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1권 24화
“흐응…….”
거리를 걷는 진호가 명함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9대 1…… 정말 그 조건을 수용 한다는 건가?”
그 말을 들었을 때, ‘왜’라는의 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스스로 말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말도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도 연예인 모델 하기에 그쪽에 대해 조금 조사해 봤는데, 신인들이 받는 돈은 처참할 정도로 적었다.
한데, 진호가 W만 원을 벌면, 기획사가 가져가는 돈은 고작해야 만 원.
아무리 건당이라고 해도 유류비 조차 나오지 않을 돈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쪽의 민낯을 드러내는 행위기에 가만히 그들의 감언이설을 들으며 맞장구를 쳐 주다가 생각해 보겠다며 일어섰다.
“흐음.”
잠시 멈춰 선 진호는 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
“응. 이모.”
그는 방금 전 일어났던 일을 설명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이 가관이었다.
-아하핫! 걔들이 몸이 달긴 달았나 보구나?
“응?”
-뭐야, 아들. 아직 인터넷 안 봤어?
“실시간 검색어 7위?”
여러 패션 잡지의 표지모델이 된 위엄은 컸다.
팔로워 숫자도 몇 배나 증가해서 지금은 아예 확인조차 하지 않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건 예상된 결과잖아요.”
유명해질 거라고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거기다 일반인들 중에서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오는 사람도 많고.”
-하지만, 우리 디올을 등에 업었지.
“아…… 추측과 결론은 다르다는 거군요?”
-그렇지!
팀 존스가 내한할 때만 해도 디올의 모델이 될 거라고 예상은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호는 한국대학교 경영학도였다.
“상대가 생각하는 가치가 달라졌다는 거죠?”
-……하아, 아들이 조금만 못생겼어도 자퇴시키는 건데.
“그건 참아주시고요.”
진호는 검지로 볼을 톡톡 두드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여태까지는 이쪽의 자신감일 뿐 이었는데, 상대도 그 정도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비로소 동등한 관계, 아니 진호 자신이 소위 말하는 절대 갑이 되었다.
누구나 인정할 절대 갑이 말이다.
그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 아들?
“이모.”
-음?
“디올이 날 매니지먼트해 볼 생각 없어요?”
-……응?
진호의 입가가 진한 미소를 그렸다.
* * *
아쉽게도 디올의 매니지먼트는 불발됐다.
매니지먼트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디올은 의류 회사.
전속 모델이 있어도 패션쇼에 세우거나 잡지, 디올의 이름을 건 파티에 초대하는 게 전부라며 미영은 옷깃을 문 채 안타까워했다. 진호도 혹시나 해서 물어본 말이었기에 아쉬워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일이 놀랍게도 피에트로에게까지 보고되었다.
미영의 조카 사랑은 정말 대단했다.
-디올만을 위한, 디올만을 위해 움직이는 셀럽. 그런 스타를 디올이 직접 만든다. 후우! 욕심이 나지만, 아쉽군요. 아니, 지금이라도 스태프들을 모으면…….
“하하, 진정하세요. 여태까지 의류 회사들이 직접 매니지먼트를 만들지 않은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디자인은 감각이지만, 그걸 판매 하는 건 결국 전략이다.
-확실히 그렇기는 합니다. 스타라는 족속들은 매우 제멋대로죠.
“그렇죠. 일반적인 후원이라면 모를까, 직접 키우는 스타에게 도덕적인 문제가 생기는 순간, 브랜드의 이미지에 타격이 가죠. 예가 조금 다르지만, 라코스테처럼요.”
-호오. 그 사건을 아시나요?
노르웨이 출신의 연쇄살인마 브레이비크는 라코스테의 매니아였다.
그는 체포될 당시 나처럼 고상한 사람은 라코스테를 입어야 한다고 말했고, 그건 곧 라코스테의 이미지에 크나큰 타격을 입히게 되었다.
살인마, 그것도 연쇄살인마가 입는 브랜드.
굳이 통계를 조사해 보지 않아도 엄청난 손해를 봤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세상이 연결 된 시대잖아요.”
-하핫, 그래도 역시 한 나라 최고 지성 집단의 소속원답군요. 확실히 진의 말이 맞습니다. 스타들은 그 스캔들마저도 노이즈 마케팅의 수단이 되지만, 직접 육성하는 건 아무래도 변수가 너무 많죠. 아, 그렇다고 진의 인성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기업가는 언제든 회사가 망하지 않고, 유지되고, 성장할까만 생각하는 존재잖습니까.”
기업가의 후원은 외적인 면모만 보고 즉흥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뒷조사가 뒤따르고 난 후에야 결정된다.
이런 건 누군가가 말해 준 게 아니라 디올 코리아에 들렀을 때, 사원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모델을 고를 때에 엄청난 조사를 한다.
-……안젤라가 당신을 욕심내는 이유가 있군요.
‘그게 거기까지 흘러갔어? 와, 우리 이모. 엄청 인정 받고 있구나.’
“스카우트는 거절하겠습니다. 이제 스무 살이니까요.”
-그래도 이런 유쾌한 대화는 언제든 할 수 있겠죠?
“얼마든지요. 저도 배우는 게 많으니까요.”
역시 사람은 똑똑하고 봐야 했다.
어떤 무언가를 보고 들었을 때, 받아들이는 시점 자체가 일반인과 달랐고, 정보의 양도 달랐다.
그건 진호에게 언제나 즐거움을 주었다.
이렇다 보니 예전의 소심했던 성격도 점점 변해 가고 있었다.
아니, 굉장히 많이 변했다.
‘아, 이런 생각하면 변태 같나?’
-Merci. 그렇다면 진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일단은…….”
-일단은?
