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290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12권 17화
“하핫! 3월에 봐요, 진! 난 먼저 갈게요!”
진호는 정말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피에트로와 함께 떠나는 팀을 보며 웃을 수가 없었다. 이 수 많은, 그것도 각계각층에서 유명한 이들 앞에서 디자인 노트를 한 권 도 모자라 두 권이나 채워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델핀과 앙트완이 맡은 파트의 디자인까지 해 버렸다. 때문에 델핀과 앙트완도 그들의 뒤를 쫒는 상태였다.
진호는 눈을 빛내는 사람들을 보며 이마를 잡았다.
‘어이구야.’
델핀과 앙트완, 피에트로가 온 것 보다 더 귀찮은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았다. 델핀과 앙트완도 뮤즈, 영감을 주는 존재를 뜻하는 단어에 대해 다시 고찰하게 됐을 터였다.
여기 모인 사람들 역시도 말이다.
‘한 번이면 우연이지만, 세 번이면 진짜다.’
팀은 벌써 세 번이 넘게 진호의 행동을 통해 대작들을 디자인했다.
‘그래. 내가 이렇지, 뭐.’
진호는 한숨을 푹 내뱉었다. 그렇게 파란의 기념식은 끝을 고해 갔다.
* * *
“경매하자.
“……네?”
팬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친 후 뒤풀이 장소에 모여 술을 마시던 진호는 지니어스 회장의 말에 눈을 껌뻑였다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박물관을 만들려는 게 아니……”
진호는 말을 하다가 멈췄다.
말을 한 회장뿐만 아니라 이쪽을 초롱초롱 바라보던 지니어스 간부들의 표정이 썩어 갔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그런 생각이 없었네요.”
회장은 활짝 웃었다.
“우리 진호, 이제 머리에 지방 끼기 시작하니? 이제 좀 성공한 것 같아? 물론 성공한 건 맞지만, 개념이 사라지는 중이야?”
“죄송합니다!”
진호는 재빨리 자세를 바로 했고, 회장은 코웃음을 쳤다.
“그래, 이 한국에서 은퇴하거나 죽은 스타도 아닌 인물을 위해 박물관을 지어 봐. 언론들이 좋다구나 까대기 시작할걸? 그건 답 없이 행동한 우리가 아니라 너에게 안 좋은 일이야.”
“차이나 지부를 까는 건가요?”
찰싹!
“악!”
“그 동네랑 이 동네랑 사상이 다르잖아! 맞을래!”
“벌써 때렸……”
“확!”
진호는 재빨리 가드를 했고, 회장은 이를 드러내다가 이내 손을 거둬들였다.
“아무튼 그렇게 경매한 돈을 가지고 어려운 분들을 돕자는 말이야. 다미앙 지부 개관식 때 호재도 생겼으니까 흐름을 타야지.”
이곳에 모인 팬클럽 회장과 간부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
“너도 시선을 분산시켜야 하잖아. 안 그래?”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세 사람의 방문이나 팀 존스의 일 때문에 지금 연락이 쏟아지는 중이었다.
‘특히나 패션계와 미술계가 난리 났지.’
우리도 한번 보자며 방문 문의가 쏟아지는 중이다.
기업들도 만만치 않다.
델핀과 앙트완, 피에트로와의 친분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이진호가 그저 LVMH의 전속 모델이라는 성향이 강했다면, 지금은 LVMH라는 초거대 기업의 후계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그 먼 거리를 날아올 만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후계자 중 한 명만 왔으면 모르되 세 명 모두가 온 상황. 기업들로서는 욕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살짝 놀랐던 진호는 이내 재밌다는 듯 웃었다.
“이야……. 역시 회장 누나. 날카롭네요.”
“닥치고.”
“넵.”
“아무튼 이렇게 되면……”
“차이나 지부가 만든 박물관에도 좋은 일이 되는 거죠. 그쪽도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을테니까.”
그랬다. 그래서 허튼 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혼신의 힘을 다해 작업을 했다.
