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16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1권 16화
기이이잉!
오늘도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으로 가득한 인천 공항.
짧은 검은 머리칼의 통통한 체구의 중년인이 검은 정장을 입은 4명의 사람과 함께 입국장을 나서고 있었다.
그는 바리케이트 너머에서 ‘Welc ome to korea. Tim Jones.’라고 적힌 펫말을 들고 있는 중년 여성에게로 향했다.
중년 여성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 했다.
“반가워요, 팀 존스 수석 디자이너. 전 디올 코리아의 조명희라고 해요. 이자벨이라고 불러 주세요.”
“Bonjour, madame.”
영어로 말했는데 프랑스어로 돌아왔다.
조명희라 불린 여성은 조금 난처 해졌다.
통통한 체구의 중년 영국인 팀 존스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이자벨. 팀 존스입니다.”
“한국에 온 걸 환영해요.”
“그런데 안젤라가 나오지 않았나요?”
“부사장님은 급히 결제해야 할 일이 있어서 두 시간 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요. 갑자기 오신다고 해서 스케줄 조정을 급히 하셔야 했거든요.”
질책이었지만, 팀 존스의 얼굴은 황홀함으로 물들었다.
“나의 뮤즈를 위해서라면 세계 끝이라도 가야죠.”
“뮤즈…….”
조명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그 뮤즈란 이에 대해 조사했다.
한국대 전체 수석, 그가 페이탈 북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랫사람에게 조사하라고 시킨후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본사에 보내는 바람에 얼굴을 보지 못한 게 조금 마음에 걸렸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부사장님…….’
“정말 그가 당신의 뮤즈가 맞나요?”
“당연합니다!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나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한 그가 지적인 매력까지 갖추고 있다니!”
그는 그날 신을 찾으며 10개의 디자인을 새로이 그렸다.
“그래서…….”
그의 눈빛이 돌변했다.
“나의 뮤즈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팀 존스의 눈빛은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그것과 꼭 닮아 있었다.
[스킬 : 테니스의 황태자] [한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직 멀었어.]6.
오늘 날씨가 어땠냐, 밥은 먹었냐.
다시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공부에 대한 흥미가 전혀 없는 지영에게는 그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가정을 돌보지 않는 부모 때문에 엇나갔으면서도 부모에게 칭찬, 정확히는 관심을 바라는 유형.
종국엔 그게 변질되어 반항을 하듯 공부를 하지 않는 유형. 동기들이 만난 학생들 중 의외로 이런 유형의 학생이 많다고 했다. 이럴 땐 아주 사소한 것에도 칭찬을 해 주라고 했다.
잘한다, 좋다, 이것도 해 봐라. 물론 아무런 친분이 없는 학생을 상대로 오늘 날씨가 어때부터 시작한다면, 그 자리에서 쫓겨 날 테지만, 지영은 어려서부터 교감을 나눈 친동생 같은 아이였다.
이미 마음이 통한 상대였기에 친해지는데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서 시간은 많이 줄었고, 시너지는 더 커졌다.
서로에게 멈췄던 그 시간부터의 시작.
나쁘지 않았다.
우웅!
피식 웃으며 ‘얼마나 외웠어?’라고 보낸 진호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얘가 머리가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 후우.”
지영은 중간중간 꽤 고급 단어들을 말했다.
그간의 과외가 영 헛것이 아니었고, 기본적인 머리도 있다는 뜻이었다. 정말 멍청했다면, 그 쉬운 질문조차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노트에 앞으로의 공부 방향을 적어가던 진호는 목을 주무르며 고개를 들었다.
우웅!
이어서 코코아톡으로 온 메시지 가 진호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했다.
‘다행이다.’
은혜를 갚은 것도 있지만, 고맙게도 한국대 학생들이 많이 사 준 것 같았다.
“여, 테니스 천재. 빈 강의실에서 뭐 해?”
“아, 구영재 선배님.”
“형이라고 불러, 인마. 그런데 중 학교 영어네? 이걸 왜?”
“과외 때문에요.”
