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53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3권 3화
“이야! 집 크다!”
제작진이 안내해 준 곳은 상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층 팬션이었다. 밖으로 바다도 보였다. 내부도 꽤 좋았다.
“우리 진호 덕분에 이런데서도 머무네. 고맙다.”
“나도 고맙다!”
“고마워, 진호야!”
진호는 쑥스러워 머리를 긁었고, 황재상을 비롯한 출연자들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시계를 본 황재상이 박수를 쳤다.
“자! 다들 각자 방에 짐 풀고 나와. 시장 가야지!”
“……네!”
“예써!”
이 프로그램의 메인은 어디까지나 황재상이었다.
진호도 재빨리 방이 있는 2층으로 향했다.
부리나케 준비해 제작진이 렌트 해준 차량을 타고 도착한 시장은 의외로 굉장히 깔끔하고 깨끗했다. 솔직히 충격이었다.
“……우리나라 시장보다 훨씬 깔끔하네요. 식재료들도.”
“원래 현지 식재료는 좋아. 한국 유통업자들이 싼 것만 들여오니까 그런 인식이 박힌 거지.”
“아.”
“진호야.”
“네.”
“아까 그 제작진이 예약해줬던 식당에서 뭘 느꼈어?”
그들은 숙소에 오기 전 식사부터 했다.
제작진은 의외로 상해에서 제일 역사 깊은 중화요리집을 예약해 주었다.
실패는 용인한다는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
“달고 진했어요.”
그리고 커다란 벽을 느끼게 했다.
불 조절, 볶는 시간, 향신료와 조미료 양.
호쾌하면서도 심해처럼 깊고, 엄마의 손끝처럼 세심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현지인의 입맛을 알 것 같아?”
“쉐프님의 요리가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넌 첫 장사 메뉴를 뭘로 하면 좋겠어?”
생각할 것도 없다. 해산물이 넘쳐 나는 상해다.
“짬뽕. 해산물과 고기가 넘쳐 나는 진하고 매콤한 짬뽕요.”
“경만이는? 서아는?”
“저도 짬뽕 콜.”
“저도 찬성요. 볶음짬뽕도 같이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오, 그거 좋다. 서아가 먹을 줄 알아?”
“에헤헤.”
“그래. 그럼 첫 메뉴는 짬뽕으로 하자.”
메뉴가 정해지자 황재상의 눈빛이 달라졌다.
진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식재료를 살피기 시작했다.
“진호야, 어때?”
“더 이상 볼 것도 없는 것 같은데요? 다 좋아요.”
“박 코흐트 쉐프한테 제대로 배웠네.”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나눠져서 사자. 진호 넌.”
“해산물과 고기 쪽을 맡을게요. 볶음짬뽕을 위해서 간 새우도 살 까요?”
“……정말 제대로 배웠네.”
‘이러면 욕심나는데.’
짬뽕의 메인은 해산물과 고기지만, 숨겨진 비법은 야채다.
생강, 마늘, 파, 양파 등.
이 외에 조미료와 향신료까지. 무얼 넣고 무얼 빼느냐는 쉐프의 스타일에 달렸다.
“고기는 비계 없이 앞다리 살로 2근 사고, 오징어는 2근, 바지락 3근…….”
진호는 외울 수 있지만 혹시 빼먹을까 수첩에 적었고, 황재상의 눈빛은 더욱 기꺼워졌다.
“가죠, 형! 손수레 가지고 있는 누나는 쉐프님과 함께.”
“그래, 서아는 나랑 가자.”
“네!”
진호와 허경만은 시장을 이 잡듯 헤집고 다녔다.
둘은 또 한 번 놀라야 했다. 가격이 미친 듯 쌌다. 분명 물가가 비싼 상해인데도 한국보다 훨씬 쌌다.
이런 상황에서 진호의 외모까지 빛을 발해 버렸다.
시장 아주머니들은 서글서글 엉기는 진호의 미소에 2근 가격으로 3근, 어쩔 땐 4근을 팔았고, 제작진은 만세를 외쳤다.
흥정은 그들이 원하는 그림 중 하나였다.
그렇게 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넷은 황재상의 지도 아래 칼질을 연습해야 했다.
진호는 칼질 한 번에 조교로 임명됐다.
제작진은 다음 날 아침, 다시 한 번 만세를 불렀다.
새벽 5시에 일어난 진호가 밑 준비를 시작했는데, 실내에서 양파를 자르다 보니 눈이 너무 매워서 그런지, 목에 걸고 있던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칼질을 해 버린 것이다.
