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32)
〈 132화 〉 132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 * *
1.
일주일.
이소혜 채찍술의 대성에 걸린 시간이었다.
‘이걸로 저도 어엿한 일류검객이네요.’
마침내 일류무공의 정식사용이 가능해졌다.
더는 한 수의 기적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수많은 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이류까지가 맛보기라면
일류부터는 본격적인 무공.
습득한 무공에 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
‘뛰어난 무공은 상대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죠.’
이소혜의 채찍술은 몇 가지 상황에 대응하는 초식을 지녔다.
그러나 진정으로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는 초식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류무공이고
일주일 만에 대성할 수 있었던
한계가 뚜렷한 무공.
‘그 투박함이 마음에 들어요.’
이소혜의 무공에는 순수한 열망이 있다.
하나의 공통된 커다란 심상은 없을지라도
그에 도전하는 조악한 변화가
변환의 묘리들이
미약한 가능성들이
날 것 그대로 톡톡 살아 숨 쉬고 있다.
[당신은 좋은 무인이 될 거예요.]“가, 갑자기 무슨 생뚱맞은 소릴 하고 있어. 각성자가 무인 같은 건 되어서 뭐하게?”
아무리 툴툴거려도 어린 제자의 투정을 대하듯이 입가에 설밋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해응응.
어른스러운 그녀의 반응 앞에서 이소혜는 자꾸만 부끄러워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무, 무인 같은 거 딱히 될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까! 꼬드겨도 넘어가진 않아!”
새침하게 톡 쏘듯이 말하며 멀어지는 이소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해응응은 생각했다.
‘한동안 무술에 신경 쓰느라 다른 사람들이 잘 지내는지는 신경 쓰지 못했네요.’
오늘은 가볍게 순찰이라도 돌면서 문파원들의 근심거리라도 해결해주자.
해응응이 부쩍 가벼워진 걸음으로 산책하듯이 걸음을 내딛었다.
2.
흥흥 거리며 빠른 발걸음으로 해응응에게 멀어진 이소혜.
충분히 걸었다 싶자 차츰 걸음이 줄어들더니 우뚝 멈추어 섰다.
‘뭐냐고, 이 여자는. 왜 자꾸 사람 부끄럽게 만드는 거냐고.’
각성자야 레벨만 올리면 장땡이지.
무술 같은 건 기본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흥.”
괜히 심통이 나서 콧소리를 낸 이소혜.
그녀의 시선이 수련생들의 기합소리가 들리는 수련장으로 향했다.
관심 없는 척 하면서도 슬금슬금 향하는 발걸음이 어느새 담벼락 바로 뒤까지 향했다.
“얍”
“얍!”
“에잇”
“에잇!”
“우랴아”
“우랴아!”
“으랏차차”
“으랏차차!”
…도대체 무슨 수련을 하는 거야.
슬쩍 담벼락 안쪽을 엿보고 싶어졌지만
자존심이 쉬이 허락하질 않았다.
이러는 모습 누구한테 들키면 진짜 쪽팔릴 텐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이소혜.
그런 그녀의 앞으로 나뭇가지가 툭 떨어졌다.
“?”
고개를 올린 이소혜.
나무 위의 우지우가 어색하게 시선을 마주했다.
“당신… 어째서 그런 곳에 있는 거야?”
“가지치기 하고 있었는데요. 정원사 쓰기에는 돈이 아깝지 않습니까.”
확실히 우지우의 오른손에는
커다란 정원용 가위가 들려있었다.
“됐어, 그런 건. 그보다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어?”
“10분 전입니다만….”
“봤어?”
“뭘요?”
휴, 못 본건가.
“5분 전부터 담벼락에서 서성거리면서 수련하는 소리를 엿듣던 거 말입니까?”
“아아아! 처음부터 전부 보고 있었잖아!”
“으아앗, 채찍으로 나무 때리지 마세요! 휘감고 흔들지도 마세요! 떨어집니다, 떨어진다고요!”
겨우 흥분을 가라앉힌 이소혜.
그녀를 우지우가 달랬다.
