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05)
〈 105화 〉 105 재미난 놀이를 하고 계시네
* * *
1.
하나의 길드는 하나의 기업과 다름없다.
행정의 영역에 손을 뻗은 길드가 자본에 욕심을 내고, 사업체를 종속시키고 문어발식으로 이곳저곳 손을 뻗으니.
명호길드 쯤 되는 대형길드의 밑에는 영업이익 수백억 대의 사업체 수어 개 정도는 기본이다.
“임비서. 길드에 종속된 모든 사업체의 오너들을 소집하게.”
“도망친 임원의 친인척들이 오너인 사업체도 몇 있습니다만…”
“자네가 저지른 경솔한 짓의 결과가 어떤지 알고는 있나? 그딴 소리나 계속 할 거라면 죄를 만회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이네.”
“무조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부 데려오겠습니다!”
“지금부터 정확히 두 시간만 주지.”
명호길드는 끝이다.
그 사실을 눈치 챈 오너들도 각자도생을 위해 이미 행동하기 시작했다.
다른 길드와 암중에서 접촉한 회사도 있고
도주한 친인척과 함께 회사자본을 횡령한 놈들도 있다.
그러나 의리를 지킨 이들이 단 하나도 없는 건 아니었다.
“형님! 명호길드를 해체한다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저희 회사까지 소문이 파다합니다!”
“사실이다. 그래도 이명호나 나나 인복이 아주 없지는 않았구나. 주영준이 너 하나는 의리를 지켰으니 말이다.”
“형님들이 아니었으면 10년도 더 전에 죽었을 몸입니다. 당연히 의리를 지켜야죠.”
명호 엔터테인먼트 대표 주영준.
각성자들의 무력과 자본에 힘입어 투자자 없이 일으킨 회사의 대표로, 현역시절 길드 내에서의 입지는 5위에 턱걸이한 수준이었다.
쌈박질이 중요하던 2세대 각성자들의 현역시절에는 그의 진가를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인성 선배랑 동대길 그 새끼는 어떻게 된 겁니까? 명호기업이랑 명호금속까지 다 나가리 됐습니까?”
“마인성이는 일성길드에 붙었다. 10대 길드의 우두머리답게 저쪽에서도 손을 아주 빨리 썼더군. 원천기술부터 주 거래처까지 싹 털렸다.”
“이런 쌍노무 새끼를 봤나!”
“동태길이는 마인성이만큼 똑똑하지는 않았나보다. 회사 돈만 싹 들고서 튀었다. 출국금지신청은 넣었지만 요즘 세상에 밀입국이야 쉽지.”
“나머지도 작살났습니까?”
“다른 세 놈은 마인성만큼 똑똑하지도, 동태길만큼 빠르지도 않았다. 전부 잡아다가 배임 횡령으로 고소 먹이고 오는 길이다.”
“그럼 나머지 분야는 다 백지가 된 겁니까?”
“명호에너지연구소의 연구진이랑 연구 장비는 건졌다. 나머지는 너희 엔터 뿐이다.”
주영준은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명호길드 주력 각성자들이 하나씩 사업체를 쥐고
정성껏 사업체를 키웠던 것이 10년이건만
그 10년 사이에 타락한 자들이 이리도 많았다.
위기의 순간에 길드를 등지고
제 주머니만 챙기거나 등에 칼까지 꽂고 떠난 배신자가 넘쳤다.
“앞으로는 어쩌실 겁니까?”
“명호길드의 이름을 버리고 나와야지.”
“저도 돕겠습니다. 형님이 가시는 곳이라면 명호 엔터테인먼트는 무조건 따라갈 겁니다. 이참에 형님 이름으로 기업 하나 차리시죠.”
“됐다. 이 낡아빠진 몸에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다른 이의 밑에 들어갈 거다.”
주영준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명호길드가 아닌 다른 길드에 들어가겠다니, 형님이 인정할만한 길드가 있습니까?”
“신생길드 해남파다. 세는 작지만 그곳의 길드장이 예사 인물이 아니지.”
“많이 강합니까?”
“10대 길드의 길드장 급은 되지.”
“마력병은요?”
“종말점도 오지 않았다.”
“믿을 수 있습니까?”