“그래. 난 거기서 한 발 더 나가려는 거야. 네 작품이 고가에 팔려 봐.”
“차이나 지부는 이렇게 고가인 물품을 아무렇게나 둘 수 없어서 박물관을 만들었다는 쉴드를 얻게 되겠죠.”
선후가 바뀌게 되는 것이지만, 포장하기 나름이었다.
“그렇쥐. 그래서 자선 경매로 갈 거야. 너 싫어하는 언론들이 개소리 못하게.”
“……이야, 우리 회장 누님.”
“내 생각 아닌데?”
“응?”
“네 옆에 계신 여자 친구 생각인데?”
“엥?”
“어, 언니!”
“언니?”
진호는 서형과 회장을 번갈아 보며 어이없어했다.
“서로 언제 이렇게 친해졌대? 그 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예요?”
“……진호 씨도 경매를 생각하고 있었을 테지만, 이렇게 하는 게 더 포장하기 좋으니까요. 팬클럽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매를 열었다는게.”
마치 ‘넌 이런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지 않을 거잖아’라는 듯 또렷이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진호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맞다. 진호와 다미앙 지사도 자선 경매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팬들을 이용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의견이 나왔지만 반려 했다. 자선 경매를 통해 현재 닥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순간 지방자치단체의 콜이라든지, 어떻게든 찾아 오려는 미술계와 패션계, 그리고 다른 이들을 막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런 일로 팬클럽을 이용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서형은 그런 진호의 마음도 보이기 좋게 포장하고 있었다.
“서형 씨……”
감동한 진호는 그녀의 손을 잡았고, 서형은 옅게 웃었다.
“커플끼리 달달구리한 모습을 보이는 건 좋은데, 솔로들 앞에서는 자제하지?”
서형은 깜짝 놀라 손을 빼려고 했지만, 진호는 그 손을 더 힘주어 잡으며 회장을 보았다.
“연애들 안 해요?”
“나랑 급이 맞을 만한 사람이 있으면 하겠지. 내 나이면 이제 결혼을 생각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재벌 쪽이랑 결혼해서 억압받으며 사는 것은 사양이고.”
“아…… 확실히 누나 성격이면……”
“내가 뭐? 말 잘 해라?”
“사랑합니다.”
“응, 나도. 퉤.”
혀를 찬 진호는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래서 난 나대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자?”
“네 이미지야 더 건드릴 곳이 없지만, 네 이름값이 커진 만큼 사회에 돌려줘야 하는 것도 커진 거니까.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쉰 것도 있으니 이쯤해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상기시켜 줄 필요도 있고.”
“……아오. 누나가 부족한 것만 있었어도 스카우트 하는 건데.”
“장 이사가 날 들들 볶을 테니까 거부하겠어.”
“아쉽네요.”
진심으로 아쉬워한 진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상기시킨 다라……. 역시 사람은 많고 봐야 해.’
다미앙 지사에서도 발언되지 않은 내용이다.
어차피 진호가 복귀한 기념으로 팬 콘서트를 열고, 팬과의 여행을 떠나고 자선 경매를 하는 순간, 그의 천사 이미지는 다시금 대중의 머릿속에서 떠오르게 될 테니 말이다.
연예인으로서의 이진호도 나연석의 예능에 출연하면 끝이다.
“문제는 스케일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건데……”
“기업들과 미술계, 패션계 때문에요?”
“그렇죠. 이 문제 때문에 지금 내부에서 크게 할 건지, 작게 할 건지에 대해 의견이 좁혀지지 않거든요.”
그들 세 곳 모두 어떻게든 진호의 작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진호를 통해 LVMH와 콜라보레이션을 할 기회를 가지려는 기업들이라면 더더욱.
“……골치 아프시겠네요. 규모를 작게 열어도 경매 호가는 끝을 모르고 높아질 테니까요.”
“그렇죠. 전 중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와도 인연이 있으니까.”
톡톡톡!
검지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던 진호는 이내 결정했다.
