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11)
〈 111화 〉 111 이 인간이 왜 여기서 나와
* * *
2.
[주민투표 예비결과]①태백길드 40%
②해남파 38%
③아산길드 22%
본투표 전에 치러지는 예비투표결과.
승자는 충격적이게도 태백길드로 밝혀졌다.
“어째서?!”
“저희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에요.”
[너무 침울해하지 말아요. 주민들의 멘트를 읽고 공략을 다시 세우라는 한채린 대표의 메시지가 들어있어요.]해응응은 축 처진 연예인들을 위로하며
굳건한 기둥이 되어주었다.
니나도 나나세도 곧잘 그녀를 따르는 모습은
영락없는 여성그룹의 리더 그 자체.
위화감 없이 스며드는 모습은
누가 봐도 하프타임의 일원이었다.
‘아, 저거 보시면 실망할 텐데.’
이미 배달부 노릇을 하며
게이트 밖에 나갔다가 편지를 챙겨온 민우성은
메시지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용을 본 묵언검객의 표정이 제대로 굳었다.
“나도나도. 나도 볼래!”
“보여주세요. 인 것이에요.”
[태백길드 40%의 이유]뭘 하는 진 모르겠는데 그래서 더 든든함
뭔가 지네 알아서 게이트 닫고 잘할 거 같음
십대길드의 유명세
[해남파 38%의 이유]바퀴벌레 폭사시키는 것처럼 주민 발견하면 몬스터처럼 못생겼다고 채찍질 할까봐 무서움
너무 삐걱거림. 사고 날까봐 불안함. 몬스터한테 당해서 일어나는 사고 ㄴㄴ 채찍 잘못 휘둘러서 일어나는 인명사고ㅇㅇ
아니 쉬바 몰살검객이 우리 동네를 지켜주는데 이걸 어떻게 참아?
[아산길드 22%의 이유]은호오빠가 우릴 지켜줬으면 좋겠음
싸가지 없는 부길드장 꼴도 보기 싫음
촬영진도 사고 나든 마든 개무시하는데 일반인은 눈치도 안 보고 그냥 죽게 방치할 듯. 저런 각성자한테 동네치안은 못 맡김
해응응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아앗 언니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채찍 쓰는 모습도 충분히 멋진데. 슈슉 하고 휘리릭 하면 막 몬스터 널아가고 쾅쾅쿵쿵콰당탕 하고!”
“사람한테 채찍질만 안 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입니다. 괜한 우려인 것입니다.”
“!”
니나와 나나세의 위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해응응으로서는 찔리는 구석이 많은 지적이었다.
‘사람에게 채찍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요? 그럼 뭘 위해서 채찍을 쓰는 거죠?’
천마가 채찍질을 하면 교인들은 좋아죽었는데, 어째서 그녀의 채찍질에는 주민들이 좋아하지는 않고 죽으려고만 하는 건지 의문이었다.
경지가 부족해서 힘 조절이 안 된 걸까?
채찍을 덜 무섭게 휘둘러야 하는 걸까?
무기는 어차피 뭘 휘둘러도 무섭기 마련인데 왜 채찍을 쓰는 자신만 그런 소리를 듣는 걸까.
‘소리 때문이군요.’
해응응은 자아성찰에 성공했다.
그녀의 채찍은 너무 파괴적이었다.
부족한 기술과 묘리를 파괴력으로 대체하고자
힘이 과하게 실렸다.
조절되지 못한 힘은 난폭한 소리가 되었고
폭발하는 벽과 천장으로 인해
그녀의 활약상을 본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했다.
[앞으로는 채찍 대신 다른 걸 쓸게요.]지금 당장 채찍을 다루는 기술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한 가지.
채찍의 대체품을 손에 드는 수밖에 없다.
“와! 드디어!”
“기대되는 것이에요.”
“카메라 잘들 들어. 무조건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
두 출연진과 카메라맨들이 잔뜩 흥분했다.
모두가 묵언검객의 검술을 기대했다.
3.
[거기서 그렇게 싸우면 안 돼요.] [반걸음 뒤로 물러나면서 얼음을 흩뿌리듯이 펼칠 수는 없나요?] [꼭 몸으로 먼저 접근하려 하지 마세요. 벡터조작이라는 능력은 장풍 쏘듯이 다루는 편이 훨씬 유리할 거예요.]채찍의 대체품이 수첩임을 깨닫기 전까지만.
‘왜 검을 안 드시는 거야!’
‘훈수, 지적, 잔소리. 돌아버리겠어요.’
‘예능분량 챙겨주시는 거지? 조금 있으면 검 뽑고 개쩌는 학살극 보여주는 거 맞지?’
모두의 기대와 달리
해응응은 검을 쥐지 않았다.
‘채찍으로도 이렇게 무서워하는데 검을 들면 놀라서 기절할지도 몰라요.’
