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131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6권 7화
3. 중국과 일본
시청자 참여 여행은 엄청난 숫자의 지원자를 몰리게 했다.
진호뿐만 아니라 모든 출연 배우가 함께하는 여행이다 보니, 십 대 부터 오십 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The J가 따로 개설한 사이트에 응집했다.
추첨 방식은 퀴즈였다.
The J는 물론이고, 미튜브 The J 채널에 있는 영상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맞힐 수 없는 퀴즈.
오픈 북 시험이지만, 승자와 패자는 나뉠 수밖에 없었다.
-후, 진호야.
걸려온 전화 속 여성의 목소리가 무겁다.
“안돼요.”
-……아앙! 왜!
“떨어졌으면 깔끔하게 승복하세요.”
-네가 그러고도 내 연예인이냐!
“연예인보고 편법 쓰라고 하는 게 팬클럽 회장이냐!”
-너 나빠!
“당신이 더 나빠!”
-무한 스트리밍 해 버릴 거야!
“하지 마!”
-할 거야. 할 거야! 할 끄야!
팬클럽 회장은 8살 연상인데, 8 살 연하처럼 느껴졌다.
“쯧. 알았어요. 따로 팬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 스케줄 잡아 볼게요. 2박 3일. 딜?”
-……몇 명?
“못해도 천 명은 해야겠죠.”
-여윽시! 내 연예인. 통이 커! 사랑해!
“이성으로서는 하지 말고요. 내가 계속 말했죠? 난 기회 되면 언제든 연애할 거예요.”
-응, 해. 얼마든지 해. 대신 네 여자 친구는 우리가 심사한다!
“시끄러워요.”
-햇. 아, 이제 곧 날이 더워질 거잖아. 그래서 어려운 분들을 위해 에어컨을 달아 드리려는데 어떻게 생각해?
“그런 예쁜 소비는 언제든 환영이죠. 대신 전기세까지 감당해야 되니까 작게 하세요.”
-맞아. 전기세도 있구나. 알았어. 계획 짜서 연락할게.
“네. 새로 유입된 팬들 좀 부탁드리고요.”
The J가 성공하면서 팬클럽숫자가 40만으로 늘어났다. 국내만 40 만 명이다.
-걱정 마셔! 그게 우리 특기잖아!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아니지. 캬캬캬! 끊어! 전화를 끊은 진호는 한숨을 내뱉었다.
“어휴, 이 고인물들.”
뉴비를 어찡그리 잘 찾아 마구 잡이로 퍼주는지, 지니어스는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눌러앉을 확률이 95퍼센트에 육박한다.
일단 팬 사이트에 가입하면 끝이다.
“역시 덕질도 경력인가…….”
회장 및 간부, 준간부인 플레티넘 등급의 99퍼센트는 다른 연예인의 진성 코어 팬이었다가 실망했던 이들이다.
초기 자유게시판을 읽어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역시 잘 벌어서 그런지 돈 걱정은 안 되나 보네?”
오늘 같이 중국으로 갈 The J 출연자 중 한 명이 말했다.
2박 3일. 한 사람당 20만 원씩만 경비를 잡아도 무려 2억이다.
“아, 참가비를 받나?”
“아뇨. 올해 대학 합격자 발표 이후 강의 동영상 굿즈가 많이 판매 돼서 제 사비로 해도 충분해요. 문제는 내년 종합소득세 때죠. 경비 처리가 되면 좋을 텐데…….”
얼마 전 날아온 종합소득세 때문에 목덜미를 잡았다.
사람들은 탄성을 터트렸다.
“흐음.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는 팬들이 없네?”
‘……아, 시비였구나. 이런 사람이었네.’
촬영장에선 살갑게 대하기에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
진호는 싱긋 웃었다.
“제가 이런데 오면 다신 안 볼 거라고 엄포를 놨거든요. 그래서 대표로 딱 두 분만 오세요. 아, 저기 있네요.”
진호는 이쪽을 향한 대포 카메라 두 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망원 렌즈만 해도 웬만한 중형차 한 대 값이다.
“밥 먹고 커피 마셨으니까 손 흔들지 마! 예쁘게 걸어!”
“쳇. 제가 이런 취급 받으며 삽니다.”
얼굴이 빨개진 배우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사람들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은 팬들에 좋은 연예인이구나.”
김윤식이 대견한 눈빛을 짓는다.
방금 전의 처신은 썩 훌륭했다.
“으흐흐. 칭찬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녀석…… 가자.”
“옙!”
이번 중국행은 중국에서 직접 초청해 온 것이다.
일정은 1박 2일이다.
“꺄아아아아!”
“진호!”
“제이!”
입국 게이트가 몰려든 팬들로 난리다.
족히 천 명은 넘어 보였고, 경찰들이 바리게이트를 치고 있다.
“와후.”
“지노, 가야 돼.”
월터가 등을 떠밀었지만, 진호는 오히려 팬들에게 다가갔다.