후에 있을지 모를 캐스팅 논란을 단숨에 날려 버리는 모습이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황재상이 일어나기 전에 모든 밑 준비가 끝났다. 황재상과 허경만, 윤서아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진호는 화창한 하늘을 보며 허허롭게 웃었다.
“대학생이 하루 4시간 자면 푹 잔 거죠.”
‘정말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를 얻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수면 관련 스킬인 [스킬: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가 없었더라면 지금까지도 자고 있었을 지 모른다.
그만큼 어제는 다사다난했다.
“아인데? 나 때는 안 그랬는데?”
“나도! 고3을 착각하는 거 아냐?”
“저희 학과는 그래요. 영재 형, 선배님들. 바이바이. 동기들아, 한 달 반 뒤에 파이팅. 난 이제 맨날 푹 잔다. 부럽지? 흐하하하핫!”
카메라를 보며 웃는 진호에게서 진심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무섭네, 한국대.”
“괜히 한국대라고 하겠습니까, 쉐프님.”
괜스레 얼굴이 달아오른 진호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
“자, 이제 장사 준비하시죠! 형, 같이 테이블 펴요!”
“그래!”
절정 더위를 피해 잡은 시간인 오후 3시의 어느 작은 광장, 상해 시에 미리 허가를 받은 제작진이 주차시켜 놓은 푸드 트럭 ‘어먹반점’.
이제부터 오픈이었다.
진호와 허경만은 빠르게 테이블을 펴 갔고, 황재상은 웍에 기름을 둘렀다.
갑작스런 푸드 트럭의 등장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혹시 배우?”
“오늘은 저기 대가님의 보조 쉐프입니다. 저 대가님이 한국 중화 요리의 이거세요.”
“호호호. 그래요? 잘생긴 사람이 말도 잘하네. 뭘 파는 거죠?”
“해물과 고기가 잔뜩 들어간 홍해탕면입니다. 이 더운 날,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겨 내시는 건 어떠십니까?”
“허허허헛! 이 사람, 너무 말을 잘하는 거 아냐? 나 먼저 한 그릇 주소.”
“내가 먼저 물었어요. 나도 한 그릇 주세요. 얼마죠?”
“잠시만요.”
진호는 황재상을 봤다.
“쉐프님!”
“그래, 손님 몰렸으니 장사 시작 하자! 15분만 기다리시라고 해!”
“넵!”
진호는 사정을 설명했고, 가격이 합리적이라서 그런지 모인 사람들은 여섯 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았다.
때론 모르는 사람들끼리 합석을 하기도 했다.
푸드 트럭으로 향하는 진호의 옆으로 허경만이 달라붙었다.
“방금 뭐라고 했기에 사람들이 웃어?”
“아, 진호는 방금 한 말을 그대로 설명했고, 허경만은 눈을 빛냈다.
“그거 써 줄 수 있어?”
“당연하죠.”
“캬. 글씨도 왜 이렇게 잘 써? 우리 진호 아주 든든해?”
“흐흐흐.”
머리를 긁은 진호는 얼른 푸드 트럭 안으로 들어갔다.
“면은 어떻게 삶을까요?”
“10인분 때려 박아. 어제 삶는 법 가르쳐 줬지?”
“옙!”
“나 바쁠 것 같으니까 서아는 재료 좀 바로 가져다주고!”
“네!”
“경만이 넌.”
“밑반찬 가져다주겠습니다!”
“그래, 움직여. 우리가 1분 늦으면 손님의 짜증은 10배 높아지는 거야.”
“예, 쉐프!”
* * *
꽤 매울 텐데도 짬뽕은 호평 일색이었다.
매운 걸로 더위를 이겨 내자라는 말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푹 고은 돼지 육수에 해물과 고기가 어우러진 깊고 진한 맛. 사람들은 ‘하오츠!’를 연발하며 국물까지 모두 해치웠다.
이런 사람들의 먹방 때문인지 손님들은 계속해서 밀려들었다.
“이 페이스대로 가면 2시간도 안돼서 장사 마무리하겠는데?”
긴장이 가득했던 황재상의 얼굴이 폈다.
덜그럭, 덜그럭!
옆을 본 황재상은 혀를 내둘렀다. 어디서 긴 나무 막대를 가져온 진호가 그걸로 면을 건졌다 놓았다하며 삶고 있었기 때문이다.
찬물에서 넓은 채망으로 딱 1인 분씩만 건져 탁탁 물기를 빼는 모습은 숙련된 요리사 같았다.
‘대체 저건 누가 가르친 거야?’
