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110
게임 폐인의 리셋라이프 5권 11화
4.뉴욕의 잠 못 이루는 밤
마카오에서의 촬영은 예상보다 무려 일주일이나 일찍 끝나 버렸다. 모든 배우가 한마음 한뜻으로 배역에 몰입해 NG를 적게 낸 것도 있지만, 운이 따르려는지 촬영장소를 빌려주는 곳에서 예정보다 일정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카오에서의 촬영은 모두 무사히, 그리고 완벽하게 끝냈다.
마카오에서 찍을 분량을 모두 찍으면서 홍콩 배우들과도 아쉬움을 가득 담은 작별 인사를 하며 시사회를 기약하게 되었다.
런다렌은 진호에게 다음에 보면 식사를 한번 하자는 말을 남겼고, 배우들과 촬영 팀은 한국으로 귀환해 촬영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촬영 스케줄은 대배우들의 요청에 의해 고쳐지게 되었다.
한 장면 한 신, 버릴 게 없을 만큼 잘 나오고, 또 배우들도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하다 보니 길게 끌 필요 없이 후딱 찍고 끝내자는 것이었다.
이런 그들의 의견에 진호도 동의 했다.
그렇게 6월도 거의 지나가게 되었다.
“돌았네.”
진호는 뮤직 차트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si tu와 후속곡 모두 90위 아래로 내려갈 생각을 않고 있었다.
이번 달에 발표한 곡도 하루 만에 60위까지 치고 올라가더니 지금은 38위에 안착해 있다.
“진호야.”
“아, 네.”
진호가 핸드폰을 끄자 정 대리가 JH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이사실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허락이 떨어져 들어가자 양진혁과 다미앙이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습니다.”
“아냐. 우리도 방금 모였어. 앉아. 커피?”
“감사합니다.”
커피를 시킨 양진혁이 진호를 보며 물었다.
“마카오는 좀 어땠어?”
더 원이 컴백 준비로 바쁘고, 또 진호도 스케줄이 바빠지다 보니 딱 녹음만 하고 돌아갔다. 그래서 마카오에서 돌아온 이후 양진혁 사장을 만날 수 없었다.
“거기 있는 맛집을 다 돌아보지 못한 게 정말 한이죠. 그것만 빼곤 다 좋았어요.”
여러 의미로 좋았다.
“크큭. 그래?”
양진혁과 다미앙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전 무슨 일로 부르신 거 예요?”
“흠. 여기 JH 소속 모델들을 기억하십니까?”
다미앙의 말에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략적 제휴 계약을 맺은 후 상의 할 일이 있어 다미앙을 찾아갔다가 본 적이 있다.
“어떠셨습니까?”
“솔직히 말해야 하나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양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하이패션은 수준 이하였고, 커머셜은 보통보다 약간 나은 정도였죠. 잘생기고 예뻤지만, 딱 그 정도.”
신랄한 평가에 양진혁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 그들이 어느 정도의 기본기를 갖추게 됐습니다.”
“그래요?”
진호는 살짝 놀랐다.
다미앙은 세계에서 이름이 통하는 캐스팅 디렉터다. 이 정도 표현은 엄청난 칭찬이었다.
“와, 다들 엄청 성실하나 보네요.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어흠흠. 내가 또 사람을 얼굴만 보고 뽑지 않거든.”
억지로 웃음을 참는 그를 보며 웃은 진호는 다미앙과 양진혁 둘을 보았다.
“할게요.”
“어?”
“그분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하나 찍으시려는 거죠? 저는 아마 리더 아니면 코치, 멘토일 테고요.”
‘코치와 멘토를 둘 다 하는구나.’
양진혁이 다미앙을 보았고, 그는 고개를 저었다.
“두 분 다 너무 숨기지 못하셨고, 너무 장황하셨어요.”
“……좀 속아주기도 해라. 어휴, 진짜.”
“와. 놀. 래. 라.”
“됐어, 인마!”
“어흐흐. 그래서 프로그램 포맷이 어떻게 되는데요?”
“일단은 모델테이너를 육성하는 게 목적입니다.”
“아…….”
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낯빛을 굳혔다.
다방면에 끼를 가진 채 모델 일을 하는 엔터테이너.
