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17)
〈 117화 〉 117 도도한 아라크네
* * *
2.
공포와 석화에 이은 리빙아머 기생 콤보.
태백길드 공략대는 악질스러운 콤보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선배님, 이거 어떻게 합니까?”
“공략을 중지하고 물러나야지.”
“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
신성곽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무리하면 태백길드 공략대뿐만 아니라 해남파 공략대도 엄청난 사상자가 속출한다.
여섯 명의 촬영진에 한 명의 심리치료사까지 동원되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력은 20인이 아닌 13인.
리빙아머에 조종당하는 각성자들과 머릿수는 비슷하지만 적은 그 뒤에도 있다.
“도망치게. 내가 뒤를 봐주겠네.”
“어르신!!”
“아니면 여기서 다 죽을 셈인가?”
안전요원들이 안전지대 한편에서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하프타임의 두 스타각성자로 향했다.
이제 막 대중 앞에 얼굴을 알린, 꿈과 재능이 넘치는 착한 두 여자.
죽기에는 너무 이르고 착한 젊은이들이다.
안전요원들이 눈물을 머금고 신성곽의 희생에 경례를 하려던 그때, 큼지막한 대검이 바닥에 푹 박히며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신성곽. 정말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나요?]“…유감스럽게도 그렇다네. 길드장에게도 미안하게 됐군. 내 욕심 때문에 공략대를 와서는 안 될 곳에 오게 만들었으니.”
[전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요.]죽립의 턱끈을 고쳐 매고
대검 대신 자신이 패용하던 검을 뽑아든 그녀.
해응응이 홀로 안전지대 밖으로 향했다.
“자네, 미쳤나?! 이건 게임이 아닌 현실이란 말이네. 죽어도 다시 시작할 수 없는 현실!”
“걱정 마십시오, 어르신.”
민우성이 놀라서 목소리를 높이는 신성곽에게 말했다.
악명 높은 귀환자의 실체를 확인하고자 그녀의 게임플레이를 모두 모니터링했던 민우성이기에 그는 장담할 수 있었다.
“묵언검객은 게임에서도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습니다. 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말입니다.”
수첩검객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묵언검객의 시간이다.
3.
제발 우리를 구해줘.
죽고 싶지 않아.
우, 우리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란 말이야.
혈교에 납치당해 혈강시로 개조당한 무림인들.
해응응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혈강시로 지냈던 적이 있었다.
아이만큼은 살려주세요. 제발!
아아악!
이런 마귀 같은 녀석들! 무림맹이 너희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자신을 도망자로 만들었던 황제와 무림맹에 대한 증오에 지배당하던 시절.
원치 않았던 살육은 어느새 그녀 자신의 의지로 행하는 살육이 되었다.
‘당신들도 머지않아 그렇게 되겠죠.’
리빙아머에 집어삼켜져서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몸에 겁에 질려
얼굴을 마구 흔드는 태백길드 공략대.
“그구구구갸갸!”
“기그그게게겍!”
발버둥이 유독 심했던 이들이 리빙아머에게 무언가 당하기라도 했는지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키다가 축 늘어졌다.
몸은 여전히 조종당하는 채로 고개만 푹 숙인 채 의식을 잃은 것이다.
“시발, 다들 저항하지 마! 더 심한 꼴을 겪는다!”
“살려주세요 대장님!”
“아아악 팔이 너무 아파아파 아프다고오!!”
방배덕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었다.
숙주의 안전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리빙아머는 억지로 근육을 조작했다.
그것이 근육파열을 유발하고 살을 찢고 뼈를 부수게 만드는 행위이더라도 리빙아머가 원한다면 피할 수 없었다.
그러니 반항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얌전히 동족을 공격해야 한다.
적을 부수지 않으면 부서지는 건 자기 자신이 될 테니 말이다.
“묵언검객! 갑옷의 코어는 등에 있다. 뒤를 잡아서 등을 찌르거나 연결고리를 전부 파괴해서 갑옷의 내부를 노출시켜. 할 수 있겠냐?”
태백길드 공략대장 방배덕.
싸가지 없는 성격은 흠이지만 위기의 순간에도 냉정히 정보를 제공하는 강인한 정신력 하나는 봐줄만했다.
끄덕.
해응응의 반응에 방배덕이 일그러진 얼굴로 힘겹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럼 빨리 이 망할 것 좀 어떻게 해봐. 이러다 몸이 산채로 찢겨질 것 같으니깐.”
방배덕이 스스로를 제어하는 것을 포기하는 순간, 그의 육체가 리빙아머의 전투지시에 따라 전방으로 쇄도하였다.
카앙!
높이 들어 올린 검이 방배덕의 두 팔을 위로 쳐내며 돌진을 막았다.
