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333
14권 12화
부우우우응! 끼익!
차가 멈추자 열고 내린 진호는 기지개를 쭉 폈다.
“어그그그그!”
“으악!”
“어우 씨, 허리.”
네바다의 사막에 들어서고 벌써 몇 시간을 달렸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환상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보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진호는 지평선까지 쭉 뻗은 도로와 작렬하는 여름의 뜨거운 태양에 혀를 내둘렀다.
“영화가 그냥 일정 구간만 찍은게 아니구나……”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도로를 보고 있자니 아찔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고개를 저은 진호는 주위롤, 차들이 정차한 주유소를 보며 눈을 빛냈다.
이것도 영화에서 자주 보던 장소였다.
“어때? 사막 속의 오아시스에 들른 기분이?”
“……너무 과한 거 아니세요?”
진호는 이쪽을 향해 6밀리 카메라를 들이미는 남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보았다. 그가 조나단 파블로였기 때문이다.
“과하기는 무슨. 이렇게 노는 거지. 브이로그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그 브이로그를 왜 세계적인 명감독인 당신이 찍냐고요……’
카메라 감독이나 카메라맨이 따로 있는데 말이다.
물론 이유는 알고 있다.
원래 LA 콘서트 이후 10일의 휴식을 취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의 모든 스태프들이 휴가를 떠났는데, 라스베이거스 스케줄이 갑작스레잡히는 바람에 소집을 하지 못한 탓이다.
‘뭐, 베이거스에 도착하면 안 하시겠지.’
조나단 파블로의 스태프들은 라스베이거스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에휴, 마음대로 하세요.”
“흐흐흐. 그래서 기분은?”
“있어 줘서 감사합니다?”
말 그대로였다.
거친 형님들과 헤어지고 난 후 네바다주에 들어선 지 무려 두 시간 만에 발견한 주유소와 서브웨이, 그리고 할인 매장.
영화처럼 딱 편의점 같은 것만 있는 게 아니라서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정말 있어 줘서 감사했다.
‘한국의 고속도로는 진짜 천국이구나.’
미국에 도착한 지 몇 달 만에야 느낀 미국의 고속도로에 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마저 저은 그는 할인 매장으로 향하여 감로수와 같은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었다.
“푸, 덥긴 덥네.”
방금까지 에어컨 바람을 쐬서 그런지 [스킬: 나는야 자연의 왕자]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하는 것처럼 무더웠다.
‘그나저나……’
진호는 한 곳을 바라보았다.
“뭘 보는 거야?”
“……아니에요.”
‘착각이겠지.’
어떤 끌림이 느껴졌다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저 멀리 송전탑들이 보이니 영화 속한 장면이 떠오른 것 같았다.
‘이글 아이였던가? 그 장면 참 인상적이었는데……’
송전탑의 케이블이 끊어져 등장인물을 감전사시키는 장면을 떠올린 진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감독님. 네바다 하면, 51구역이잖아요.”
“그렇지! 51구역이 있지!”
51구역. 외계인을 연구한다는 지상 최고의 미스테리 장소이자, 참 떡밥이 많은 비밀 군사 기지였다.
“못 들어가나요?”
“……못 들어가지. 근처까지는 갈수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볼수가 없어.”
“그래요?”
조나단 파블로의 어깨는 축 쳐졌지만, 진호는 눈을 빛냈다.
‘오, 그럼 엔지니어 관련 스킬을 풀 수 있겠네?’
미국에서만 얻을 수 있는 스킬중 하나인 엔지니어 관련 스킬의 1차 해금 조건은 51구역 관광인데, 이 관광 후에는 NASA 관광이었다.
‘그 시설은 보지 못해도 관광만 하면 되지, 관광만. 아, 그런데 아마겟돈 같은 영화는 안 들어오려나……. NASA에 들어가게.’
“자, 모두 모였죠? 안 온 사람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다 왔습니다!”
“다 있어요!”
“오케이!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네!”
남은 아이스크림을 허겁지겁 입에 넣은 진호는 재빨리 차에 올랐다.
그렇게 다시 몇 시간.
저 멀리 라스베이거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도박과 향락의 도시……. 그리고 CSI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진호는 라스베이거스 과학수사팀의 영원한 반장님, 길 반장님을 떠올리며 눈을 빛냈다.
* * *
쏴아아!
물이 쏟아지며 털이 수북한 배나온 남성의 몸을 적신다. 장시간의 이동에 쌓인 피로가 쑤욱 풀려갔지만, 조나단 파블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환한 미소로 진호를 찍었던 그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하고 있었다.
‘노래, 퍼포먼스, 요리, 사진, 조각, 그림, 축구, 야구, 미식축구 등등등.’
