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22)
〈 122화 〉 122 언니가 사라져버리면 어떡해요
* * *
1.
해남파 공략대는 곧바로 바깥으로 복귀하지 않고 약간의 뜸을 들였다.
“더 많은 시간을 주면 저들은 더 큰 실수를 할 걸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실수를.”
신성곽은 아산길드가 벌일 짓을 내다보았고, 결과는 예상 그대로였다.
아산길드는 다른 공략대가 모두 전멸한 것처럼 행세하고, 자신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연기하며 애도를 표했다.
“절대 그 꼴을 두고 봐서는 안 되지. 방배덕. 태백길드의 힘도 동원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선배님. 해남파 덕분에 목숨을 건졌으니 빚은 갚아야죠. 그 빚이 없더라도 저 망할 새끼들을 가만 둘 수도 없고 말입니다.”
태백길드 공략대장 방배덕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본래라면 그는 부하들의 인명사고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한 위기에 처했지만, 아산길드의 대형사고가 구명줄을 내려줬다.
“우리 쪽 사상자는 전부 아산길드에서 비롯된 거다. 그래야 나도 무사하고, 너희도 실패한 공략대 소리를 듣지 않아. 알겠냐?”
“명심하겠습니다, 대장님!”
“대장님. 실종자는 어떻게 합니까?”
방배덕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신도철.
갖은 똥폼만 다 잡다가 혼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녀석이었다.
‘이 새낀 도대체 어디서 뭘 하다 사라진 거야? 뒈지기라도 했나?’
냉장고를 닫고 왔는지
에어컨과 난방은 제대로 껐는지
미친 치와와를 개집에 잘 가두고 왔는지
생각하면 더 신경 쓰이는 것들처럼
찝찝함을 감출 수가 없는 신도철의 실종.
“무시해. 그딴 새끼 어찌됐든 알 게 뭐야.”
방배덕은 그냥 그를 없던 사람으로 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남파는 태백길드의 힘까지 빌려 폭로전에 돌입했고 그 여파는 아산길드 길드장 윤아산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돌아갔다.
2.
“광고 42건 전부 아웃됐습니다.”
“아산엔터 소속 연예인들의 모든 드라마 및 영화 퇴출이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지상파 3사와 공중파 7사 모두 유은호의 출연을 거부했습니다.”
윤아산이 헛웃음을 지었다.
“하루도 안 지났어. 이제 딱 한 시간 지났는데 개박살이 났다고. 너, 아까 뭐라고 했어?”
“죄송합니다.”
“알아서 다 처리했다. 손 놓고 구경만 하면 된다. 그러지 않았니? 그거 앞으로는 돌볼 회사가 다 망할 테니 손 놓고 구경하라는 말이지?”
십대길드 중 하나로 연예계에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아산길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아산길드를 일으킨 이래로 단 한 번도 겪지 못한 엄청난 위기였다.
“정지수. 널 얼마나 믿어줬는데. 얼마나 키워줬는데. 길드의 2인자로까지 올려줬잖아.”
“면목 없습니다.”
“이거야? 그 모든 믿음에 대한 보답이 겨우 이거였어? 이거였냐고 묻고 있잖아!”
윤아산의 외침을 따라 실내의 모든 진열장 유리가, 책상유리판이, 천장의 샹들리에가 퍽 소리를 내며 깨졌다.
정지수는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샹들리에 파편을 피하지 않고 모두 맞았다.
투두둑
파편에 베인 이마에서 피가 뚝뚝 흘러도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던전특공대 촬영진에서 사상자가 나왔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그녀의 능력으로도 덮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몇 년을 같이 지냈더라?”
한바탕 화를 내자 기분이 풀린 것처럼 부쩍 상냥해진 윤아산의 목소리.
정지수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19년입니다.”
“예전엔 참 힘들었어. 진흙탕에서 군인들 군홧발에 머리 밟혀가면서 마석 줍고 다니고. 미친놈들한테 배빵도 당하고. 그치?”
“…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현역 시절에는 내가 널 도와줬고, 길드를 키우면서는 네가 날 도와줬지. 서로에게 의지하는 친자매처럼.”
“…….”
“그거 알아? 지금 니가 사는 집이 내가 사는 집보다 넓은 거.”
정지수의 얼굴에 놀람의 기색이 어렸다.
“강남에 번듯한 집 한 채 갖고 싶다며. 친자매처럼 아끼는 네 소원이 그렇다는데 어쩌겠어. 덕분에 내 집 팔고 돈 보태준 거야.”
윤아산은 자타공인 나쁜 년이지만, 적어도 정지수에게만큼은 나쁜 년이 아니고자 노력했다.
“네가 바라는 건 언제나 내가 바라는 것보다 우선시했어. 그 정도로 널 아꼈어.”
“죄송합니다. 정말로…… 크흑. 정말로, 죄송합니다.”
“190분.”
윤아산이 의자를 빙글 돌려 정지수를 등졌다.
“그 동안 챙길 수 있는 만큼 챙겨서 최대한 멀리 도망쳐. 기를 쓰고 찾아도 못 찾을 정도로.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도록.”
정지수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감사의 절을 올렸다.
자그락거리며 유리가 손바닥과 이마에 닿아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큰절을 올리고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길드사무소를 떠났다.
“정말 기다려주실 겁니까?”
“그래. 19년을 친자매처럼 아꼈어. 그런 지수한테 190분 정도는 줄 수 있잖아.”
“190분이 지나면 그때는…….”
“전부 떠넘겨. 모든 일은 정지수의 일탈이었고, 사직서 한 장 남기고 떠났다고. 협회에 뺏기면 그걸로 끝내.”
“저희가 먼저 잡으면…….”
“유서도 한 장 준비해야지.”
