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161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7권 12화
지방 줄신에 당시엔 아무나 될 수 있었던 회사원 출신이라며 아버지를 많이 업신여기고, 그런 아버지와 나이 차이가 무척이나 나는데도 결혼한 어머니를 핍박하고 무시하던 외가.
“아이고, 이 서방 왔나? 진호도 그동안 잘 지냈고?”
원래부터 키가 훤칠한 것도 있지만, 어머니가 가져다 드린 디올로 빼입으셔서 마치 노년 신사 같은 외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작년까지만 해도 진호 자신과 부모님을 어려워하셨던 외할아버지가 말이다.
외할머니는 진호가 어릴 적에 돌아가셨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그 부분이 아니다.
‘지, 집이?’
바뀌었다.
새집이었다.
진호는 다급히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두 분 모두 이 모든 게 당연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집을 지어 드리셨구나!’
어머니는 집안쪽을 보곤 눈을 가늘게 떴다.
이번에도 외가 친척들은 모두가 떠난 뒤였다.
“또 아무도 없네?”
“다들 바쁘다고 일찍 가더구나.”
“아니, 쉬는 거 뻔히 다 아는데 바쁠 게 뭐 있다고. 흥! 됐고, 아빠. 속옷…… 아니다. 외투만 가지고 나와요.”
“응? 왜?”
“왜긴 왜야, 명절이니까 온천이나 가려는 거지.”
“엄마, 온천 말고, 서울 나들이.”
“그래요. 서울 나들이도 하고, 온천도 가요. 명절에도 집에서 보내고 싶어요? 뭐해요? 얼른 나와요. 차 막혀요.”
“아, 알았다!”
간만의 외출에 외할아버지는 혹여 딸의 마음이 바뀔까 얼른 안으로 들어가셨다.
진호는 그제야 의구심이 가득한 눈으로 부모님을 보았다.
“네 엄마랑 아빠가 퇴직 후 쓰려고 모아둔 노후 자금으로 지어 드렸다. 너랑은 상의 못해서 미안 하다. 그래도 네 결혼 자금은 남겨 뒀으니까 걱정은 말고.”
‘어? 그 돈은?’
아버지가 과장이 되신 순간부터 달에 얼마씩 따로 빼두었던 그 노후 자금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에요. 엄마, 아버지가 모으신 돈인데 제가 어떻게 간섭해요. 잘하셨어요.”
없는 살림에 한 푼 두 푼 모았던 소중한 돈임을 알고 있기에 조금 속이 상하기는 했지만, 뿌듯해 하는 부모님을 보니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알게 된 일인데, 부모님을 업신여기고 구박했던 외삼촌들, 이모들과 달리 외할아버지는 아무도 몰래 조금씩 도와주셨다고 했다.
‘이젠 정말로 외삼촌들과 이모들이 설 자리를 잃으셨겠네.’
외가가 싫어지게 만들었던 일등 공신들.
진호 자신이 디올, 지방시와 계약하며 소위 잘 나가게 되자 어머니는 외할아버지에게 한약과 명품 같은 선물을 해 드리기 시작했다. 명품은 진호에게 후원이 들어온 것들이었다.
그동안 자신들을 구박하고 업신 여긴 외삼촌들과 이모들이 외가에서 설 자리를 잃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이 집을 보고 구겨졌을 그들의 얼굴을 생각하니 속이 좀 시원했다.
진호는 집안을 들여다보며 씁쓸 히 웃었다.
“옛날엔 참 무서우셨는데…….”
언제나 찌푸려져 있던 미간과 큰 목소리.
키도 훤칠하셔서 언제나 외가에 오는 게, 외할아버지를 만나는 게 무서웠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휴, 왜 이렇게 안 나오신다니? 아빠! 뭐해요! 차 막힌다니까!”
어머니가 집안으로 들어가셨고, 진호는 그 모습을 보며 옅게 웃었다.
외가에서도 큰 소리를 내게 된 어머니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 * *
“워후! 아버님, 어머님이 아주 화끈하시네. 집을 새로 지어 드린 거면 거의 1억은 들었을 텐데…… 워.”
명절 마지막 날임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술집.
진호는 재준이 따라 주는 술을 마시며 입을 열었다.
“대출 끼고 6천만 원 들었다더라. 땅이 있어서 자재 값만 들었다는데, 그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그러려니 해야지.”
“대출? 그건 좀…… 얼마나 ?”
“2천. 대출 상환은 아버지 퇴직금으로 하신대. 대신 명의가 엄마다.”
“아, 그러면 괜찮지. 카! 그 외삼촌 이모들이 배 아파 죽었겠구나!”
“그 모습을 못 봐서 좀 아쉽기는 하더라. 넌 어땠어?”
“나도 달라졌지.”
“오, 그래?”
국내 3대 대학 중 하나인 가람대에 입학하고도 스트리머의 길에 빠져 일찌감치 학교를 그만둔 재준이다.
그 때문에 친가와 외가에서 굉장히 잔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우리 여사님이 내 통장 까면서 깔끔하게 교통정리했다. 내 아들놈 보다 못 벌면 닥치라고.”