“등등등……후우.”
수도를 잠근 그는 수증기로 뿌옇게 변한 거울을 닦으며 하얀 머리칼로 뒤덮인 얼굴을 살폈다.
“배우의 재주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니……”
진호를 볼 때마다 매번 찍고 싶은 영화 장르가 바뀐다.
한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히어로 액션 장르를 찍고 싶다 생각이 들더니 다음은 뮤지컬 영화, 다음은 오지 탐험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지금은 ‘스쿨 오브 락’ 이나 ‘죽은 시인의 사회’ 같은 드라마 장르의 작품을 찍고 싶다.
진호가 51구역을 언급했을 때는 ‘인디펜던스데이’나 ‘이글 아이’ 같은 작품을 찍어 보고 싶기도 했다.
시나리오는 문제가 안 된다.
할리우드는 시나리오가 너무 많아서 썩어 나는 곳이니 말이다.
설령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없다 하더라도, 직접 써 버리면 그만이다.
“이 다큐멘터리 연출을 허락한건 지노의 매력을 가까이에서 확인하고, 그의 매력을 최대한 뽐낼 최상의 장르를 고르고 싶었던 것 뿐인데……”
진호의 재능을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 짙어져 갔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그는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떤 작품을 찍어야할지.”
‘아니, 이러다 찍을 수는 있긴 할 런지……’
입 밖으로 내뱉으면 현실이 되어 버릴 것 같은 끔찍한 느낌에 입을 다문 그는 하얗게 센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몸을 돌렸다.
그는 무거워지는 마음을 추스르며 화장실을 나섰다.
‘라스베가스여! 내가 왔다-!’
“으흐흥.”
해가지며 진면목을 드러낸 라스베이거스를 보며 만세를 한 진호는 카지노를 갈 생각에 콧노래를 불렀다.
‘드디어, 드디어! 나도 합법적으로 카지노에 갈 수 있다-!’
전에는 나이 때문에 못 가고, 이 후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간 카지노.
물론 더 씨프를 찍을 당시 김윤석, 이재정과 분장을 하고 마카오 카지노에 간 적이 있긴 하지만, 테이블 게임은 한 적이 없으니 노카운트였다.
“어떤 분장을 해야 하지?”
“딱 10만 원만 쓰면 분장 안 해도 돼.”
“……왜죠?”
“그 이상 쓰다가 걸리면 너 한국에서 뉴스 탄다. 공항에 기자들이 벌 떼처럼 대기할 거야.”
“……쳇.”
잔뜩 신이 났었던 진호는 맥이 탁 풀리는 걸 느끼며 변장에 쓸 안경을 내려놓았다.
‘카지노인데, 도박의 도시인데-!’
고개를 푹 숙인 진호는 털레털레 숙소를 나섰고, 조나단 파블로가 카메라를 든 채 따라붙었다.
스태프들은 내일 만나기로 했다.
“한국은 참 이해하기 힘든 나라군. 자기가 번 돈으로 도박을 하는 것뿐인데 말이야.”
“고액 도박을 하는 것도 모자라 사기를 치신 분들이 좀 계셔서요.”
“사기?”
“그런 일들이 있어요.”
“흐음.”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을 어물쩍 넘긴 진호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피곤하신가? ……하긴 이분도 연세가 있으시니까.’
왜인지는 모르지만, 낯빛이 어두운 그의 모습에 걱정을 한 진호는 정 실장을 보았다.
‘힘드시면 카메라를 내리시겠지.’
“그런데 MGM하고 벨라지오 외에는 확보할 수 없었다고요?”
“응. 메디슨 스퀘어 가든처럼 스케줄이 꽉 찼다고 거부하더라고. 굉장히 아쉬워하더라.”
진호의 눈이 번쩍 떠졌다가 축쳐졌다.
드디어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입질이 왔는데,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끙. 그래요……”
“응. 그쪽도 굉장히 아쉬워하더라.”
“……쩝. 다음 투어를 기약할 수 밖에 없나.”
“다음부터는 무조건 포함될 거야!”
‘그랬으면 좋겠네요. 흠.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얼마 못 번다는 건데……’
MGM은 2만 석이 채 안 되는 공연장이고, 벨라지오 호텔은 상징성만 있을 뿐 수익을 크게 거둘수 없는 구조의 콘서트다. 아니, 3곡만 부르고 철수해야 하는 특설공연일 뿐이다.
‘JP모건과의 거래로 인해 돈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좀 아쉽네.’
미국의 랜드마크인 라스베이거스까지 와서 공연만 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게 좀 아쉬웠다.