비명 같은 함성이 더 커졌다. 눈살을 찌푸린 진호가 검지를 입에 가져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거짓말처럼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누가 오랬어요? 난 오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현지인 같은 중국어가 공간을 울리자 팬들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진호는 콧잔등을 찡그렸다.
“씁. 나 이런 거 싫어하는 거 알면서, 말 안 해? 지부장님 어디…… 거기 계신 지부장님 이리로. 숨어 봤자 다 보여요.”
한 여성이 쭈뻣거리며 다가왔다. 진호는 그녀를 살포시 안았다.
“흡?”
“내가 너무 안 왔죠?”
혼내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과를 했다.
그녀는 울컥했다.
“미, 미안…….”
“조금만 기다려요. 곧 중국 투어콘서트 할 거니까.”
“저, 정말?”
진호의 말을 들은 사람들도 놀랐다.
“내가 거짓말 한 적 있어요?”
“아, 아니!”
그들은 곧 눈물을 그렁거렸다. 진호는 자신들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기다려요.”
“응!”
“따라오지 말고. 사고 나니까.”
“아, 알았어! 단단히 주의시킬게.”
씩 웃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준 진호는 몸을 돌렸다.
사람들이 멍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됐어요. 이제 이동하시죠.”
“어, 으응.”
한 배우는 아예 사람들 틈 사이로 숨어 버렸다.
월터가 혀를 내둘렀다.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미국에서 빌보드 가수 경호도 해 본 월터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팬=극성. 팬=귀머거리다.
하지 말라는 건 더 하는 게 연예인의 팬이다.
“처음부터 주지시키고 관리하면 돼요.”
“Jesus.”
월터는 전율했다.
다른 연예인이라면 팬이 생겼다는 것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할 때, 진호는 냉정하게 팬들을 조련했다는 뜻이다.
“극성팬들은 그래도 말을 안 듣잖아.”
진호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팬클럽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압 해요.”
경고를 줘도 듣지 않으면 회장과 간부들이 나서서 해결한다.
합법적, 또는 SNS 계정 폭파 같은 비합법적으로.
진호 자신에게 오기 전 다른 연예인들을 덕질하며 수많은 일들을 겪은 그들인지라 워낙 은밀해 기사로 다뤄지지 않는다.
“지노, 절대 사이비교단 같은 거 만들지 마.”
“안 만들어요.”
‘이 사람이 지금 누굴 범죄자로 만들려고 하나…… 흠, 그래도 떡밥 하나는 던졌네.’
중국 투어 콘서트는 지니어스를 뜨겁게 달굴 것이다.
일본 팬들은 왜 일본은 안 오냐 난리 날 테고, 곧 방송될 해피해피 투게더가 거기다 기름을 끼얹을 것이다.
옅게 웃은 진호는 걸음을 성큼 내디뎠고, 이 일은 중국의 포털사이트를 시끄럽게 했다.
* * *
팬 사인회에는 엄청난 인파가 집결했다.
한국 팬이 40만 명을 돌파했다면, 중국 팬은 60만 명을 돌파했다.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몰려든 인파의 90퍼센트 이상이 진호의 팬이다.
그들은 무척이나 질서 정연하게 움직였고, 소란도 일으키지 않았다. 소란을 일으키는 일부 팬들은 자체 진압되었다.
성숙한 팬 문화, 성숙한 중화인이라는 기사들이 다시 포털사이트에 올랐다.
“후우, 이것도 못할 짓이다. 진호 넌 괜찮아?”
김윤식이 팔을 주무르며 다가왔다. 촬영 중 진호와 사진을 자주 찍어서 그런지 그에게도 엄청난 숫자의 사람이 모였다.
“저야 당연히…… 아프죠. 팔이 떨어질 것 같아요. 그러니 저녁에 한잔하셔야죠.”
“그게 왜 그렇게 이어지는지 모르겠지만, 난 찬성이다.”
둘은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아, 그리고 내일 제지인 한 분 만날 건데 같이 가실래요? 좋은 분이세요.”
이곳 상해엔 지인이 한 명 있다.
“그럼 가야지.”
김윤식은 눈을 빛냈다. 진호가 좋다고 하면 정말 좋은 사람이다. 이후 그들은 The J 판권을 사 간 중국 방송국의 토크 방식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리고 편하게 녹화했다.
중국 하면 자극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The J의 시청률 때문 인지, 아니면 원래 프로그램의 성향이 그런 건지 몰라도 MC들은 시종일관 편하게 대해줬다.
오늘 공항과 팬 사인회 현장에서 있었던 일도 편하게 답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정말 의외였다.
여자 MC가 사심을 가득 담아 쳐다봐서 좀 난처하긴 했지만 말이다.
위이잉! 탁탁탁!
빠르게 돌아가는 런닝머신 위, 진호가 창밖을 보며 뛰고 있다. 이제 막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도시의 풍경은 썩 신비로웠다.