말이 모델테이너지,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안 될 꿀꿀이 죽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이건 지뢰다.
“그래서 그들 전부 HU 에이전시 모델 아카데미에 보낼 생각입니다.”
진호는 그제야 이 무모한 도전을 하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델계의 레오 형, 모델계의 더 원 같은 존재를 만들려는 거군요. 한국 모델 사업의 부흥을 위해.”
정확히는 JH엔터테인먼트 모델 파트의 이익 창출을 위해서다. 시청률이 쪽박을 차도 JH엔터테인먼트는 계속 언론 홍보를 할 것이고, 하이패션 및 커머셜의 관계자들은 이 프로그램으로 실력이 검증된 모델들을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검증된 모델을 데리고 있는 JH엔터테인먼트를 신뢰하게 될 것이다.
단기적은 손해가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결코 손해가 아니다.
“바로 그겁니다.”
“캬. 역시 진호. 척하면 착이구나!”
둘의 얼굴은 확 밝아졌지만, 진호는 아니었다.
“흠. 그런데 그건 애초부터 불가능하지 않나요?”
“그렇지. 일단은 네가 예전에 말한 언어부터 시작해, 무언가를 가르칠 시간도 부족하지.”
세계적 모델 에이전시인 HU다. 그곳이 직접 운영하는 모델 아카데미라면 가르침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능이라는 조미료를 첨가하는 거고.”
“……아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기초 혹은 중급반에 집어넣으려는 거구나.’
그렇다면 시간이 날 수밖에 없다. 분명 그곳도 치열할 테지만, 고급 레벨의 가르침을 받는 모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할 테니 말이다.
그러자 진호는 이 프로그램 기획에 숨어 있는 다른 이유도 알게 되었다.
“지금 사장님은 모델은 고작 잘 생기고 예쁘기만 해선 될 수 없다. 아니, 정확히는 JH 소속 모델은 아무나 될 수 없다를 모델 지망생들과 현직 모델들에게 알리려는 거군요. 그리고 다미앙 씨는 저에 대한 존재감을 더 키우시려는 거고요.”
또래 모델들의 코치와 멘토가 된다.
사람들은 이진호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진호 씨를 위한 준비도 마쳐 놓았습니다.”
준비란 말에 진호는 놀라고 말았다.
“……이 프로젝트는 제 가수 데뷔를 위한 밑밥 뿌리기도 함께 진행하는 기획이군요.”
시간도 맞아 떨어진다.
더 씨프가 시사회를 열며 배우 이진호를 더 알리는 것과 동시에 몸집을 키운다.
그런 상태에서 주연을 맡는 드라마가 제작되고, 슬그머니 가수 이진호를 홍보한다.
썩 괜찮은 플랜이다.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안 될 수 있지만, 망하기 힘든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다 보니 이 플랜을 기획한 것 같았다.
“……아오, 내가 정말 돈만 많았어도!”
키득키득 웃은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지금부터 나눠 보고 조율해야 하지만, 상업적으로도, 서로에게도 나쁘지 않았다.
“어? 잠깐. 그럼 저는 어떡해요? HU 에이전시 모델 아카데미는 죄다 해외에 있잖아요.”
진호가 알기로 가장 가까운 곳은 일본과 중국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생각하면, 서양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도 4대 패션쇼가 열리는 곳이자 패션의 도시로도 유명한 파리, 런던, 밀라노, 뉴욕이어야 된다.
베스트는 파리와 뉴욕.
편도가 대략 12시간에서 14시간, 대기 시간까지 합하면 최소 16시간이었다.
“……에이.”
진호는 미안해하는 둘을 보며 장난스레 손을 저었다.
이제 자신의 촬영 분량이 몇 컷 남지 않았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그중 거의가 CG 촬영에 혼자 찍을 수 있는 신이라고 해도 이건 정말 아니었다.
“에이! 아니죠? 그렇죠?”
“죄송합니다.”
진호는 입을 떡 벌렸다.
* * *
“거, 정말 이상하네. 왜 아직도 안 뜨지?”
오늘 촬영장소인 정비소 안으로 들어가던 진호는 이쪽을 힐끔 본 이재정의 장난기 가득한 말에 콧 잔등을 씰룩였다.