물론, MGM 아레나와 벨라지오 분수쇼를 배경으로 공연을 한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긴 해도 그랬다.
‘한국처럼 재밌는 예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은 의외로 버라이어티하게 재밌는 예능이 없었다.
‘흐음.’
뭐 재밌는 일 없을까 생각하던 진호는 이내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이왕 라스베이거스에 왔으니까 그 스킬을 얻자!’
지금 아니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라스베이거스다.
콘서트가 끝나고 이런 저런 스케줄을 진행하다 보면, 옆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스쳐 지나가듯 장난식으로 영화 섭외에 대해 언급한 조나단 파블로의 작품을 찍게 되면 1년 후에 올 수 있을지조차 장담 못하는 곳이 라스베이거스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진호는 로비에 몰려 있는 아이들과 전속 스태프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카지노, 가즈아-!’
리셋 라이프의 99가지 스킬 중 라스베이거스에서만 얻을 수 있는 딱 하나의 스킬. 그것은 겜블러 관련 스킬이었다.
* * *
띠리리리링! 뾰롱뾰롱!
“오! 여기가!”
“와. 카지노가 이렇게 생긴 곳이구나……”
별세계가 이럴까.
맹렬히 돌아가는 슬롯머신들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저 멀리서 터지는 환호성.
아이들과 스태프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이미 카지노를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는 진호는 그들을 애송이 보듯 콧대를 세웠다.
“촌놈처럼 이리저리 둘러보지 마라. 소매치기 당한다.”
“헉! 정말요?”
“흡! 야, 연기해. 연기.”
재빨리 지갑이 있는 곳을 쓰다듬으며 애써 태연한 척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터지려는 웃음을 참은 진호는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1차 해금 조건은 슬롯이지!’
10분만 당기면 1차 해금 완료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따고 싶은 진호는 슬롯머신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들 중 일어나려고 하는 사람을 찾았다.
‘원래 슬롯이라는 게 땡기다 보면 터지는 법이거든.’
이 조건을 해금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어느 성인오락실에 간 적이 있는 진호는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신했다.
성인오락실에서 돈을 따는 사람들은 대부분 초심자거나 한 기계앞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당시 알바생의 증언 또한 그러했다.
‘문제는 5차 해금 조건이자, 습득조건인데……? 음?’
“응?”
고개를 모로 기울인 진호는 카드 테이블들을 보았다.
“……뭐지?”
“뭐가?”
“어디서 많이 본인테리어……”
특히 슬롯머신이나 테이블의 배치가 굉장히 낯익었다. CCTV의 배치도 말이다.
“……아뇨, 아니에요. 제가 착각했나 봐요. 자, 그럼 10시에 여기서 보도록 하죠!”
고개를 끄덕인 사람들은 재빨리 흩어졌고, 진호도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얼른 저기에 앉아야 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람이 몇시간 동안 저 자리에 앉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진이 빠지고 우울한 표정을 지을 만큼 슬롯을 당긴 곳이다.
양심이 있다면 터져 줄 때가 됐다.
“명심해. 10만 원이다. 100달러야.”
“알았다니까요.”
손을 저은 진호는 더욱 빠르게 걸음을 옮겨 냉큼 엉덩이를 붙였고, 그 자리를 노리고 빠르게 걸어오던 사람들은 안타까움의 탄성을 터트렸다.
“호오. 지노가 슬롯의 법칙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
“으흐흐. 카지노에 오는데 이 정도 조사는 기본이죠. 그런데 조나단은 게임 안 하세요?”
“이것도 브이로그야.”
“……아, 네.”
“푸흐흐, 농담이고. 원래 슬롯은 운 좋은 사람 옆에 앉는 거야.”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보안요원의 모습에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은 조나단 파블로는 몸을 일으켰다.
“잠깐 맡아 주고 있어. 난 가방을 맡기고 올 테니까.”
“네!”
그렇게 조나단 파블로가 자리를 뜨자 진호는 슬롯머신을 보며 손을 비볐다.
‘그럼 해 볼까?’
그는 잔뜩 기대하며 슬롯머신에 지폐를 넣었다.
한편 보관함이 있는 곳으로 향한 조나단 파블로는 잠시 멈춰 서서 진호가 있는 방향을 보았다.
“……설마 도박까지 재능이 있진 않겠지.”
도박은 운이고, 카지노의 모든 게임은 카지노가 압도적인 수익을 얻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무리 진호가 운이 좋다고 하더라도 도박에 마저 재능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고개를 털레털레 저으며 걸음을 옮기던 그는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에 이내 다시 발을 멈췄다.
‘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재능이 있다면?’
다시 진호가 있는 방향을 바라본 조나단 파블로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