“후우우.”
마지막 술의 잔재를 털어 낸 후 씻고 나온 그는 지갑과 핸드폰만 챙겨 든 채 호텔을 나섰다.
멀끔한 얼굴의 월터가 따랐다. 택시를 탄 그들은 도시 외곽에 있는 어느 커다랗고 화려한 식당으로 향했다.
문 앞에서 하품을 하던 종업원이 다급히 인사를 했다.
“기다리고 계세요.”
“무슨 일 있으면, 난입할 거야.”
싱긋 웃은 진호는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홀로 향했다.
외관처럼 화려하게 붉은색과 금색으로 꾸며진 넓은 홀에는 먼저 와 있는 사람이 있었다.
마른 체구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오십 대 장년인.
진호는 그에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에요, 타오 사장님.”
디올 차이나의 사장이다.
그가 일어서 양팔을 벌렸다.
“어서 오시게, 뮤즈. 자, 앉지.”
고개를 끄덕인 진호는 그의 맞은 편에 앉았다.
동시에 바로 식사가 나왔다.
“오, 게살 죽이네요. 잘 먹겠습니다.”
냉큼 한입 먹은 진호는 놀랐다.
진짜 게살이었다.
“최고급 상해 털게네요.”
“으하핫! 역시 자네라면 알아볼 줄 알았지. 많이 들게.”
“감사합니다. 사장님도 드세요.”
“그래야지! 음. 여긴 언제 와도 그대로군.”
그렇게 게살 죽을 비우자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됐다.
아침식사로는 굉장히 많은 양이었지만, 진호는 모두 말끔히 비웠다.
달그락.
디저트를 한 입 먹은 진호가 스푼을 내려놨다.
“그래서 절 부르신 이유가 뭐예요?”
“이유라니? 뮤즈, 지금 내 호의를 무시하는 건가?”
타오 사장의 눈이 불쾌함으로 일그러졌다.
진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날 속이려 들지 마세요. 얼굴에 다 쓰여 있으니까.”
장년인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급하군. 역시 젊음의 패기인가.”
“목적을 가진 사람과 이 이상 꽌시를 이어 갈 수 없어서요.”
타오 사장도 스푼을 내려놓았다. 입을 닦은 그가 말했다.
“디올 차이나 소속이 되게.”
“불가.”
진호는 생각할 것 없다는 듯 답 했다.
타오 사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왜지?”
“그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날 모른다는 거니까요.”
“여지는?”
“없죠.”
타오 사장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내 호의를 거부하고도 중국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보나? 자네의 투어 콘서트도 불발될 수 있어.”
진호는 눈을 감았다.
지금 그는 선을 넘었다.
다시 떠진 진호의 눈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
“그러는 당신은 내 꽌시를 무시 하고도 목이 무사할 거라고 생각 하나요?”
“피에트로를 믿는 거라면 집어치우게. 중국은 중국만의 법칙이 있으니까.”
“내기 할래요? 내가 중국에 영원히 입국 금지가 되는 게 빠를지, 아니면 당신이 그 자리에서 내려 오는 게 빠를지.”
탕! 타오 사장이 테이블을 치며 일어났다.
“감히!”
“내가 내 모든 걸 걸고 당신에게 이어진 그 선의 대척점에서면 어떻게 될까? 작정하면 그 최상부와 만나는데 얼마나 걸릴까?”
“…….”
“돈? 당신도 알잖아요. 지금 내게도, 꽌시에도 그딴 건 필요 없다는 거. 내게 없는 다른 걸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 다른 것. 당신이 많을까요, 내가 많을까요? 아시죠? 제게 재능이 얼마나 더 숨겨져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
타오 사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진호는 냅킨으로 입을 닦고 일어섰다.
“방금 전 이야기는 못 들은 걸로 하죠. 하지만 이 호의는 가슴에 담아 두겠습니다. 잘 먹었어요.”
“큭!”
‘바보 같은 사람.’
그대로 있었어도 어차피 본사 임원 확정인 사람이다.
명품 브랜드 시장에서 아시아인 사이즈의 표준을 정하는 중국이라는 커다란 시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눈앞의 작은 욕심에 유혹 돼서…… 내가 어디 소속인지가 뭐 중요하다고. 그리고 온전히 디올 코리아 소속도 아닌데.’
혀가 절로 차질 만큼 안타까운 일이었다.
“무슨 일이야?”
“별거 아니에요. 많이 배고프죠? 가요. 내가 정말 완탕면 기가 막히게 하는 곳을 알고 있어요.”
“또 먹어?”
“원래 불편한 자리에서 먹는 건 빨리 소화되는 법이에요.”
“그 반대잖아!”
“아, 그런가요? 흐흐흐.”
‘당분간 중국 측 화보는 접어야겠네.’
수작을 걸어왔으니 그에 대한 응징은 당연한 것이었다.
‘다음 사장은 누가 될까?’
떠오르는 후보가 몇 명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