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338
14권 17화
6. 영화 시작
부우우우웅!
어딘가로 향하는 차 안, 운전석에 앉은 진호가 생각에 잠겨 있다.
‘홍룬……’
웨이양에게 묻고 싶은 건 참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웨이양이 아는 건 얼마 없었다. 그때 만난 노인의 이름과 연락처만 겨우 알고 있을 뿐이었다.
“무언가 더 있는 듯했지만……. 그건 내가 알아서 좋을 일이 아니었어.”
알아도 상관없는 일이었다면 웨이양은 무조건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극구 말하지 않았다.
그것도 아주 정색하며 말이다.
‘내가 알아서 좋을, 아니 내가 알면 안 되는 성질의 일인 거야.’
중국 정치계의 거물인 웨이양이 입을 다물 정도의 일이라면 몇 가지로 좁혀진다.
경중을 따졌을 때 그중 가장 무거운 일은 ‘중국의 차기 주석’에 관한 일이었다. 일개 연예인이 낄수조차 없는 일이지만, 진호는 왜인지 그 일에 마음이 쏠렸다.
“그렇다면 양양 삼촌도 이번 일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끼어 있다는 뜻이겠지.”
또 그렇다면 무척이나 골치 아픈 일이었다.
결코 눈길조차 줘서도 안 될 일.
우웅!
“음?”
진호는 귀에 낀 블루투스 이어폰을 꾹 눌렀다.
“네, 이진호입니다.”
-접니다, 뮤즈.
“어? 피에트로 씨!”
진호는 눈을 빛냈다.
그렇지 않아도 피에트로에게도 묻고 싶은 일이 있었다.
-일단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뮤즈.
“네?”
-디올이, 그리고 LVMH가 뮤즈를 이용하였습니다.
진호는 미간을 좁혔다.
‘이거 봐라?’
피에트로에게 묻고 싶었던 일을 바로 알 수 있을 듯했다.
“……저를요?”
-정확히는 뮤즈를 두고 거래 아닌 거래를 했다고 봐야겠군요. 이번에 북미 전체 차이나타운에 LVMH가 진출하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네. 주가가 그렇게 요동을 쳤는데 당연히 알 수밖에 없죠.”
-그 일, 이번 일에 뮤즈가 톡톡히 한몫을 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명확히 파악이 안 된 상태이지만 차이나타운, 아니 화교에서 그러더군요. 뮤즈 같은 사람이 전속으로 홍보하는 기업은 믿을 수 있는 곳이라고!
‘역시 그분은 화교였구나.’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그러게요. 저도가 봐야 알 것 같네요.”
‘대체 날 두고 무슨 일을 벌이는 건지……’
진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런데 그 의뭉스런 제안을 받아들이셨네요?”
진호의 말투도 차가워졌다.
-……이것만은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뮤즈가 저를 생각하는 만큼 저도 뮤즈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르노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LVMH는 차이나타운이 아니라도 세계 최고의 패션그룹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솔직히 저도 좀 찔려서 고민하다가 이렇게 연락드린 겁니다.
피에트로의 경직 된 음성이 사르르 풀리자 진호는 풀썩 웃었다.
‘피에트로 씨와 아르노 씨는 이번 거래가 내게 해가 될 일이 아니라 판단한 건가……. 후우, 정말 뭐가 뭔지.’
더 오리무중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겨우 그런 이유 가지고 절 이용했다고 하신 거예요?”
-그쪽에서 뮤즈를 들먹이면서 거래를 제안해 왔으니까요.
“그런 것치고는 너무 늦게 연락하셨네요?”
연말 전에 한국에 입국해 벌써 설이 지났다.
진호는 그사이 부모님, 친척, 여자친구,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으음. 그게…….
“하핫, 농담이에요. 대신 루이뷔통은 그 사과의 값이라고 생각할게요.”
그들도 나름 조사를 하느라 늦은 것일 터였다.
진호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저런…… 아르노와 저는 그걸 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그럼 그런 거라고 하죠.”
그렇게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풀린 둘은 이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
“…… 고맙네.”
어찌 보면 숨겨도 되는 일을 이렇게 뒤늦게라도 말해 준 피에트로의 마음씀씀이가 참 고마웠다.
“……그나저나 진짜 뭐가 뭔지.”
작은 조각. 그것이 부족해 파악이 되지 않는다.
“흐음. 가 보면 알겠지.”
마침 그걸 알기 위해 가는 길이다.
진호는 액셀을 밟는 발에 힘을 더 주었다.
* * *
“와우.”
고대 중국의 양식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대저택.
여기저기서 보이는 붉은색이 인상적이다.
“아니, 이 경우에는 장원이라고 해야 하나?”
