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3)
〈 13화 〉 13 아직도 제게 보여줄 것이 남아있나요
* * *
1.
자신감 넘치게 수면을 박찬 수귀.
그 목이 일검에 떨어졌다.
“???”
“키약…?”
인간은 물 위에서 약해진다.
당연한 상식이 부정당하는 광경에 수귀들이 혼란에 빠졌다.
한 번은 요행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번째 수귀 또한 일검에 목이 떨어져나갔고, 수귀들은 비로소 깨달았다.
이 인간을 평범한 인간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상에서도 그녀를 얕본.
무지성으로 달려든 수많은 동족들이 쓸모를 다한 풍선처럼 터져나갔다.
쿵 쿵쿵
수귀들에게도 학습능력은 있다.
공격방향을 바꾸어 수상이 아닌 수중에서, 인간이 아닌 나룻배를 들이받는 수귀들.
요동치는 배 위에서는 흔들리는 몸을 가누기도 힘들 것이다.
그렇게 지레짐작한 수귀 하나가 또 다시 머리를 들이밀었다.
서걱
예외는 없었다.
발에 본드칠을 한 것처럼 안정감 있는 자세.
저 가증스러운 다리를 무너뜨려야 한다.
푸확!
약간의 거리를 두고 수면으로 부상한
수귀 원거리병들의 독액발사.
녹아내리거나, 피하거나.
둘 중 하나를 강요하는 공격.
그 회심의 기습은 시체에 막혀 끊겼다.
“!!”
검봉.
칼끝에 건 수귀의 시체.
방패처럼 세운 시체가 독에 녹아 터지기 직전.
촤악!
수중에 처박힌 시체가 물속에서 터졌다.
가녀린 몸과 달리
그렇지 않은 실력.
수귀들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일단 물에 빠뜨리자.
뭍의 강자도 일단 물에 빠뜨리면 한계를 맞이하리라.
그리하면 피에 더럽혀지고, 물에 불어터지며 자신들과 같은 존재로 영락하리라.
강하고 아름다운 인간을 자신들과 같은 약자들이 추한 반요 동족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열에 부글부글 물거품을 토해내는 수귀들.
물속에서 기쁨의 신호를 주고받던 수귀들이 당황했다.
거품을 뱉으며 소통하는 동족들.
동족들의 수가, 너무 적었다.
왜지?
어느 틈에 다들 사라졌지?
혼란에 빠진 수귀의 머리통을 기다란 창이 꿰뚫었다.
보그르륵
긴 거품을 토해내며 수귀가 몸을 떨었다.
이거였구나.
아니 진짜 검 한 자루로 못하는 게 뭐야
시체도 써먹어 창도 주워와 이거 만능이네
기본아이템만 가지고 간 이유가 있었음ㅋㅋ
저런 마법검 있으면 다른 거 필요 없지
묵언검객의 기본검=마법검, 우리들의 기본검=공격력 낮은 쓰레기
크리티컬 꽂으면 공격력 상관없다고ㅋㅋ
그게 내 맘대로 꽂아지냐고 시잇팔
수귀들이 배와 충돌하는 매 순간,
시체 사이로 노획한 창들이 어느새 해응응의 수중에 들어오더니.
수귀들의 머리에 꽂혔다.
물의 굴절, 흔들리는 균형, 배에 전해지는 충격.
수많은 악조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기.
그 한복판에서도 그녀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붉은 강.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수귀들의 소굴.
그 절망적인 색체는 더 이상 인간들의 공포가 아닌, 수귀들의 공포가 되었다.
‘배는 바다 위의 요새. 아무리 작은 나룻배라도 제가 있는 이상, 쉽게 내어주지는 않아요.’
무쳤네 진짜
수상전도 잘해??
저거 나룻배가 아니라 마개조된 초소형 거북선 아님?
발에 본드 붙였냐 안정감 오지네
누가 봐도 빈약한 나룻배인데 왤케 잘 버티지?
수로채에서 강을 따라 수귀들이 우르르 튀어나올 때까지만 해도 풍전등화처럼 보였던 광경.
위기는 맞았다.
그 대상이 묵언검객이 아닌 수귀들이라는 차이가 있었을 뿐.
균형감각이 미쳤네.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물에서 자란 사람처럼 자세가 절대로 안 무너지는 건 나도 못 따라해
아니 진짜네
묵언검객 당신 못하는 게 뭐야!
