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115
게임 폐인의 리셋라이프 5권 16화
사람들은 입을 벌렸다.
그런데 로빈의 반응은 좀 달랐다.
“어? 어? 아! 서, 설마 열흘 전 그 객석의 고양이?”
이번엔 진호가 놀랐다.
“……기억하실 줄은 몰랐네요. 그땐 죄송했습니다.”
“아, 아닙니다. 아주 훌륭한 연기 였는걸요. 정말 완벽한 집고양이였습니다. 끝나고 동료들과 제미마의 설정을 집고양이로 바꾸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말도 했었죠.”
켓츠를 공연하다 보면 고양이 흉내를 내는 관객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정말 고양이는 없었다.
“아, 그런데 모델이 아니었던가요?”
“으흐흐. 아, 한국에서 연기자를 하고 있습니다.”
“진! 너 배우로 전향한 거야?”
로버트도 놀라 진호를 보았다.
“배우도 하는 거야. 재밌으니까.”
두 남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진호가 런웨이를 떠나는 건 정말 엄청난 손실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한국엔 당신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죠?”
극찬이었다. 진호는 웃음을 터트렸고, 로빈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이렇게 또 다른 켓을 만나게 될 줄이야. 이 우연으로 가득한 만남을 동료들에게 말하면 절대 믿지 않을 겁니다.”
“그럼 소개시켜 주면 되지!”
스탠이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로빈과 진호도 눈을 빛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저야말로 괜찮은지 묻고 싶네요.”
‘이거 잘하면?’
“당연히 괜찮습니다. 정말 모두 좋아할 겁니다. 그럼 지금 가실까요?”
“그러실까요?”
그들은 바로 악기를 내려놓고 켓츠의 상영 극장으로 향했다. 브로드웨이가 근처였기에 금방 도착했고, 오늘 있을 공연을 준비하던 배우들은 진호를 환대해 주었다.
진호의 외모를 보며 혀를 내두른 그들은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모두 ‘더 원’을 외치며 더 반겨 주었다.
얼마나 기쁜 건지 무대까지 보여 주었다.
‘내가 레오를 형이라고 부른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가 가라앉았다.
‘와후.’
처음 봤을 땐 참 더럽고 난잡하다 여겼는데, 그 모든 게 길이와 각도, 조명, 배우 동선이 모두 계산된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퍼펙트.”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진호의 모습에 재밌다는 듯 웃은 로빈은 객석에서 있는 자신의 연인 스탠을 힐끔 보곤 입을 열었다.
“진호. 우리가 자주 하는 놀이가 있는데 한번 볼래?”
“놀이요?”
‘……아.’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말에 로빈을 본 진호는 깨닫게 되었다.
로빈은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자, 고양이들! 레디!”
촤악!
박수 소리가 울리자 순간 진호는 한 발 물러났다.
무대 위에 있던 모든 배우들이 순간 주저앉더니 고양이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로버트와 스탠도 놀랐다.
‘미쳤!’
툭! 툭!
고개를 내린 진호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손을 바닥에 붙인 로빈이 진호 자신의 발을 툭툭 치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쪽을 본 켓츠의 배우들도 눈빛이 똑같았다. 대기실에서부터 짓고 있지만, 실례라 여겼는지 차마 입에는 옮기지 못한 말. 이렇게 판을 깔아주는데, 당연히 할 수밖에 없었다.
‘내 하양이를 보여 달란 거지?’
눈웃음을 지은 진호는 주저앉으며 하양이를 꺼내 들었다.
배우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건 출근하던 켓츠의 연출자도 마찬가지였다.
* * *
하양이를 꺼내 든 순간 몸에 변화가 생겼다. 시야가 확장되고 폐와 성대가 꿈틀거렸다. 근육에도 수많은 톱니바퀴가 추가 된 느낌이었다.
‘아, 얻었다.’