게임으로 단련된 브이튜브 시청자들은
그녀의 검술도 거뜬히 받아들였지만
지상파 방송 시청자들은
살육이나 파괴에 대한 내성이 훨씬 낮다.
적어도 해응응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작은 자극에도 민감한
아기들의 여린 피부를 생각하듯이
극도로 세심한 검술을 펼치는데 집중하느니
그냥 깔끔하게 검을 놓고
다른 두 사람의 실력을 봐주기로 한 것이다.
‘젠장. 아까 물어볼 때 잘 모르겠다고 할 걸.’
민우성은 조금 전의 자신을 후회했다.
[고정패널은 원래 어떤 역할을 하나요?]“음… 주로 훈수를 둡니다. 촬영진의 활약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평가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개선점을 지적하고 그런 거 말입니다.”
[고마워요. 참고가 됐어요.]고정패널에 대해 묻기에
별 의심 없이 순수하게 대답해주었던 민우성.
그의 대답을 조금의 여과도 없이
스펀지처럼 고스란히 쏙쏙 빨아들인 해응응은
수첩 하나로 훈수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도움은 되지만, 뭔가 실력이 느는 기분도 들지만 그런 것보다 묵언검객님의 검을 보고 싶다고!’
‘자꾸 옳은 지적만 하니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미치겠어요. 정신 나갈 것 같은 것이에요.’
‘예능분량은 이제 됐으니까 좀 싸워주시면 안 되나? 슬슬 던전도 다 깨가는데?’
던전의 실질적인 공략인원은 가장 적지만 스타데뷔 전부터 각성자로서 뛰어난 소질을 지녔던 니나와 나나세.
두 사람은 해응응의 조언에 힘입어 던전공략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다른 건 몰라도 감지능력은 진짜 대박이지?”
“동감이에요.”
강화능력자가 아닌 감지능력자라고 해도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정확도의 감지능력을 갖춘 해응응.
그녀의 철통같은 감지를 피해갈 수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던전공략의 진행속도가 정말 빠르군. 명호길드시절 공략대와 비교해도 이쪽이 위일 정도로.’
‘로얄클럽 스타각성자들이 던전을 돈 적도 많고, 안전을 위해 함께 이동하며 지켜본 적도 많지만 이번은 정말 빠른데?’
카메라 밖에서 비상시에 대비하는 신성곽과 로얄클럽 안전요원들은 절호조의 공략속도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해응응. 저 자의 한계가 있기는 한가?’
‘혹시 능력이 두 개인 건 아닐까?’
보통의 던전공략은 이렇게 막힘없이 진행되지 않는다.
몬스터의 함정을 앞두고 우회로로 향할지 말지 고민하기도 한다.
매복당하기 좋겠다 싶은 지점마다 정찰을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갈림길이 나오면 어디가 길일지 고민하며 지도를 그리고 정찰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그런 소모시간이 해응응 한 사람의 존재 덕분에 전부 줄어들었다.
‘오감을 일깨우고 기의 유동을 세밀하게 느낀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텐데요. 어째서 다들 감각을 닫아두고 있는 걸까요?’
정작 당사자만이 왜 남들은 자기처럼 안하는지 의아해하는 가운데, 마침내 던전보스가 나타났다.
“비상! 비상! 던전보스다!”
“전부 모여!”
“안전요원들, 비상사태에 대비하게.”
던전보스.
여타 몬스터와는 격이 다른 마력량을 지닌
위험도가 차원이 다른 몬스터로
대부분의 경우.
던전공략에서 보스몬스터는 공략하지 않는다.
“잡으면 마력을 잔뜩 주겠지?”
“보스몬스터 공략에 실패하면 던전공략도가 초기화되는 것이에요.”
“그렇다고 여기서 보스몬스터를 공략하지 않으면 잡몹들이 리스폰되기만 기다렸다가 찔끔찔끔 기여도를 채워야 하잖아.”
던전에서 보스몬스터는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다.
잡으면 던전기여도를 한 번에 대폭 올려주는 대상일 뿐, 기여도는 리스폰되는 잡몹을 기다렸다가 소탕해도 채울 수 있다.
잡몹 소탕이든 보스 토벌이든 기여도만 채우면 던전은 클리어되고, 이는 게이트 전체의 공략진척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길드장. 토벌전에 참여해보겠나?”
[일단은 두 사람의 전투를 지켜보고 결정할게요.]니나와 나나세는 용기를 내어 보스몬스터 토벌에 도전했다.
잔뜩 긴장한 채 토벌전을 예의주시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해응응은 이해할 수 없었다.
‘반요곡의 보스들만도 못한 수준인데. 다들 진심으로 저런 걸 두 사람이 이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보스는 크고 강했다.
마력량도 많고 일반몬스터보다 공격패턴도 다양했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반요곡의 보스들처럼 지능적이지도 않아요. 플레이어를 곤혹스럽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 패턴도 없어요.’