“다미앙 씨.”
“예, 진호 씨.”
“자선 경매 규모를 작게 가죠.”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진호를 보았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게 사람인데, 안 그래도 잘 나가는 진호가 단숨에 수억 수십억을 벌어 들이면 분명 말이 나올 터였다.
“규모가 작은 경매라면 분명 기만 한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만……”
좋은 일이기에 별다른 말이 나와 서는 안 될 상황.
진호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 책임을 허튼 목적을 가지고 참석한 경매 참가자들에게 떠넘긴다면요?”
“예?”
사람들은 눈을 부릅떴다.
그러다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지금 진호는 모든 안 좋은 소리를 그들에게 떠넘기려고 하고 있었다.
“하핫, 훌륭한 생각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물밑 작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우리도 그렇게 작업해 놓을게.”
“고마워요, 회장 누나.”
“뭘. 우린 너의 서포터잖아.”
순간 가슴이 뭉클해진 진호는 이내 아차하며 입을 열었다.
“맞아.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음?”
“이번 팬들과의 여행 있잖아요. 전 세계 지부를 대상으로 하는 게 어때요?”
“……어?”
이벤트를 진행해야 하는 다미앙과 직원들도 경악하며 진호를 보았다.
“유럽을 돌아다니다보니까 내 팬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이왕 할 거 스케일 크게 하자는 거죠. 이슈가 될 자선 경매 이야기를 묻어 버릴 겸.”
“……방식은?”
회장의 눈이 살벌하게 떠졌다.
“오로지 추첨식. 한 사람당 도전 할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 추 첨권 같은 거 구할 필요 없이 내가 만들 사이트에 로그인만 하면 돼요.”
“……지난 1년간 네가 활동을 안 했으니까 우리 한국 애들도 별말을 못하겠네. 그런데 꽤나 실망할 걸? 중국 일 때문에라도.”
“그러니까 이 기회에 전 세계 지니어스들이 모여 화합을 해 보자는 거죠. 그리고 여행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논스톱 스트리밍을 하는 거예요.”
“저번처럼?”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규모는?”
“흠, 만날 천 명씩 했으니까 이번엔……. 3천 명으로 할까요?”
사람들은 입을 떡 벌렸다.
말이 3천 명이지 천문학적인 돈이 깨질 터였다.
넋을 놓았던 회장은 이내 고개를 털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좀 어렵게 사는 사람이 당첨될 수 있잖아.”
“비행기값이나 체류비 모두 제 사비로 해결해야죠.”
“야, 그럼 우리는?”
“대신 한국 팬들은 나와 이틀 먼저 만나서 놀기. 노예처럼 부려 먹어도 됩니다.”
“콜! ……아니, 잠깐.”
회장은 급히 간부들을 보았다.
이건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코올-!”
“이건 못 먹어도 고!”
“역시 내 연예인! 멋지다! 만날 반해 버리네-!”
“흐흐흐.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땅땅땅.”
“이예-!”
오늘 뒤풀이에 참석한 지니어스 간부들은 벌떡 일어나 하이파이브를 했다.
회장은 굉장히 상기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번엔 어디로 갈 건데? 3천 명이면 폐교, 아니 지니어스 펜션에서 감당을 못하잖아. 어느 호텔이나 콘도를 가도 한곳에서는 다 못 잘 걸?”
맞다. 그 문제가 있었다.
나눠 잔다고 해도 꽤나 문제가 생길게 분명 했다.
하지만 진호는 이것도 이미 답을 구해 놓은 상태였다.
그는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전에 어쩌다 찾아 본 적이 있는데, 망해 버린 대학교가 꽤 많더라고요.”
“……응?”
“날이 서늘해지려면 아직 멀었으니까 전국 여행 한번 갑시다.”
잠시 이해를 못했던 사람들은 이내 입을 떡 벌렸다.
* * *
최고가 56억원! 부르고뉴의 아침은 대체 어떤 그림인가!
