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172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7권 24화
그들은 광화문 광장 근처의 작은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그제야 제대로 된 통성명을 나눴다.
김대원이 진호의 얼굴을 보며 감탄을 토했다.
“이야, 진짜 잘생겼다. 사람이 이렇게 잘생겨도 돼?”
“웬만하면 나 젊었을 때와 똑같이 생겼다고 말할 텐데,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다.”
“형이 웬일이슈?”
“나도 양심 있어, 왜 이래? 진호 팬클럽 회원수가 오십이만 명이잖아. 나 같은 영세 사업자는 셔터 내릴 수도 있어.”
“그 이유 때문이네. 에휴, 형이 그러면 그렇지.”
“내가 뭐? 뭐?”
‘좋은 분들 같네.’
속으로 웃은 진호는 둘을 빤히 바라봤다.
나이열이 그 특유의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왜?”
“제가 음악적 소양을 키울 때 많이 들었던 노래를 부르신 분들이 눈앞에 계시니까요.”
“어? 진짜? 진호가 이 삼촌 노래 들었어?”
“듣다 뿐이겠어요.”
나이열은 작곡, 작사, 편곡, 프로듀싱까지 하는 만능 작곡가에 못다루는 악기가 없다고 알려진 가수다.
“거기다 선배님이시잖아요.”
“어? 그래, 그렇지! 진호가 우리 한국대였지? 캬, 역시 한국대 출신 연예인들은 다 미남미녀밖에 없나?”
“로큰롤은 KD밴드 노래 들으면서 배웠어요.”
진호는 김대원이 소외당한 기분을 느낄까 그를 칭찬했다.
“어흐흐, 그랬어? 이것 참……. 무슨 노래가 좋았는데?”
“주옥같은 명곡이 많아서 하나 꼽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꼽자면 나비요. 참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가사라서요.”
그 가사는 시대를 관통한다고 할 수 있다.
낭만이 살아 있는 90년도부터 무한 경쟁 체제에 마음이 삭막한 현재까지. 그래서 명곡이라 부르는 것 같았다.
이런 진호의 진심 어린 설명에 김대원은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김대원으로서는 많이 들어온 익숙한 칭찬이었다.
‘나비’는 그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젊고 잘생긴 진호가 진심 어린 마음으로 말하니 더 각별하게 느껴졌다.
“아, 거 참.”
나이열이 좋냐는 듯 김대원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아, 좀! 즐길 시간은 줍시다.”
“됐고. 여행 계획 짜야지. 한없이 여기 있을 수는 없잖아. 우리 어느 루트로 갈까? 독일이나 체코에서 부터 내려갈까, 아니면 동남아를 통해서 갈까?”
“루트는 정해져 있습니다.”
나연석이 끼어들었다.
둘은 미간을 찌푸렸다.
“해외 촬영이다 보니까 미리 허락을 맡아야 해서요. 대신 아주 풍광 좋은 힐링 여행을 하실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나연석이 몇 개의 나라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진 지도를 보여 주었다.
“러시아! 좋지.”
한국에서 다음으로 가는 여행지는 러시아였다. 러시아를 횡단해 안전하고 좋은 유럽 국가들을 거쳐 그리스에 도착하는 대장정.
순간 진호의 얼굴이 환해졌다.
러시아 횡단.
그가 해 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영상을 올리고 몇 시간 동안 집계하는 거예요? 조회수당 받을 돈은요?”
“집계시간은 없고, 조회수 1당1원으로 계산할 겁니다. 원하시면 1시간마다 정산해서 드릴 수 있어요.”
진호와 김대원, 나이열은 입을 쩍 벌렸다.
“그건 아니지, 나 피디!”
“이십오 일이 아니라 이백오십 일 동안 찍자는 겁니까?”
“맞아요. 그리스까지 걸어가라는 거예요? 아니, 이러면 러시아조차 갈 수 없어요! 차라리 러시아에서 부터 시작하지!”
맨얼굴을 드러낸다면 상관이 없다.
그러나 얼굴을 가려야 한다. 잘못하면 오늘 안에 한국을 떠나기는 커녕 러시아 가는 비행기 티켓조차 끊을 수 없으리라.
“그리고 비자 문제도 있잖아요!”
진호가 버럭 외치자 나연석이 얄밉게 웃었다.
“비자는 모두 받아 두었습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김대원 씨와 나이열 씨는 아내 분들께서, 진호 씨는 어머님께서 협조해 주셨습니다.”
“……엄마! 역시 엄마였구나!”
의문점은 풀렸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보!”
“나연석! 야, 이 사기꾼아!”
나연석은 급히 뒤로 물러나며 실실 웃었다.