그날 앨리와 함께 나갔다가 돌아온 이후부터 계속 이렇게 놀리고 있었다. 김윤식과 더불어 말이다. 자신들이 나간 것을 본 것이다.
“어휴. 그만 좀 해라. 여자 친구 없는 혈기 넘치는 남자가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넌 안 그랬니? 그러다 진호가 듣고 삐치면 어쩌려고 그래?”
김애숙이 핀잔을 주자 진호는 속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더 하세요, 더!’
“에이, 진호는 마음이 넓어서 이런 걸로 안 삐져요. 그리고 없는데서는 나라님도 욕…… 어? 왔어? 언제 왔어?”
“……와.”
표정과 몸짓, 눈동자 모두 놀랐다는 감정만 드러내고 있다.
방금 전 분명 눈이 마주쳤는데도 말이다.
‘정말 결혼하면 봅시다.’
숙모님에게 미주알고주알 다 일러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머. 진호, 왔니?”
“옙, 선생님.”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던 김주아도 손을 흔들었다.
“어휴. 이거 아쉬워서 어째?”
“……저도요.”
진호는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렇게 팀 시금치의 4명이 다 모이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다.
남은 건 CG 촬영뿐인데, 서로 만날 일은 없다.
만나도 이재정과 딱 한 번 만날 뿐이다.
진호는 김애숙에게 안기며 아쉬움을 토했고, 그녀도 등을 두드리며 아쉬움이 가득 담긴 한숨을 뱉어 냈다.
다음은 나라는 듯 가슴을 두드리며 양팔을 벌리는 김주아는 무시 했다.
“내일부터 뉴욕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며?”
방금까지 놀린 이재정이 걱정 가득한 눈빛을 지었다.
진호는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스케줄을 조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차피 있는 스케줄 순서만 바꾼 것뿐인데, 뭘. 그보다는 진호 네 컨디션이 문제지.”
“뭐야, 진호 너 뉴욕 가? 뉴욕엔 왜 가?”
“스케줄 때문에요.”
김애숙, 김주아, 이재정의 낯빛이 흐려졌다.
제작진도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너무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내가 이렇게 필요한 존재가 됐구나.’
마치 자신들의 일처럼 걱정해 주는 모습이 너무도 감사했다.
진호는 울컥하는 마음을 누르며 분장팀에게로 다가갔다.
“오케이. 컷! 됐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진호는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그래. 몸 아프지 말고, 가끔이라도 연락하고. 우리 진호야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만.”
“옙! 감사합니다!”
진호는 마지막으로 김애숙과 한 번 안는 것으로 CG 촬영을 제외한 자신의 모든 촬영분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 * *
다음 날, 진호는 새벽부터 JH엔터테인먼트를 찾았다.
이제 막 해가 어스름히 뜨는 새벽임에도 JH엔터테인먼트 앞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앞으로 최소 2달간 함께해야 하는 모델들이 있었고, JH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제작 및 외주제작사가 그들의 기대감과 흥분이 가득한 얼굴들을 찍고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뜬 진호는 평소엔 갈무리해 두고 있는 존재감을 풀어냈다.
흠칫! 움찔!
다급히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 사람들이 주춤주춤 길을 열기 시작했고, 진호는 여유롭게 인사를 하며 양진혁 앞에 섰다.
“어디 전쟁터로 가는 것도 아닌 데 뭘 나오세요.”
“……인마, 그래도 명색이 대표 이사인데 격려는 하러 나와야지.”
‘왜 다른 명품 브랜드들이 얘를 쇼에 세우려고 난리인지 알겠네. 모델 이진호가 이 정도의 레벨이란 말이지?’
수많은 스타들을 봐 온 자신도 순간 흔들렸다.
양진혁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솔직히 그간 진호를 얕본 점이 없잖아 있었다.
증명된 필모그래피가 너무 빈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그는 오늘 어쩌면 낮술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다.
“아, 그래요?”
고개를 끄덕인 진호는 낯빛이 조금 하얘진 모델들을 보았다.
“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군기가 바짝 들어 인사하는 모델들.
진호도 여유롭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코치 및 멘토가 될 이진호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