‘웨이양 할아버지나 저우지엔 할아버지의 저택보다 크네.’
“그런데 이런 곳에 살면 꽤 불편할 텐데……. 뭐,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미셨겠지.”
고개를 끄덕인 그는 양손에 든 것들을 다시 확인하고는 잉어들이 뛰노는 제법 큰 다리를 지나, 전각들이 많은 이곳에서 제일 커다란 전각으로 향했다.
워싱턴 6.25참전용사 기념관에서 만난 노인, 홍룬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음?’
진호는 속으로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뭐지? 왜 저런 눈빛을 짓고 계시는 거지?’
진호는 의혹을 삼키며 일단 인사부터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많이 늦었죠, 홍룬 할아버지?”
흠칫!
진호는 놀라는 그의 반응에 더 의아했다.
“역시 알아차렸구나. 하아……. 아니다, 내가 더 미안하지.”
“네?”
고개를 모로 기울였던 진호는 이내 이어진 홍룬의 말에 낯빛을 굳혔다.
“요새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에 골치가 아프겠구나.”
‘……이건 뭐지?’
“설마 할아버지의 뜻이 아니었다는 건가요?”
그렇지 않아도 흐리던 흥룬의 낯빛이 더 흐려졌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너라.”
“……예.”
진호의 음성은 낮아졌다.
그렇게 둘이 향한 곳은 전각 가장 안쪽의 어느 커다랗고 수수하게 꾸며진 방이었다. 밖으로 보이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귀와 눈을 맑게 씻어 주었지만, 진호와 홍룬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러나 진호는 홍룬을 재촉하지 않았다. 본능이 그렇게 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륵.
문이 열리며 누군가 차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고개를 돌렸던 진호는 눈을 크게 떴다.
그건 그 누군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들고 있던 차 쟁반이 달그락거리며 흔들렸다.
“……앨리?”
“진?”
너무 의외인 곳에서 만난 의외의 사람.
둘은 잠시 넋을 놓았고, 홍룬은 놀라워했다.
“서로 아는 사이냐?”
“……알다마다요.”
진호의 음성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렇게 된 거였군요. 앨리가……”
“응? 나? 아니, 그보다 진 네가 여긴 왜 있어?”
진심으로 놀란 듯한 그녀의 모습.
‘……아닌가?’
진호는 일단 미끼를 던져 보기로 했다.
“여기 할아버지를 만나러 왔지. 앨리는?”
툭 내뱉은 그의 말에 앨리는 혼란스러워 했다.
“…… 역시 진은 대단하네. 난 여기서 일하고 있어.”
“마카오는 어쩌고?”
“사실상 승진이지.”
“……너도 화교였구나.”
“본토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 화교야, 진.”
“그 말이 아닌 걸 알 텐데?”
“……왜 그렇게 화가 난 건지 모르겠지만, 이 이상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야.”
‘아니야. 앨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그럼 대체 뭐야?’
“그럼 좋은 시간 나누세요, 어르신.”
“그래. 고맙다.”
허리를 숙인 앨리가 물러나자 홍룬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아는 사이냐?”
“예전에 도움을 주고받은 적이 있어요.”
“남녀 간의 일인 게냐?”
“지나간 일이죠. 하하.”
“……허허. 인연이라는 게 참 얄궂구나.”
‘그런 것이었군.’
갑자기 테드 창이 지지를 보내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이런 인연이 있었다.
고개를 주억이던 홍룬의 낯빛이 급격히 흐려졌다.
이젠 더 이상 진호의 눈빛을 피할 수가 없었다.
“……후우. 변명은 하지 않으마. 하지만 내 뜻은 아니었다는 걸 알아다오.”
한참 만에 꺼낸 그의 말에 진호는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것이었군요……”
진호는 차를 홀짝이며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제야 이해되네.’
속이 후련했다.
“할아버지도 골치 아프셨겠어요.”
“……놀라지 않는구나.”
“그때 제이먼 씨 반응이 심상치않았잖아요. 그때부터 이미 할아버지가 범상치 않은 분이라는 건 알아차렸어요. 이 정도일 거라고는 몰랐을 뿐이지.”
홍룬의 눈이 빛났다.
“영특하구나.”
“제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특기 중 하나죠. 하하.”
“……화가 나지 않는 게냐?”
“저도 사람인데 왜 화가 나지 않겠어요. 아무리 제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도 제 의사를 무시한 채 진행된 일들인데. 하지만 할아버지의 뜻이 아니었잖아요.”
“……허허허.”
훙룬은 자신의 손을 잡은 채 위로 하는 눈빛을 보내는 진호를 보며 맥이 탁 풀리는 걸 느꼈다.