씩 웃은 진호는 책상 위의 자료들을 모두 가방에 넣었다.
“하긴 놀려면 돈이 중요하지? 왜? 도와줘?”
그렇게 말하는 구영재의 눈은 온기로 가득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좋은 현상 이라서 진호는 묻지 않았다.
“아뇨. 괜찮아요. 테니스치러 가시죠!”
“오! 어제 연습 좀 했나 봐?”
“흐흐.”
정말 되나 연습해 보고 싶은 기술들이 너무 많았다.
아파트 상가 벽에 대고 공을 치는 것만으로는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그는 어서 테니스 라켓을 휘둘러 보고 싶었다.
구영재는 그런 진호의 눈에서린 열기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진호야, 너 경기 한번 안 해 볼 래?”
“……네?”
설명을 들어 보니 타 학과와의 친선 경기였다.
구영재는 환복을 위해 이동하다가 진호를 발견한 것이었다.
진호는 고민에 빠졌다.
테니스 동아리에 든 이유 중 경기가 들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고 싶다.’
스킬도 얻은 마당이었다.
어디까지 통하는지 한 번 시험해 보고 싶었다.
“네. 하겠습니다!”
“좋았으! 그럼 가자!”
진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 * *
테니스 코트는 여전히 사람들로 넘쳐났다.
몇 명은 개조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 근처 생활 과학 대학의 의류학과 학생들 같았다. 그러나 그보다는 두 개의 무리를 이룬 이들이 더 눈에 밟혔다.
80퍼센트의 코트를 점거 하고 있는, 정식으로 테니스 복장을 갖춘 두 부류가 서로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친선 경기 아니었나?’
표정이 심각해지는 진호를 발견한 학과 선배들과 동기들은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래, 해 보자.”
겁먹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진호는 개인전에 나가게 되었다.
정식 경기처럼 게임의 숫자가 정해진 건 아니었다.
오늘 예약한 모든 코트에서 경기가 진행되었다.
심판도 없었다.
“무슨 학관데 이러는 거예요?”
그는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경제학과.”
“아…….”
그렇다면 이런 모습도 이해가 갔다.
경제학과는 경영학과의 라이벌로 불리는 곳이었다.
“쫄지 마, 인마. 너보고 이기라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까. 생 초보한테 무슨…… 형 누나들 힘 내게 가서 재롱이나 떨다 와.”
“하하하. 옙!”
마음이 가벼워진 진호는 라켓을 챙겨 들고 코트로 향했다.
초보라고 소개된 그의 상대로 나온 이는 찢어진 눈을 가진 사내였다. 약간은 허름한 그립 테이프가 눈에 밟혔다.
둘은 네트를 가운데 두고 서로 잘해 보자며 악수를 했다.
꽈악!
사내의 손힘이 강했다.
아프진 않았지만,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야, 한국대 슈퍼스타를 여기서 보게 되네. 그런데 정말 뭐같이 잘 생겼다? 얼굴에 신경이나 쓰는 이런 놈이 날 제치고 1등을 먹다니 말이야. 정말 운 좋네. 아, 동갑이니까 말 놔도 되지?”
초면임에도 말투가 악의와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진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외모가 바뀌기 전에는 이보다 더 심한 말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아, 네가 2등이었어? 차석 입학? 이름이?”
“……러프? 스무드?”
라켓의 양면을 뜻하는 용어였지만, 진호는 그걸 몰랐다.
다만 직감상 그게 위아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스무드.”
사내는 라켓 헤드를 땅에 데고 라켓 핸들을 돌렸다.
수직으로 선 라켓이 돌아가다가 땅바닥을 굴렀다.
“러프네. 그럼 서브는 내가 한다.”
진호는 베이스라인 센터에 섰고, 이죽거리며 물러난 사내는 말도 없이 공을 높이 올렸다.
“흡!”
파앙!
공이 라인 끝 밖으로 튀어나가 듯 코트 깊숙한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것도 좌측이었다. 속도는 조금 느렸다.
