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16)
〈 116화 〉 116 도도한 아라크네
* * *
1.
어느덧 보스룸에 도착한 해남파 공략대.
신성곽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빠르군.”
보스룸으로 향하는 길을 알더라도
던전 내부 상황에 따라서
도착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매번 다르다.
예상시간보다 더 걸리면 더 걸렸지
덜 걸리는 일은 드문 던전공략.
해응응은 그 드문 일을 해냈다.
[하지만 충분히 빠르지는 않았어요.]보스룸 근처에는 침입의 흔적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자 선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들어왔던 공략대가 보스를 쓰러뜨리고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하. 거기서 손가락 빨고 구경이나 하라고.”
“태백길드!”
“깜짝 놀란 것이에요.”
해남파도 상당한 속도를 내어 도착했기에 더욱 충격적인 역전이었다.
어떻게 벌써 보스공략까지 거의 다 끝마칠 수가 있냐며 놀라는 니나와 나나세.
태백길드 공략대장 방배덕이 짐짓 자랑스레 공략대원들을 가리켰다.
“보라고. 우린 방송 따위에 의지하는 쫄보들이 아니야. 20명 전원이 각성자다.”
반드시 필요한 전력만을 데려왔기에 그들의 전투력은 세 길드의 공략대 중 평균 전투력이 가장 높았다.
전투력을 믿고 강행돌파를 시도한 결과, 태백길드는 1등으로 보스룸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명 아닌데?”
“15명인 것이에요.”
“죽은 놈들도 영혼이 되어 함께 할 거다. 분명 우릴 응원해주고 있겠지.”
“뭐래는 거야?”
“네크로맨서인줄 알았다는 것이에요.”
방배덕이 일그러진 얼굴로 그녀들을 노려봤다.
아까부터 재잘거리면서 꼽을 주는 게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었다.
‘저게 보스라고요?’
해응응의 시선은 다 죽어가는 몬스터 대신 위쪽의 천장으로 향했다.
리빙아머들에게서 이어진 실처럼 가느다란 기는 천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 다들 물러서라!”
신성곽이 정색하며 경고했다.
“저건 보스가 아니다.”
“하하. 좋을 대로 떠들어대셔.”
방배덕이 비웃었다.
패배자의 질투라니.
보스룸에 와서 보일 모습 치고는 너무 추했다.
카메라맨을 데려온 것도 잊은 걸까?
이래서야 주민들의 표를 얻겠답시고 잔머리를 굴린 결과가 독이 되어서 돌아갈 것이다.
“거기 카메라맨. 잘 찍어두라고. 명호동 게이트의 가장 센 던전보스 메두사가 우리 태백길드에 토벌당하는 모습.”
“뭐 하고 있는가! 얼른 물러나지 않고.”
“하지만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보스가 죽는 모습은 촬영해야 하지 않습니까, 어르신.”
“그럼 더더욱 내 말을 듣게.”
신성곽이 긴장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저건 페이크 던전보스네. 던전보스의 새끼, 어린 메두사니까. 태백길드는 이제 보스전의 페이즈 1을 겨우 깼다는 말이네!”
신성곽의 경고가 끝나기 무섭게 태백길드 길드원 한 명이 메두사의 목을 절단했다.
[던전보스 메두사(B+)를 토벌했습니다.] [보스룸 전체가 ???의 분노에 진동합니다.]돌벽 긁히는 소리를 내며 진동하는 보스룸.
활짝 열린 벽 너머로
지금 있는 방보다 몇 배는 더 커다란 공간이
그 거대한 공간을 가득히 채운
체장 수십 미터를 넘는 거대한 메두사가
끔찍한 귀곡성을 내질렀다.
끼아아아아악!
“흐어억!”
“수, 숨을 못 쉬겠어….”
“피어Fear라니, 이래선 움직일 수가 없잖아!”
[진() 던전보스 성체 메두사(A)가 등장합니다.] [자식의 죽음에 분노한 성체 메두사의 등급이 상승합니다.(A)] [분노한 성체 메두사의 주변에 공포의 오라가 활성화됩니다.]겁에 질려 얼어붙은 태백길드 공략대.
그들의 고개가 의지와 무관하게 위로 올라갔다.
“고개 숙여! 눈을 바라보면 몸이 굳는다!”
범위 밖에 있던 해남파 공략대는 신성곽의 경고를 듣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공포에 질린 태백길드 공략대는 원치 않아도 위를 올려다보았고, 메두사의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유명한 전승 과 눈을 마주친 대가는 빠르게 찾아왔다.
[석화의 저주(1단계)에 걸렸습니다.] [관절이 굳어 쉽게 펼쳐지지 않습니다.]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 길어지면 저주가 점차 악화됩니다.]상태이상 공포.
그 뒤를 잇는 석화의 저주.
거기에 계속해서 악화되는 저주의 증세.
“곤란하군.”
“신성곽 어르신, 뭔가 메두사에 맞설 방법은 없습니까?”
로얄클럽 안전요원이 물었다.
“있네. 하지만 이대로는 쓸 수가 없어.”
“어째서입니까?”
“메두사는 원래 제 방에서 뛰쳐나와 던전을 부수며 각성자들의 뒤를 쫓아와야 하네. 그러다보면 던전에 숨겨진 공략아이템이 부서진 벽에서 발견되고는 하지.”