2차 해금 조건인 ‘뮤지컬 극장에서 한 명 이상의 관객 앞에서 공연하기.’는 액션을 취하는 순간 스킬을 얻게 된다.
그러면서 완벽한 공연을 마치게 된다.
‘어디?’
진호는 놀랐다가 정신을 차린 고양이들이 이쪽을 호기심과 경계, 위협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들고양이란 존재를 처음 만난 집 고양이처럼, 미지를 처음 본 호기심 많은 생물처럼 천진난만하게. 그때 한 고양이가 영역을 침범한 것에 대한 위협을 했다.
“캬!”
그가 달려들 듯 위협하자 눈을 동그랗게 뜬 진호는 무대를 딛고 있던 양손과 양발로 땅을 박찼다. 작은 위협에도 크게 놀라는 집고양이처럼.
그 순간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정말 고양이처럼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튀어 오르는 점프. 도움닫기 없이 거의 높이 1.8미터는 뛰어오른 그 점프에 모두 상황을 잊고 넋을 놓아 버렸다.
그건 진호도 마찬가지였다.
‘와, 이게 되네?’
[스킬 : 유리가면]은 마치[스킬 : 연신연왕]처럼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스킬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타고난 육체제어 능력이다.‘유리가면은 마임도 가능하지.’
때론 나무가 되고, 때론 바위도 되고, 때론 일 인극을 해야 하는 연극과 뮤지컬은 몸짓의 연기다. 마임은 필수다.
그걸 이 스킬의 스토리 ‘레전드 오브 뮤지컬’의 주인공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 익혀 버리고 만다. 마치 타고난 것처럼.
극도로 육체를 제어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마임. 수십 개의 톱니 바퀴가 추가된 듯한 느낌은 이걸 말하는 것 같았다.
‘여기에 사상 최강의 제자 등의 육체 관련 스킬들이 추가됐고.’
모든 근육이 물 흐르듯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
‘시너지…… 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 스킬을 얻고 수년의 시간 동안 갈고 닦아야 하는 걸 스킬들의 시너지 효과가 바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물론 [스킬 : 연신연왕]도 마임을 배우고 연습하면 이런 것이 가능 하다.
이것 역시도 연기니 말이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이해하기 힘들면 몰입이 힘든 [스킬 : 연신연왕], 이해하기 힘들어도 몰입해 관객을 붙잡아야 하는 [스킬 : 유리가면].
대사와 표정의 연기와 몸짓의 연기.
서로 정반대되는 특성의 연기. 그두 스킬의 시너지가 서로에게 동시에 요구되었던 시간을 극단적으로 압축시켜 버렸다.
그런데 이건 [스킬 : 유리가면]의 효능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진호는 마침 그것까지 실험해 보기 위해 입을 열려다가 멈췄다. 들고양이들이 모두 인간으로 돌아와 있었기 때문이다.
짝짝짝!
“브라보! 훌륭해! 오디션을 보러 온 건가? 그럼 합격! 무조건 합격!”
진호는 흥분과 욕심으로 가득한 배불뚝이 중년인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 * *
제의는 정중히 거절했다.
뉴욕까지 오고 갈 시간이 없었다. 연출자는 아쉬워하며 언제든 문을 두드려 달라는 여지를 남겼다. 미소로 답한 진호는 켓츠 배우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는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 모델들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이날의 촬영본은 바로 한국에 전달되었다.
뉴욕에 도착한 지 2주가 된 날은 아침부터 분위기가 기묘했다.
10명의 모델들은 말을 아꼈고, 모든 수업에 죽을 듯 달려들었다. 그 날카로운 분위기에 아카데미의 모델 지망생이나 피트니스의 회원 들 등등 주변인들은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심사위원이기도 한 론 잭슨을 비롯한 댄스, 노래 등의 트레이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진호는 달랐다.
평소와 똑같이 그들을 대했고, 저녁 8시. 결국 탈락자가 선별되는 시간이 되었다.
“…….”
따로 빌린 아카데미 미들 클래스 룸이 정적에 빠져 있다.