“이대로 좀 더 있어 볼 생각입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일만 할 수 있도록 내가 원하는 일만 하면서 말이죠.”
-……흠, 그러다가 시기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만? 인기란 바람과 같습니다.
“그쪽 종사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전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습니다. 당장 프랑스에서 변호사 시험을 쳐도 1년 안에 합격할 수 있죠. 아, 프랑스는 타국인의 변호사 시험을 불허했던가요?”
-……푸하하핫! 당신의 행보에 신의 은총이 깃들기를 빌겠습니다. 그리고 디올에 협력해 줘서 감사 합니다.
진호는 그제야 한 그룹의 회장이 직접 전화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패션 잡지들의 표지를 장식한 후 디올 코리아의 매출이 올랐다.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남성복 10퍼센트, 여성은 4퍼센트 상승했다.
전 세계에 있는 디올 지부 중에서 고작 작은 나라의 매출 상승, 그것도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거듭된 마이너스 매출로 인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마이너스가 계속된다면, 언젠가 철수를 결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활로를 열어 준 격이니 말이다.
명품을 사랑하는 한국은 굉장히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La ringrazio. 디올의 앞날에도 신의 은총이 깃들기를.”
-푸하하하하하하!
La ringrazio. 이탈리아어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이다.
Grazie, 그라찌에도 고맙습니다지만, 너무 흔한 표현이라 일부러 그렇게 했다.
이는 피에트로 CEO가 이탈리아 출신임을 알고 있다는 제스처로서 나도 당신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갈무리하던 진호는 아차하며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 진호야!
“응. 승미 누나. 나 지금 방송국 앞이에요.”
도전 골든 빅 벨의 작가 승미였다.
-알았어, 금방 내려갈게!
전화를 끊은 진호는 높이 솟은 방송국의 건물을 바라봤다.
“이대로 좀 더 지켜봐야지. 재밌어 보이는 일은 계속해 보면서.”
그의 입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렸다.
* * *
“진호야!”
진호와 근 두 달 만에 승미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렇지 않아도 진호의 등장에 조용했던 NBS 1TV의 로비가 더욱 조용해졌다.
“어머, 이 몸 좀 봐. 너 몸이 더 좋아진 거 아니니? 거기다 이 온 몸에서 흐르는 귀티까지. 누나랑 결혼할래?”
“성희롱입니다. 신고해요?”
“헷, 올라가자. 얘들도 다 와 있어.”
히죽 웃은 진호는 그녀가 건네는 방문증을 목에 걸며 방송국 안으로 들어갔다.
“요! 진호!”
“진호야─.”
승미가 안내한 커다란 스튜디오로 가자 이탈리아를 함께 여행했던 작년도 후반기 골든 빅 벨 우승자들이 있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눈 진호는 사람들로 가득한 스튜디오 안을 들러 보았다. 또래부터 시작해 사회인,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있었다.
곧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모인 이유에 대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모여 주신 여러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도전 골든 빅 벨 역대 최강자전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1회부터 시작해 역대 골든 빅 벨과 명예 골든 빅 벨의 주인공부터 왕중왕전 우승자, 그리고 화제의 인물들까지 한자리에 모은 이유인 900회 특집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방송국이 좀 시끄러워졌다.
녹화 진행 순서나 호응을 부탁하는 타이밍 등 지금까지의 골든 빅 벨과 다른 여러가지를 설명하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요새 누가 얼마나 골든 빅 벨을 보니? 엄청난 상금이 걸린 것도 아닌데 말이야.”
도전 골든 빅 벨 팀의 사무실, 진호와 승미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함께 했던 일행들은 돌아간 후였다.
“그런 것치고는 시청률이 꽤나 오던데요?”
5퍼센트에서 6퍼센트 사이였다.
어떤 드라마들이 영 점 몇 퍼센트의 시청률로 조기 종영하는 걸 보면 정말 준수한 시청률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더욱이 NBS 1TV는 시사교양 위주의 방송이었다.
그나마 예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일곱 시 내 고향’ 밖에 없었다.
“이, 이것 좀 드시면서 이야기 나누세요.”
“헛! 잘 먹겠습니다!”
조각 케이크였다.
너무 도촬이 많다 보니 SNS에도 사진이 범람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걸 미영이 보고 잔소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해맑게 웃는 진호의 모습에 녹아내리는 후배를 어이없다는 듯 본 승미는 다시 말을 이어 갔다.
“하지만, 1, 000회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 무모한 도전도 그렇게 종영했잖아.”
“엄마가 많이 아쉬워했죠. 아, 여기요. 이탈리아에서나 챙겨 준 보답.”
진호는 영문자로 디올이라 적힌 작은 쇼핑백을 내밀었다.
“어머! 이거 내 거였어?”
사무실 모든 여자의 시선이 순식간에 모였다.
“열어 봐요. 본점 누나들한테 물어봐서 올해 제일 잘나가는 거로 집어 왔는데,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네요.”
향수와 립스틱, 파운데이션이었다.
“어머머머머머!”
격하게 호들갑을 떤 승미는 바로 향수를 오픈해 공중에 살포했다. 향긋하면서도 우아한 냄새가 퍼졌다.
“……좋다. 그런데 뭘 이런 걸 사 오고 그래. 부담스럽게.”
“나 디올 모델이잖아요. 싸게 샀어요.”
“내가 그것 때문에 연락하려다가 만 거 알아? 너 바쁠까 봐.”
공치사가 아니라 정말 전화기와 핸드폰에서 불이 났다.
진호가 도전 골든 빅 벨에 출연한 것을 안 기획사나 에이전시, 방송국 관계자들이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가져왔죠?”
둘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 순간이었다.
사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일단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김승미와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기 있다!”
사람들이 이쪽을 가리켰다.
진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