“저희 제작진도 너무한 것 같으니 특별히 한국에서는 얼굴을 드러내고 공연하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래서 홍보도 하시라고 나이열 씨 계정으로 영상을 올릴 수 있게 한 겁니다. 다만, 약간의 형편성을 위해 진호 씨는 분장을 하겠습니다.”
그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굉장히 불리한 것 같으면서도 제법 합리적이다.
‘아, 진짜 빡세게 불러야겠네.’
진호는 마음을 다졌다.
“……악독 피디!”
“그렇게 칭찬하셔도 러시아에서 부터는 조회수당 1원입니다.”
“야! 너 진짜로 멱살 안 잡혀 봤지?”
“대신 음향기기, 영상 편집 등은 저희 제작진에서 제공하잖아요.”
“그건 당연한 거고!”
“조회수당 10원으로 해 드릴 테니 음향기기도 여러분이 빌리실 래요?”
방방 뛰던 나이열을 비롯한 출연자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혹할 만한 제안이기는 했지만, 이는 명백한 함정이었다.
얼굴을 가린 이상 노래로만 승부를 봐야 하는데, 수많은 영상이 범람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조회수를 제대로 얻을 수 있다고 볼 수 없었다.
인터넷에는 고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이런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겨우 열 배정도로는 손해를 감수할 수 없었다.
진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 작정했구나.’
모든 변수를 차단하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강하게 느껴졌다.
‘큰 변수가 하나 있기는 한데…… 으흠? 아?’
진호의 눈이 더 가늘게 변했다.
“……와, 돌겠네.”
나이열과 김대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분노로 일그러졌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 날 듯 서늘해진 목소리에 나연석의 몸이 떨렸다.
아주 미세한 떨림이었지만, 진호는 그걸 캐치해 냈다.
‘이 사람, 이거 진짜…….’
“그러면 해외에서 현장 수익은 어떻게 해요?”
“음?”
모두의 시선이 진호에게로 몰렸다.
김대원과 나이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고, 진호는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설마 현장 수익을 거둬 가시려는 건 아니죠? 그렇죠?”
움찔!
“……어, 음.”
나연석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자 김대원과 나이열이 진호를 도왔다.
“나 피디! 우리 인간적으로 그건 뺏지 말자!”
“그래, 그거 얼마나 번다고? 길거리 공연하는 애들 하루 내내 노래 불러 봤자 5만 원도 못 벌어요! 제법 잘 사는 한국이 그 정도야!”
“나 이것도 안 해 주면 촬영 안 해! 위약금 얼마야!”
김대원과 나이열은 정말 강렬하게 항의했다.
“음…… 잠시만요.”
나연석이 곤란해졌을 때 쓰는 특유의 말, ‘잠시만요’.
그는 얼른 제작진과 긴급회의를 가졌다.
진호는 카메라가 찍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진짜 악랄한 사람이야.”
“자기도 사람이면 그건 허락해 주겠지.”
“그것도 안 해 주면, 나 진짜 안 해. 아주 악랄하다고 소문낼 거야.”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동조하는 둘의 모습에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나연석이 다가왔다.
진호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30퍼센트만, 반만 인정하겠다고 말씀하시면 이열 삼촌 일어나실걸요?”
움찔!
나연석의 몸이 다시 흔들리자 김대원과 나이열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열이 형만 일어날 거 같습니까? 나도 일어나지?”
둘은 진심으로 화를 냈다.
“……끙. 잠시만요.”
다시 회의를 가진 나연석이 다가왔다.
“알겠습니다. 현장 수익,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역시 나 피디! 마음이 넓어! 피디의 귀감이야, 아주!”
“흐흐, 얼마를 벌어도 인정하는 겁니다?”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마치 이 말을 노리고 연기했다는 듯이 웃는 둘의 모습에 나연석은 입을 오물거리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이야기들 계속 나누세요.”
그가 물러서자 진호와 나이열, 김대원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나이열이 음흉하게 웃었다.
“나 이 멤버 구성 너무 마음에 든다. 합이 아주 그냥…….”
“눈칫밥이 얼만데 이 정도는 당연하지. 난 형이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몰랐는데?”
“왜 이래? 나도 연기자야.”
“꽁트에 몇 번 나간 것도 연기요?”
“뭐? 뭐? 아, 넌 나한 장풍 대작전?”
“……그 이야기가 지금 왜 나와! 나도 형 흑역사 들춘다?”
한동안 아옹다옹하던 나이열이 아차하며 입을 열었다.
“그보다 진호는 어떻게 그걸 생각했어? 나도 현장 수익은 놓치고 있던 부분이었는데.”
