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Abandoned Reset Life RAW novel - Chapter 76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4권 2화
* * *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위한 따뜻한 선행.
신인 배우 이모 씨로 시작한 기사 내용은 작년 11월 진호가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에게 옷을 벗어 준 훈훈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때 맞지? 달려라 박 과장.”
운전을 하던 정 대리가 물었다.
“배우 김경호, 박혜선, 이승준과 함께 술 마시다가 숙취해소제 사러 편의점에 들렀을 때. 너 나갔다 오더니 옷이 찢어져서 버렸다고 했잖아.”
“하하.”
맞다, 그때다.
무심코 본 밖, 그 추운 새벽 너무도 얇은 옷차림으로 리어카를 끌던 할아버지가 너무 추워 보여 입고 있던 후드 짚업을 벗어 주었다.
‘대체 누가 봤을까?’
술이 제법 취했던 상태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정말 희한해. 다른 사람은 못 알려서 안달인데 너는…….”
“흐흐흐. 아, 도착했네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드륵 차문을 열고 내리니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대기실로 가는 동안 만나는 사람 마다 대견하다는 미소를 짓거나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 천사남 왔어?”
“감독님마저 그러시면 저 정말 쥐구멍에 숨을지도 몰라요.”
PD를 비롯한 스태프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들은 곧 이번 신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번 신은 처음으로 무이와 구미호가 만나는 장면이다. 화로 치자면 7화 만이다.
구미호의 강함을 한눈에 알아차린 무이가 구미호에게 싸움을 거는 장면. 무이가 처음으로 주인의 명령이 아닌데도 검을 휘두르는 신이다. 무이에게는 제법 중요한 신이었다.
“아, 마침 주연도 오셨네.”
고개를 돌린 진호는 속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왜 저래?’
레오의 두 눈에 짜증이 가득하다.
“오! 주연 배우께선 벌써 몰입했나 보네. 좋아, 아주 좋아.”
감독은 신이나 동선을 설명한 후 물러났다.
이젠 리허설만 남았다.
진호는 다시 동선을 되새김하며 걸음을 옮겼다.
“운 좋네.”
‘응?’
몸을 돌리니 레오는 등을 보인 뒤였다.
고개를 모로 기울인 진호는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잘못 들있겠지.”
진호는 멀어지는 레오를 보며 입 맛을 다셨다.
‘힘을 얼마만큼 써야 하지?’
간단한 인사조차 제대로 나눠 본 적이 없어서 썩 곤란했다.
중요한 주연 배우를 다치게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진호의 표정은 제법 심각해졌다.
* * *
리허설은 바로 시작되지 못했다.
촬영장에 커피차가 도착한 까닭이다.
거의 산속에 있다시피 한 촬영장 이다 보니 캔 커피나 봉지 커피가 전부였던 사람들은 하던 일도 멈추고 줄을 섰다.
커피차에는 남주 구미호 레오의 사진들이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으아.’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커피는 커피였다.
‘나도 팬클럽에서 보내준다고 했지만…….’
회사에서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은 그런 걸 할 위치가 아니라고 했다.
비이잉!
시럽을 듬뿍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은 진호는 날아다니는 작은 벌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여름인가?”
7월이다.
산속이라서 바람은 서늘하지만, 벌이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았다.
진호는 손을 이리저리 툭툭 휘둘렸다.
‘휘이. 휘이. 사람들 쏘지 마라.’
산산조각 난 벌들이 땅으로 떨어졌다.
[스킬 : 사상 최강의 제자]는 이토록 반사 신경도 높여 주었다. 옛날이었다면 참 식겁했을 테지만, [스킬 : 나는야, 자연의 왕자] 때문인지 무섭지 않았다.자연은 재해가 아닌 이상 두려워 할 대상이 아니었다.
진호는 의자에 앉아 있는 레오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레오는 7살 연상이었다.
“잘 마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요.”
‘대체 뭐가 못마땅한 건지.’
속으로 어깨를 으쓱인 진호는 다시 인사를 하곤 돌아서려 했다.
비이엉! 둘 사이로 벌이 날아들었다.
“아, 벌이다.”
“헉!”
깜짝 놀란 레오가 허리를 젖히려다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가는 게 보였다.
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다.
덥석!
뒤로 넘어가는 성인을 한 손으로 지탱한 것이지만, 진호의 몸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에 감았던 눈을 뜬 레오가 멍해졌다.
