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35)
〈 135화 〉 135 십년의 공백
* * *
3.
해남파 수련동.
수련제자 숙소.
“여기가 VIP 수련제자 전용숙소입니다. 길드장님… 아니, 장문인께서 거액의 기부에 흡족해하셨으니 수련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VIP 전용 숙소 라운지에는 거액의 수련비를 지불한 수련제자들을 위한 호텔 뺨치는 숙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딴 게 문파숙소?’
타락할 대로 타락했구나. 절로 그런 생각이 드는 광경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오니 썬배드에 몸을 눕히고 수영복 차림으로 썬텐을 즐기는 여자가 손만 까딱거리며 인사를 했다.
“하이~ 새로 오신 분? 이번 동기는 나이가 좀 있어 보이시네.”
“파격적인 차림이시군요. 그러고 계셔도 괜찮은 겁니까?”
“에이. 알만한 분이 왜 이러실까. 그쪽도 다 알아봤을 거면서. 여기 길드장님은 수련만 제때 하면 노터치. 방임주의라고?”
여자가 선글라스를 검지로 슥 밀어 올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아저씨는 어디서 왔어?”
“비밀입니다.”
“치사해~”
“그러는 아가씨는 어디서 오셨습니까?”
“태양호텔.”
“태양호텔이면 국내 최정상 특1급 호텔 중 하나 아닙니까? 터무니없는 곳에서 오셨군요.”
“친구 소개로 왔어. 로얄클럽이라고 나름 괜찮은 기획사 대표거든. 남의 사업에 쉽게 돈 대주는 친구가 아닌데 벌써 큰 거 두 장이나 태웠다지 뭐야?”
큰 거 한 장.
업계마다 단위가 달라지는 금액이다.
“20억 말입니까?”
“아저씨 귀엽네.”
“200억?”
“여기 빚내서 들어왔어?”
“설마 2000억입니까?”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
A급 각성자에게도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거액에 백소천이 안경 아래로 표정을 감췄다.
‘로얄클럽. 해응응에게 막대한 자본과 인맥을 제공한다던 그 사업가인가.’
2050년 12월 국내 시가총액 100위권 기업의 유동자산은 1조 원.
2천억은 그런 기업의 유동자산의 오분의 일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거액이다.
어지간한 확신이 있지 않고서는 이런 거금을 선뜻 투자할 투자자는 없다.
“친구 분이 해남파 길드장님께 거는 기대가 크신 모양입니다.”
“각성자가 성형수술을 할 수 있는 곳은 전세계에서 여기밖에 없기도 하고. 저어기 체력단련실 가면 더 놀랄걸?”
럭셔리한 복도를 따라 들어가자 여자가 말했던 체력단련실이 나타났다.
“어이, 트레이너. 중량이 부족하잖아. 이런 가벼운 걸로는 각성자한테 훈련이 되질 않는다고.”
“죄송합니다. 오늘 중으로 상부에 연락해서 각성자 전용훈련기구로 발주를 넣겠습니다.”
운동기구보다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백소천을 보고는 푸하하 웃었다.
“어이, 산타클로스 코스프레야? 수염은 뭐 그리 길게 길렀어.”
“하하. 별난 취미죠?”
사람 좋게 웃으면서도 백소천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무림비망록을 처음 접했던 운명의 그날.
하필이면 그는 삼국지 전권을 막 읽고 북벌뽕에 차올라 있었다.
제갈량이 되고 싶다. 내가 제갈량이라면 북벌에 성공했을 텐데.
그런 한심한 생각에서 비롯된 커스터마이징이 자신의 외모가 될 줄 알았다면 근육떡대괴물을 만들었을 텐데.
뒤늦은 후회였다.
삼국지 능력치마냥 지능과 매력 위주로 분배한 능력치도 천추의 한이 되었다.
축복과 금제는 화룡점정이었다.
[삼공三?의 외교력]에 [구경九?의 행정력], [속관의 사무능력]을 갖추는 대신. [장비착용제한 부채]를 달아서 부채 외의 다른 무기는 착용할 수 없고. [수염애호] 금제로 인해 수염이 짧아질수록 능력치가 하락한다.아저씨 소리나 산타클로스 소리를 들어도 수염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이유였다.
