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19)
〈 119화 〉 119 도도한 아라크네
* * *
6.
마인드리딩.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니고도 정작 속을 엿볼 수 없는 고등급 각성자이자 협회의 권력자들을 상사로 두었던 민우성.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권력자의 진의를 판단하는 재주를 길러야만 했다.
‘하루 이틀 해왔던 짓이 아니지.’
마인드리딩과는 별개로 그의 노력만으로 길러진 통찰이 번뜩였다.
‘저건 하기 싫은 일을 할 때의 망설임이야. 그렇다는 건 해응응님은 저 괴물을 살릴 이유를 찾고 싶은 거야.’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공략대에서 사상자가 나왔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카메라맨들의 카메라도 돌아가고 있다.
영상검열에 입단속도 해야 한다.
하나라도 영상자료가 새어나간다면.
괴물을 죽이지 않는 행동은
인류를 배신하는 행동으로 비춰질 테니까.
‘어디에도 보고할 수 없고, 보고해서도 안 되는 위험한 짓인 건 알아.’
국가안보국도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
해응응이 그런 위험한 선택을 저지르면
귀환자와 몬스터가 힘을 합쳐서
인류를 안팎에서 침범하는
끔찍한 미래를 가정하고도 남을 작자들이다.
민우성도 그런 미래는 두려웠다.
‘하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해.’
그간 옆에서 지켜본 해응응은
귀환자 특유의 비상식적인 힘을 지녔으면서도
현대의 상식이나
세속적인 도덕심 같은
그녀의 폭력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고 미약한 선들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내 눈이 잘못된 거라면 저 정신 나간 심리학자보다 더한 트롤짓을 하는 꼴이지만.’
반대로 그 눈이 정확하다면.
이번 기회.
확실하게 점수를 딸 수 있다.
당신은 훌륭한 충신이에요.
점핑레빗은 우지우씨에게 인수인계하고 앞으로는 인사과를 맡아주세요.
물론 아영이가 게임을 하자고 협박해도 당신은 귀중하고 바쁜 사람이니까 그러면 안 된다고 엄히 경고해둘게요.
점수만 따면 점핑레빗에서 해방될 수 있다.
빌어먹을 만렙토끼가 되기 위한 여정도, 100개나 되는 도전과제와 씨름하는 시간도 전부 끝이다.
그런 행복한 미래를 위해 민우성은 용기를 내어 심리치료사의 소견을 보강했다.
“아라크네는 신과의 대결에서 최초로 승리한 인간이지만 그 유능함과 오만한 성격이 신의 미움을 사서 저주를 받았습니다.”
“!”
“아마 심리치료사가 한 말도 그런 부분을 해석하려는 시도였을 겁니다.”
한 번만 더 실수하면 차라리 내 손으로 죽인다.
민우성이 품에서 슬며시 권총을 꺼내보이자 심리치료사가 사색이 되었다.
“르상티망은 간단한 개념이에요! 자신이 강해지기는 어려우니 약자가 힘없이 당하는 이유를 자신이 착하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거예요!!”
[그게 아라크네랑 무슨 상관이죠?]“아라크네는 대결에서 이긴 승자여도 신의 폭력 앞에는 패배한 패자에요. 그러니 선한 패배자인 자신은 무엇을 해도 옳다고 생각하죠.”
교과서적인 이야기였고
교과서적인 비극이었다.
그제야 해응응도 심리치료사가 말하고자하는 바를 깨달았다.
[그만하면 됐어요.]심리치료사의 이야기는 헛되지 않았다.
민우성은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을 주었다.
[우성씨, 저분 데리고 물러나세요.]이해하고 싶어도 알 수 없었던 괴물.
그 실체가 이제는 해응응의 눈에도 보였다.
해응응은 검을 집어넣었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어요.’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7.
아라크네는 분노를 드러냈다.
“너도 날 노예이자 패배자라고 부를 셈이냐?”
[그렇지 않아요.]더 이상의 싸움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해응응은 그녀의 분노에 분노로 답하지 않았다.
[당신은 제게서 원수의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죠.] [저는 당신에게서 제 과거를 보았어요.]아라크네의 다리가 거칠게 내리 찍혔다.
흔들리는 거미줄의 지면 위.
해응응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원수가 있었죠. 제게서 모든 것을 빼앗으면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으리라 여겼던 인간계의 지배자였어요.] [그의 저주로 영혼에 새겨졌던 세뇌는 오래도록 제게 많은 제약을 만들었어요.]한 달에 한 번, 왕이 정한 무사와 검술대결을 벌여 패배할 때마다 궁궐에서 입는 옷의 하의기장을 한 치(3cm)씩 줄인다.
왕과의 내기에서 패배할 때마다 왕을 향한 복종심이 늘어난다.
왕의 연회에서 만족스러운 춤과 연주를 보이지 못할 시, 연회가 끝날 때까지 가구가 되어 모든 굴욕을 감내한다.
그밖에도 그녀의 몸과 마음을
천천히 무너뜨리기 위해 고안된
황제의 악의어린 세뇌들.
[저를 향한 수치는 참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제 사문, 제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가족과도 같던 사람들의 죽음은 용서할 수 없었죠.]해응응의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린 아라크네의 다리가 그대로 멈추었다.
[그런 제 원한을 이용했던 사람들도 있었어요. 혈강시의 각인을 찍어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여 그전까지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게 했죠.] [솔직히 기뻤어요. 혈강시의 힘이라면 제가 이루지 못했던 복수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혈교의 각인.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풀려날 수 있는 힘.
그녀는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원해서 받아들인 힘이었으니까.
복수를 위해 필요한 도구라고 여겼으니까.