놀랐던 진호는 이내 곧 이해했다.
“하긴 스쿼트를 140kg에 맞춰 놓고 하는데, 이 정도쯤이야.’
이 스킬을 얻는 ‘달인의 양산박’ 스토리에서 주인공의 스승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에게는 순발력의 속근인 백색근과 지구력의 지근인 적색근, 이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갖춘 근육이 있다. 그 양은 몇 밀리그램에 불과하지만,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 네가 앞으로 만들어 갈 근육은 그것이다.
그 몇 밀리의 근육을 키워 전신을 뒤덮을 때까지 굴러라.
그래서 제자는 죽지도 살리지도 말라는 스킬 설명이 붙는 것이었다.
이 근육의 특성은 잘 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꼬아 놓은 케이블에 철선 하나 추가된다고 해서 티가 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아, 현이 형이랑 테니스치고 싶다.’
‘우리 동네 스포츠’를 통해 친해지게 된 국내 최정상 플레이어 박 현. 이번엔 이길 자신이 있었다.
‘아차.’
“괜찮으세요?”
“……고마워요.”
“흐흐. 정말 잘 마시겠습니다!”
돌아선 진호는 차가운 커피를 쭉 빨아마시곤 몸을 떨었다.
“아, 좋다.”
얼굴이 절로 풀렸다.
레오는 멀어지는 진호를 보다 미간을 좁혔다.
“형, 쟤 로비해서 들어왔다고 했지?”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고는 했지.”
“형은 저게 로비해서 들어온 몸이라고 생각해? 저게 가식처럼 보여? 액션 스튜디오에서 연습하던 모습도 정말 가식이었을까?”
“…….”
레오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의 두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로비 때문에 감독이나 다른 사람들이 잘해 준다고만 생각했던 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 * *
리허설과 본 촬영은 별 탈 없이 끝났다.
싫어하는 것 같기에 신경을 곤두 세웠던 진호로서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허튼짓을 했어도 통하지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이후로도 마주치는 신은 계속 사고 없이 진행되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뭐가?”
“아니에요. 오늘은 날이 더우니까 간을 세게 하는 건 어때요?”
7월은 금방 지나가 버렸다.
오늘은 산속이라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유독 더웠다.
“어휴. 그런 것도 알아? 내 아들 놈이 이 배우 같아야 하는데.”
출연진과 연출진의 생명줄인 밥 차 아주머니의 너스레에 진호는 빙구처럼 웃었다.
밥차 아주머니는 한 번에 30인분 이상의 음식을 한다.
그 간 조절은 진호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고, 그래서 이렇게 가끔씩 도와주면서 그녀의 노하우를 훔치고 있었다.
나중에 소속 모델이나 연예인이 늘어나면서 회사 직원이 20명이 되고 50명이 됐을 때, 맛있는 요리를 해 주기 위해서다.
진호도 황재상에게 배운 팁이나 조리법을 가르쳐 주었기에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었다.
“이만 가 봐. 저번처럼 매니저에게 혼나지 말고.”
“흐흐, 네! 그럼 수고하세요!”
스태프와 배우들이 오기 전에 밥 차를 빠져나온 진호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됐다.
“네, 다미앙 씨.”
-진호 씨.
목소리가 제법 진지했다.
진호는 미간을 좁혔다.
‘내가 나도 모르는 사고를 쳤나?’
딱히 생각나는 건 없었다.
-두뇌에 자신 있으십니까?
“……네?”
몇 년 전 인기를 모았던 ‘크리미널 크라임’ 시즌4가 발표됐다.
시즌2, 시즌3에서 조명된 스타들이 있었기에 제법 사랑을 받던 프로그램이었다.
여섯 명의 출연자가 하나의 살인사건을 두고 범인과 관계자로 나뉘어 범인을 찾는 추리 게임.
“확실히 이런 예능이 디메리트가 없긴 하지.”
“그래요?”
운전을 하는 정 대리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잘해도 못해도 그 나름의 이미지를 만드니까. 옛날에 유행했던 ‘더라이어’처럼 사람이 독하다 교활하다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지지도 않고.”
진호는 입을 다물었다.
‘더라이어’가 무슨 예능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이었다.
