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14)
〈 114화 〉 114 인생의 선배이자 스승
* * *
1.
게이트 공략도 어느덧 중반을 지나 후반에 돌입했다.
남은 시간으로는 던전 하나를 간신히 공략할 수 있는 시간.
“이왕 이렇게 된 거 가장 큰 던전을 공략해보지 않겠나?”
신성곽의 안내에 힘입어
해남파 공략대는 핵심던전에 진입했다.
[던전이 꽤 크네요.]“어느 게이트건 핵심 던전은 규모가 크다네. 자네, 던전은 이번이 첫 경험인가?”
해응응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성곽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낮게 경고했다.
“그 사실은 다시는 밝히지 말게. 자네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자들이 가만두지 않을 게야.”
[공략경험이 적은 건 전사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요?]의? 옳은 일을 추구하고
협? 돕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의협의 정신을 높이 여기는 무림인이라도
그 근본은 무로부터 비롯되니.
힘은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를 통해서도
타인의 인정과 숭배를 이끌어낼 수 있다.
힘을 잘 사용한다함은
의협의 정신을 따르는 것 외에도
많은 전장에서 많은 실전을 쌓음으로도 증명할 수 있으니.
실전경험이 많은 무인은 실력파 무림인으로 인정받고, 경험이 적은 이는 실전은 다를 것이라며 무시 받는 풍조가 강했다.
헌데 그런 경험 적은 무인을 시기하고 질투한다고 하니, 해응응으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각성자는 마력병에 의해 고통 받는 존재네. 언젠가 고칠 수 없는 시한폭탄이 찾아온다는 불안을 누구나 품고 있지.”
각성자의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위를 노린다면 더더욱 그렇다.
“적은 경험은 남은 시간이 더 많다는 소리로 들리고. 더 많은 노력,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같은 던전에 들어온 이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지.”
자신에게 종말점이 찾아오더라도
그녀는 그렇지 않을 테니까.
“자신에 관한 건 무엇이든 전부 감추게. 저기 카메라 앞에 선 사랑받는 인기스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인기스타. 만들어진 영웅.
대중의 주목을 받고 개인과 사문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살아가는 이들.
‘무림에서는 그런 이들을 각 문파 후기지수 중의 최고로 손꼽는다 하여 용과 봉의 칭호를 하사하였죠.’
용봉지회??之會에 이름을 올린 자, 현 주류기수의 다음 기수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강자가 될 지어니.
인기를 얻은 이들은 사문의 지원을 몰아 받고 자신과 사문의 강함을 강호에 증명해야 했다.
‘제게는 가깝고도 먼 이야기였죠.’
하오문의 압박조차 견디지 못해 파산의 위기를 겪으며 제자가 스스로 사문을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굴욕을 겪어야만 했던 해남파.
그녀의 사문과 달리, 용봉지회에 후기지수를 배출한 문파는 그 이름도 쟁쟁한 구파일방와 오대세가다.
소림사, 무당파, 화산파, 곤륜파, 종남파, 청성파, 아미파, 점창파, 형산파, 개방.
남궁세가, 모용세가, 사천당가, 제갈세가, 하북팽가.
정파무림을 대표하는 수많은 문파가
온 힘을 다해 밀어주는 후기지수의 강함은
그 무렵의 해응응에게는 멀고도 높은 구름 너머의 산봉우리와도 같았다.
응응소저는 퉁소연주를 들어본 적이 있소? 퉁소의 섬농한 음율에는 이정제동의 묘리와 요연일축의 신묘함이 깃들어 있다고 하오.
에잇싯팔 먹물내 나는 새끼는 말도 어렵게 하네. 이 하북팽가의 팽철산은 혀가 아닌 도 한 자루로 진정한 강함을 보여주지.
화산파의 으뜸이자
용봉지회의 일룡으로 손꼽히던
능금화룡?火? 이소천.
하북팽가의 으뜸이자
용봉지회의 삼룡으로 손꼽히던
강강패룡? 팽철산.
그녀에게 호의를 보이며 친히 무술을 알려주었던 두 남자.
