서 못해!”
그녀는 어제와는 달리 시작부터 전력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래야지만 하나라도 많은 아이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화끈한 맛을 보여 주지. 나오라! 피닉스!”
아침에 올라온 강찬의 보고서를 읽는 작센 공작은 입이 귀에 걸렸다.
그들이 간밤에 적진에 침투해 올린 성과는 그만큼이나 대단한 것이었다.
조금 기대를 하기는 했지만 이것은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그들이 올린 성과는 대륙 연합군의 승리에 대한 청신호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간밤에 다크 엘프들에 의해 받은 피해도 막대했다.
밤새 그들에게 받은 크고 작은 피해만 해도 1,000여건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느 하나 강찬이 올리고 온 전과와는 비교조차 되질 않았다.
군량이란 것은 그만큼 전쟁에서 중요했기 때문이다.
밤새 날뛴 다크 엘프 덕에 한숨도 못 자고 전쟁터로 끌려 나온 연합군 병사들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반대편에 선 녹색 엘프들은 그들과 달리 주린 배를 움켜잡고 있었다.
간밤에 식량 창고가 불타 아침밥을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곤함과 배고픔의 대결.
누가 더 힘들고 누가 더 유리하다 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거대한 두 집단은 그렇게 다시금 지긋지긋한 전투를 시작했다.
“히야야야얏! 오늘 네놈들을 몽땅 다 죽이고 두 다리 뻗고 자고야 말겠다!”
연합군 병사의 할버드가 독기를 품고 녹색 엘프를 향해 내질러졌다.
채앵!
“어림없다! 산 채로 네놈의 간을 꺼내 씹어 먹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