면을 삶는 재주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쉬지 않는 성실함.
요리의 질을 바꾸는 건 바로 그 성실함이었다.
‘진짜 욕심나는데…….’
한 5년 정도 가르친 후에 분점을 맡기고 싶었다.
“쉐프님. 지금은 졸이는 단계인가요?”
초롱초롱한 눈을 보니 입을 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거 밑천 다 뺏기겠네.’
“응. 비교적 조리 시간이 짧은 중화요리에서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선…….”
황재상 쉐프의 입에선 노하우가 쏟아져 나왔고, 진호는 그걸 외우기 위해 귀를 열었다.
그 다정한 모습을 보던 윤서아는 힐끔 손님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허경만과 주위에 세워진 카메라들을 보았다가 이내 주먹을 쥐었다.
‘질 수 없어. 나도 더 열심히 해야 해. 아니, 내 파트를 찾아야 해!’
이대로 병풍처럼 있다가 돌아갈 순 없었다.
그녀는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로 마음먹었고, 좀 더 풍성해진 그림에 제작진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대박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 * *
황재상 쉐프의 예상대로 2시간도 안 되어 장사가 종료되었다.
“30원인데도 막 사 먹네.”
총 62그릇을 팔았고, 1, 860위안의 매출을 기록했다.
물가가 높은 상해라서 단가를 일단 높게 잡았는데도 가져온 재료가 모두 소진되어 버렸다.
“이게 모두 쉐프님의 솜씨와 저의 말발, 진호와 서아의 외모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건 맞아. 여자는 진호에게 한 눈팔고, 남자는 서아에게 한눈 팔더라. 지나치다가도 얼굴 보면 딱 멈춰 서서 오는데. 어이구, 나도 우리 식당 홀에 미남 미녀들만 채용시킬까 봐.”
진호와 윤서아는 슬그미니 고개를 돌렸다.
칭찬이 너무 과했다.
“큼. 내일은 백짬뽕탕도 팔아 보시는 게 어떨까요, 쉐프님?”
“봤구나?”
“네. 애들은 좀 많이 매워하더라고요.”
“그래, 진호도 본 거라면 그렇게 해야지. 서아는 의견 있니?”
“전 요리 메뉴가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면만 먹기 좀 아쉬워 하는 표정을 몇 번 본 것 같아요.”
“경만이는?”
“물이나 음료수도 판매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을 많이 찾더라고요. 테이블도 두 개 늘렸으면 합니다.”
진호는 살짝 놀랐다.
‘나만 노력한 게 아니구나.’
파트가 다르니, 생각하는 관점도 달랐다.
시야를 넓게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강타했다.
황재상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다들 집중력 좋네. 그럼 반성의 시간을 가져 볼까? 진호야.”
“예.”
저절로 몸의 긴장이 곤두섰다.
이게 대가의 위엄인가 싶었다.
“원래 면을 80그릇을 준비했었지?”
역시나였다. 진호는 떨리는 심장을 누르며 입을 열었다.
“예. 죄송합니다. 하지만 가격 대비를 따지면 이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갔던 그 중화요리집에서 판매하던 해물탕면이 25 위안이었습니다. 분명 오늘 일은 제 실수지만, 오히려 면이나 해물의 양을 더 늘릴 것을 건의하겠습니다.”
‘말했다─!’
높은 가격을 받는다면 그만큼 퀄리티 있게.
그건 음식을 사랑하는 진호의 소신이었다.
“……하하하하핫!”
‘응?’
침묵하기에 화를 내는 것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황재상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가득 맴돌고 있었다.
“그래, 맞아. 진호가 좋은 말했다. 재료에 돈을 아끼는 순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건 손님이야. 사장이 아무리 눈 가리고 아웅 해도 손님의 혀는 귀신같거든.”
진호와 사람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박영후 PD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드디어 쉐프의 철학이 흘러나왔다.
황재상이 진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확 납치해 버릴까 보다.”
“흐흐. 마음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가슴이 뻐근해서 미칠 것 같았다.
황재상은 이후 허경만과 윤서아에게 고칠 점들을 말했고, 그들은 순순히 납득했다.
정말 그랬기 때문이다.
“가시죠, 쉐프님! 오늘 같은 날 한잔하셔야죠!”
“그럴까?”
황재상이 웃으며 일어서자 진호는 눈을 빛냈다.
“안주는 제가 만들겠습니다. 가는 길에 마트 들르시죠!”
“오! 진호 네가?”
“기대해도 돼?”
“넵!”
진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중화요리의 대가에게 요리를 평가받을 기회는 흔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