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47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2권 22화
“흐음…….”
모험이다. 하지만 다미앙은 믿어 보기로 했다. 언제나 믿음에 보답 하는 진호니 말이다.
“살살 하십시오. 울면 안 되잖습니까.”
울음을 터트릴 사람이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핫. 네! 형, 가요!”
진호는 피아노로 걸어가며 등에 멘 기타를 벗었다.
어둔 밤인데도 발광하는 두 미남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어떤 곡으로 할까?”
의자에 앉은 료의 말에 진호는 다시금 거장을 떠올렸다.
의자는 제법 커서 두 사람이 앉아도 공간이 남았다. 둘은 서로를 등지듯 반대 방향을 보며 앉았다.
“로망스로 가죠.”
거장을 이용할 순 없었다. 그러나 지금쯤 멀리 갔을 거장이 이용당했다는 걸 알아도 화가 나진 않게 하고 싶었다.
실수한다고 해도 괜찮다. 버벅거려도 상관없다. 잘생긴 미남자 둘이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기만 하면 충분했다.
이렇게 노는 사람들도 있는 걸 알려 주고 싶었다. 거기다 거장의 팬인 료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곡이었다.
“……그래, 그걸로 하자.”
“제가 리드할게요. 약간 고쳤거든요.”
“응, 부탁할게.”
하시마 료가 건반 위에 손을 올리자 진호도 기타의 줄 위에 손을 얹었다.
디잉!
묵직하게 울리는 소리가 절로 심장을 뛰게 했다.
‘가자.’
눈을 감은 진호는 머리가 연주하는 대로 현을 뜯었다.
때와 외모를 잘못 타고 태어나 세션으로만 머물러야 했던 천재의 감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걸 지켜본 다미앙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요새 젊은이들은 참 활기차군. 세상을 다양하게 즐길 줄 알아.’
사회를 비롯해 모든 게 침체되어가는 일본. 유키 구라모토는 이런 식의 작은 활기라도 있다는 게 위안이 되었다.
매니저는 흐뭇한 유키 구라모토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음?”
“왜, 왜 그러십니까, 선생님?”
“허헛, 잘 들어 보게.”
거장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고, 귀를 기울이던 매니저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선생님의 곡이잖습니까! 감히 어떤 애송이가!”
“흠……. 돌아가 보지.”
“예? 하, 하지만.”
“곧 세상을 울릴 기타리스트의 얼굴을 보고 싶군.”
“……예? 기, 기타리스트요?”
유키 구라모토는 흥미 가득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고, 매니저는 황급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성큼성큼 발을 옮긴 거장은 곧 볼 수 있었다.
‘이렇게도 젊은 천재였던 것인가.’
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 * *
처음엔 외모에 눈이 팔렸을 뿐이다. 그러나 연주가 시작되자 달라졌다.
온몸을 휘감아 치유하는 선율은 뜨거운 여름이기에 더 회상할 수 밖에 없는 봄비 내리는 봄날의 포근함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요정이 통통 튀어 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들어 올렸던 핸드폰을 내리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작은 연주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디리링! 딩.
“후우.”
진호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에서 휘몰아치는 온갖 감정 들을 뒤로하더라도 직접 연주해본 거장의 사상은 감히 바라볼 수 없는 벽과 같았다.
‘이 기타가 아니었다면 정말 힘들 있겠네.’
기타의 깊은 울림이 있었기에 이 정도까지 감성을 표현할 수 있었다. 집에 있는 기타였다면 어림도 없었다. 다 함께 신나게 노는 게 아니라 불쾌함만 줄 뻔했다. 정말 운이 좋았다.
진호는 사랑스럽다는 듯 기타를 쓸어내렸다.
“응?”
너무 조용했다. 고개를 든 진호는 깜짝 놀랐다. 탄식을 터트리는 사람도 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짝짝짝.
숨 쉬는 것조차 실례인 듯한 묵직한 공기가 작은 박수 소리로 인해 깨졌다. 그건 곧 파도처럼 번져 가더니 우레처럼 쏟아졌다.
휘이이익! 짝짝짝짝짝짝짝!