구성건설의 구정경 사장! 훌륭한 작품을 싼값에 샀다!
춤추는 바이올린 청동 조각상! 27억! 서울 유명 갤러리 전시행! 억대의 경매! 이진호. 거품인가, 실력인가!
참가자들! 정식 경매가 아닌 것이 아쉬워! 정식 경매였으면 10배도 무리가 아니다.
미술계 관계자들! 미술계에 샛별이 떴다 극찬!
자선 경매 참가자들! 아낌없이 주머니 풀어! 좋은 일에 써 주세요!
이진호, 경매 수익 전액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겠다!
연예면뿐만 아니라 사회면까지 시끄럽다.
오직 일개인의 경매에서 100억이 훌쩍 넘는 수익이 난 것도 모자라 그 전액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진호는 서울뿐만 아니라 각 지방 도시를 돌며 경매 수익을 전달했고, 이것들 역시 떠들썩하게 다뤄졌다.
이로써 진호는 화려하게 복귀를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천사 이진호를 다시 상기해 냈고, 그의 복귀를 무척이나 반겼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진호는 다른 사고도 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웅성웅성!
사람들로 가득한 인천공항. 사람들과 카메라에 둘러싸인 진호는 전세기를 타고 온 팬들이 나올 입국 게이트를 보며 발을 떨었다.
그 순간.
기이잉!
활짝 웃은 진호는 문이 열리며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향해 양 팔을 활짝 벌렸다.
“어서 와!”
“……이, 이진호!”
“꺄아아아악!”
팬과의 여행, 시작이었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12권 18화
총인원 3천 명.
줄지어 달리는 110대의 버스는 장관 그 자체였고, 난생 처음 최고급 리무진 관광버스를 타 본 브라질의 포세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온 까타레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의, 의자가 이렇게 넓고 푹신하다니!’
너무 좋아서 오히려 불편할 정도였다. 그건 수다를 나누는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 인 듯 몸을 이리 저리 뒤척이고 있었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그녀는 결국 몸을 일으켜 앞으로 향했다.
“저…… 지부장.”
“으응?”
“이거 괜찮은 거 맞아요?”
“……그,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만 지노가 너무 돈을 쓰는 건가 걱정하는 거 아니지?”
“네. 이건 너무……”
과하다.
브라질의 포세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부터 한국에 올 때까지의 모든 경비를 진호가 사비로 부담했다.
그런데 이런 좋은 버스까지 대절 하고 있다.
“이, 이러다가 지노가 파산하면 어쩌죠?”
“그러니까!”
둘의 대화는 버스 안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창밖을 보며 감탄하던 사람들까 지도 하얗게 질려 주변 사람들과 함께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쯧!”
사람들의 시선이 이 버스 안에 있는 유일한 동양인, 지니어스 한국 지부의 간부에게로 모였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긴 생머리를 뒤로 넘기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마세요. 이것들 모두 여러분이 굿즈와 앨범, 드라마와 영화를 다운받은 값으로 하는 거니까. 즉, 이건 여러분의 돈으로 여러분이 하는 한국 여행이라는 거예요.”
그녀의 유창한 포르투갈어에 사람들은 눈을 크게 떴다.
“우, 우리들이 지불한 값?”
말도 안 된다. 그들이 아무리 없이 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개념마저 없는 건 아니다.
“진호 오빠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
울컥!
갑자기 가슴이 크게 출렁인 팬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 순간을 즐기도록 해요. 앞으로도 놀랄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여기서 더?’
지금 당장 브라질로 돌아간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은 경험을 하는 중이다. 그들은 믿을 수가 없었지만, 진호를 지근거리에서 보아 온 지니어스 한국 지부의 간부가 장담하고 있다.
이젠 설렘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겨우 부여잡은 채 자리로 돌아온 사람들은 높이 솟은 빌딩의 숲과 깔끔한 매너로 달리는 깨끗하고 좋은 차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여기가 한국!’
‘지노의 조국!’