해응응은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고마움을 느끼며, 한편으로는 절망했었다.
아무리 열심히 땀을 흘려도
결코 좁혀지지 않는 간극에.
아무리 오래 달려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에.
앞서가는 이가 빠르다 하여 서두르면
오를 수 있는 산도 못 오르는 이치를 안다 한들
그 초조함과 분노, 절망만큼은
지금도 가슴을 쓰라리게 만드는 과거였다.
소저에게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소? 부끄럽지만 소협에게는 그런 과거가 있소.
아주 조금, 일신의 무위가 부족하여 스스로를 지킬 순 있어도 이 부족한 몸을 따르고 존경하던 사매들을 지킬 수 없던 참사가.
지금이라면 그때 지키지 못한 사매들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과 아쉬움이 있으니 말이오.
자신의 실패와 과오를 들춰내던 이소천.
그의 소탈한 고백 앞에서 그녀는 이야기했었다.
[제게는 없어요. 돌아가고 싶은 순간도, 바로잡고 싶다는 마음도. 돌아간다 한들 지킬 힘이 없다면 반복되는 지옥일 뿐이니까요.]이소천.
그녀를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조심스레 거리를 좁혀왔던
거절할 것을
외면당할 것을
몇 번이고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가엾고도 가증스러운
고맙고도 원망스럽던
검에 한해서는 따를 자가 없다던
후기지수 최고의 검수.
화산의 절학 매화이십사검을
매화십이검으로 쪼개어 전해주었던
그녀에게는 두 번째 검술을 가르친 스승.
[인기스타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아요.]“그러면 어찌하여 저 아이들을 볼 때마다 번민을 감추지 못하시오?”
[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거쳐 가야 하는 길이니까요.]이소천은 없다.
화산의 매화도 저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살아남았다.
코를 찌르는 꽃 내음이 만연하던
그날의 밤의 화원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홀로 떠올리고 있다.
‘결국 저도 당신과 다르지 않았네요.’
힘이 없기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뿐.
힘을 얻은 지금이라면 무심코 생각한다.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회귀, 정말 많이 비쌌죠.’
무림비망록 도전난이도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극한난이도 도전자가 아니라면 감히 구매할 엄두도 못 낼 정도로.
그렇기에 무심코 생각하고는 한다.
무림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현대로 돌아온 지금이라면.
회귀는 아니어도 그 비슷한 흉내는 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신체초기화.
되찾은 오른손.
초심으로 돌아온 몸과 마음.
모든 인연이 백지가 된 현대에서.
강하게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게임.
그 난이도는 무림비망록의 것보다 높을까, 아니면 보다 낮을까.
‘이번만큼은 고민할 필요도 없죠.’
벽의 구멍에서 머리를 쏙 내미는
커다란 도마뱀의 머리를 얼음으로 푹푹 쑤시며
짐짓 자랑스럽게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니나.
그 피 묻은 해맑음과
자신이 먼저 처리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나나세.
당대의 후기지수이자
용봉지화의 봉황으로 손꼽히고도 남을
로얄클럽의 간판스타들을 보며
그녀는 조금도
질투나 원망의 감정을 느끼지 않고 있으니까.
이소천이 베풀었던 가르침마저
이제 온전히 그녀의 것이 되어
저 어린 동량들의
앞날을 비칠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며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고정패널이 아닌
인생의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피가 되고 살이 될 가르침을 전하고 있으니까.
“고생이 많겠구려.”
[제가 원한 길이에요.]이소천이 거쳤던 길을
이소천이 품었던 후회를
이소천이 베풀었던 가르침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된 지금은
후기지수란 더 이상 산봉우리 너머에 존재하는 미지의 무언가가 아니다.
산을 모두 오른 그녀의 눈에는
그 실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남들이 모를 부담과 사명을 짊어진
누구보다도 높은 곳에 자리한
그렇기에 더욱 험준하고 가혹한
거짓된 영예를 드높이는 길을 걷는 고행자들에 불과하다.
어쩌면 니나와 나나세 또한
그런 부담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들도 이런 생각을 할 날이 올까요?’
그래도 저 두 사람은 운이 좋았다.
