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1)
〈 11화 〉 11 정석이 뭔지는 제가 정해요
* * *
1.
첫 필드의 클리어 이후 진행상황이 멈추었던 게임.
회색으로 정지한 세계의 초침.
닫힌 세계의 시간이 묵언검객의 등장과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튜토리얼 필드 시체언덕을 클리어했습니다.] [이제부터는 공략에 도전할 필드를 선택하거나 도중에 공략장소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단,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각 필드마다 고유이벤트가 자동적으로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우호적인 NPC가 사망하거나 적대적인 NPC가 강화되는 등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잊지 마십시오. 신중함이 당신의 발목을 잡는 순간, 누군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해응응은 생각했다.
제법 머리를 잘 굴린 게임이라고.
‘유명한 게임은 달라도 확실히 다르네요.’
다회차를 전제로 하는 게임구성.
실력이 약한 플레이어들.
그들은 진행과정에서 손해를 보고,
보다 나은 전개를 만들고자 이 악랄한 세계관에 다시금 도전한다.
반면 뛰어난 실력자들.
그들은 누구보다도 우수한 결과를 내고자 칼을 간다.
스토리와 게임성이 동시에 잡히는 타임라인 이벤트 시스템 하나로 반요곡만의 고유한 재미가 생겼다.
덕분에 시체언덕을 나오자마자 등장하는 선택지를 고르기가 아주 곤혹스러워졌다.
【세 갈래 길 선택】
[1. 무너진 요새와 녹슨 쇠 냄새를 쫓아간다.] [2. 검붉은 강을 따라 내려간다.] [3. 주홍색 도리이가 세워진 신사입구를 찾아간다.]무너진 요새와 피의 강 하변, 신사로 향하는 길.
여러 선택지가 주어졌다는 것은 무언가 불길한 상상을 떠올리게 한다.
이 중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닐까.
오답을 고르면 호된 일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힌트는 있어요.’
수많은 영약보정으로 뛰어난 수치를 자랑하던 지성.
무림시절의 드높은 지성도 신체초기화와 함께 ‘[지성]35’에 머무르고 있지만.
하늘의 이치를 엿보던 지성의 잔재만으로도 정답의 단서를 알 수 있었다.
【스토리 캐릭터】
1. 정체불명의 떠돌이
2. [선택불가](해금조건 : 첫 보스를 쓰러뜨린다.)
3. [선택불가](해금조건 : 선각자의 사찰에 도달한다.)
4. [선택불가](해금조건 : 늪의 선인과 조우한다.)
*신규캐릭터 : 위의 캐릭터를 모두 해금할 시, 새로운 스토리 캐릭터들의 해금조건이 공개됩니다.
캐릭터 생성 도중 보았던 해금목록.
정석적인 게임진행을 한다면.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리스트다.
이중 세 갈래 길에 가장 적합한 장소.
그것은 신사입구.
선각자의 사찰을 찾고 그곳에서 플레이어를 위해 안배된 무언가를 찾은 뒤.
늪의 선인을 찾아 강의 하류로 나선다.
아마도 이것이 정답이겠지.
해응응은 십중팔구라고 생각했다.
‘그건 초보 플레이어들을 위한 안배. 저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지만요.’
그녀는 이미 무공을 지니고 있다.
그녀를 위한 안배가 무엇이든.
그것이 진정 필요할지는 의구심이 든다.
정해진 타임라인.
시간이 금보다 귀중한 이 게임에서.
도움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를 안배를 쫓느니.
차라리 직접 늪의 선인과 조우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럼 가볼까요.’
[▶ 검붉은 강을 따라 내려간다.] [필드 ‘혈둔수로채’에 입성합니다.]그녀 딴에는 계산과 확신을 지니고 내린 결정.
거기에 무수한 갈고리를 띄우며
실시간으로 복장이 터지는 시청자들.
해응응이 그들의 마음을 알 길은 없었다.
2.
[브이튜브 신규 BJ] [묵언검객 님이 방송을 시작합니다.] [게임 반요곡(시미럴 사)] [플레이타임 00:19:12] [방송시간 00:00:01]묵언검객이 돌아왔다.
