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2)
〈 12화 〉 12 제 패배에요. 지상에서는.
* * *
1.
시체처럼 물 위를 떠다니다가 벌떡 일어나서 덮치는 매복병.
잔뜩 불어터진 몸으로 무작정 달려드는 자폭병.
바위 위에서 녹색의 액체를 토해내며 지면을 녹이는 원거리병.
‘확실히 혈귀들을 상대할 때보다는 어렵네요.’
생체가스로 인해 호흡이 제약받고.
숨을 쉬기 위해 이동경로에 제한이 생긴다.
특히나 그녀는 호흡에 약했다.
【금제】
[저조한 폐활량] 당신의 노력성 폐활량Forced vital capacity(FVC)은 3.5L를 넘을 수 없다. 이는 폐질환환자의 폐활량을 의미한다.한때의 치기.
어차피 내 몸도 아닌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런 안일함이 자처한 제약.
산소가 떨어지면 몸의 운동능력이 감소하고.
사고력 또한 급격히 저하된다.
지금의 몸으로 그녀가 참을 수 있는 숨은
길어봤자 40초 남짓.
격한 움직임 속에서 그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안전범위 내라면 20초. 최악의 경우라도 절대로 생체가스 속에서 30초 이상의 시간을 끌려서는 안 돼요.’
정석적인 수귀소탕법.
이 또한 혈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줄지어 나타나는 수귀들.
그들을 한 마리씩 유인해서.
피독주가 해독할 수 있는 수준의 가스만을 만들어 자동적으로 해독한다.
[썩은 생선]고양이 앞의 개박하처럼 즉효성이 뛰어난
수귀들이 눈 뒤집고 환장하며 달려드는
유인용 공략아이템.
썩은 생선만 있다면 속도는 느려도 착실하게 유인사살을 반복할 수 있다.
수귀 무리에 홀로 뛰어 들어서
호흡을 참으면서
적을 모조리 죽이고 빠져나오는
학살자의 방식은 결코 정석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검술과 보법.
튜토리얼 필드를 좌우한 것이 두 가지였다면.
이번에 중요시되는 요소는
호흡법과 간합재기.
한 번의 호흡만 잘못 되어도.
한 번의 간합계산만 잘못 되어도.
생체가스의 독성이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와 시발 자폭병 떴다!!
뉴비분쇄기 on
헐 저거 매복병 세 마리 전부 엘리트 아님?
난이도 미친 거 보소
수귀매복병 말고도 엘리트몹 개많음
난이도 미쳤네
직접 찾아가서 소탕을 하던 혈귀들과 달리.
수귀들은 폭발의 소리를 듣고 몰려들었다.
한 놈이 죽으면 세 놈이 몰려들고.
세 놈이 죽으면 아홉이 몰려드는.
맵 전체의 모든 수귀가 몰려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물량공세.
가혹할 정도로 불리한 역경이지만.
모든 요소가 그녀에게 적대적인 건 아니다.
‘자리가 좋아요. 여기서 끝장을 보죠.’
바람을 등진 둔덕 위.
수귀를 죽여도 가스는 금방 밀려난다.
바람이 돕는 절호의 기회.
스칵! 쿵
목을 잃고 허우적거리며 떨어지는 시체.
뒤늦게 자욱한 가스가 일어나지만.
둔덕 저 아래에서 이는 연기는 순풍에 밀려 순식간에 사라졌다.
둔덕을 오르는 족족 목을 잃고 나가떨어지는 수귀들.
와 ㅁㅊ 갑옷병이다!!
수귀가 갑옷병도 있었음?
제작사 오피셜 등장률 0.1%에 난이도 오를 때마다 확률이 상승한다고 했음
튼튼한 전신갑옷에 보호받는 수귀.
칼 하나 들어갈 구석도 없는 무식한 모습.
반요곡을 플레이해본 플레이어들은 트라우마에 비명부터 질렀다.
끼에에에엑!!!
수귀갑옷병!! 수귀갑옷병!!!!
칼도안돼창도안돼망치도안돼절대안뚫려
쟤 정도면 거의 중간보스 아니냐?
아니 ㅋㅋㅋ 윗놈들 왜 저럼
당해본 사람만 알지 수귀갑옷병의 ㅈ같음은
보통 플레이어는 갑옷수귀와 조우하면 도주하고
도주에 실패하면 목숨 하나를 포기했다.
공격은 갑옷에 전부 막히는데
무작정 달려든 갑옷수귀는 플레이어를 끌어안고
강제로 중독 시키거나 물에 익사를 시킨다.
당해낼 도리가 없는
근접전 무적의 방어력을 바탕으로 우악스레 달려들고
한 번 붙잡히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니
그 악명이 자자할 수밖에 없다.
읭? 방장 칼 내려놓는데?