채팅창을 못보십니다
방송을 길게 못하십니다
구독 리액션을 못하십니다
이거 이렇게 보니 검질 말고 잘하는 게 없네!!
긴장감이 사라진
수귀들의 공포만이 가득한
선상 위의 학살극.
거듭되는 아군의 죽음과
가시화된 패배에 블라인드 수치 공포심이 계속해서 오른 수귀들.
그 공포심이 어느 선을 넘어선 순간.
수귀들이 맹렬히 헤엄치기 시작했다.
?
?
쟤들 어디감?
나룻배가 아닌
혈둔수로채 내부를 향해서.
와 시발 수귀가 도망을 친다고?
혼자 백 마리를 넘게 썰어버리는 미친 검객이 나타났는데 어떻게 도망을 안치냐고!
너희가 선택한 레이드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네 다음 수귀자폭병
자폭병쉐리 지는 어차피 뒤진다고 막말하는 거 보소
요즘 세상 많이 좋아졌네 수귀자폭병이 채팅도 치고 ㅋㅋㅋ
집단패주.
적전도주.
수귀들의 시체로 가득 찬 강변 대신.
수로채의 지하수로로 사라진 수귀들.
드르륵─
─쿵!
혹여나 해응응이 추적에 나올까봐
쇠창살이 내려와 수로를 막고
“끼에엑!!”
“캬아악!!”
미처 수로를 통과하지 못한 수귀들이 쇠창살을 두들기고 잡아 흔들며 비명을 지른다.
촤아악
그런 수귀들의 뒤에서 들려오는 물살을 가르는 소리.
노획한 창을 노 대신 저으며 접근하는
일당백의 검객이 지키는 나룻배.
강 위의 처형자.
“끼에에에에엑!!”
“캬악, 극, 그륵…”
동족들이 무참히 죽어나가는 모습에.
창살 너머로 도망친 수귀들마저 덜덜 떨었다.
“쿠와악!”
그런 수귀들 사이에서 목청을 높이는 개체.
투구에 갑옷까지 걸친 엘리트 수귀갑옷병.
그의 지시를 따라 목채 너머에 매복한 수귀들이 일제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병법?’
해응응은 헛웃음을 지었다.
인간들이 괴물을 상대할 때 발휘하는 지혜를.
이제는 괴물들이 자신에게 써먹다니.
이래서야 누가 인간이고 누가 괴물인가.
하늘 위로 솟구친 수많은 검은 점들.
고개 올린 그녀의 시야 가득
작은 점들이 점점 커지며 무수한 투창세례로 변했다.
콰콰콰콰콱!
와지직!
바다 위의 거북선처럼 가시가 잔뜩 돋은
발 디딜 자리도 남지 않은 나룻배.
침몰하는 배를 보며 수귀갑옷병이 포효했다.
“쿠와아아악! 쿠와.. 끄륵?!”
갑옷병의 다리에 걸린 창대.
당황한 수귀갑옷병이 발을 물리려 해보지만.
끈끈한 거미줄처럼 달라붙는 창은 가차 없이 균형을 무너뜨렸다.
“쿠아아아악!”
참담한 비명과 함께 목책 너머로 추락하는 수귀갑옷병.
그 자리를 대신하여 섬섬옥수처럼 고운 손이 나타났다.
해응응.
그녀가 배를 박차고 목책을 타고 올라왔다.
“!!”
수귀패잔병 7마리.
혈둔수로채 안을 지키던 50마리의 정예수귀병.
그들의 얼굴에 일제히 공포가 떠올랐다.
주춤.
흠칫.
해응응이 한 걸음을 다가오면.
수귀들이 한 걸음을 물러섰다.
그녀는 처형자였다.
그것도 눈에 띄는 모든 반요를.
눈에 띄지 않는 모든 반요도.
모조리 색출해 처단하는 처형자.
그 피가 아무리 옅고 하찮을지라도
결코 생존을 허락하지 않는.
요괴들의 절멸을 위해 움직이는
인간의 탈을 쓴 천적.
수속성 수귀들을 물 위에서도 학살했을진대.
수로채 안에서는 못할 이유가 있는가.
‘더는 도망칠 곳도 없네요.’
피칠갑을 한 검.
수귀의 체액에 젖은 신발.
지옥에서 돌아온 물귀신 같은 차림의 그녀.