“그렇게 너무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마음 저도 이해하거든요.”
“정말로?”
“C급 각성자가 돼서 연습생 시절에나 하던 훈련을 다시 하기는 부끄럽죠? 대형길드 에이스도 아닌데 무슨 유난인가 싶기도 하고.”
같은 C급 각성자인 우지우는 이소혜가 느낄 감정을 앞서 느끼고 있었다.
의외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우지우가 이소혜는 새롭게 보였다.
‘이 사람, 말수도 적고 늘 밖으로 외근만 나가서 얼굴 보기도 힘든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직접 대화하니 의외로 멀쩡하네.’
이런저런 정보를 척척 물어오며 사무업무를 돕는 소경석이나 한 번씩 크게 한 건 해내는 민우성에 비하면 창업공신 치고는 존재감 없던 우지우.
그의 부족한 존재감은 성격이 나쁘거나 외톨이 성향이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성실한 노력파이기에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길드점수를 버는 일을 꾸준히 맡아서 하고, 친목을 다질 기회가 없었을 뿐.
“대형길드의 수련법을 그 인간들이 특허낸 것도 아닌데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죠.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깝네.”
“예?”
“얼굴만 좀 잘생겼다면 여자한테 나름 인기 있었겠는데.”
느닷없는 이소혜의 발언에 멍한 표정이 되어버린 우지우.
뭐지? 고백인가?
한 남자의 가슴에 불을 지른 이소혜가 새침하게 돌아섰다.
“착각하지 마. 내가 그쪽 좋아한다는 건 아니니깐. 그냥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야. 수련은 한 번 생각해볼게.”
고민이 해결되었다며 홀가분한 얼굴로 자리를 뜨는 이소혜와 홀로 남겨진 우지우.
그가 어질어질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다시 떠올렸다.
“아니, 뭔… 이게 무슨 일이야.”
고백이야, 아니야?
마음 있는 티를 낼 거면 못생겼다고 말이나 말던지.
아니면 정말 아무런 마음도 없는 건가?
‘아니, 이러면 안 되지. 나한테는 해응응님이 있는데!’
곱씹어보니 골 때리는 구석도 있다.
먼저 사귀자고 한 것도 아닌데 대뜸 가슴에 불 지르고 제 갈 길을 가버리는 건 또 뭐람.
심지어 성격은 좋지만 못생겨서 무리, 같은 지뢰 취급을 당했다.
칭찬인데 멕이는 것 같은
0고백인데 1차임 당한
싱숭생숭한 기분!
정원용 가위를 손에 끼고 찰칵거리며
일에 몰입하려던 시도도 잠시.
도통 가라앉을 줄 모르는 기분에
힘없이 나무에서 내려왔다.
“에혀.”
이런 정신머리로 일은 무슨 일 타령인가.
사고라도 안 나면 다행이다.
마무리를 하려고 떨어진 나뭇가지를 줍기 시작하니, 굽은 등이 평상시보다 배는 처량해보였다.
“하아아.”
나뭇가지를 얼추 다 줍고 정리를 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역시 성형수술이 답인가?”
실의에 찬 그의 귓가에
톡톡 두들기는 손짓이 느껴졌다.
우지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공포심을 느꼈다.
C급 각성자인 그가
눈치 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등을 뺏기다니.
협회임무를 수행하거나 던전을 도는 도중이었다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아 깜짝이야. 기척 좀 내고 다가오시지, 놀랐잖습니까.”
그의 등을 손가락으로 툭툭 친 사람은
정체불명의 습격자도
빈틈을 노리는 적도 아니었다.
[고민이 많아 보이네요]신생길드 해남파의 길드장이자
우지우의 마음을 빼앗은 짝사랑녀.
똑바로 마주보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엄청난 미모를 지닌 그녀.
해응응이었다.
3.
신성곽의 옛 저택부지.
이곳은 현재 해남파의 길드본부이자
수련동으로 사용되고 있다.
‘성가신 일은 밖에서 해주었으면 좋겠는걸요.’