그녀들의 눈빛이 변하자 한국 지부의 간부는 속으로 씨익 웃었다.
‘한국에 온 걸, 그리고 진호 오빠의 본 모습을 확인하게 된 걸 축하 해요.’
좋은 건 나눠야하고, 동료는 늘리는 게 맛이었다.
그렇게 차는 달려 첫 번째 목적지로 향했다.
“기자가 따라붙었나?”
포털사이트 연예란에 속보로 올라온 기사를 본 진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진호, 클래스가 다른 역조공.’
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에 줄지어 달리는 110대의 버스가 찍힌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그는 옆에 놓인 무전기를 들었다.
치익!
“월터, 기자들이 따라붙었어요. 경호에 만전을 기울여 주세요.”
-치익! 라저.
무전기를 내려놓은 진호는 옆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회장을 보았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코톡을 보내는 그녀.
그런데 이런 모습은 그녀만 보이는 게 아니다.
“포르투갈 1호차, 반응 좋아요!”
“필리핀 1호차, 우는 사람 발생!”
“그렇지! 라오스 1호차! 떼 창에 들어갔어요!”
이 버스에 앉은 모든 인물들이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외치고 있다. 진호는 그 모습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컨트롤 센터냐.’
여기에 컴퓨터와 마이크 달린 헤드셋만 쓰고 있다면 딱 그럴 것 같았다.
‘아니야. 이건 숫제……’
완벽하게 계획된 사이비 종교가 이런 식으로 교인을 늘리지 않을까 싶었다.
“뭘 그렇게까지 해요?”
“당연히 이렇게까지 해야지. 얘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서 입소문을 퍼트리면 그만큼 팬이 늘어나게 되는데! 너 이게 얼마나……아, 시간 됐다! 모두 간식 나눠 주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어후, 간식.’
진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려 3천 명분의 간식이다. 내용물이야 쿠키와 음료뿐이지만, 그 모든 걸 진호가 혼자서 준비했다. 아무리 남을 대접하는 걸 좋아하는 진호라도 질려 버릴 양이었다.
“프랑스 1호차, 눈물 터졌어요! 확산 중!”
“이탈리아 1호차도 떼 창에 들어 갔어요!”
“그렇지!”
주먹을 불끈 쥔 회장은 그제야 살짝 긴장을 놓으며 시간을 확인 했다.
“기사님! 휴게소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40분 정도만 가면 됩니다!”
“네! 40분 후까지 모두 휴식-!”
“꺄흐!”
“어후, 나도 진호가 만든 쿠키 좀 먹어 볼까?”
‘아주 빈틈이 없네, 그냥.’
진호는 기지개를 펴며 쿠키를 먹 거나 눈을 감는 간부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진호야.”
“네? 왜요, 회장 누나?”
“얘들 꽤 예쁘지 않아?”
왜인지 자부심이 가득한 그녀의 질문에 진호는 풀썩 웃었다.
“그렇죠. 너무 예쁘죠. 마음씨가.”
이 작은 것에 감동하는 마음씨가 참 아름답다.
“아니, 그것도 있지만 외모도 예쁘잖아.”
“음? 아, 그렇기도 하죠.”
얼굴뿐만 아니라 타고난 몸매를 지닌 이도 여럿 눈에 밟혔다.
‘그래서 놀랐지.’
“그래서 어때?”
“뭐가요?”
“너 오디션 열 거잖아.”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부에 스파이 심었어요?”
“그랬겠니?”
“푸흐흐. 농담이에요.”
하지만 완전히 농담은 아니다.
눈앞의 여성은 지니어스 한국 지부장이 아니라 지니어스라는 수백 만 팬클럽의 회장이다.
다미앙 지사는 그녀와 많은 상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맞아요. 팀 다미앙이 다미앙 지사가 됐으니 이젠 지사라는 말에 걸맞게 인재들을 확보해야죠. 모델과 가수, 배우 등을 연습생포지션으로서 한 백여 명 정도 뽑으려고요.”
“아이들도?”