탈락자들은 말을 잃었고, 생존자들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진호는 씁쓸하게 웃는 트레이너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우렁찬 그 외침에 정신을 차린 모델들도 다급히 허리를 숙였다.
“수, 수고하셨습니다!”
트레이너들은 입을 떠듬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고, 진호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허리를 펴지 않았다.
탁!
문이 닫히자 진호는 모델들을 보았다.
모두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탈락자들 앞으로.”
남녀 1명씩.
질책을 예상한 탈락자들이 눈을 질끈 감으며 앞으로 나섰고, 생존자들은 차마 볼 수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
진호는 그들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축하해.”
“……예?”
2명뿐만 아니라 이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멍하니 진호를 보았다.
진호는 얼굴에 장난기를 가득 담았다.
“이제 다음 탈락자는 너희들이 고르는 거야. 딱 찍고, 밀착해서 유혹해. 초콜릿, 만화책 알지? 아로마 오일하고 향초도 줄게.”
“……풋.”
“아, 진짜 쌤!”
생존자들도 가벼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짝!
만족스럽게 웃은 진호가 박수를 쳤다.
“자, 그럼 돌아가자! 얼른 가서 쉬어야지!”
“예!”
그렇게 평소처럼 버스에서 수다를 떨며 복귀한 모델들 중 탈락자들은 짐을 쌌다.
같은 건물이지만, 더 작고 싼 방으로 숙소를 옮기는 것이다.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제부터 누렸던 혜택이 모두 거두어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동 수단과 식사까지도 말이다. 그런 탈락자에게는 하루 15달러의 돈이 주어진다. 그걸로 세끼의 식사와 교통비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보다 더 물가가 살인적인 맨 해튼. 교통비를 내고 나면 하루 한 끼 겨우 먹을 수밖에 없다.
진호는 짐을 다 싸고 복도에 모인 둘과 다른 모델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왜 죽상이야? 죽으러 가?”
진호가 입을 열기에 집중되었던 분위기가 순간 싸해졌다.
“……쌤은 다 좋은데, 아재 개그가 좀.”
“시끄러워. 아가리.”
사람들은 얼굴이 발개진 진호를 보며 쿡쿡 웃었다.
‘이게 다 재정 삼촌들 때문이잖아.’
“얼른 내려가기나 해.”
“네!”
진호는 생존자들을 보았다.
미안함과 각오가 서로 뒤섞인 눈들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할 말은 없겠네.’
“자, 이제 해산. 내일도 열심히 해야지!”
“네!”
“해산!”
탁! 탁!
남녀 모델들 방의 문이 닫히며 복도가 정적에 빠져들었다.
피디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진호 씨,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떡하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프로그램의 룰이고, 탈락자들의 벌칙인데.”
“하지만…….”
모델들은 정말 엄청나게 노력했다. 누구 한 명 요령 피우지 않았고,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너라면 뭐든 해 줄 수 있잖아.’
그동안 모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진호다. 어떤 것이든 상상 이상의 모습을 보여 주었고, 그렇기에 이번에도 다른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되었다.
거기다 이렇게 마무리되면 내일 부터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슷한 모습이 그려질지도 모른다. 아니 100퍼센트 그렇게 될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진호도 어쩔 수 없나.’
그런 그들의 속내는 표정을 통해 절절히 전해졌다.
진호는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그래도 일단 멘토로서 달래 줘야죠. 해 줄 말도 있고.”
“음?”
피디와 씨는 급히 진호를 보았지만, 그는 이미 몸을 돌린 뒤였다.
눈을 동그랗게 뜬 그들은 급히 진호의 뒤를 따랐다.
탈락자들 가운데 남자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간 진호는 당황하고 말았다. 서로 밀착한 남녀 둘이 이쪽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 그, 미안. 수, 수고해. 내일 봐.”
첫 키스 겨우 해 본 진호에겐 너무도 자극적인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