“그쪽에서는 먼저 정성을 보였다. 이 늙은 몸이 빚을 갚으려 할 뿐이지. 원치 않는다면 너는 너대로 따로 독립해도 된다.”
“아닙니다. 제가 어찌 형님을 버리고 혼자 살려 들겠습니까.”
“그럼 따라와라. 너도 네 눈으로 직접 보고 평가는 해야 할 것 아니냐.”
주영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내심 궁금했다.
해남파의 길드장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 저 까탈스러운 신성곽 선배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정말 그렇게 강한 사람인지 궁금했다.
2.
“좋은 문파군요.”
해남파를 처음 방문한 주영준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 신생길드가 아닌가.”
“대신 땀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길드의 미래를 알고 싶거든 길드장이 아닌 말단 길드원들을 보라는 말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이 가볍다고
흘리는 땀의 무게조차 가벼운
절박함을 잃은 3세대 각성자들이 넘치는 시대.
선배들이 다진 기틀 속에서
풍요로운 환경을 누리면서도
노력과 성취는 예전만도 못한 다른 길드와 달리.
해남파의 어린 동량들은
마치 바닷가의 소금기 섞인 바람이 떠오르도록
수련하는 이들의 땀내가 물씬 풍겼다.
“역시 자네는 변하지 않았군. 용케도 초심을 잃지 않았어.”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요즘도 하루에 몇 시간씩은 꾸준히 단련을 하고 있습니다.”
성실한 단련을 중시하는 주영준.
그에게 해남파의 첫 인상은 훌륭했다.
“이 길드는 성공하겠군요.”
“암. 그렇고말고. 이 신성곽이가 의탁하기로 결심했는데 망할 길드여서야 쓰나.”
길드의 이름도 마음에 들었다.
강이라고는 한강뿐인 서울 강북에서
웬 해남파라는 이름인가 싶었지만
땀 흘려 수련하는 이들이 있는 한
이들은 언제 어디에 있든
바다를 뜻하는 해?의 본질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있는 곳이 곳 해남이고
이들이 흘리는 땀이 곳 해남이니까.
해남파???의 미래는 밝다.
그렇다면 알아봐야 할 것은 현재였다.
“이쪽입니다. 길드장님께서는 말을 못하시므로 필담을 할 수 있도록 천천히 의사소통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경석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사람을 안내하며 민우성이 충고를 건넸다.
“아, 그리고 저희 길드장님은 감정표현이 적극적인 사람을 좋아하십니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표현을 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어린 친구가 세심하게 배려를 해주는군. 기억해두겠네.”
길드의 현재를 대변하는 것은 길드장의 무위.
길드의 위세는 길드장의 강함에 비롯된다.
“미리 말해두지. 너무 놀라지는 말게.”
“선배님도 참. 제가 애입니까?”
괜한 걱정을 하신다고. 그렇게 답하며 응접실에 들어오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무섭도록 아름답다.
해응응을 처음 본 주영준이 처음으로 떠올린 생각이었다.
‘세상에 이런 미인도 다 있구나.’
엔터계에서 일하면서 눈이 높아진 그조차도 해응응의 미모 앞에서는 말문이 막혔다.
미인을 자주 대하며 높아진 내성도 숫기 없는 숫총각으로 돌아온 것처럼 소용없어졌다.
세상에는 적응할 수 없는 미모도 있다.
경국지색?國之色.
나라도 멸할 미인이 눈앞에 있다.
“대면요청을 받아들여줘서 고맙네.”
[별 말씀을요.]“잠시 길드에 돌아갔네만, 참 부끄러운 일이 있었지 뭔가.”
신성곽은 수치를 무릅쓰고 길드에 닥친 변고를 고백하였다.
“그런 이유로 지금이라도 자네의 밑으로 의탁하고 싶은데, 받아주겠나?”
[조건이 있어요.]행정구역을 지배할 정도의 대형길드.
그 유산을 통째로 먹어치울 절호의 기회에도
섣불리 응하지 않는 신중함.
주영준의 해응응을 향한 평가는 더욱 올랐다.
길드장이 똑똑하면 길드의 현재는 더욱 밝다.
[제가 만들 해남파에 해가 될 사람과 폐가 될 악명은 원치 않아요.]“옳은 말이네.”