“그런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었나?”
“아쉽게도 초면입니다.”
“그런가. 같은 VIP 수련제자끼리 통성명이나 하지. 현역각성자 고동준이라고 한다. 내 이름, 들어본 적 있나?”
물론 있다. B급 각성자부터는 모든 명단을 협회에서 명부로 만들어서 암기하니까.
십대길드에 속하지 않은 프리랜서 B급 각성자는 특히나 더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그쪽도 성형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아? 전혀. 관심이 있는 건 길드장의 실력이지. 그래서 그쪽 이름은?”
“천소백. 저도 각성자입니다.”
잠시 후.
수련동 VIP제자들의 수련시간이 됐다.
드넓은 시설에 비치는 얼굴은
전부 모아도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VIP 수련제자는 맞춤형 가르침을 베풀 생각이에요. 일대일 실력평가를 위해 한 명씩 따로 비무를 진행해볼게요.]무림에서도 돈 많은 제자들은 인기가 좋았다.
자질구레한 잡일은 모두 면하고 사문의 고수들의 수제자가 되어 무술을 하사받는다.
해응응에게도 주아영이라는 수제자가 있지만 그녀는 내공을 깨우치기 위해 전념하는 상황.
덕분에 해응응에게도 다른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베풀 여유가 생겼다.
코인으로 인생역전 한 50대 자산가 수련생.
돈과 시간이 넘치는 40대 건물주 수련생.
해남파 무공에 흥미가 생긴 격투기선수.
출신도 연령도 다양한 VIP 수련제자들.
해응응은 가볍게 몇 수의 공격을 받고는 그들에게 필요한 무공을 정했다.
“삼재검법이라니! 그건 일반 수련동 제자들도 배우는 기술이 아닌가!”
[기본운동도 안한 몸으로 그 이상의 무공은 백해무익해요.]“이딴 취급이나 받으러 온 줄 알아?! 환불하겠어. 고소당하기 싫으면 당장 내 돈 돌려줘!”
해응응은 떠나는 이를 말리지 않았다.
스승을 믿지 못하는 제자에게 아무리 많은 돈이 있다 한들 가르침은 무의미하니.
백소천은 떠나는 이를 속으로 비웃었다.
‘어리석군. 무림에서라면 천만금이 있어도 얻을 수 없는 기연이거늘.’
무림비망록의 최소승급기준을 충족하는 사파식 고수에 빗대면 초절정고수의 무위는 흔한 A급 각성자에 버금간다.
심지어 자신의 기술이 그저 각성능력에 의해 운 좋게 생겼을 뿐인 각성자들과 달리, 무림비망록의 무술은 다른 이들에게도 전수할 수 있다.
‘단돈 10억으로 얻기에는 너무나도 값진 기회지.’
초절정고수는 쉽게 제자를 받지 않는다.
해응응도 일신의 무공수위가 낮아졌고 세력확장이 필요한 시기이기에 무공을 풀고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두 번 다시 제자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됐군.”
거구의 고동준은 신이 나서 덤벼들었다.
협회의 조사정보에 따르면 고동준의 현재레벨은 230대. 각성자 레벨과 무림인 레벨의 레벨비율을 감안하면 누적레벨 460에서 480 사이.
내실이 튼튼한 정파식 일류고수나 성취를 앞당긴 사파식 절정고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악 어억”
“우와~ 아프겠다~”
수영복녀의 말대로 고동준은 그 무위가 무색하게 실시간으로 얻어터졌다.
근육 하나에 올인한 각성능력.
평범한 신체단련보다 단련효율이 500% 이상 증가하는 능력에 각성자 특유의 신체효율증가까지 더해진 고동준.
그는 특유의 방어력이 무색하게도 내가중수법에 영혼까지 털렸다.
[기를 골고루 퍼뜨리는 재주는 있지만 한 부위에 집중해서 막는 재주가 부족해요. 근육트레이닝은 그만하고 방어술부터 익혀보죠.]가장 험한 비무를 치렀지만
고동준은 비무에 가장 만족했다.