“아이들은 좀……. 한국에서는 아이돌을 만들지 않을 생각인 거 알잖아요.”
세계에서 유명해지는 것보다 한 국내에서 유명해지기가 힘든 게 한국 내 아이돌 시장이다.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중국과 일본은 다미앙 지사소속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팀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고 한들 연습생은 받아야 할 테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 아이돌을 기획할 예정이다. 이는 아직 기획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는 초기 단계라 굳이 회장에게 언급하지 않아도 됐다.
“FA를 앞둔 연예인과 모델들은?”
“해진 삼촌 같은 분들이 아니면 좀 …….”
가족과 같은 직원들이다. 제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인성이 검증 되지 않은 연예인과 계약을 할 순 없었다.
“전화 많이 오지 않아?”
“당연히 많이 오죠.”
그냥 많이 오는 게 아니다. 따로 팀을 신설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만큼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현재의 이진호를 만든 팀 다미앙.
그 말로서 다미앙 지사의 가치는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고 봐야 했다.
“지금은 모두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어요.”
“왜? 아니다. 하긴 이상한 사람이 들어와서 분위기 개판 만드는 걸 보느니 차라리 돈 조금 덜 벌고 만다는 게 다미앙 지사의 풍조였지?”
‘그렇죠.’
모두 선후배들이라서 차마 입 밖으로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공개 오디션을 열어서 연습생들을 받아들일 거예요. 그리고 카터 CEO도 예체능전반으로 지원을 확대할 생각이고요.”
사람들의 눈이 번쩍 떠졌다.
“피아니스트만 지원하는 거 아니었어?”
“그 에밀리 카터 CEO가 허락 한 거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를 다수 보유한 에밀리 카터의 카터 에이전시.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꿈나무들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첼로 등 음악계 사람들이 꼭 들어가고 싶은 에이전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중이었다.
“왜요? 추천하고 싶은 사람들 있어요?”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많지!”
“그럼 언제든 카터 에이전시에 연락하세요. 제가 말해 놓을게요.”
“오케이! 무르면 안돼!”
“물론 그만한 재능을 갖추는 게 먼저지만.”
진호가 서늘히 말하자 지니어스 간부들은 코웃음을 쳤다.
“우리가 그걸 모르니?”
“나도 지니어스 간부라는 명함이 있는데 어중이떠중이는 절대 소개 못 시키지.”
“혈연, 학연, 지연 다 배제하고 순수하게 재능만 보고 말하는 거야. 그동안 얼마나 소개시켜 주고 싶었는지 알아?”
진호는 ‘역시 지니어스! 다들 천사야!’라는 듯 엄지를 치켜들었고,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어때라……’
그렇게 차량은 달려 첫 번째 휴게소에 도착했고, 휴게소 관계자들은 줄줄이 들어오는 110대의 버스와 거기서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휴게소 싹쓸이. 매출 폭탄이 떨어진 OO휴게소’라는 제목의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올라가게 됐다.
* * *
망해 버린 대학교를 숙소로 쓴다고 해서 사람들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호텔 하나를 통으로 빌려도 이 인원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걸 알기에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와……”
“와우!”
줄줄이 놓인 2층 침대에, 맹렬히 돌아가고 있는 에어컨들.
한쪽에 놓인 10개의 아이스박스에는 온갖 마실 거리가 있었고, 화장실은 너무 깔끔해서 맨발로 걸어 다녀도 충분할 정도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샤워실까지 있었다.
“이럴 수가!”
“흘리! 우리 동네 최고급 모텔도 이것보단 못할 거야!”
외국에서 온 팬들은 또 다시 감동 했지만, 한국 지니어스는 그저 그런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응. 진호가 이번에도 진호 했네.”
휙!
외국에서 온 팬들의 고개가 한국 팬들을 향해 돌려졌다.
화합을 하자는 의미로 국적에 상관없이 한데 섞인 그들은 진호가 한국인이라서 어느 정도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
“흠. 여기도 펜션으로 만들려고 그러나?”