진호는 가슴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형.”
“응.”
진호와 료는 얼른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앵콜 해 주세요!”
“맞아! 앵콜!”
“앵콜! 앵콜! 앵콜!”
난처했다. 다음 스케줄을 진행해야 하는데 눈빛들이 너무 뜨거웠다.
진호는 슬그머니 다미앙을 보았다. 충격 받은 얼굴을 보니 지금 상황에 썩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나도 한 곡 더 듣고 싶군.”
“음?”
고개를 돌린 진호는 경악했다.
“구라모토 씨!”
료와 주위 사람들도 경악했다.
유키 구라모토는 푸근히 웃었다.
“아까 그 청년이군. 어떻게, 내 음악은 잘 이해되던가? 아니, 방금의 연주가 다 이해했다고 말해 주었군.”
“어?”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걸 봤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 거리에서 보이시던가요?”
몰래 먹은 과자를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뜨거워졌다.
“이 나이쯤 되니 세상 모든 소리가 음악으로 들려. 행동조차도.”
공연 도중 에어 피아노가 아니라 에어 기타를 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거장의 말뜻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가 이상해졌지만, 진호의 눈엔 거장만 보일 뿐이었다. 진호는 뒤통수를 긁었다.
“조금씩 마모되어가는 그 감성은 표현할 수 없겠더라고요. 죄송 합니다.”
“걷는 발걸음마다 꽃이 필 나이 인데 흩어져 가는 세월을 표현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거지. 혹시 다른 것도 느꼈나?”
“음, 외로우시면 강아지를 키우는 게 좋습니다. 골든 리트리버가 그렇게 사교적이래요.”
옆의 매니저가 어이없다는 듯 진호를 보았다가 곧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하하하핫! 리트리버, 참고하지.”
마치 산악을 보는 것 같은 아우라를 두른 거장이 어깨를 쳐 주니 진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욕심이 크게 들었다.
“호, 혹시 개인적으로 연락드릴 수 있을까요?”
“한 곡 더 들려주기 전까지는 안 되네.”
장난스럽게 웃는 그 미소에 숨이 턱 막혔다.
“어떤 곡을 듣고 싶으세요?”
이젠 다미앙의 허락이 문제가 아니었다.
“오늘 선생님께서 연주하신 곡들은 다 할 수 있습니다. 형은요?”
“당연하지!”
“호오.”
거장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 * *
유키 구라모토가 관객이 된 합주 회는 당연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람들은 지금이 놀라운 순간을 자랑하기 위해 쉼 없이 손가락을 움직였고, 그걸 본 많은 사람들이 공원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중엔 기자도 끼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진호와 료는 딱 두 곡만 더 연주하고는 그만두었기 때문이었다.
하세가와도 물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일부러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이른바 몸값 키우기였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나와도 합주회를 해 보지. 물론 지금보다 훨씬 더 성숙해져야겠지만.”
거장의 인정. 진호는 온몸에 전류가 흘렀다. 다미앙도 등 뒤로 돌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언제든 불러만 주세요.”
“많이 듣고 많이 경험하게. 경험이 곧 자산이야. 하시마도 마찬가질세.”
“감사합니다!”
“그럼 좋은 술 생기면 연락하게나.”
모두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드륵!
선술집의 문이 닫히자 하시마가 온몸을 떨었다.
“내, 내가 구라모토 선생님과 술을 마시게 될 줄이야!”
하세가와도 뒤늦게 몸을 떨었다. 유키 구라모토가 오늘 일을 방송에 써도 된다고 허락한 것이다. 성공을 바란다고 인터뷰도 해 주었다.
그는 진호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감사합니다, 진호 씨!”
“진짱! 정말 너를 만난 건 내 일생일대의 행운이야!”
난처했다. 진호는 도와달라는 듯 다미앙을 보았다.
‘아니, 도와달라고요. 그렇게 웃지만 말고.’
‘즐기시면 됩니다.’
‘아오!’