십대길드 중 하나인 아산길드를 이번 사건 하나로 풍비박살 낼 수는 없다.
길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19년의 우정도, 친자매처럼 아낀 동생도 버려야 한다.
그들은 더 이상 전장의 사선을 함께 넘나들던 전우가 아닌, 아산길드라는 거대한 세력의 길드장과 부길드장이 되었으니까.
“3시간 있다가 강태백한테 연락 넣어. 아산을 다 찢어도 얻을 게 없는 것보단 아산을 살리고 배를 채우는 게 낫다는 것쯤은 아는 인간이야.”
큰 출혈이 있겠지만 그래도 아산의 이름은 이어나갈 수 있다.
“해남파는 어쩌시겠습니까?”
“태백길드부터 넘긴 다음에 얘기해. 그리고… 부를 때까지 나가있어. 잠시만…… 혼자 있고 싶으니까.”
비서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윤아산은 허탈한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19년의 우정을 정리하기에 190분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3.
[하프타임 방영분 본 사람][8]묵언검객 뭔데 혼자 매드무비 또 찍냐?
ㄹㅇㅋㅋ
혼자 현실반요곡을 찍고 왔네
저런 대활약을 해놓고 소심하게 브이는 왜 한 거임 ㅅㅂ 앞으로 나와서 당당하게 브이해!!
와 해남파 공략대는 묵언검객 덕분에 살았네
진짜 영웅이다
근데 태백길드는 왜 안 돌아옴?
리빙아머에 잡아먹혀서 다 죽은 듯
위탁경쟁은 해남파 승리 확정이네
던전에서 있었던 일은 적당히 공개할 건 공개하고 감출 건 감추었다.
모두가 해응응 덕분에 살아났으니, 공략대의 생존자들은 그녀가 곤란해할만한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실제로도 방영본에는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담지 않고, 아라크네가 살았다는 사실도 감췄다.
‘약속을 지켰네요.’
니나와 나나세는 물론이고 하프타임 촬영진도 민감한 화제는 모두 비밀로 지켜주었다.
태백길드에서도 특별한 소란이 없는 걸로 미루어보아 방배덕과 그쪽 공략대원들도 침묵을 지키는 모양이었다.
“언니, 앞으로는 저 두고 가지 마세요. 제발요.”
[노력해볼게요.]“약속해요.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네?”
잠잠한 생존자들보다 걱정되는 쪽은 당장 허리춤에 매달린 주아영이었다.
“이번에는 길드장님이 심하셨습니다. 아영양도 언질이라도 주셨으면 이렇게까지 섭섭해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미안해요. 그땐 어쩔 수 없었어요.]“아영양도 이해는 할 겁니다. 그만큼 불안해서 이러는 거겠죠.”
해응응이 죽고 생긴 빈자리를 이제 막 각성자가 된 그녀가 대신하고자 했으니, 그 부담감이 얼마나 컸겠는가.
실제 장례식까지 치른 마당에 죽은 줄 알았던 언니가 살아 돌아오니 그 뒤로는 껌딱지처럼 들러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무림비망록이라면 금제로 의존증 하나는 확실하게 걸렸을 것 같네요.’
그렇다고 그게 싫은 건 아니다.
그녀만 해도 무수한 금제를 지닌 몸이 아닌가.
말도 못하는 그녀와 의사소통을 나누는 것이 불편할법도 하건만, 주아영은 단 한 번도 이에 불평한 적이 없었다.
그런 상냥한 아영이에게 금제 하나가 생겼다고 무어라 하는 짓은 사람 된 도리가 아니다.
[그래도 수련은 날마다 해야죠. 일어나세요.]“싫어요. 제가 수련하는 동안에 언니가 사라져버리면 어떡해요.”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아이네요.
한숨을 푹 내쉰 해응응.
그녀가 살며시 손을 모아 쥐고는.
쿵
“아아악! 정신나갈것같애!!”
[정신이 들었나요?]“너무 아파요!”
[아프라고 때린 거예요. 수련을 하세요.]“우우. 너무해.”
꿀밤으로 물리치료를 했다.
소경석은 내심 감탄했다.
‘말로만 듣던 얀데레 집착녀라도 되나 싶었는데, 저걸 꿀밤 하나로 제압하네.’
해응응에게 얀데레 짓을 하려면 적어도 그녀보다는 강해야 할 것 같다.
사실상 얀데레 면역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걱정이네요. 저도 언제까지 아영이의 곁에만 있을 수는 없는데.]수련하는 도중.
짬짬이 해응응을 돌아보는 주아영.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해응응의 필담에 소경석이 흠칫 놀랐다.
“또 자리를 비우시려는 겁니까?”
[앞으로는 종종 자리를 비울 수도 있어요.]아라크네를 게이트에 두고 왔으니 종종 찾아갈 필요가 있다.
회수마법진이 다시 발동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탁기를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허석도 준비해주세요.]“게이트에 또 들어가시려는 겁니까?”
해응응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멈칫하며 고민하던 소경석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계획, 조금만 미뤄주셨으면 합니다.”
“?”
“아영양의 걱정이 정말 컸습니다. 길드장님이 돌아가신 줄 알았을 땐 아산길드가 분명 수작을 부린 거라고 여기고 남겨주신 무공비급서를 익혀서 언젠가 복수하겠다며 다짐까지 했습니다.”
그런 굳은 결심이 해응응의 생환으로 풀렸으니, 반동으로 하루 종일 매달릴 기세로 따라다니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이었다.
“적어도 아영양이 안심할 수 있도록 달래준 뒤에 떠나셨으면 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영이가 안심할까요?]소경석은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영민한 그는 이내 한 가지 해결책을 떠올렸다.
“며칠만이라도 아영양과 밤에 같은 방에서 주무시는 건 어떻습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