?
창 루팅 무엇?
해응응은 무모하게 칼을 휘두르거나
그대로 도망치는 대신
죽은 수귀의 창을 집어 어깨 위로 끌어당겼다.
파아앙!
전장을 가로지르는 투창.
25m의 거리에서 머리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뇌진탕이 온 것처럼 비틀거리는 수귀갑옷병.
끝내 균형을 가누지 못한 채 뒤로 쓰러졌다.
쿵 쿵 쿵!
굴러 떨어지는 수귀갑옷병에 치인 다른 수귀들.
졸지에 대여섯 마리의 수귀들이 펑펑 터졌다.
와 갑옷병은 투창으로 잡는 거였어?
아니 시발 이걸 몰랐네
뉴비한테 공략법을 배우는 10년차 플레이어들
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 실력이면 정상급 피지컬 스트리머들도 배워야지ㅅㅂ
큰 고비를 넘기며 숨통이 트인 전장.
그 여유를 누리기도 전에.
먼발치에서 먼지구름과 진동이 일기 시작했다.
와 산 넘어 산이네
몇 마리야 저게 다?
구덩이에 매복한 수귀들 다 몰려오네 ㅋㅋㅋ
맵 전체에 있는 수귀들 전부 애드됨ㄷㄷ
야 이거 반대편에서도 온다 ㅈ됨
영리한 대처는 단기전의 우위를 가져왔지만
큰 소음이 문제가 됐던 걸까.
족히 백 마리가 넘는 수귀들이 쏟아져 나온다.
거기에 더해 겹친 악재.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어요.’
순풍은 이제 역풍이 되었다.
저 아래에서 생긴 생체가스가 둔덕 위로 온다.
고지의 이점은 역전되고
심지어 반대편에서도 포위망이 좁혀든다.
마치 산 위에 진채를 꾸린 마속처럼 위기를 자처한 형국.
지금까지 묵언검객mk1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묵언공 어찌하여 목만 돌아오셨소
이건 죽었네
와 죽었다 깨어나도 이건 무리다
그나마 뒤에서 몰려오는 애들 수가 적은데
13남자 묵언검객은 뒤 같은 거 모른다
와 진짜 직진 박네
익사체 백 명이 몰려오는 전방에 제 발로 달려간다고? 이거 완전 장군감 아니냐
모두가 끝이라고 단언하는 최후의 돌격.
꺼지기 직전의 촛불이 가장 크게 타오르는
회광반조와도 같은 분투로 여겼다.
지금 몇 마리 잡음?
27마리
28마리임
29마리인데?
아니 왜 자꾸 느냐고 ㅋㅋ
나무판자를 방패삼아 앞세운 수귀의 견고한 방어태세를 발목을 찔러 무너뜨리고
뺏어든 판자로 방패병을 자폭병에게 밀쳐 동귀어진 시키며
세 방향에서 날아드는 창을 동시에 받아내며 얽히게 만든 뒤, 재차 뽑아든 검으로 발목을 모조리 날린다.
발이 멈추질 않네
1인칭으로 보다가 무서워서 3인칭으로 바꿈
ㄹㅇ 창이 막 날아들고 뒤에서 시체 터지는데 이 사람 앞만 보고 계속 달림
무섭기 전에 어지러워 ㅅㅂ
하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묵언검객의 1인칭
반요곡 하드모드 클리어 경험자인데요
고수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묵언검객의 1인칭
이집 피드백 빠르네
거대하게 불어난 수귀들의 덩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165cm의 체구.
체형의 이점을 살려 더욱 안으로 파고들자
수귀들의 공격은 그녀를 노리지 못하는 반면
그녀의 맹공은 전후좌우 사방팔방을 휩쓸며
피보라와 생체가스를 몰고 다녔다.
‘가스가 퍼지는 속도보다 더욱 빠르게,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 해요.’
수귀 자폭병 5마리의 대폭발 연계.
이단가속에 의한 정면돌파로 피하기까지 7초.
수귀 원거리병 6마리의 투창폭격.
수귀방패병을 벽 삼아 접근하기까지 14초.
수귀창병 7마리의 집단돌격.
수귀자폭병을 터뜨려 몰살시키기까지 17초.
‘최악이군요. 지형마저 진창이 되다니.’
육중한 수귀들의 체중과 연이은 폭발로 인해
통째로 들어 엎어진 지형.
걸음마다 발목이 잠기는 위기 속에 돌파에 소요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20초.
25초.
24초.
28초.
‘어지러워요.’
줄어드는 여유.
가빠지는 호흡.
점점 한계로 내몰리는 신체.
‘언제 이렇게까지 간격이 좁아졌죠?’
두 눈 가득 펼쳐졌던 활로는
어느덧 실선처럼 가느다랗게 좁혀졌다.