두 사람이 진정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진정이 되고 나서도 오늘은 즐기자며 술을 퍼부으려고 해서 말리 느라 진호는 진땀을 빼야 했다. 겨우겨우 하시마에게 요리의 기본을 가르친 진호는 다시 그와 하세가와에게 붙들려 축하주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진호도 그때는 빼지 않고 술을 마셨다. 서로에게 좋은 날이었다.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끄어. 고마워…… 고마워…….”
피식 웃으며 하시마에게 이불을 덮어 준 진호는 불을 끄고 숙소를 빠져나왔다.
“앞으로 료 형을 잘 부탁드릴게요.”
“진호 씨의 앞날에 햇살이 가득 하길 빌겠습니다.”
마주 잡은 손이 참 뜨거웠다.
싱긋 웃으며 돌아선 진호는 다미 앙을 향해 입을 열었다. 죽은 듯 조용해진 밤거리가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었다.
“음반 제작은 힘들겠죠?”
우레처럼 쏟아지던 박수는 진호에게 패션쇼에서의 흥분을 다시금 느끼게 했고, 유키 구라모토에게 조언을 받는 하시마를 보니 부러웠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불가능한 걸 물은 거죠.”
돈도 돈이지만 HU 에이전시는 모델 에이전시다. 음반 매니지먼트에 대해서는 까막눈과 다름없다고 봐야 했다.
“부탁드릴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걱정 마십시오. 현재 사시는 곳 근처로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돈은 제가 낼게요.
“아니, 이건.”
“적금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또 오늘처럼 지름신이 내릴 수도 있거든요.”
음악에 대해 욕심이 생겼다. 정말 좋은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듣고 싶어졌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연주를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스케줄이 많을 것이다. 새벽녘에 들어오는 건 예사고, 외박도 밥 먹듯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부모님을 깨울 순 없었다.
‘엄마가 허락해 주면 좋을 텐데.’
작은 걱정이 가슴을 무겁게 했다. 진호는 어머니 나진희를 설득할 말들을 떠올리며 걸었고, 다미앙은 그런 그의 등을 보며 눈빛을 가라 앉혔다.
‘팀을 꾸려야겠군.’
코디네이터나 드라이빙 매니저가 아니다. 홍보나 언론 통제, 스케줄 관리, 음반 제작 등 오직 진호만을 위해 움직일 팀이 필요했다.
오늘 일은 앞으로 진호가 걸어갈 위대한 길의 시작점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이르다 생각되지만 그렇기에 더 팀을 조직할 필요가 있었다.
“바빠지겠어.”
‘방금 같은 일이 다신 벌어져선 안 되니.’
다미앙의 주먹이 바르르 떨렸다.
8.
하시마 료는 엄청난 이슈몰이를 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진호도 더불어 이슈가 되었다.
인간을 초월한 듯한 외모에 섭외가 미친 듯 쏟아졌지만, 다미앙은 모두 거절했다. 썩 마음에 드는 제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진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예능은 너무 잔잔하거나 너무 과격해서 썩 관심이 가질 않았다.
“오.”
새하얀 벽면이 인상적인 3층 건 꼭대기에 달린 HU 에이전시 코리아라는 간판과 1층의 커피숍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다미앙이 집으로 온다고 했지만, 진호가 그의 사무실도 구경할 겸 찾은 것이었다.
“3층이라고 했지?”
2층은 런웨이와 포즈 등을 가르치는 스튜디오라고 했다.
‘응? 무슨 촬영하나?’
2층의 유리문 안으로 커다란 카메라와 조명 기구가 보였다.
“아, 죄송합니다.”
계단에 앉아 무언가를 적고 있는 여성을 지나친 진호는 3층으로 향했다.
띠리링! 띠링!
“네! 당연히 됩니다. 세 명이요?”
“몸에 문신이 없어야 한다고요? 네, 당연히 있죠.”
디올 코리아를 보는 뜻 무척이나 시끄럽다.
‘야구장 여신? 농약? 피팅 모델? 축제 홍보 포스터 모델?’
별게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델의 세계는 굉장히 넓구나.’
닿을 수 없는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모델은 우리의 곁에 있었다.
“아이 씨, 누가 문 앞을 가로 ……. 이, 이진호?”
순간 사무실이 조용해지며 시선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