대비하고 있던 진호는 재빨리 달려가 받아 낸 후 반대편 코트를 바라봤다가 눈을 크게 떴다.
어느새 네트에 그 사내가 있었다.
파앙!
공은 반대쪽 코스 깊숙한 곳에 꽂혔다.
“피프틴 러브. 아, 혹시 생초보라 서브 앤 대시를 모르나?”
테니스를 제대로 했던 이였다.
벌떡 일어나 상대편에게 항의하는 구영재의 모습을 보니 확실하게 알 수가 있었다.
상대편은 여유로운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아, 짜증 나네.’
아무리 라이벌(?)이라지만, 친선 경기에서 죽자고 달려들고 있었다. 아니, 이쪽을 농락하려 들고 있었다.
“아니, 첫 서브부터 그걸 할 줄 몰랐던 거지.”
등 뒤에서 튕겼다가 발치로 굴러 온 공을 돌려보낸 진호는 무심한 얼굴로 다시 베이스라인 중앙에 섰다.
미간을 좁힌 사내는 다시 코트 깊숙한 곳을 향해 공을 쳤다. 이번에도 좌측이었다.
먼저 달리며 네트를 본 진호는 그곳을 향해 달려오는 사내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타격 순간 손목을 꺾었다.
파앙!
공은 대각선으로 날아가지 않고, 정면으로 쏘아졌다.
사내는 기겁하며 달렸지만, 공은 코트를 가른 후였다.
“피프틴 피프틴! 으랏챠-!”
아주 통쾌했다.
“……꽤 하네.”
사내는 부글부글한 표정으로 공을 쳤다.
‘흠, 어디?’
빠르게 달려간 진호는 느릿하게 튀어 오르는 공을 부드럽게 감싸 듯 올려쳤다. 공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반대편 코트의 베이스 라인 위에 떨어졌다.
‘오, 이게 되네?’
그냥 된 게 아니라 완벽하게 됐다.
굉장히 신기했다.
네트를 향해 달려오던 사내는 닭 쫓던 개가 되었다.
“아웃!”
“……하?”
“내 코트의 판정은 내가 하는 거잖아. 내가 봤을 땐 아웃이야.”
“……흐응. 뭐, 그래.”
더럽고 치사한 짓을 하고 있었다. 예절의 스포츠인 테니스를 하는 사람 같지가 않았다.
덕분에 승부욕이 급격히 사라져 버린 진호는 기술이나 연습하자고 생각했다.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고, 2등의 서브 앤 대시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진호의 로브는 모두 아웃 판정을 받았다.
‘아, 이거 은근히 강약 조절이 힘드네.’
실제로 아웃된 공들도 많았다.
역시 더 쳐 봐야 완벽하게 습득 할 것 같았다.
“야, 인마! 그게 어떻게 아웃이야! 보자 보자 하니까 진짜!”
스코어 3-0.
결국 참지 못한 구영재가 외쳤다.
경제학과로 보이는 이가 얄밉게 웃으며 다가왔다.
“워워, 판정은 각자 재량이잖아. 고작 생초보 신입생들 경기에 뭘 그렇게 열을 올리고 있어?”
“너 진짜…….”
구영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 순간이었다.
도르륵! 통! 도르륵! 통!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쫓아 시선을 돌렸던 둘은 눈을 부릅떴다.
테니스공이 라켓 옆면을 타고 굴렸다가 공중으로 튕기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서커스 뺨치는 기예를 펼치는 사람은 놀랍게도 진호였다.
“전 괜찮아요, 영재 형. 경제학과 선배님 말대로 생초보 신입생들의 재롱 정도일 뿐이잖아요. 어차피 그런 생각으로 나섰는걸요.”
이는 진심 반, 비꼼 반이다.
아무리 [스킬 : 테니스의 황태자]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그리고 스포츠 정신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굳이 열을 낼 필요도 없었다.
이젠 [스킬 : 테니스의 황태자]를 더욱 가다듬는 것 외에는 흥미가 없다.
“영재형도 그런 의미로 절 출전 시킨 거잖아요. 아니었어요?”
진호는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