[제게 힘을 준 혈교를 위해 그들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을 죽이는 일도 기꺼이 받아들였어요.] [선을 넘어 제 몸을 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런 이들도 몇 번 해치우다보니 더는 엄한 짓을 하는 사람도 없어졌죠.] [하지만 어느 날, 멸문한 사문의 또 다른 생존자를 만나고 말았어요.]그립고도 그립던.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 여겼던 사람과의 재회.
기뻐해야 마땅했다.
손을 마주잡고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그러나 혈교 교주는 말했다.
사문을 버리고 달아난 배신자를 용서할 셈이냐?
그는 너와 달리 사문의 곁에 있었다.
그런데도 사문을 지키지 못하고 홀로 살아남았다면 배신자가 아니고서야 가능한 일인가!
배신자를 처단해라.
그 한 마디에 반가운 재회는 끝났다.
배신자를 향한 처단만이 남았을 뿐.
깨어나라, 해응응. 너를 믿는다. 너는…. 이런 짓을 할 아이가 아니야.
품안으로 향하는 손.
공격이라도 당할까봐 급해진 마음.
반사적으로 던진 암기가 급소를 관통해도
그는 그저 천천히
그녀의 용모파기를 그린 수배서 뭉치를 들고
발품을 팔아 수소문을 해가며
해남에서 감축에 이르는 먼 길을 올라
사문에 갓 입적한 그녀가 우울해할 때마다
뭍에서 사와 그녀에게 물려주고는 했던
싸구려 당과를 감싼 종이를 꺼냈다.
당과의 달달함은… 마음이 괴로운 사람에게 더욱 절실하단다… 쓴 맛을 아는 이만이… 더욱 단 맛을 원하는 것처럼…….
슬픈 일이 있을 때에는… 당과를 먹거라… 그리하면 초심을, 쿨럭, 되찾을 수, 있으니….
이걸 먹으면 슬픈 일은 사라질 거라는
약관도 안 된 아이나 달랠법한 거짓말.
너무나도 오래 잊고 지내던 거짓말이었다.
안돼요.
죽지 말아요.
제가 잘못했어요.
울면서 매달리고
손을 깨물어 피로 글을 새기니
그제야 죽어가던 사문의 어르신도 미소 지었다.
이제야… 내가 알던 그 아이와 재회했구나. 잘 자라주었어. 실로 잘 자라주었어…….
그녀를 만나겠다는 일심 하나로
신발의 밑창이 터지도록 걷고 또 걸으며
그 고운 피부가 상하도록 고생해가며 찾아온
그런 사문의 어르신을 제 손으로 죽이는
기사멸조????의 대죄를 범한 해응응.
네가 나쁜 것이 아니다.
그가 나빴던 것도 아니다.
나쁜 것은 너희를 이런 비극으로 몰아넣은 무림맹과 황실이 아니더냐.
그제야 해응응의 눈이 트였다.
그녀는 복수를 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복수로 그녀의 눈을 멀게 만들고
스스로 혈교의 각인을 받아들이게 만들며
그녀를 혈교의 꼭두각시로 삼았던
혈교 교주 혈목린.
그의 교활한 속삭임에 넘어가고 말았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쌓아온 경험으로 판단하지 않고
사문에서의 인연을 신뢰하지 않아
이런 비극을 맞이하고 말았다.
복수와 원한으로 점철된 긴 꿈은
그제야 끝을 맞이했다.
[복수도 원한도 포기하지는 않았어요.] [더는 그 칼자루를 남에게 빼앗기지 않게 된 것이죠.]칼은 누군가가 손에 들려주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속에 품는 것.
[그 사실을 깨달았기에 저는 강해졌어요.] [더는 실수하지도 않게 되었죠.]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도록.]그런 과거를 지닌 그녀이기에
그런 과거를 극복한 그녀이기에
아라크네를 향해 손을 내밀 수 있었다.
[제 과거가 당신의 과거와 완전히 같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참고가 될 수는 있겠죠.]해응응의 두 눈에 비치는 아라크네는
공포의 대상도
증오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저 한없이 커다란 괴물의 몸에 갇힌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일 뿐.
[예전의 제가 혈강시의 각인에 갇혔다면, 지금의 당신은 괴물의 몸에 갇혀있죠.]“다 안다는 듯이 지껄이지 마. 네게는 혈강시의 각인이 없더라도 다른 힘이 있었지만, 내게는 괴물의 육신조차 없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
[당신은 신과의 대결에서도 이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신을 이긴 인간이라고 들었어요.]“전부 부질없는 기술이었어. 그딴 건 신의 변덕과 폭력 앞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고!”
[노력했겠지요.]아라크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오랜 시간.] [상상도 할 수 없는 긴 세월동안.] [많은 쾌락과 자유를 포기해가면서.] [오직 일념으로.] [세계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을 거예요.]직물을 짜는 베틀기술과
검을 다루는 기술이 다를지라도
최고를 향한 노력이 얼마나 가혹한지.
그 정도는
부족함 많은 해응응이라도 알 수 있었다.
[증명하고 싶었겠죠.]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고.] [인정받길 원했을 거예요.] [온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나아가 세계의 그 어떤 지배자를 상대로도.]당신이 최강이라고.
세계의 정점이라고.
그저 그것만을 인정받고 싶었을 뿐인 순수.
[당신은 이미 인정받았어요.]“내가… 인정받았다고?”
[몇 번이고 들었잖아요. 최초로 신을 이긴 인간. 당신은 인정받고 있었어요. 그 사실을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그 모든 노력은
당신의 싸움은
[결코 헛되지는 않았던 거예요.]해응응의 진실된 위로에
아라크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