‘솔직히 얕보고 있었네요. 단순한 잡졸이라고 여긴 건 적잖은 오산이었어요.’
스킬이 있었다면 광역기를 사용해 다수의 적을 손쉽게 상대하거나.
이동기를 사용해 운신이 보다 자유롭고.
탈출기를 사용해서 포위된 진형에서 빠르게 이탈할 수도 있었다.
어떤 스킬도 없이.
최고난이도 모드에서.
시스템 보정을 하나도 지니지 않은 몸으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 그 자체.
그녀 자신도 인정했다.
이번만큼은 자신이 객기를 부렸다고.
‘인정하죠. 잡몹도 튜토리얼에 비해 훨씬 까다로워졌어요.’
그저 동시에 몰려오는 것만이 아닌
같은 병종끼리 뭉친 합공.
다른 병종이 섞여 만들어내는 시너지효과.
난이도 상승이 부쩍 체감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래도 악착같이 수귀들을 베어 넘기며 끝내 길을 뚫은 해응응.
수귀무리를 돌파한 그녀의 앞에 펼쳐진
망망대해와도 같은 붉은 강.
적진돌파 끝에 강을 마주친 그녀는
배수의 진을 친 형세가 되었다.
바람도 그쳐 곳곳에 고인 생체가스들.
저 적진 사이를 넘나들며
다시 한 번 반대편까지 돌파를 해내는 건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여기까지군요.’
등 뒤에는 강.
앞으로는 수귀들.
‘제 패배에요.’
옆으로는 강변둔치에 처박힌 나무판자나 강변에 떠내려 온 인간의 뼈, 그 밖의 수많은 쓰레기들.
‘지상에서는.’
그 사이에서 아직 형체를 유지하는.
한 척의 낡은 나룻배.
쿵━
━촤아악
강변으로 거세게 밀친 나룻배.
그 위로 표홀하게 뛰어오른 해응응.
육지를 바라보는 눈에 아직 힘이 실렸다.
‘하지만 선상전투라면 어떨까요.’
멍청하니 그녀를 바라보는 수십 마리의 수귀들.
그들을 향해 까닥거리는 손가락.
대담한 도발.
마치 광역도발스킬이라도 쓴 것처럼
미친 듯이 내려가는 채팅창의 채팅로그.
뒤이어 어딘지 모르게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수귀들이 일제히 강에 뛰어들었다.
이걸 강으로 간다고?
묵언검객님 포켓몬스터 안 해본 듯. 수귀들 이름부터 대놓고 수속성인데 이걸 물에 가네
수귀놈들 물속에서 개빨라지지 않나?
ㅈㅈㅆ
ㅈㅈㅆ가 뭐임
졌잘싸
질질싸
ㅜㅑ
ㅇㅈ졌지만 잘 싸웠다
초회차 기본스펙에 공략아이템도 스킬도 혈통도 없이 수귀 86킬이면 충분히 쌉레전드지
시즌 17호 지금까지 묵언검객 mk1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쓴다. 이번엔 진짜 죽냐?
수귀 86마리를 단독으로 해치운 지상전.
학살 수준의 대활약에 이은
수귀소탕 2차전.
그 무대는 지상이 아닌 낡은 나룻배 위.
2평 남짓한 협소한 배를 영역 삼아
강 속을 누비는 수귀들과 선상전에 돌입한다.
남은 수귀는 64마리.
지켜보는 시청자는 3300명.
64마리와 3300명 중 어느 누구도 그녀의 생존을 믿지 않는 가운데.
오직 해응응만이 아는 사실이 한 가지.
검을 쥔 자세도, 배 위에 선 자세도.
확연히 달라진 채로 그녀는 눈을 감고 웃었다.
‘이 흔들림. 배 위에 선 감각. 모든 게 정말 오랜만이에요.’
묵언검객이라는 이름 뒤에 존재하는
플레이어 해응응.
그녀는 섬과 바다를 앞마당으로 삼은
해남파를 사문으로 둔 검객.
해상전은.
수귀들뿐만 아니라.
그녀에게도 가장 자신 있는 전투.
“키야악!”
“키약!”
뭍에서와 달리 맹렬한 속도로 물속을 질주하는 수귀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자재로 날뛰는 수귀들에 비해, 그녀는 가벼운 풍랑에도 흔들리는 나룻배 위.
이 조건.
이 환경에서라면.
수귀는 강해지고, 그녀는 약해진다.
괴물이라도 손쉽게 알 수 있는 사실에 자신감 넘치게 수면을 박차 오르며 덮쳐드는 수귀들.
그 착각으로부터.
잘못된 판단으로부터.
수많은 수귀들을 강 아래에 가라앉힐 수귀소탕 2차전, 선상전투가 시작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