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03)
〈 103화 〉 103 레벨과 경지
* * *
3.
심장에 손을 얹고 기를 투영한다.
흔히 진맥이라 부르는 무림 식 진료행위.
보통은 손목을 잡고
심장의 맥박을 느끼며
맥박을 통해 진단한다 하여 진맥이라 부르지만
해응응은 보다 과감한 진단을 시도했다.
‘심장을 잡고 쓰러진 사람한테서 맥박을 읽는 게 쉬울 리가 없죠.’
심장 바로 위에서 기를 주입하여
인체내부를 기를 통해 읽어내니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는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심혈관의 폭이 좁아졌어요.’
극도의 스트레스에 혈관이 좁혀지면서
심장박동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구급차를 부르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괜찮아요.]해응응은 자신 있게 답했다.
애초에 그녀가 앓는 구음절맥 질환 또한 혈관이 좁아지거나 꼬이는 증세를 동반하는 절맥증.
이런 증상을 치료하는 방법은
구음절맥 환자라면
반드시 알아두어야만 하는 상식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식이 없는
소경석의 눈에는
그냥 조용히 묻어버리겠다는 말로만 들렸다.
각성자한테 의학적 지식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냥 심장이 멎게 두고 어디 소각차에 실어다가
뼛가루만 남도록 활활 태울 미래만 보였다.
“다들 길드장님 방해하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세요. 이건 명령입니다!”
소경석은 직원들의 입단속을 시키기 위해 급히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맙소사, 해응응이 신성곽을 죽이려 든다고?!’
안에서 기다리던 민우성이
소경석의 생각을 읽고는 기겁하며
국가안보국에 남 몰래 보고를 올리기도 했지만
당장은 상관없는 이야기.
해응응은 본격적인 내공치료에 들어갔다.
‘시술 난이도가 까다롭네요.’
경화계열 각성자가 겪는다는 종말점 현상.
이로 인해 피부뿐만 아니라
체내에도 경화현상이 일어난 신성곽은
간이나 폐가 딱딱하게 굳어 제 기능을 못하거나
혈관벽이 딱딱하게 굳어
혈관경화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병원을 이용한다면 혈전용해제를 써서
혈관 내벽의 이물질을 녹이거나
항응고제로 혈전이 생기는 일을 방지하겠지만
해응응은 무림인.
현대식 치료가 아닌 무림식 치료를 감행할 수밖에 없다.
‘탁기에 마력병, 혈관경화에 혈도도 꼬인 채로 굳어버리고…… 용케도 살아있구나 싶을 정도로 엉망진창이군요.’
카메라가 달린 관을 삽입하는 내시경 없이도
즉석에서 증세를 읽어낼 수 있는 무림인의 기.
이를 적극 발휘한 해응응은
혈관 벽에 낀 혈전을 내공으로 태우고
굳은 혈관을 살살 풀어주며
꼬인 혈관이 제 자리를 잡게 도와주었다.
이름 하여 진기도인.
기가 제 자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치료기술은
그 효과가 단연 발군이었지만
고작 14년의 내공으로는
한 번의 시술로 모든 증세를 완치하기는 불가능했다.
‘일단은 급한대로 심장주변부만 손을 쓰는 수밖에 없겠네요.’
신성곽의 혈색이 눈에 띄게 편안해지며
내공치료가 끝날 즈음
검은 피를 한 차례 왈칵 토해내고는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쿨럭쿨럭. 자네, 자네가 날 구해주었군.”
그제야 신성곽은 자신이 해응응을 오해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남의 말도 안 듣고 멋대로 자기 할 말만 하는 급한 성격이 화근을 자처한 거예요.]“허허. 면목이 없군.”
멋쩍게 웃던 그가 얼버무리듯 말했다.
“수행원으로 데려온 임비서를 불러주겠나?”
해응응은 소경석을 불러 임비서라는 사람을 찾아 데려오라고 말했다.
‘휴. 해응응님도 아주 막장은 아니시구나.’
주검을 볼 각오까지 했던 소경석은 남몰래 알아보고 있던 소각차 임대차량 전화번호를 스크린폰에서 지웠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정문으로 나간 소경석.
“음? 아무도 없는데?”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눈에
급하게 차를 몬 것처럼
바닥에 깊이 새겨진 타이어자국이 보였다.
“비서가 도망을 쳤나?”
도망을 쳤다는 건 뭔가 본 것이 있어서 그랬을 텐데.
소경석의 표정이 잔뜩 굳었다.
“이놈 이거, 신성곽이 쓰러진 모습까지만 보고 튄 거 아니야?”
4.
소경석의 추측은 옳았다.
밖에서 대기하던 임비서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싶을 때부터
몰래 숨어서 현장을 녹화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기를 쓰고 정체를 숨겨가며 명호동에 침투한 이상, 그 목적도 분명하군. 이 명호길드를 통째로 집어삼킬 속셈임이 틀림없구나!
신성곽의 착각에서 비롯된 외침도 전부 듣고
그가 쓰러지는 모습과
누군가가 외친 암습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이러다가 나도 죽겠구나!’
천하의 소경석도 쓰러진 마당에
수행원 하나 베어 넘기는 건 일도 아니다.
임비서는 즉시 명호길드로 도망쳤다.
“무슨 일로 채신머리없이 그리 급하게 들어오나?”
“에잉 쯧쯧. 젊은 친구가 예의범절이 부족해서야 원. 나 때는 말이야, 이사실에 들어오기 전에 심호흡부터 하고 몸가짐을 단정이 한 다음에..”
“신성곽님이 암습에 당했습니다.”
대낮부터 임원실에 오순도순 모여앉아 차나 마시며 시간을 때우던 상무들.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기 영상도 있습니다.”