조용히 제자들 수련이나 봐주고
본인 개인수련도 하고
게임이나 하고 싶은 해응응에게
어려운 사업이나
길드내정에 관한 사안들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골칫거리였다.
마침 관리해야 할 사업과 일감이 부쩍 늘어나서 한채린님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사무실을 알아보려던 참이었습니다.
소경석은 그녀의 심중을 헤아리고 대외업무를 도맡을 사무소를 외부에 따로 차렸다.
제 돈 내고 일하면서 숙식하는 사무직원 겸 해남파 제자들과 달리, 외부사무소의 직원들은 월급을 받고 일했다.
대신 해응응의 가르침을 원하지도 않았기에 그녀의 관심사 밖의 인물들이었다.
치안은 우리 대산길드에 맡겨주십시오.
명호동에서 해남동으로 행정동 이름이 개명되며 부쩍 악화된 치안.
대산길드 길드장 철대산은 그런 치안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길드원들과 함께 거리순찰을 집중강화하였다.
게이트의 탁기를 주기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나? 그 일은 내게 맡겨주게. 명호길드에서 데려온 애들과 함께 힘써보겠네.
신성곽과 명호길드 출신 길드원들은 던전경호 및 탁기관리를 도맡았다.
모두 수련동 외부로 나돌아 다니는 이들이니 당장 살펴보기엔 너무 멀고, 크게 도울 수 있는 이들도 아니었다.
‘아라크네도 당장은 도울 방법이 마땅치 않죠.’
해응응은 생각했다.
딱히 남을 도울 일이 없다고.
사실 지금도 장문인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윗사람이 할 일이 없다면 굳이 억지로 일을 만들 필요는 없다.
무림에서 배웠던 지식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진정한 지배자는 무위지치無之?를 실천할 줄 알아야 하지. 당대의 황제는 그런 점에서 썩 좋은 인물이라고 말할 수 없고말고.
황제의 스승이자 해응응의 글 스승이기도 했던 사마태사.
수염을 허옇게 기른 늙수레한 문인은 노자의 도덕경을 통해 그녀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인위를 버림으로써 도와 합일하는 자세는 비단 권력자뿐만 아니라 무림인에게도 필요한 삶에 임하는 자세라네.
인간의 인위.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욕심.
그 마음을 내려놓을 때.
도의 무위.
있는 그대로 만물을 내버려두는 무욕.
그 달관에서 조화가 이루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세상만사가 조화롭게 평화를 이룬다면 그것이 제일이다……. 지금의 저는 그 가르침을 잘 따르고 있는 거겠죠?’
훌륭한 장문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스스로 만족감에 빠져들던 해응응.
그녀의 귓가에 한숨소리가 들렸다.
“!!”
한숨이라니!
훌륭한 장문인과 순탄한 문파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요소가 아닌가.
파도가 몰아치듯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으며 한숨의 근원지로 향한 해응응.
그녀의 눈에 한숨의 주인이 포착되었다.
“역시 성형수술이 답인가?”
나무를 기어 오르내리며 작업복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서투른 정원사 노릇을 해온.
쪼그려 앉아 허리를 숙이며 힘겹게 나뭇가지를 주워 수레에 싣는.
누가 봐도 불쌍한 꼬락서니로 스스로의 외모를 비하하는 우지우.
톡톡.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해응응이 측은함을 가득 담은 수첩을 펼쳤다.
[고민이 많아 보이네요]“혹시 들으셨습니까?”
[성형수술이 하고 싶으신가요?]“아니, 그… 하아, 쪽팔리네 진짜. 그냥 못들은 걸로 해주시면 안 됩니까?”
우지우의 표정이 한층 더 울적해졌다.
반한 여자의 앞에서 이런 중얼거림을 들켰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따로 없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예에?! 성형수술을요?”
[성형수술은 근골만 조작하면 되는 거죠?]마침 무림에는 역용술이라는 무공이 있다.
얼굴 근육과 뼈를 움직여서
얼굴모양을 바꾸는
칼질 한 번 없이 성형시술을 하는 무공.
지금의 우지우가 가장 필요로 할 무공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