이들은 한채린에게 발탁된 개인 각성자.
길드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해 압박을 받고 있지도 않고, 한채린도 그녀들을 학대에 가까운 가혹한 일정에 몰아넣을 사람이 아니다.
명예는 얻되 의무는 적은
성공이라는 달콤한 과실만을 향해 나아가는 복을 누리는 자들.
그렇다고 그들의 인생에
밝고 행복한 미래만이 기다리는 건 아니다.
인기의 이면에는
무수한 시기와 질투가 뒤따르고
그들의 성공을 원치 않는
경쟁자와 그들의 배후의 압박이 뒤따를 테니.
인기스타라는 이름의
마도천하의 기치를 세우기 위해
한 번은 거쳐 가야 할 길을 앞서 걷지만
도중의 시련과 끝은 알지 못하는 두 사람.
그들을 보고 있자니 작은 소망이 떠올랐다.
‘저 아이들만큼은 회귀를 바라지 않아도 되는 길을 걸었으면 좋겠네요.’
가르침은 나누되 고통은 나누지 않는다.
그것이 인생의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품을 수 있는 가장 깊은 마음이니까.
2.
해응응은 다시금 두 연예인에게 걸어가며
수첩을 들고 훈수를 적었다.
그런 어른스러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신성곽은 딱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차라리 힘이 없다면 제 나이에 걸맞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을. 강한 힘이 오히려 그녀를 불행하게 만드는 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젊음의 자유도 행복도
모두 등진 채 힘 하나만을 얻었던 그녀가
이제 와서 걷고자 하는 인기스타의 길.
그마저도 진정으로 바라는 소망이 아닌
목표를 위해 거쳐 가야 하는 길이라는 답에
신성곽은 아연함을 느꼈다.
행복이 아닌 생존을 위해 살아왔던
2세대 각성자로서
그 삶의 방식에 공감하는 한편
동정심을 품었기 때문이다.
‘허허. 나도 이제 늙은 겐가? 이런 생각을 다 하다니.’
2세대 각성자들의 희생으로 열린 기회와
새롭게 개척된 인기스타의 길.
선배들의 희생은 무시하고
개인주의만이 팽배한 3세대의 정신.
이기적인 후배들이라며 아니꼽게 여겼던
경화된 피부만큼 단단히 굳은 마음에
조금이지만 동정심이 새어나왔다.
영원히 고칠 수 없으리라 믿었던 마력병이
조금이지만 해응응에 의해 고쳐진 덕분일까.
오래도록 잊었던 마음을 되찾는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몰랐다.
해응응의 앞날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것도.
그는 해응응을 통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녀가 자신보다는 나은 삶을 살길 바랐다.
‘자네도 저들만큼 어린 나이가 아닌가.’
인생의 어두운 면을 보며 살아왔다고 한들
그녀가 인생 다 산 노인처럼 행세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이른 나이였다.
어째서 해응응은 이른 나이부터
느껴지는 분위기가
또래의 젊은이들과 이토록 다른 걸까.
‘그렇군. 그런 거였어.’
신성곽은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녀는 너무 강했다.
그녀의 인생의 선배나 스승이 되어줄 수 있는
자신보다 뛰어난 어른이
단 한 명도 주변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홀로 완전을 추구하며 결점을 쳐내는
완전무결이라는 이름의
고행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을 것이다.
‘이제야 찾았구나.’
자신이 해응응에게 선사받은 은혜를
삶의 희망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명호길드를 닫고
남은 재산과 세력을 모아 의탁한다 한들
이것이 정녕 은혜를 갚기에 충분한가.
신성곽은 오래도록 고민해왔지만
그 답을 오늘에서야 비로소 찾았다.
해응응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이 무엇인지
이제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네게 필요한 것은 인생의 선배이자 스승이 되어줄 어른이었구나.’
그렇다면 내가 네 인생의 선배이자 스승이 되어주마.
의지할 어른 하나 없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주겠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지금보다도 더욱 더 강해져야만 하리라.
신성곽이 250레벨의 벽에
오래도록 그를 절망시킨 한계에
다시금 도전하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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