‘이런 그릇이 또 있을까……’
“다만 딱 하나.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어요.”
“그게 무엇이냐?”
“그들이 그렇게 한 이유. 1인자의 자리라는 게 그 어떤 수를 쓰더라도 가지고 싶은 자리라고 해도, 이번 일은 너무 과했어요.”
“으음…….”
잠시 고민하던 훙룬은 결국 마지막 속내까지 꺼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 모든 화교의 소망 때문일게다.”
“화교의 소망?”
다시 한숨을 뱉은 그는 화교의 소망, 화교가 이루고픈 대업과 진호를 통해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해 설명했다.
진호는 천장을 보며 숨을 길게 내뱉었다.
“무겁네요. 양양 삼촌은 아시는 일인가요?”
“아직 모를 게다. 네 세대에서 끝날 일도 아니고. 하나……”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그건 양양 삼촌이 원하던 것을 쟁취한 다음일 테고요.”
“……미안하구나.”
“아뇨. 지금 제게 중요한 건 그런 말이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이 일을 원하시냐는 거예요. 할아버지, 원하세요?”
‘뭣?’
너무도 맑고 투명한 눈동자.
순간 헛숨을 삼킨 홍룬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래. 내가 죽은 이후가 될 지라도 그 소망을 이루기를 원한단다. 하나……”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럼 됐어요. 얼마든지 이용하세요.”
“지, 진호야!”
진호는 홍룬을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그의 눈을 또렷이 응시했다.
“할아버지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의손자를 위해, 아니 의손자조차도 아닌 놈을 보호하기 위해 음직여 주셨어요. 제게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진짜 할아버지로, 가족으로 대할거라더니……’
단 한 점의 욕심도 불쾌함도 없는 진호의 눈을 보자니 가슴이 찌르르 울린다.
“……네가 이 늙은이를 울리는구나.”
“제가 좀 원래 그래요. 흐흐.”
풀썩 웃은 홍룬은 진호의 손등을 쓰다듬었고, 진호는 맑은 웃음을 지었다.
“아, 맞아. 저 선물 가져왔어요.”
“선물?”
“전에 보니까 뼈가 많이 안 좋으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칼슘제나 비타민제 등 영양제를 좀 챙겨왔어요.”
홍룬의 눈가가 다시 파르르 떨렸다.
언제나 화려하고 대단한 선물만 받아 온 그에게는 너무도 소박한 선물이었지만, 할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는 진호의 마음이 절절 전해져 왔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이런 선물은 자식들이나 손자들조차도 해 주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사시던 곳 근처에서 가장 오래된 요릿집의 장을 좀 몇가지 챙겼어요. 생색을 내자면 찾기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울컥!
홍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버, 번거롭게 그런 걸 왜 챙겨와……”
“제 할아버지니까요. 많이 그리 우셨죠? 뭘 드시고 싶은지 말만 해주시면 이따가 제가 해 드릴게요.”
“정말 네가 날 울리는구나, 울려……”
진호는 그의 손등을 덮으며 미소를 지었고, 홍룬은 결국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에구. 정말 웨이양 할아버지도 그렇고, 저우지엔 할아버지도 그렇고…… 대체 왜 이런 평범한 말에 이리 감동하시는 건지……’
그만큼 삶이 삭막했기 때문일 테지만, 진호는 난처하다는 듯 볼을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양양 삼촌한테는 어떻게 운을 떼야 하려나……’
이건 또 이것대로 골치가 아팠다.
* * *
이제부터 화교의 중요 인물들과 안면을 트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들어오게 된 화교의 지배자 홍룬의 저택.
이런 목적을 가지고 이 저택에 들어와 차심부름 같은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은 앨리뿐만이 아니기에 그녀는 진호의 등장이 너무도 놀라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 진호와 홍룬이 보인 다정한 모습에 경악하고 말았다.
‘마치 친조손간처럼 보였지……’
이 때문에 현재 저택은 뒤집어진 상태였다.
“만나 봐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미 끊어져 버린 인연이다.
지니어스 마카오 큰손이라는 허울은 그저 끊어져 버린 인연의 끈을 놓기 싫은 작은 미련에 불과했다.
“하아……. 진짜 얄미워 죽겠네.”
‘왜 진은 날 이렇게 흔드는 거야.’
“……하지만 이젠 정말 놓아야해.”
이서형을 향한 진호의 미소를 볼때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연애라는 사치스런 감정으론 갈수 없는 길이니까.’
그녀는 그렇게 마음을 완전히 정리해 갔다.
“오, 여기 있었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앨리는 진호를 발견하곤 코웃음을 쳤다.
“뭐야? 날 못 잊어서 찾은 거야?”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