‘크리미널 크라임’도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맨날 편 만들고 뒤통수 때리고. 분명 선풍적인 인기를 끌긴 했지만, 만약 부활한다고 해도 지금 너에겐 독이야.”
확실히 그렇기는 하다.
먼저 뒤통수 맞지 않는 이상 먼저 뒤통수를 때리고 싶진 않았다.
“도착했어. 주차장에 있을 테니까 미팅 잘해.”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까 목욕탕에라도 다녀오세요. 요새 저 때문에 촬영장에만 계시잖아요. 일찍 끝나면 찾아갈게요.”
“사우나 좋지. 이진호 파이팅!”
갑작스러웠지만, 진호도 파이팅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굳어 버렸다.
카메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3년 만의 시즌이다 보니 메이킹 필름을 만들려는 겁니다. 저흰 여기만 찍을 테니, 걱정 마시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그건 뭡니까?”
“아, 드실래요? 드리려고 사 온 거예요.”
진호는 사 온 아이스커피를 내밀었다.
“……괜찮습니다.”
“음. 네, 그럼 수고하세요.”
꾸벅 고개를 숙인 진호는 검은 슈트와 선글라스를 낀 사내들이 열어 주는 문을 통해 방송국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 얼굴을 가렸다.
“또 흑역사.”
팬들은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이는 자존심 문제였다.
다신 놀라지 말자 마음을 다잡으며 계단에 오른 진호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뭔가 이상했다.
건물 내의 일반적인 풍경이 아니었다.
무언가 이질적인 게 있었다.
‘……카메라네?’
한두 대가 아니다. 총 다섯 대의 카메라가 숨겨져 있었다.
수풀 사이에 숨겨진 손가락 한 마디만한 버섯도 찾는 [스킬 : 나는야, 자연의 왕자]가 아니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 회의하는 모습도 메이킹으로 담나 보다. 잠깐.’
그렇다면 방금 전 얼굴을 가린 모습도 찍혔다는 소리다.
아찔해진 진호는 이내 포기하며 정 대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밖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들에게 음료수 좀 부탁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고개를 든 진호는 눈을 껌뻑였다.
맞은편에서 검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내려오고 있었다.
“왜 실내에서 우산을…….”
양산이어도 이상한데, 우산이었다.
그 우산에는 숫자도 크게 적혀 있었다.
선글라스까지 꼈다.
이상했다. 굉장히 이상했다.
어디까지 먹힐까에서 처음 상해 공항에 내렸을 때 맞았던 뒤통수가 떠오르고 있었다.
‘……에이, 아니겠지.’
아직 역할이 정해지지 않았다.
어깨를 으쓱인 진호는 계단에서 내려 회의실을 찾았다.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가 안내해 주었다.
쪽문이라서 그런지 한낮의 방송국은 굉장히 조용하단 느낌을 주었다.
통통통!
“들어가겠습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진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굳었다.
약간 너저분한 사무실엔 한 사람이 엎드려 자고 있었다.
카메라도 숨겨져 있었다.
‘그냥 드러내 놔도 되는데.’
“실례하겠습니…… 음?”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이었다. 거기다 피 냄새도 났다.
워낙 싸우는 신이 많아서 질릴 만큼 맡아 본 냄새였다.
“뭘까…….”
‘몰카?’
그 순간이었다.
삐이이엉! 삐이이잉!
화들짝 놀란 진호는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지금 사건이 일어난 현장입니다.
“……하아.”
‘그렇구나. 그랬던 거구나.’
뒤통수였다. 그러자 정 대리가 왜 갑자기 파이팅을 외쳤는지도 이해가 되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인을 밝히십시오. 만약 타살이라면 범임까지 밝히십시오. 시간은 10분입니다.
그것을 끝으로 사무실엔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시계를 보며 자신 몫의 커피를 쭉 빨아마신 진호는 눈빛을 가라 앉히며 사무실 전체를 눈에 담았다.
“추리라…….”
‘재밌겠는데?’
추리. 탐정. 누구나 한 번쯤은 꿈 꿔봤을 로망이다.
리셋라이프에서도 탐정 관련 스토리가 있는데, 머리가 터질 만큼 어려웠어도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했었다.
그래서 이 예능 섭외에 응했던 것이다.
‘단서는 사소한 것에 있다. 큰 것에 속지 마라.’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 커피들을 내려놓은 진호는 일단 시체로 추정되는 마네킹에게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