[명단을 제출하면 저희 쪽에서 검토하고 면접을 보겠어요. 그래도 좋은가요?]신성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주영준을 돌아보자 그가 검지를 펼쳤다.
“사업가적인 마인드는 좋습니다. 다만, 저희도 해남파가 저희를 심사할 정도로 대단한 길드인지 알아볼 기회가 필요합니다.”
[증명을 원하나요?]“많이는 바라지 않습니다. 무력. 그 하나만 보여주십시오.”
가냘프고 고운 손이 수첩을 내려놓았다.
달칵.
그녀가 검을 뽑았을 때.
주영준은 두려움을 느꼈다.
천상의 미인을 목도한 것처럼 설레던 마음이
당장이라도 베일 것처럼 간담이 서늘해졌다.
‘뭘 보여주면 좋을까요.’
응접실 밖으로 걸어 나온 그녀.
때마침 근처 전신주에 앉아있던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이게 좋겠네요.’
본디 내공이 1갑자(60년)에 이르지 못하면
단전에 모아둔 내공이 신체를 넘어
검에 기를 이룰 수는 있어도
그 너머로 기를 사출하지는 못한다.
그만한 기의 소모를 감수했다가는
애써 형성한 단전이 송두리 채 흔들리며
공력이 불안정해지고 건강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것도 쓰는 사람 나름이죠.’
최소 일류가 아니고서야 다룰 수 없는
검기사출의 경지.
그녀의 검이 허공을 찌르자
마치 칼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하늘을 날던 새 한 마리가 툭 떨어졌다.
“오! 정말 놀랍군요.”
주영준은 놀랐다.
하지만 기함을 토하지는 않았다.
해응응은 고개를 갸웃했다.
생긴 건 탁기를 품은 평범한 아저씨 같았는데.
보기보다 눈이 높은 건가?
깜짝 놀라 허둥지둥하는 새들의 무리를 향해
이번에는 회전을 가미해 검을 내질렀다.
화아악!
쏴아아아아
세찬 바람이 회오리처럼 몰아치자
건물 안에 심은 나무들이 좌우로 흔들리더니
투두둑 소리와 함께
하늘을 날던 새 십여 마리가 떨어졌다.
“오! 제가 제대로 본 게 맞나요? 박수가 절로 나오는 한 수였습니다.”
주영준은 진심으로 놀랐다.
하지만 기함을 토하지는 않았다.
해응응의 고개가 올빼미마냥 크게 갸우뚱거렸다.
지금 건 그녀도 꽤 마음먹고 내질렀는데.
이걸로도 그냥 신기하다, 정도의 취급이 아닌가.
무림에서 그녀가 일을 저지를 적이면
펄쩍펄쩍 1장(3m) 높이를 뛰는 건 기본이요,
뒤로 나자빠지거나
귀신이 따로 없다며 거품 물고 기절하던
리액션이 충만한 무림인들이나
점심을 나가서 먹는 건 기본이요,
비인간적인 비명을 지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정신줄을 놓는 시청자들의 리액션과 비교해도
주영준의 반응은 너무 차분했다.
‘솔직히 펄쩍 뛰고 싶을 정도로 놀랐지만 그래도 일단은 엔터대표로 왔는데, 너무 경박하게 굴 수는 없지!’
나름 체면도 살리고 좋게 보이고 싶어서
어떻게든 놀라움을 절제한 주영준.
“아앗, 시연은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무리해서 뭔가를 더 보여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노력은 가상했지만 그의 의연한 태도가 해응응의 승부욕에 불을 지폈다.
‘응?’
하늘을 향했던 검이 지상으로 향하더니
그 칼끝이 주영준에게 향했다.
“헉!”
도대체 무슨 재주를 부렸기에
검 한 자루로 새들을 픽픽 떨어뜨리는지
영문이야 모르지만
그 위력이 총기에 비견된다는 것만큼은 이해한
총처럼 위험한 검이 자신을 겨냥하니
식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선싸움으로 겁을 주려는 건가?’
충분히 놀랐으니 장난은 이쯤 하자.
그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의 손끝이 흔들렸다.
꽝
본능적으로 능력을 발동한 주영준.