까가강!
연이어 그녀를 붙잡고자 덮쳐드는 손길.
그 팔을 감싼 팔뚝보호대를 연달아 받아쳐 튕겨낸 해응응.
그녀는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시간을 끌면 점점 더 위험해질 거예요.’
한 번 지배당한 몸은 약물에 의해서든 각인에 의해서든 점점 소모되고 변형된다.
그러다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서게 된다면, 풀려나더라도 전신이 박살나거나 멀쩡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정면에서 모든 공격을 받아쳐야 해요.’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을 노리지 못하게.
리빙아머가 다른 수작을 부릴 시간을 주지 않게.
까가강!
까가가가강!
세 번의 칼질이 부족하다면 다섯 번의 칼질로.
다섯 번의 칼질이 부족하다면 일곱 번으로.
방배덕의 메이스를 가뿐히 피하며 거듭 팔목보호대를 노리는 해응응.
‘나름 튼튼한 갑옷이지만 결국은 거미줄을 실로 뽑아내어 만든 천갑옷에 불과해요.’
금속이 천을 베지 못할 리 없다.
같은 부위만을 거듭 노리는 해응응의 반격에 끝내 방배덕의 팔목보호대가 박살났다.
“돌아왔다! 팔을 움직일 수 있어!”
리빙아머에 지배당하는 부위가 줄어들자 뒤는 더욱 쉬워졌다.
연이은 부위파괴로 손쉽게 등뒤를 잡아 갑옷의 코어를 파괴할 수 있었다.
[니나. 나나세. 그간의 수련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시간이에요. 패링에 이은 부위파괴. 할 수 있나요?]두 사람이 밝은 얼굴로 안전지대 밖에 나섰다.
“물론이죠!”
“질릴 정도로 연습한 것이에요.”
해응응의 용맹함은 두 사람뿐만 아니라 신성곽과 안전요원들의 가슴에도 불을 지폈다.
“우리도 뒤처질 수는 없지. 가세하세.”
“예, 어르신!”
기세를 되찾은 해남파 공략대가 태백길드 공략대와 접전을 벌였다.
“큭, 이 자식들 힘이 장난이 아니야!”
“원래부터 강한 놈들이 리빙아머의 힘까지 받아서 그래!”
“이걸 어떻게 패링을 하는 거지? 한 번만 검을 맞부딪혀도 손이 울리는데!”
묵언검객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그 체구는 자신들보다 크지 않았다.
힘에서 그녀보다 뒤처질 리가 없다는 뜻이다.
“잘 기억해요! 패링이라고 하셨잖아요.”
“기술로 받아치는 것이에요.”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하게 공격을 받아치는
반격기의 꽃이라 불리는 패링.
그 간판기술을 해응응은 자연스레 펼쳐냈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거듭되는 패링 속에 경직에 당하지 않고
피해를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 넘겼다.
“역시 묵언검객은 스트리머 이전에 각성자야. 따라할 엄두도 안 나는 엄청난 실력자였어.”
“감탄만 하고 있지 마! 공략대장 방배덕만큼은 아니어도 전부 강한 놈들이다!”
쾅!
“으윽. 손목이…!”
“뭘 멍하니 서있어! 피해!”
상대하던 태백길드 공략대원이 당황할 정도로 수세에 몰린 안전요원.
무리해서 참전했다가 죽을 위기에 처한 요원의 뒤로 묵직한 경고가 들렸다.
“고개 숙여라. 머리 날아간다.”
“!!”
쿵!
총탄처럼 빠르게 발사된 벽이 리빙아머를 멀리 쳐내며 시간을 벌었다.
“부상자는 물러나서 부상을 수습해라.”
“하지만 적의 숫자가..”
“섣불리 당하면 리빙아머에 조종당하는 인질만 늘어난다. 너희는 버티기만 해라.”
해응응이 보기 좋게 선수를 친 덕분에 해남파 공략대의 사기는 높았다.
살날이 창창한 젊은이들도 제 목숨 아까운줄 모르고 분전하는 모습에 신성곽도 오래도록 잊어왔던 기분을 다시금 느꼈다.
피가 끓어오르는 혈기와 그에 몸을 맡기는 짐승과도 같은 싸움.
“늙으면 이런 게 안 좋아. 젊었을 땐 어떻게 그리 날뛰었는지 믿기지가 않단 말이지.”
어깨 위로 오라가 피어날 정도로 대량의 마력을 일으키는 신성곽.
해응응과 만나기 전이었다면 마력병의 증세를 급속도로 악화시키는 미친 짓일 뿐이라며 발휘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기술.
“길은 내가 열어주마. 올라갈 수 있겠나?”
끄덕.