“……역시 어머님답네! 아버님은?”
“아버지는 팔짱 끼고 무게 잡는 역할. 대신 눈빛으로 친척들을 하나하나 내려다보는데, 나라도 속이 뒤집어지겠더라.”
“푸하핫! 마시자.”
챙!
“크으.”
“캬.”
우우웅!
안주를 집어 먹던 진호는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을 들었다.
“어?”
“왜? 레오 형님이셔?”
오늘 술자리에는 레오도 함께하기로 했다.
“아니, 영재형이라고 경영학과 선배님. 지금은 하사관으로 군대에 계셔.”
“잉? 경영학과인데 하사관?”
“그니까 내 말이.”
진호는 전화를 받았다.
“예, 영재 형.”
-우리 진호, 어디야?
“친구와 술 마시는 중이에요. 휴가 나오셨어요?”
-아니, 부대.
“……수고하십니다.”
-넌 절대 군대 오지 마라. 테니스든 피아노든 해서 어떻게든 빠져.
“하하하, 무슨 일이세요? 우울해서 전화하신 거예요?”
-아, 맞아. 너 형 아버지 회사 CF 좀 찍어라. 요새 연예인들 중 네가 가장 잘 나간다면서?
“에이. 그냥 거품이죠. 한참 멀었어요. 그런데 무슨 CF인데요?”
-아파트. 이번에 짓고 계신다네. 완공되려면 1년 정도 걸릴 거야. 해 줄 거야?
“아, 아파트요?”
놀랐던 진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영재 형 아버님이 건축업도 하시나 보네.’
구영재는 학창 시절 아우디 R8을 끌고 다닐 만큼 금수저였다.
“그럼요. 형 부탁인데 당연히 해야죠. 공짜로 부려먹으셔도 돼요.”
-짜사, 형이 금수저다. 설마 네 돈을 떼어먹겠냐? 암튼 한다고 했다?
“옙!”
-알았다. 그럼 수고해.
“예, 형도 충성하세요.”
전화를 끊은 진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파트? 갑자기 웬 아파트?”
진호는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아마 한 동짜리 빌라거나 아파트형 오피스텔 정도겠지.”
“……역시 한국대 경영학과.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가 넘쳐 나는구나.”
“그런 면이 없잖아 있긴 하지.”
부정은 할 수 없다.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서 그런지 다른 대학들보다 부자의 비율이 많은 편이다.
로스쿨을 노리고 입학하는 법조계 명가의 자식들도 많았다.
“진짜 너 학교 어떻게 다녔냐?”
“응? 아, 괜찮아. 다 착해. 막 드라마처럼 돈 지랄이나 갑질 같은 거 안 해. 우리 학교 들어오려고 하루가 멀다 하고 코피 쏟으며 공부한 사람들인데 성격이 모날 틈이 있겠냐?”
“……그렇기는 하네. 그런데 너희 한국대는 농어촌 특별 전형 같은 거 업신여기지 않아? 학교도 따지고. 그거 엄청 유명하잖아.”
“아냐. 어설픈 애들이나 그런 거 따지지, 진짜 잘하는 사람들은 신경도 안 써. 그 사람의 능력만 볼 뿐이지.”
경영학과 과잠도 턱걸이로 합격한 사람만 주구장창 입고 다닐 뿐 여유롭게 입학한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다녔다.
“……뭔가 재수 없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네.”
“뭐가 재수 없고, 뭐가 대단해?”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진호와 재준이 환하게 웃었다.
재준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오셨습니까, 형님!”
“……어우, 그렇게 인사하지 마. 내가 무슨 조폭이냐?”
“이곳이 룸이었다면 절을 했을 겁니다. 그만큼 존경합니다, 형님.”
“……네 방송에 출연하면 되는 거지?”
“캬! 그런 걸 바란 건 아니지만, 동생을 생각하시는 형님의 그 크나큰 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은 레오가 빈자리에 앉았다.
주위 사람들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핸드폰을 들기 시작했다. 재준이 레오를 향해 조심히 물었다.
“그런데 형님, 정말 괜찮겠습니까? 여긴 너무 오픈됐잖아요.”
“……아.”
레오는 피식 웃으며 술잔과 술을 시키는 진호를 보았다.
“이놈이랑 몇 번 이렇게 마시다 보니까 이젠 익숙해졌어.”
“원래 사람은 익숙해지면 흥미가 시들해지는 법이지. 봐, 사진 찍자고 오는 사람 없잖……. 야, 강경미! 너 왜 나 안 찍고, 레오 형 찍어!”
강경미.
지니어스의 플래티넘 등급의 회원이자, 준간부였다.
오늘 우연히 만난 터라 인사도 마친 참이었다.
진호의 외침에 사람들의 시선이 한 테이블로 몰렸다.
“아, 오빠는 좀 비켜 봐요! 레오 오빠 찍게! 아, 좀! 가리지 말라고요!”
술집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진호는 이를 악물었다.