무려 열흘이 지난 뒤에야 재개된 방송이었지만 이미 그녀의 채널을 팔로우 했던 시청자들은 성난 하이에나 떼처럼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팔로워 10522명] [시청자 1090명]시작과 동시에 순식간에 1000명을 돌파한 시청자.
이중에 태반은 다른 스트리머의 반요곡 플레이 영상을 보거나 직접 게임을 해본 경험자다.
그들은 이 게임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있기에 묵언검객의 대단함을 더욱 높이 평가했다.
?
?
신사 왜 안감?
동시에 갈고리도 끊이질 않았다.
이건 정석이 아니었으니까.
아니 ㅁㅊ려나 스킬은 배워야지!!
아니 시작아이템으로 어디까지 가려고!!
묵언검객은 정석을 따르지 않는다.
그 사실은 시청자들도 지난 방송으로 알았다.
아니,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계승자 만나러 안가?
선술 안 배우면 스킬도 없잖아
회복아이템은?
못 받지
축복은?
없어
횃불이랑 수리검은?
다 필요 없대
이 뭔 ㅋㅋㅋㅋㅋ
게임진행이 가능하기는 함?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지.
아이템 보급, 기능개방, 쾌적한 플레이를 위해서 1회차에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신사입구.
이걸 전부 개무시하고도 게임 진행이 가능한가.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불신에 사로잡혔다.
묵언검객 mk1과 함께 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곧 묵언검객 mk2로 찾아뵙겠습니다.
피독주도 없이 저길 가네 ㅋㅋ
남들은 네 번째 즈음에나 찾아가는 필드를 무지성으로 들이받는 묵언검객 클라스
공략 하나도 안 찾아봤나보다
오히려 좋아
초보처럼 야한 냄새나고 좋네
몇 분 버틸까?
1분
마 묵언검객 클라쓰가 있는데 5분은 버티제
ㅇㅈ
묵언검객의 피지컬이 대단한 건 인정한다.
인정은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혈둔수로채는 선을 넘었다.
도구개방도
스킬개방도
축복부여도 없이 기본 장비로 깨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다.
공략아이템인 피독주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다.
숨 한 번만 잘못 쉬면 피가 계속 다는데 도트뎀으로 죽을 듯
그 전에 패턴도 너무 악랄해
묵언검객의 인간미
그래도 이 피지컬 오지는 신입도 사람은 사람이었구나.
?
?
왜 즉살?
??
도트템 왜 없음?
그런 예상이 황당무계하게 배신당했다.
그제야 시청자들은 실감했다.
자신들이 누구의 방송을 보고 있는지.
묵언검객.
그녀가 남들이 만든 정석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실력자임을.
3.
[Story mode]널따란 강변.
검붉게 물든 흙.
붉게 물든 강변둔치의 수로채.
이를 드나드는 괴이한 생물체들이 있으니.
뼈를 깎아 만든 창으로 무장한.
비늘과 피막, 아가미에 뒤덮인.
그 역겨운 것의 이름이 떠올랐다.
[수귀??]튜토리얼 필드에서와 달리.
마치 겁이라도 주듯이 음산한 목소리의 나레이션이 흘러나왔다.
[그 부정한 것들이 모습을 드러낸 수로채로부터 이는 바람] [풍겨오는 물비린내로도 다 덮지 못한 악취가 진동하니] [흐릿한 비명소리가 두려움을 더하는 마경이 바로 이곳, 혈둔수로채로다.]휘오오오
[그리고 지금.] [바람의 방향이 바뀌며 그대의 냄새가 수귀들에게 흘러들어가니.] [창을 든 조악한 수귀들을 앞두고 그대는 결정할 수 있도다.] [흐릿한 비명소리를 쫓아 용기를 내어 나아갈지] [바람결에 들리는 경고라 여기며 물러설지.]짐짓 도발적으로 들리는 경고를 끝으로 신체의 제어권이 돌아왔다.
[Player mode]무기를 든 인간은 맨손의 인간보다 세 배 이상 강하다.
월등히 긴 사거리에서 자신은 다치지 않으며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피해를 강요한다.
심지어 상대는 반요.
맨손의 혈귀와 달리 창을 든 수귀.
처음 혈둔수로채를 방문한 플레이어는 창의 리치에 놀라 고전을 면치 못한다.
‘대단한 수준은 아니네요.’