임비서가 촬영한 영상이 재생되었다.
저분 갑자기 왜 저래?
설마 우리 길드장님이 암습을 한 건가?!
에에엑! 검을 뽑는 모습도 안 보였는데!
그 정도로 고수시라는 거지.
검을 휘두르는 동작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극쾌의 실력을 지닌 무시무시한 고수!
“자네는 보였나?”
“아니. 전혀 안 보였네.”
“실력은 몰라도 눈 하나는 쓸 만하다고 자부하고 있었건만, 우리도 우물 안 개구리였나.”
상무들은 극도의 공포에 빠졌다.
신성곽과 마찬가지로 2세대 각성자이자
길드의 예우차원에서 상무직함을 받은
이전세대 각성자 중 몇 안 되는 생존자들.
그들이 인지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공격을 구사하는 고수라면
추정등급은 당연 A급.
251레벨에서 300레벨 사이에 해당하는
엄청난 레벨의 극강의 고수임이 틀림없었다.
“저 여자가 지금 여기로 쳐들어오면 어떡하지?”
“이러다가 우리도 죽겠구나!”
“나, 난 외근을 나가야 한다!”
“우리 집 냉장고에 불이 꺼진 것 같아. 당장 켜야겠어!”
“점심 나가서 먹을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급히 길드본부 밖으로 달려 나가는 상무들.
“어엇, 최상무님! 어디가세요!”
“에이잇, 성가시게 굴지 말고 꺼져!”
“꺅!”
마주치는 직원들까지 밀치고 도망치는 이들은
차라리 양반이었다.
“주식 팔아! 전부 시장가 매도!”
이대로는 파산이 목전이라며
급히 지분을 모조리 팔아치우는 이를 시작으로
“좋아, 금고를 열었다! 당장 챙길 수 있는 건 전부 챙기고 도망쳐야겠어.”
“상무님, 정말 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군소리 말고 다 쓸어 담아. 전속비서인 너 하나쯤은 챙겨줄 테니까. 우린 같이 튀는 거야.”
곧 망할 길드에서 하나라도 더 돈이 되는 물건을 챙겨서 도주하는 상무들.
“너희, 연장 챙기고 따라 나와. 업장 돌면서 돈 좀 뜯고 명호동 떠야겠다.”
아예 직원들을 동원해 크게 한 밑천 뜯어내고
다른 동네로 도망칠 작정인 상무들까지.
“아니, 다들 이러시면 길드는 어떡합니까!”
“너도 도망쳐온 주제에 누구한테 큰 소리야?”
이사진은 안절부절 못하는 임비서를 홱 내동댕이쳤다.
“A급 각성자를 선봉대장 삼아 보낸 거대조직이 명호길드를 노리는데 지원파견부로 좌천된 놈들이 저걸 막을 수 있겠냐? 신성곽 어르신도 진 마당에 우리가 나선들 뭐가 달라져!”
끝내 이사진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조리 챙길 건 챙기고 길드에서 도주해버렸다.
겁쟁이와 도둑놈이 되어버린
이사들에 대한 소식이 싹 퍼지자
간부진들도 이러다 길드 망하는 거 아니냐며
극도의 불안에 빠졌다.
“시발, 우린 훔쳐갈 것도 없잖아.”
“없긴 왜 없어? 지금 쓰는 장비도 회사에서 빌린 임대장비잖아. 이거 들고 튀면 되지.”
“그렇군!”
간부진들도 도망가는 마당에
일반 길드원들이라고 분위기를 못 읽을 리가 없었으니.
“우린 어떡해?”
“총알받이로 쓰이기 싫거든 도망쳐야지.”
“맨손으로?”
“미쳤어? 말단이 챙기긴 뭘 챙겨. 죽기 싫으면 그냥 튀어야지.”
이사진부터 간부진, 일반 길드원들에 이르기까지.
명호길드가 뿌리부터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5.
밖에서 돌아가는 사정도 모르고
신성곽은 마냥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네, 이건 대체 어떻게 한 일인가? 마력병의 증세까지 완화되다니!”
해응응의 내공치료는
정순한 내공을 통해 혈관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그의 몸에 찌들고 고인 탁기를 정화하며
마력병에 의해 죽어가던 그의 신체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행했다.
레벨 업에 의해 탁기가 휘몰아치며
힘으로 체내의 불순물을 뚫고
일시적으로 혈관이 타통 되는
임기응변 식 치료가 아니라
마력병 그 자체의 증세를 완화시킨 것이다.
250레벨의 벽을 앞두고 절망해서
1년이 넘도록 정체되었던 신성곽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당신이 앓고 있는 마력병은 고칠 방법이 있어요. 어쩌면 마력병의 원인인 종말점이라 불리는 현상을 없애는 일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한 번 해낸 일을 두 번이라고 못할 리 있겠나.
해응응이 마음만 먹는다면
내공을 이용해서 신성곽의 탁기를 몰아내고
그의 신체를 수복하여
건강을 되찾게 해줄 수도 있다.
“부탁하네. 부디 이 늙은 몸을 고쳐줄 수 있겠나? 사례라면 뭐든지 하겠네!”
신성곽의 간절한 애원 앞에
해응응은 조금 마음이 약해졌다.
‘어차피 한 번 마음을 썼으니 이참에 확실하게 써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해응응은 그의 앞에 수첩페이지를 펼쳤다.
[해남파의 객원고수가 되어주세요. 초빙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마력병을 치료하고 종말점을 없애도록 도와드릴게요.]자신을 제외하면 무력적인 면에서
안정성이 크게 불안한 해남파.
게임 중에 습격을 당하더라도
로그아웃을 할 때까지 버틸 실력자 한 명쯤은
슬슬 확보해두어야겠다는 결심에서 비롯된
과감한 영입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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