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13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6권 10화
4. 아름다운 연주
프랑스의 The J 수입은 인터넷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사람들은 국뽕 한 사발을 거하게 마셨고, 시청률에도 소폭 영향을 미쳤다.
1화 마감 시청률 7.8퍼센트 이후 2화 마감 시청률 9.2퍼센트로 껑충껑충 뛰던 시청률은 5화를 16.6퍼센트로 마감했다.
때문에 연예란에서 The J에 관한 뉴스가 거의 삭제되다시피 사라졌다. 다른 연예인, 다른 기획사, 다른 드라마, 다른 방송국이 어떻게든 묻어 버리기 위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톡톡.
회사 안, 소파에 앉은 진호가 팔 걸이를 검지로 두드린다.
‘중국의 광전총국이 움직였어.’
중국 어디에서도 디올에 관한 내용을 찾을 수가 없다.
일반인들이 SNS에 자랑하는 것만 나올 뿐, 그 어떤 미디어에서도 디올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장칭 할아버지가?”
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장칭이 그런 영향력을 가졌다고는 볼 수 없다. 한국이 정치와 연예계가 이어진 듯하면서도 다른 차원에 있는 것 처럼 중국도 마찬가지다.
아니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더 간극이 크다.
한국은 밟으면 꿈틀할 수 있지만, 중국은 불가능하다.
몇 년 전 대배우라 불린 여성이 어떤 문제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실종되다시피 했다가 다시 나타난 것처럼 말이다.
“아, 모르겠네.”
그래도 미영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니 진호는 여기서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모르긴 뭘 몰라.”
재준이 말끔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의 눈에 걱정이 서려 있다.
“괜찮아?”
“뭐가?”
“다른 놈들이 너 묻으려고 한다며?”
진호는 피식 웃으며 일에 열중하는 직원들을 가리켰다.
“어때 보여?”
“쩝. 괜히 설레발친 건가.”
“그렇지. 이젠 작품조차도 걸고 넘어질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카드를 꺼내 든 것뿐이야. 하지만 연예란에서 The J에 관한 뉴스가 사라졌다고 해서 시청률이 떨어지는 게 아니거든.”
매일 스포츠라는 신문사에는 자신을 전담하는 연예부 기자가 있다. 뉴스가 거의 삭제되다시피 한다는 거지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이틀에 한 개, 삼 일에 한 개, 아니면 방송 당일 날 한 개.
이젠 그 정도만 노출되어도 충분 했다.
“그보다 새 콘텐츠는 어때?”
재준은 일본에서 넘어온 연습생들과 함께 여러가지 교습을 받고 있다.
재준이가 도전한다는 이름의 콘텐츠는 그의 재주도 늘릴 겸 연습생들의 근황 및 변화하는 모습도 알리려는 의도다.
그도 이 회사와 계약한 사람이니 말이다.
“존나 못한다고 열나게 까이고 있지. 이 죽일 츤데레 놈들.”
대차게 까면서도 후원은 또 넉넉하게 해 주고 있다.
“댄스부 출신이 어쩌다가.”
재준은 고등학교 때 댄스부였다.
“닥쳐. 꺼져.”
얼굴을 일그러트린 그는 몸을 돌렸고, 장경아 실장이 다가왔다.
“오늘 도착한 대본과 시나리오입니다.”
쿵!
“오늘도 많네요.”
오늘도 하나의 탑을 만들었다.
충무로와 방송가에 있는 모든 대본이 오는 듯하다.
너무 많아서 이젠 골라내는 것도 벅찼다.
“그리고 이건 후원하는 사람들의 근황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말이 근황이지 따로 조사를 하거나 보고를 받는 게 아니다. 그들이 보내 주는 편지다.
그들은 고맙게도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분기에 한 번씩은 이렇게 편지를 보내 주고 있었다.
“연지는 오늘도 일기를 썼으려나.”
아직 초등학생인 연지란 아이는 일주일마다 편지를 보내는 아이인데, 내용은 거의 일기에 가깝다. 오늘 뭘 했는지, 날씨가 어땠는 지, 뭘 먹었는지.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다.
기쁜 마음으로 편지를 읽어가던 진호는 눈을 빛냈다.