몸이 아닌 공기를 밀어
자신의 위치를 직선경로에서 밀어낸 그.
조금 전까지 서있던 자리에
강맹한 힘이 스쳐지나가며
피부가 떨릴 정도의 진동을 남길 뿐만 아니라
검 끝이 노리던 담벼락이 뻥 뚫리기까지 하자
바짝 얼어붙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직격으로 맞으면 저 멀리 담벼락처럼
제 몸에도 구멍이 뚫렸을 것이 아닌가.
‘왜 크게 놀란 것 같지가 않죠? 이 정도로도 만족할 수 없는 건가요?’
다시금 고개를 갸우뚱하는 해응응.
그녀의 고개가 가만있지 않으면
뭔가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영준은
진지하게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위기감이 목전까지 치밀어 오르니
그제서야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아, 그리고 저희 길드장님은 감정표현이 적극적인 사람을 좋아하십니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표현을 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자신이 펄쩍펄쩍 뛸 때마다
점핑레빗 찐팬이시구나 하고 기뻐하는 주아영과
그런 주아영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기뻐하던 해응응을 떠올리며
민우성 딴에는 호의로 건넨 정보.
실제로는 과한 감정표현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주아영이 좋아하면 함께 좋아하는 것뿐인
분석이 잘못된 정보이지만
목숨의 위기를 느끼는 주영준에게는 정보의 진위유무를 가릴 때가 아니었다.
“HOLY SHIT!!! YOU ARE SO UNBELIEVABLE!!!! I’M REALLY PISSED OFF!!!!”
미친. 대박이다. 나 지렸어.
엔터대표의 체면은 전부 내려놓은 천박한 감탄.
기함을 토할 정도로 놀란 주영준의 반응에
해응응은 검을 거두었다.
말은 못 알아들어도
표정만 봐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감탄에서 진정성이 느껴진 것이다.
리액션을 무림인과 방송채팅창으로 배운 몹쓸 학습 환경의 영향이었다.
더욱 악질스러운 점은 남의 리액션은 이렇게 큰 걸 바라면서 본인의 리액션은 무지성브이와 채찍쓰담 뿐이라는 사실이다.
주영준은 나이 든 사람답게 게임방송을 보질 않았기에 그런 사실도 알지 못했다.
차라리 모르는 편이 약일지도 몰랐다.
적어도 억울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뭐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점프를 할 정도로 기뻐하는 걸 보니 이분도 아영이 과네요.’
점핑레빗 좋아하시는 것 같으니 나중에 아영이한테 알려주면 좋아하겠지.
주영준이 알면 식겁할 생각을 떠올리며
입가에 작게 미소를 머금는 해응응.
과정이야 다르지만
리액션에 만족하기는 했으니
결과적으로 민우성의 조언은 적중했다.
“어머. 재미난 놀이를 하고 계시네.”
죽다 살아났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던 주영준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었다.
“이 목소리는… 로얄클럽의 암사자?”
“노노. 난 사자보단 표범이 좋더라.”
몸매가 돋보이는 트렌치 원피스 자켓 복장이나
자켓 너머로 훤히 노출된 쭉 뻗은 팔다리나
20대 못지않게 잘 관리된 새하얀 피부보다도
어딜 가든 좌중을 사로잡는
특유의 당찬 성격이 가장 눈에 띄는 여자.
“길드 만들면 연락 한 번 주실 줄 알았더니, 연락 한 번 안 주기 있어요? 섭섭하게.”
로얄클럽 대표 한채린.
그녀가 챙 모자를 손끝으로 슥 들어 올리더니
해응응과 시선을 마주치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저, 아직 안 늦었죠? 침은 제일 먼저 발랐는데 명호엔터 따위에 응응씨 뺏기면 억울해서 잠도 못 잘 거란 말야.”
“무슨 건방진 소릴! 해응응씨는 저희 명호엔터랑 함께 하실 겁니다!”
“그거야 그쪽 생각이시고~ 고르는 건 본인 마음 아닌가?”
손만 내밀면 당연히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던 해응응과의 협력관계.
거기에 엔터업계 3위 로얄클럽의 대표가 끼어드는 순간, 주영준과 신성곽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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