무리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처럼 터무니없는 요구에도 고개를 끄덕이는 해응응.
그 당당한 뒷모습을 바라보는 신성곽의 얼굴에서 미소가 짙어졌다.
두두두두두!
다연장 로켓포처럼 연달아 벽을 사출하며
실로 빚어낸 신전같은 공방이 펼쳐진
위로 향하는 길을 만든 신성곽.
“이런, 그쪽으로 간다!”
“계단을 지켜!”
벌집을 건드린 것처럼 리빙아머들이 일제히 계단을 향해 뛰어올랐다.
“누가 곱게”
“보내준다고 했나요?”
그런 리빙아머들의 앞으로 마주 뛰어오른
니나와 나나세.
니나의 양손에서 펼쳐진 거대한 얼음의 손이
리빙아머들을 양손에 네댓명씩 움켜쥐며
벡터조작을 따라 지상으로 급강하했다.
쾅 쾅
내리꽂히는 주먹을 따라 추락한 리빙아머들.
그 견제를 뚫고 올라선 이들 중 하나가
계단의 중턱을 손으로 짚었다.
“이 괴물갑옷이, 내 능력을 해석했…?!”
콰과광
요란한 폭발과 함께 무너진 계단.
자욱히 밀려오는 매캐한 연기를
피풍의를 앞세우며 거침없이 파고든 해응응.
마치 수십 인의 궁수대가 일제사격을 퍼붓듯이
연기 너머로 쏘아지는 마력화살을
눈과 귀가 아닌 기감으로 인지한 해응응.
그녀의 발이 정면이 아닌 측면을 딛고
계단에서 떨어진 허공으로 미끄러지듯이 피했다.
정면으로 돌파하든
제자리에 멈춰서든
위로 뛰어오르든
셋중의 하나에 걸리리라 예상했던 리빙아머들.
그들의 허를 완벽히 찌른 동선.
‘각성자를 조종하여 능력마저 다룬다. 조금은 놀랐지만 그뿐이에요.’
능력의 구조를 해석할 수는 있어도
인체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일개 몬스터에게
사각으로 물러선 해응응은
마치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유령처럼
두 눈으로 포착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불가해한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리빙아머들이 헤매는 사이.
그들의 시야 바깥에서 휘두른 채찍이 공방건물의 장식을 휘어 감았다.
채찍을 당기는 힘에 점핑레빗의 시련을 앞두고 펼쳤던 수직상승의 기예를 더하니.
탁.
거미줄의 공방.
게이트의 진정한 보스, 아라크네의 공간에 마침내 해응응이 도착했다.
‘거미라. 저와는 인연이 깊은 동물이군요.’
해응응은 자신이 있었다.
그녀가 동물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그녀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축복】
[동물친구] : 모든 동물계 생물과 친구가 될 확률이 대폭 상승합니다.하등한 미물이 아닌
대등한 눈높이에서 눈을 마주하는 생명체로서
아라크네의 앞에 선 해응응.
그 자태를 마주하며
천상의 조각상처럼 도도함을 유지하던
영원토록 변치 않을 것만 같던 아라크네의 고운 얼굴에 변화가 일어났다.
“너는…….”
“?”
“아름답구나.”
베틀을 돌리던 아라크네의 다리가
작업을 멈추고는
해응응을 향해 다가왔다.
‘악수라도 하자는 걸까요?’
[경고. 경고. 당신의 매력이 너무 높습니다.] [축복 동물친구의 힘이 통하지 않습니다.]“올림포스의 여신. 그 위선적이고도 잔혹한 악신들에 비견될 정도로.”
검을 거두고 손을 내밀기도 잠시.
영문 모를 알림창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해응응.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쾅!
낫처럼 휘둘러진 아라크네의 다리.
그 너머로 붉은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너 같은 미녀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싫어.”
상성을 따지자면 명백한 불호에 가까운
좋지 못한 관계.
그마저도 끝이 아니었다.
“심지어 너는 그녀도 닮았지.”
아라크네의 다리를 검으로 쳐낸 해응응.
그녀의 위로 다른 다리들이 연달아 덮쳐들었다.
쾅쾅쾅!
리빙아머들과 달리 완벽하게 쳐내지 못해 검에 떨림이 남을 정도로 강대한 공격.
검붉은 색으로 물든 경고문이 아라크네의 다리들 너머로 펼쳐졌다.
“기술과 전쟁의 여신, 아테나. 날 저주하여 괴물로 만든, 칼질에는 도가 튼 여신. 세상에서 첫 번째로 싫어하는 악신을.”
아라크네에게 해응응이라는 인간은 친구가 될 수 없는 순위 1위.
불호를 넘어선 극한의 역상성.
최악의 상성을 지닌 상극 그 자체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