“역시 반요곡의 묵언검객. 이런 여자에게 배울 무공이라니 절로 기대가 되는군.”
다음은 한채린의 지인이자
태양호텔 오너 장화연.
“저는 미용을 목적으로 무술을 배우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무공이 꼭 살상을 목표로 만들어진 건 아니에요. 건강이나 미용이 목적이라고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특별한 무공을 익힌 적이 없던 장화연은
비무를 하는 대신
팔과 복부 등을 가볍게 만졌다.
언뜻 보면 추행 아닌가 싶은 모습이지만
백소천의 눈에는 보였다.
‘그 짧은 사이에 근골과 근맥의 자질을 측정해낸 건가?’
그저 기계적으로 무공만 익히는 반쪽짜리 무림인인 빙의자들은 엄두도 못 낼 NPC들만의 비기가 숨 쉬듯이 자연스레 펼쳐졌다.
인체와 기공에 대한 지식이 무학의 심득 못지않게 깊음을 나타내는 증거였다.
짧은 조언과 교육방향을 알려준 뒤, 장화연의 차례가 끝나며 백소천의 차례가 되었다.
[마지막이네요. 한 번 겨뤄보시겠어요?]“사양하지 않겠네.”
수염 하나로도 충분히 이목을 끌었는데 부채까지 들어서는 정체를 숨기는 의미가 없다.
백소천은 맨손으로 권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고동준을 상대할 때에도 무심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해응응.
그녀의 눈에 흥미가 일었다.
‘알아본 건가, 이 기수식을?’
산동의 제갈세가. 그들이 산동의 무류를 통합하여 제갈세가의 품에 거둔 실전성이 높은 무공 중 하나, 당랑권.
사마귀의 손 모양을 모방한 특유의 권법은 단타의 연속기를 주로 삼아 신속하고도 대담한 전법을 요구한다.
“가겠소.”
백소천은 자신이 있었다.
제갈 성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뛰어난 지능을 눈여겨본 제갈세가에 문객으로 들어가 무에도 일가견을 보였던 백소천.
그는 오행당랑권을 전수받아 이를 대성하였다.
강호에 알려진 당랑권이 무분별한 연속공격에서 비롯된 연당랑???이라면 제갈세가의 당랑권은 오행당랑五行??.
드높은 지능 능력치로 투로를 모두 암기한 백소천의 오행당랑권은 제갈세가 내에서도 따라잡을 이가 없었다.
‘어지간히 오성이 높지 않고서야 보통의 무림인이 기억하고 숙달할 수 있는 주력무공은 열 개 미만. 내게는 오행당랑권이 그 중 하나지.’
비록 그 안에 담긴 심득이 부족하여 일류무공에 불과하더라도 오행당랑권은 충분히 강했다.
심지어 이 무공을 사용하던 시기는 해응응이 무림에 등장하기 전, 한 세대는 더 전의 시기.
실력을 숨기면서 해응응의 수준을 가늠하기에는 여러모로 최적화된 무공이다.
파바밧
타다닥
“?”
그런데 어째 느낌이 이상했다.
당랑권의 연격이 뻗는 족족 전부 막힌다.
“설마 당랑권을 아십니까?”
[본 기억이 있어요. 흔한 무공이거든요.]제갈세가가 거두기 전.
어떠한 심득도 가미되지 않은 원시무공.
‘진심이냐? 그깟 삼류당랑권으로 일류수준까지 개량된 오행당랑권에 맞서겠다고?’
해응응은 삼류에 불과한 평범한 당랑권으로 오행당랑권의 투로를 받아쳤다.
삼류무공으로도 일류무공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선언이나 다름없는 짓.
‘건방지군. 그 고운 손을 뚝 꺾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백소천의 실눈 사이로 드러난 삼백안이 섬뜩한 빛을 띠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실내에서 백소천의 소맷자락이 펄럭이자 해응응의 눈에 어린 호기심 또한 한층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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