“오. 진태가 대회에 나가네?”
목소리가 커서인지 가까이 있던 기획부 직원들의 고개가 이쪽으로 향했다.
진태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아이다.
“진태가 피아노 대회에 나간다고 합니까?”
장경아 실장이 다시 걸어왔다.
“네. 진태 어머니가 그렇다고 보내 주셨네요.”
진태는 약간 아픈 아이다. 그래서 그의 근황은 본인이 아니라 어머니가 대신 전해 주고 있다.
“본선 진출해서 서울에 온대요.”
장경아 실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기획실 직원들도 대견하다는 눈빛을 짓고 있다.
“가야겠네요.”
“스케줄을 조정시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진호는 대본과 편지들을 챙겨 들고 몸을 일으켰다.
‘아, 그 스킬 1차 해금하겠다.’
* * *
진태가 참가하는 콩쿠르의 본선 날이 밝았다.
가볍게 차려입은 진호는 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안 오셔도 되는데…….”
“저희도 보고 싶습니다.”
장경아 실장을 비롯한 팀 이진호의 모든 직원들의 눈빛이 매섭다. 입맛을 다신 진호는 핸드폰을 들었다.
“네, 어머님. 어디세요? 아, 예. 거기에 계세요. 제가, 아니 저희가 갈게요.”
직원들과 함께 걸어가니 수더분한 인상의 장년 여성과 시선이 갈피를 못 잡는 열다섯 살의 소년이 있었다.
진호는 환하게 웃으며 뛰다시피 소년의 앞에 섰다.
“진태야!”
“진호 형!”
“올. 우리 진태 이렇게 빼입으니까 완전 연예인인데?”
진호는 턱시도를 입은 소년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소년이 몸을 비틀었다.
“으히히!”
“형은 어때? 형도 오늘 잘생겼어?”
“네! 진호 형 멋있어!”
“그건 당연한 말이고. 그동안 여자 친구는 생겼어?”
“네!”
크게 놀란 진호가 진태의 어머니를 보았다.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못 말린다는 듯 웃는다.
“이번에 복지관에 젊은 선생님이 한 분 오셨어요.”
“신진아 선생님 예뻐요!”
“오! 이번엔 고백할 거야?”
“네!”
“좋았어, 파이팅! 아, 누나들한테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그래, 진태 안녕?”
“어휴, 우리 진태 왜 이렇게 멋있어? 누나랑 결혼할까?”
“네!”
진태가 배시시 웃는다.
진태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소년이다.
천재적 재능을 주는 대신 많은 걸 앗아가 버리는 서번트 증후군. 그래도 자폐증처럼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건 아니다. 표현하는 방법이 서틀 뿐, 자신의 감정도 표현할 줄 알고, 남의 호의에 감사할 줄 안다.
“진태, 오늘 잘할 자신 있지?”
“네!”
언제나 바로 나오던 대답이 조금은 망설임을 가졌다.
“안아 줄까?”
“네!”
진호는 살포시 진태를 껴안았다.
진태의 얼굴이 사르르 풀렸다.
“진호 형, 좋은 냄새!”
“향기, 인마. 향기.”
“좋은 냄새!”
“그래, 냄새다.”
“네!”
“오늘 끝나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진태 뭐 먹고 싶어?”
“꼬기!”
“그래. 끝나고 소고기 먹으러 가자!”
“네!”
대화가 끝났음을 안 건지 진태가 엄마의 손을 잡는다.
진호는 그의 어머니를 보았다.
“진태가 저 보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 오세요.”
“아, 아니 그게.”
“괜찮아요. 제가 해외에 나가 있으면 화상 통화를 해 주시고요.”
“그럴게요. 고마워요, 진호 씨.”
“편히 말씀하시래도요. 진태가 제동생인 것처럼 어머니도 제 어머니세요.”
“흑!”
“어이쿠. 얼른 들어가 보세요. 진태도 준비해야죠.”
울음을 애써 참은 그녀는 연달아 인사를 하며 안으로 향했다.
“아, 불안한데. 진태가 갈수록 잘 생겨지는데. 저러다 나쁜 여시 꾐에 넘어가면 안 되는데.”