“경미 남자 친구분! 여자 친구 단속 안 합니까!”
“이젠 그러려니 합니다, 형님!”
“남자가 그러면 안 되죠! 질투도 좀 하고! 어?”
“형님 얼굴이 질투를 할 수 있는 얼굴이어야 질투하죠…….”
“어…… 그건 미안합니다.”
다시 웃음이 터졌다.
레오는 눈에 고인 눈물을 닦으며 입을 열었1다
“아무튼, 이놈이 꼬드겨서 이렇게 같이 다니다 보니까 점점 사인이나 사진 요청이 없어지더라고. 사생도 많이 줄었고. 이젠 오히려 이게 편해.”
떠들썩한 사람들 속에서 술을 마시니 술맛도 더 좋았다.
진호가 레오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재준에게 입을 열었다.
“꽁꽁 싸매고 특정한 날에만 볼 수 있으니까 더 애가 탈 수밖에 없지. 거기다 보이 그룹 걸 그룹이 팬들을 뭐라고 부르냐?”
“여자 친구, 남자 친구?”
모든 아이돌 그룹이 팬을 그런 식으로 지칭한다.
내 여자 친구, 남자 친구는 너희야 라고 말이다.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 본 네가 연애를 하게 됐어. 그런데 이 사람이 계속 밀당을 해. 가끔 만나도 감질나게 손만 잡아. 사람 미치겠냐, 안 미치겠냐?”
“미치지. 더 집착하겠……. 워, 씨. 그거 말 되네.”
재준의 반응에 술을 들이켠 레오가 어이없다는 듯 키득키득 웃었다.
“정말 그렇더라니까. 사생하는 애들도 붙잡아다가 계속 진득하게 이야기하니까 다 포기하더라.”
“잉? 진짜요? 사생이면 거의 스토커 아니에요?”
말로 해서 듣지 않으니까 스토커다.
“한 열댓 번 불려온다고 생각해 봐. 자기 부모님도 함께.”
“……안티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네.”
“그래도 안 되면 발견할 때마다 신고하는 거고.”
일반인이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이 아니라면 모르겠지만, 레오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돌 가수. 경찰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진호네 팬클럽이 클린한 거구나. 똑똑한 새끼.”
“그것도 있지만, 내 팬클럽은 고인물들만 있어서…….”
어찌나 능력이 좋은지 악플을 달기 위해 접속한 타 연예인 팬이 눌러앉아 버릴 정도다.
“아, 그 고인물들…….”
레오가 질렸다는 듯 몸을 떨었다.
“왜요? 지니어스가 사고 쳤어요?”
“내 팬클럽에 와서 영업하더라.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사생 애들 쓸어가는 것 같던데?”
“……죄송합니다. 말해 놓을게요.”
“나야 혹시 모를 위험 요소가 사라지는 거라서 좋긴 하지만…… 그 영업 수법이 어찌나 치밀하고 조직적인지 회사에서도 사람을 파견해 배워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야.”
“아하하하! 아, 그러고 보니 이번 아체대에서 제대로 터트렸다면서요?”
진호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더 이상은 부끄러워서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기는 했지.”
아체대.
아이돌 체육 대회는 명절 특집
방송으로 이틀에 걸쳐 치러졌다.
“영태네 그룹이 팬들한테 제대로 대접했다던데요?”
아체대는 보통 연예인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역조공을 하는 것으로 이슈를 만들었다.
손수 만든 쿠키나 편지 등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JH에서 데뷔한 일명 영태네 그룹은 무려 로브스터 도시락을 찾아온 팬들에게 줬다고 한다.
아무리 쿠키를 손수 만들었다고는 해도 로브스터 도시락에 비할 것은 못 되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10만 원짜리 궁정도시락이라든지, 유명 베이커리의 케이크 등. 찾아온 팬들의 배가 터지도록 역조공을 했다.
당연히도 영태네 그룹 팬들은 감동했고, 타 아이돌 그룹 팬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박탈감과 실망을 느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이돌 역조공, 과연 이래도 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한동안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다른 기획사들이 기자를 움직인 거다.
“다 너한테 배운 거지. 한 번 쏠 때는 화끈하게. 덕분에 영태들도 개념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생겼고.”
팬 숫자도 급격히 불어나는 중이다.
“거봐요. 주면 받는다니까요. 천 만 원 써서 일억 벌 거, 일억 쓰면 십억 버는 거예요.”
“그래, 너 잘났다.”
피식 웃은 레오가 아차하며 입을 열었다.
“진호야, 너 지금 작품 들어가려고 생각하는 거 있어?”
“아뇨?”
“음? 왜?”
“이번엔 액션이나 선이 굵은 배역만 들어오더라고요.”
“……적당히 했어야지.”
“쩝, 아무튼 그래서요?”
“생각해 놓은 작품 없으면, 형이랑 앨범 내자.”
“……넹?”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 시작하자는 거야. 오늘 약속도 이걸 물어보려고 잡은 거고. 네 팬들이 언제까지고 음원만 듣게 둘 순 없잖아?”
“……호오.”
진호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