그것이 신성곽이 보고받은 메두사 사냥법.
문제는 메두사가 움직이질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에요. 메두사도 움직일 수 없는 거예요.]해응응은 발견했다.
언뜻 보기에는 메두사의 몸체처럼 보였던 하얀 비늘처럼 여겨졌던 것들이.
실제로는 몸과 다리를 속박한 거대한 거미줄의 고치라는 사실을.
구구구구궁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 메두사가 등장할 때보다
한층 더 커다란 진동이 던전 전체를 뒤흔들며
흙먼지가 우르르 쏟아지더니
매캐한 먼지로 시야를 가득히 뒤덮었다.
“콜록콜록”
“켁켁, 누가 이것좀 어떻게 해봐..”
다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괴로워하던 각성자들.
악화되는 환경 속에서
반구형 장막이 안전지대처럼 펼쳐졌다.
“켁켁”
“눈을 못 뜨겠어…”
“여기 물 좀 드세요.”
“누가 나나세 얼굴에 묻은 흙 닦아줘!”
“어휴, 우리 스타들 봉변 제대로 당했네.”
바닥을 기다시피 하며 힘겹게 빠져나온 니나와 나나세.
엄마 손에 머리를 맡긴 아이들처럼 얼굴에 묻은 먼지를 닦이고 목을 축인 그들이 뒤늦게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되찾았다.
“아니, 아저씨들은 왤케 멀쩡해요!”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에요.”
“우리? 이거 썼지.”
카메라감독이 거짓말탐지기처럼 생긴 반구형의 장치를 보여주었다.
“안전지대 생성기야. 비싼 촬영장비 부서지는 것도 아깝고 던전까지 들어와서 촬영할 사람 다시 구하기도 힘들다고 대표님이 사주셨지.”
“SG가 이렇게 큰 범위로도 펼쳐져요? 와. 진짜 돈 장난 아니게 깨졌겠다.”
“대표님의 자비에 감사한 것이에요.”
안전지대 생성기Safety zone generator.
통칭 SG.
일반사양의 SG가 4인 파티 사양의 협소한 규모의 안전지대임에 비해, 그들이 사용한 안전지대 생성기는 20인도 넘는 25인 사양이었다.
로얄클럽 대표 한채린.
제 사람을 향한 지원은 절대로 아끼지 않는 그녀의 정성과 배려가 카메라맨들과 촬영장비를 지키고, 모두에게 숨 돌릴 여유를 주었다.
[잠깐 이것 좀 빌릴게요]“네? 어어, 그거 들면 다쳐요. 많이 무거우실… 헐? 저걸 들어?”
안전요원 한 명의 대검을 빌린 해응응.
그녀가 안전지대 생성기 밖으로 나와 양손으로 대검을 들었다.
‘이런 혼탁한 환경이 지속되어서는 사상자가 속출하게 될 거예요.’
흙먼지가 메두사의 눈을 가렸기에
언뜻 생각하면 이건
인간에게 유리한 환경이 아니냐고 여길 수도 있지만.
해응응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전지대 바깥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들을 감지했다.
한 번의 휘두름에 구름을 걷어내는
하북팽가의 초식.
육중한 중병기에서 비롯되는
공간을 걷어내듯 제 영역을 확보하는 초식.
일휘청운의 초식이
해응응이 빌려든 대검을 통해 펼쳐졌다.
화아악!
푸른하늘에 무지개가 펼쳐지는 것처럼
탁한 먼지가 부채꼴로 걷혀나가는 광경.
“와아.”
“멋진 뒷모습이에요.”
“실력 하나는 정말 대단하시군.”
“영상 찍었지?”
“제대로 잡혔습니다.”
“반응도 다 잡아둬.”
꿈결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한 장면.
극에 달한 무술은 예술로 승화될 수 있음을 실감하는 시간.
그 시간도 영원하지는 않았다.
“이거 단단히 일이 터졌군.”
신성곽의 그 한 마디와 함께
시야가 넓어진 사람들의 눈에
비로소 보여선 안 될 광경이 보였다.
“오 이런.”
“맙소사.”
“리빙아머가 대체 얼마나 있는 거야.”
십여 명의 태백길드 공략대.
[리빙아머 군단이 등장했습니다.]그들 모두가 난리통에 리빙아머에게 덮쳐졌다.
“앞으로는 메두사, 밑으로는 리빙아머에 조종당하는 태백길드인가.”
[위에도 있어요.]해응응의 수첩을 보고나서야
메두사를 피해 천장을 올려다본 신성곽.
경험 많은 그조차도
저 위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황망한 심정을 금치 못했다.
“저건… 신전인가?”
[공방이라고 생각해요.]마치 천상의 신전을 연상토록 하는
하얀 실로 짜인 구조물.
그 아름다운 공방의 안에는
실을 짜내는 거대한 베틀과
여덟 개의 다리를 우아하게 놀리며
거미줄을 뽑아 리빙아머로 엮는 직공 기술자.
해응응이 줄곧 경계하던 위험이자
실처럼 가느다란 기의 종착점.
인간의 상반신에 거미의 다리를 지닌
명호동 게이트 최대의 변수.
[계층보스가 등장했습니다.]도도한 아라크네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