직원 중 한 여성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진호도 마찬가지였다.
“가시죠.”
그들은 콩쿠르장 안으로 들어갔고, 사람들이 그런 그들을 멍하니 응시했다.
콩쿠르가 시작함과 동시에 스킬이 1차 해금됐다.
그와 동시에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피아노를 치고 있는 어린 소년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스킬의 1차 해금 조건은 ‘콩쿠르 관람하기’다.
이미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친구 따라 구경 왔다가 참가자들의 허접스러운 실력들에 실망을 한다.
이때부터 주인공의 스토리가 진행된다.
‘되지도 않는 기교만 부리고 있어.’
[스킬: 옥탑방 스타]만 있었어도 확실히 알 만한 일이지만, 지금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곡을 해석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화려하게 잘 칠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있어.’
이제 13살 된 어린 소년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과하게 힘이 들어가고, 미세하게 음이 밀린다.
튀는 부분도 있다.
안타까웠다.
‘저때는 이런 나쁜 허세보단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게 좋은데.’
어렸을 적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 지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곡이 끝나자 진호는 의무적으로 박수를 쳤다.
‘청소년부는 좀 다를까?’
그러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청소년부도 마찬가지였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청소년부도 나쁜 허세만 가득했다. 진호는 힐끗 앞자리 심사위원석을 보았다.
“저분들의 생각도 나와 같을까.”
“예?”
“아뇨. 아니에요. 아, 진태가 나오네요.”
피아노 실력을 알았기에 후원을 결심하게 된 진태가 걸어나왔다. 방금 전 봤던 것처럼 초점이 한곳에만 머물지 않은 진태지만, 방금전과 달랐다.
진호는 미간을 좁혔다.
‘많이 위축되어 있어.’
대충 예상이 갔다.
그러지 말아야 함에도 그런 짓을 하는 이들이 있다.
아무리 진태의 어머니가 함께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아노를 치는 만큼 귀가 밝은 진태라면 다른 참가자들이 작게 말하는 악담을 모두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도망치지 않았어.’
너무 대견했다.
진호는 싱긋 웃었다.
“진태야!”
마이크가 없음에도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대회장을 울렸다. 객석에 있는 모든 관객들이 귀를 막으며 이쪽을 쳐다봤다가 놀란다. 알아본 것이다.
휙! 초점이 잡히지 않는 눈이 진호 자신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진호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파이팅!”
“그래! 우리 진태 파이팅!”
“파이팅!”
굳어 있던 진태의 입가가 다시 평소처럼 미소를 그렸다.
“네!”
씩씩하게 대답한 그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의 손이 건반을 두드렸다.
진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지! 이거지!’
장난기 많은 진태의 성격.
통통 튀는 진태의 연주는 오늘도 즐거웠다.
* * *
생각은 같지 않았다.
초등부, 청소년부, 일반부 모두 화려한 기교만 부린 이들에게 상이 돌아갔다.
‘명망 있는 대회가 아니라서 그런 가?’
국내 유명 콩쿠르는 다를까 하는 작은 짜증이 일었지만, 만족한 두 모자의 얼굴을 보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제가 말한 사람들 기록하셨죠?”
“예. 알아보고 후원 절차를 밟겠습니다.”
“수고해 주세요.”
진태처럼 정말 즐기며 피아노를 치던 아이들이 몇 명 있었다. 실력은 좀 떨어졌지만, 즐길 줄 아는 아이들이었다.
진태에게 다가간 진호가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요놈, 요놈.”
“이히히. 으히히.”
“어? 너 누가 중간에 신진아 선생님 생각하래?”
중간에 아주 잠깐 꿀이 떨어지는 감정이 느껴졌다.
“신진아 선생님 예뻐요!”
“씁. 말 돌려?”
“으흐흐.”
“에휴. 그래, 형이 다 녹음했으니까 선생님 들려 드려. 알았지?”
“네!”
“이럴 때만 대답 잘하지.”
“네!”
‘그래, 즐기면 됐지.’
“가자, 꼬기 먹으러!”
“꼬기 맛있어!”
진태의 머리를 헝클어뜨린 진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한 명의 오십 대 중년인이 앞을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