“그냥 뭐……. 하하, 프로그램 콘셉트를 위반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봐주시지 않을까 해서요.”
“흐흐, 역시 한국대. 난 이럴 줄 알았어.”
“알긴 뭘 알아. 방금 놓쳤다고 말 해 놓고.”
“이러기냐?”
둘이 다시 으르렁거리자, 진호가 얼른 입을 열었다.
“저희 부를 곡 리스트를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마음 같아선 당장 단골 술집에 가서 내일 아침까지 술 마시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그보다는 일단 공연이 먼저지. 난 록이라면 상관없어.”
“나도 발라드라면 상관없어.”
둘의 시선이 진호에게 향했다. 그러자 진호는 배시시 웃었다.
“전 두 분의 선택을 따를게요. 다만, 시원한 고음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게 어떨까요?”
“일단 관중의 귀를 잡아야 하니까?”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SNS에서도요.”
“그럼 록이네.”
록이란 말에 김대원의 입가가 주욱 찢어졌다.
“일단 잘할 수 있는 리스트부터 정해 봅시다. 이열이 형은 악기 뭐 가져왔어?”
“전자 피아노. 제작진에게 맡겼어. 넌?”
“나야 일렉 기타지. 진호는 어쿠스틱 기타고.”
“네.”
“일렉, 어쿠스틱, 전자 피아노라…… 웬만한 노래는 다 되는데. 어디 메모장이…….”
진호는 냉큼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쳐들었다.
“그래, 핸드폰이 있었지! 용량 충분해?”
“좋은 풍경 보고 가사 쓰고 작곡 하려고 새로 맞췄어요.”
김대원과 나이열은 푸근히 웃고 말았다.
말한 마디 행동 하나 참 미워할 수가 없었다.
셋은 리스트를 정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리스트를 모두 정하고 간단히 합을 맞춘 그들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을 보다가 컵을 들고 몸을 일으킨 진호는 나연석의 뒤에 서며 입을 열었다.
“진짜 악랄하시네요. 원래부터 현장 수익은 인정하려고 했으면서.”
그랬다.
나연석은 김대원 나이열의 압박에 현장 수익을 인정한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분량을 위해 밀당한 것이다.
움찔!
나연석과 그의 앞에 있던 작가들의 크게 놀랐다.
“……어쩐지. 진호 네가 왜 그걸 그때 말하나 싶었다.”
진호라면 일단 현장 수익을 받아 놓고 거래를 제안했을 거다.
“안 그랬으면 분위기가 좋지 않았을 테니까요. 조회수당 1원은 정말 너무했어요. 차라리 조회수당 100원을 주시지. 그럼 현장 수익은 불우이웃 돕기에 쓸 수 있었을 텐데.”
몸을 돌린 나연석과 작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닌데, 백 원은 너무 많아. 김대원 씨 목소리가 워낙 유명하잖아. 너나 이열이 형도 알려질 대로 알려졌고.”
“하긴…… 그렇다면 10원을 줘도 아슬아슬하긴 하죠.”
일단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의문을 가진 순간 게임은 끝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해외 촬영이다.
거기에 나연석까지 있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나연석이 해외에서 촬영하는 모습이 발견됐다?
나연석이 새로 준비하는 예능이라는 소문이 퍼지는 순간 조회수는 어느 정도 확보된다고 봐야 했다.
거기다 공연을 하기 전 분장만 할 뿐이다.
‘그것도 해외에 나가면 쓸모없어 질 테지만…….’
나이열의 계정으로 영상을 올리는 게 타격이 크다.
‘그럼 해외에선…….’
진호는 일단 생각을 멈추며 방금 한 말을 이어 갔다.
“물론 제작진 입장에서.”
진호는 진짜 나쁘다는 듯 보았다.
나연석이 능글맞게 웃었다.
“그래서 각자 가져온 지갑에 든 돈은 인정해줬잖아. 사랑하는 거 알지?”
나연석은 지갑에 든 현금을 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늦어도 내일 새벽에는 떠나야 하기 때문에 예외로 해 준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한 백만 원쯤 가져올걸!’
“됐어요. 커피 한 잔 더 마셔도 되죠?”
“그럼, 그럼. 우리 진호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여기까진 봐준다.”
“다 먹기는…….”
아랫입술을 삐죽 내민 진호는 계산대로 향했고, 나연석은 작가들에게 경고했다.
“봤지? 긴장 놓지마. 쟤, 뭔 짓 할지 몰라. 언제 어떤 허점을 파고 들지 모르는 애라고.”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는 이미 영국에서 겪을 만큼 겪었어요. 걱정 마세요.”
작가들은 표정을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연석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후우 ”
그는 뒷모습도 그림 같은 진호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