보편적인 시련이란
해응응과는 관계없는 이야기.
힘을 가늠하듯 창과 검을 한 번 맞대자마자 감이 왔다.
수귀라는 그럴싸한 이름이 무색하게도
창술에는 일절의 요령 하나 없고
물에 불어터진 몸은 제대로 된 근력을 발휘하지도 못한다.
요령도 힘도 없는 상대 따위.
장난감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캉!
일격에 창대를 놓친 수귀.
빈손이 된 수귀의 목이 연달아 절단됐다.
목이 떨어진 시체.
그 몸체가 갑자기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수상쩍은 건 일단 피하고 보라.
무림의 격언을 따라 걸음을 뒤로 물리자.
시체가 펑 하고 터지며 부패한 가스와 썩은 살점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쏴아아
후두둑
정신이 심약한 사람이라면
비명을 지르고 까무러쳐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
해응응은 그저 미간을 찌푸렸다.
좋은 일은 떠올리려 애써도 떠오르기 어렵건만.
싫은 기억은 언제나 금방 떠올랐다.
무림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흑도의 악명 높은 고수들.
강호에서 불리기를 이름 하여 흑도삼왕.
삼왕 중 하나인 독왕 독고성은 제 별호를 본딴 독왕문을 세웠으니.
독왕문의 독인들은 죽어서도 주변토양이 썩어문드러질 정도의 독을 배출했다.
‘역겨운 쓰레기였죠.’
구음절맥 환자를 음기를 충원할 영약으로만 여기던 사고방식도.
그녀를 취하고자 제자를 소모품처럼 써먹던 냉혹한 지휘력도.
독고성의 일방적인 탐욕에서 비롯된 적대관계는 수많은 독인과 도시 하나를 잿더미로 만든 뒤에야 끝을 맺었다.
‘경지는 다르나 대처법은 같겠죠.’
발이 닿는 모든 땅을 오염시키는 독인들.
그 저주받은 족속들의 씨를 말리려면.
그들을 양산하는 독왕을 해치워야만 했듯이.
독인과 흡사한 수귀들.
그들에게 피를 먹여 반요로 전락시킨.
우두머리 요괴를 찾아 죽인다.
비스듬히 세운 칼끝.
주인의 분노에 감응하듯
검이 웅웅 소리를 내며 진동했다.
숨 한 번만 잘못 쉬면 피가 계속 다는데 도트뎀으로 죽을 듯
그 전에 패턴도 너무 악랄해
묵언검객의 인간미
묵언검객의 활약도 여기까지라고.
상식에 빗대어 재단했던 시청자들로서는.
감히 추측조차 하지 못한 이변.
?
?
도트템 왜 없음?
독을 막아주는 피독주가 없으니.
곧 입에서 피를 흘리며 죽으리라 예상했던.
묵언검객의 생존.
생체가스 범위 밖으로 나올 때까지 숨 참고 한 호흡에 수귀들 다 베어버리네.
해찬형 또 관음해?
아니 미친 이걸 호흡을 멈추고 싸워?
숨을 멈추고 어떻게 싸워?
숨을 존나 크게 들이쉬고 싸우겠지
방금 집에서 숨 참다가 20초 만에 숨질 뻔;
담배 좀 그만 펴
그럼 묵언검객은 담배 안 피는 거네?
오
오 ㅇㅈㄹ ㅋㅋㅋ
애초에 심폐력이고 나발이고 단칼에 다 썰어버리는데 숨 참기가 뭐 힘들겠음
아 ㅋㅋ 우리처럼 수귀 1마리당 1분씩 안 쓰면 할 만하지
필수 공략 아이템.
수귀소탕에 필요한 스킬개방.
공략정보수집.
정석은 단 하나도 따르지 않는
오직 묵언검객의 실력 하나로 성립되는 교전.
수귀들이 한 공간에서 너무 많이 죽으니까 중간에 검압으로 가스를 걷어내기도 하네요.
어어 거기 들어가면 안 되는… 다 죽였어?어어 저기 그렇게 하면 안 되는… 다 죽였어?
속보) 실시간 묵언검객 레전드 갱신 중
튜토리얼의 기적.
완벽 그 이상의 저력이.
혈둔수로채에서 또 다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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