분에 넘치게 과도한 마력의 대부분을
신체의 거대화에 써먹은 보스몬스터들은
어긋난 무게중심이나
넓은 사각지대,
비효율적인 무기 등등 약점이 넘쳐났다.
문제는 그런 허술한 보스몬스터를 상대로도
니나와 나나세가 공격을 허용하거나
지나치게 겁을 먹고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리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만. 뒤로 물러나세요.]보다 못한 해응응이 직접 나섰다.
“헉, 헉. 저 보스, 몸이 너무 크고 딱딱해서 빙결이 잘 통하지 않아요!”
“벡터조작 능력으로도 거대한 몸에서 나오는 힘을 꺾기엔 부족한 것이에요.”
[변명은 됐어요.]일순간, 카메라조차도 따라잡지 못할 속도로
보스몬스터의 다리 뒤로 파고든 해응응.
그녀의 검이 보스몬스터의 요혈을 파고들자
그 커다란 덩치가 크게 움찔거리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자빠졌다.
“헉! 방금 봤어?”
“일격에 치명타를 입힌 것이에요.”
복잡한 검술도
대단한 묘리도 필요 없다.
타이밍만 읽고
슥 파고들어서
툭 찌르면 퍽 쓰러지는 쉬운 전투.
[이렇게 하면 되잖아요.]“우와!”
“존경스러운 것이에요.”
순식간에 무력화된 보스몬스터.
그 뒷덜미를 밟고 선 해응응을 향해
진심어린 존경을 보이며 박수를 치던 촬영진들.
[그럼 방금 보여준 대로 따라하세요.]“엥?”
“네?”
다 잡은 보스몬스터를 마무리하지 않고
제 발로 걸어 내려오는 해응응이
재차 수첩을 내밀었다.
[사각침투랑 약점간파, 부위경직. 각자 한 번 성공할 때까지 반복하세요.]“아니 왜… 그냥 그거 제압한 김에 잡아주시면 안 돼요?”
“수련보다는 토벌을 하고 싶은 것이에요.”
[만일 불운의 사고로 던전에서 저와 떨어진 상태로 보스몬스터와 만난다면, 그때도 누가 대신 잡아주길 바랄 건가요?]“!!”
두 출연진은 가슴 깊이 반성했다.
묵언검객은 의존적인 그들의 태도에 가르침을 주고 싶었다.
그 깊은 뜻을 이제야 헤아릴 수 있었다.
게스트나 패널을 넘어서
해응응은 그들에게 참된 스승이었다.
‘근성 있는 젊은이들이군. 3세대 각성자답지 않게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들어.’
뒤에서 지켜보던 신성곽마저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두 사람의 근성과 재능은 대단했다.
“야호! 저희가 해냈어요!”
“마무리인 것이에요.”
끝내 두 사람의 힘으로 무력화시킨 보스몬스터.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던 두 사람을
해응응이 덥썩 붙잡아 뒤로 던졌다.
“우왁?!”
“데구르르 인 것이에요.”
“뭐, 뭐였어요? 혹시 보스몬스터가 기습이?!”
딱히 그런 건 아니었다.
[이제 던전에서 불운의 사고로 두 사람이 따로 떨어져서 혼자 보스몬스터와 싸우는 상황에 대비해서 단독토벌에 도전하도록 해요.]“네??”
[그 다음은 만약에 대비해서 한쪽 팔에 부상을 입은 경우를 상정해서 한 팔만 써서 싸우는 연습을 할 거에요. 그 다음은 한쪽 눈도 감고요.]“…….”
[최종적으로는 발 하나 팔 하나로 한 대도 맞지 않고 잡는 걸 목표로 해요.]무림인은 생사대적과의 싸움에 대비하여
초식 하나하나마다 전용반격기술인
파해식을 역으로 설계하는 이들.
한 번 무림인의 훈수 스위치가 켜진다면
그 스위치를 끌 수 있는 건
모든 대비를 끝마치는 완벽함밖에 없다.
“꾸어엉”
하도 두들겨 맞아서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된
거구의 덩치가 초라하게 보이는
보스몬스터 미노타우루스.
사람 머리통 대신 풀만 뜯어먹는 소처럼
맑은 눈망울로 울음소리를 내는 보스몹.
실험용 교본처럼 제압되고 또 제압되고
찢어진 근육과 부러진 뼈가 회복되기를 거듭하며
회복력의 한계를 시험받던 미노타우루스가
끝내 거듭되는 보스토벌전에 지쳐
제일 먼저 변화를 일으켰다.
“음머어어어”
“어어? 쟤, 쟤 어디가! 야, 거기 안 서?!”
“보스몹이 도망치는 것이에요!”
참다못한 보스몬스터가 보스룸을 뛰쳐나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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