해응응이 한 손으로 죽립을 들어올렸다.
‘자. 아직도 제게 보여줄 것이 남아있나요?’
이제는 반요도, 시청자도.
누구 하나 부정할 수 없었다.
수귀소탕 3차전.
수로채 침투전.
57마리와 1명의 싸움에서 누가 유리한지.
2.
국보급 미인이 가상현실게임 첫 도전에서 신루트를 개척하고 수귀 250마리를 몰살하고 수상전도 쌉고수? 이게왜가능?
개연성 쥐뿔도 없네 시발ㅋㅋㅋ
완전 사기 아니냐?
각성자 출신은 다 잘함. 저 정도는 아니지만
현역 각성자중에 우리 방장님 없음. 협회명단에 이름 없대
그럼 협회에 등록안한 네임리스 빌런 아님?
니 같으면 빌런이 방송 하겠냐? 애초에 저 얼굴에 빌런을 왜 해
ㅇㅋ설득력 있네
별거 아니네. 저거 나도 할 수 있음. 200년만 시간 줘봐
200년의 노력이 아깝지 않냐
200년동안 야스도 안하고 저거만 따라할 근성이면 ㅇㅈ해야지
아이큐 20도 200년간 저것만 하면 가능할지도
20초 전의 일도 기억 못하는 아이큐 20따리가 200년 한다고 뭐가 달라짐? 너도 수능공부 20년 한다고 한국대 못 들어가잖아
말 너무 심하게 하시네
수귀자폭병이세요? 스플뎀 개쎄게 넣네
엄마미안해엄마미안해엄마미안해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 같은 채팅창의 혼란도 [Story mode]가 시작되자 한결 나아졌다.
또 역겨운 생선대가리 보겠네
근데 왜 지하로 내려감?
원래 수로채 중앙에 있는 처형대로 가잖아
혈둔수로채의 지하감옥.
바람을 따라 희미하게 들리던 비명소리의 주인이 갇힌 곳.
물고기 머리를 한 반요가 채찍으로 철창을 내리치며 윽박질렀다.
[널 괴롭히던 인간들도 모두 물에 절여 괴물로 만들었다] [인신공양을 강요하던 인간지휘관도 같은 처지로 만들었다] [더는 손이 부르트도록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바라는 옷도] [음식도]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겠다고 했는데] [그런데도 날 거절한단 말이냐!]울음을 그치지 않은 감옥 안 여자.
그 모습에 광분하며 채찍을 마구 휘두르는 반인반어의 반요.
구부러지기 시작하는 창살을 보면 감옥이 그녀를 가두는 게 아니라 지키는 장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키에엑! 키엑! 키에.. 켁?!] [하찮은 폐혈의 버러지가 감히! 허락 없이는 지하에 얼쩡거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창살을 후려치던 채찍이 보고를 위해 나타난 수귀백인장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
?
쟤가 왜 죽어?
수괴백인장 저거 증원패턴에서 나오는 애 아님?
머가 어케되는거임??
머리를 잃고 쓰러지는 시체.
자욱이 퍼지던 생체가스가 묵직한 검음과 함께 단숨에 걷혔다.
[인간!]검 한 자루로 혈둔수로채를 소탕한 묵언검객.
그녀의 등장이었다.
당장이라도 죽일 것처럼 홱 노려보던 반요.
그가 묵언검객의 얼굴을 발견하고 눈을 껌뻑거리더니 활짝 웃었다.
[얼굴이 몹시 반반하구나.]어? 설마 저 새끼?
생긴 게 좀 달라서 못 알아봤는데 저거 보스 맞지? 혈둔수로채 보스 맞지?
지하감옥에서 수괴들 계속 낳는 역겨운 놈 맞네
근데 왜 남자임?
몰라
기억과 다른 보스의 모습에 혼란스러워하던 시청자들.
그들의 혼란은.
이어지는 보스의 대사에 아무래도 좋을 일이 되어버렸다.
[이 요괴님의 새색시가 되어보지 않겠느냐?]아니 미친 ㅋㅋㅋ
히토미 켜라
이거 지면 야스각이냐?
오늘부터 위대한 반요님의 숭배를 시작하겠습니다
거근숭배냐?
미친놈들ㅋㅋㅋ
거근숭배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지켜보느라 겨우 잠잠해졌던 채팅창이 불처럼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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