“대학교 부지를 모두? 그건 아무리 진호라도 힘들걸……”
“중국과 일본에서 지원 들어오면 할 만할걸?”
“차라리 호텔을 세우는 게 낫겠다.”
“저, 저기……”
“네?”
“하, 한국 팬들은 이런 일이 정말 흔한가요? 컨셉이 아니라? 무, 물론 컨셉이라도 아무나 못하는 일이지만!”
“……아.”
무언가 깨달은게 있는 한국 팬들은 이내 서로를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슬그미니 외국 팬들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허어~아직도 찍어 먹어 봐야 아는 무지몽매한 중생이 남아 있을 줄이야.”
“한국에 이런 일이 흔하냐고요? 걱정 마세요. 이젠 여러분들도 흔하게 될 거예요. 진호는 그런 사람이니까!”
코어 팬을 극성을 넘어 진성 코어 팬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의 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장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진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두 비행기를 타고 오는 것도 모자라 2시간 동안 차로 이동한 피로를 풀라며 낮잠을 허락한 진호는 방송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회장과 월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반응들은 어때요?”
회장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당연히 최고지. 역시 내 연예인!”
“하핫.”
“그래서 오늘도 보물찾기 할 거야?”
회장의 눈이 번뜩이며 방송실 이곳저곳을 훑었다.
“아뇨. 오늘은 그냥 쉴 거예요. 대신 저녁에 이 도시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의 사장님들께서 오셔서 음식을 만들어 주실 거고요. 아니, 앞으로 계속 그럴 거예요.”
“와……. 네 통은 진짜……”
“흐흐흐.”
“그럼 장기 자랑도?”
“네. 오늘은 그냥 연습만, 아니 그냥 쉬면 돼요. 푸욱 쉬세요.”
진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회장은 미간을 좁혔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강렬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뭐야?”
“뭐가요?”
“뭘 숨기고 있는 거야? 네가 첫 날부터 우릴 쉬게 둘 리가 없잖아. 무슨 이벤트를 숨기고 있는 거야!”
“……에휴. 그놈의 의심병. 숨기긴 뭘 숨깁니까? 오느라 힘들었을 테니까 그냥 쉬라는 건데. 안 쉴 거면 도시 구경이나 하라고 하세요. 나가기 전에 전화번호 남기는 건 잊지 말고.”
“흐응……. 그럼 무한 스트리밍 방송도 내일 시작하겠네. 알았어. 오케이! 나도 쉬러 간다!”
“네, 푹 쉬세요.”
그렇게 회장이 문을 닫고 나가자 진호는 월터를 바라보았다.
“부탁해요.”
“걱정 마. 개미 새끼 한 마리라도 이 부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할 테니까.”
진호는 믿는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월터는 소매에 대고 무어라 말하며 방송실을 나갔다.
드륵! 쿵!
“……휴우. 역시 회장 누나는 날 너무 잘 안다니까.”
가슴을 쓸어내린 그는 엎어 놓았던 핸드폰을 들었다.
핸드폰에선 진호의 얼굴 옆으로 채팅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모두 오늘 여기 온 팬들에게 따로 방 팠다고 말 안 했죠? 어차피 오늘 저녁에 왜 이렇게 방을 따로 팠는지 3천 명에게 다 말할 테지만, 지금 발설하면 평생 미워할 겁니다.”
‘안했음.’
‘지퍼 쭉!’
등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고, 오늘 당첨자로서 버스에 오른 3천 명을 제외한 팬전원에게 비밀 메시지를 날린 진호는 음흉하게 웃었다.
“좋아요. 그럼……”
오는 중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
다미앙 지사의 직원들과도 이야기가 다 된 깜짝 이벤트.
진호의 입이 열렸다
“대국민, 아니 대 지니어스 팬클럽 공개 오디션. 슈퍼스타 지니어스! 지금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진호는 장기자랑을 신청한 팬들 명단이 적힌 종이 뭉치를 들며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