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36)
〈 136화 〉 136 십년의 공백
* * *
4.
오행은 불완전한 개념이었다.
주역에서 소개된 건곤팔괘????의 계보를 이어 탄생한 음양오행??五行.
하나로서 완전할 수 없기에 음양을 나누고
오행으로 쪼개어 서로를 지탱해야 한다.
물이 나무를 키우니 수생목???이요
나무가 불을 일으키니 목생화??火며
불이 꺼져 흙이 되니 화생토火??이니
흙에서 쇠가 나와 토생금???이 되고
쇠에서 물이 나와 금생수???로 이어지니.
오행이 서로를 돕는다하여
오행상성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고
제갈세가는 이 오행에 빗대어
연격기를 보다 자연스럽게 이어 붙였다.
그것이 오행당랑권의 유래.
‘오행당랑권의 파해는 오행상성에 대치되는 이론인 오행상극을 알고, 각 오행에 대치되는 원리를 이해해야 성립하지.’
백소천은 자신이 있었다.
그런 파해가 가능할 만큼 머리가 좋은 유학자는 무공을 배우지 않을 것이고.
오행당랑권에 맞설 무공을 지닌 이들은 머리가 좋지 않을 것이다.
‘제갈량의 유학을 숭상하는 사상적 계보를 잇는 2600년 전통이 담긴 문무겸비의 무공. 그 전통의 무게를 그깟 삼류로 받아낼 수 있겠느냐!!’
오대세가의 손을 거치지도 못한.
백소천에 의해 재해석되지도 못한.
그런 삼류무공 따위에 질 리가 없다.
그 굳건한 믿음이 담긴 연격기가
무려 20여 합 째.
해응응의 손발에 가로막혀
일거수일투족 어느 하나도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오행당랑권까지 알고 있었던 건가?’
파밧
손끝으로 강하게 밀쳐 거리를 벌린 해응응.
그녀가 수첩을 향해 손을 뻗는다.
어림도 없는 짓이었다.
‘오행당랑권의 연격기는 하나만이 아니다!’
가르침을 주며 자신이 그보다 위에 있다는 것처럼 행세하게 두지 않겠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위에 둘 수 없다는 완고함에서 비롯된 무술.
이는 백소천의 일생과도 닮았다.
‘세인들은 식객을 천시하였지.’
‘오대세가는 속가제자를 천대하였고.’
‘무림맹은 오대세가를 천대했으며.’
‘황실은 무림맹를 천하게 여겼다.’
천하?下를 내려다보는 황제.
그 아래에 펼쳐진 각자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천하를 긋고
그보다 못한 이들을 비천하게 여기는
무수한 천민?民들의 세계.
승자 하나 없는 천민의 굴레 속에서
백소천은 깨달았다.
그가 존경했던 제갈량은
그의 성을 이어받은 제갈세가는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각자도생????
이합집산???
제각기 살 길을 도모하기 위해 흩어지고
이익을 위해 뭉쳤다 흩어지길 반복하는
중원무림과 강호의 민낯.
오대세가와 무림맹, 황실은 모두 썩었다.
제갈량을 꿈꿨던 청년은
짓밟히지 않기 위해 싸워야만 했다.
천한 출신.
천한 신분.
천한 무공.
백소천의 역사는 천함과의 싸움이었고
백소천의 오행당량권은 그 기나긴 싸움의 첫 걸음과도 같았다.
허나 통하지 않는다.
해응응의 눈에서는 빠르게 흥미가 식어가고 있었다. 고작해야 일류무공 하나로는 시험은커녕 실망만을 안겨주는 모양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아직 네게는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잔뜩 남아있다.’
백소천의 권각이 비무대를 누빌 때마다
펑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공력이 대기를 진동시켰다.
내력이 담긴 움직임은 그만큼 기민해지니.
다음 내력의 많고 적음과
깊고 얕음에 따라
같은 무공의
같은 초식도
그 효용과 위력, 허실이 천차만별이다.
‘오행연환을 넘어서 다섯 가지 내공운용법을 접목시킨 진정한 오행당랑권. 절정무공으로 끌어올린 격상의 기공권술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해응응의 여린 몸은 언제라도 상하연타로 쓰러뜨릴 수 있다.
지루함에 물든 저 건방진 낯짝에 고통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다.
너야말로 천한 계집이다.
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지 말란 말이다.
무림맹의 군사이자 협회의 기획조정실장인 나를 그딴 눈으로 쳐다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있더라도 없도록 만들 것이다!
쿠구궁
왼손에는 열양지기.
오른손에는 빙음지기.
두 손 가득 밀집된 기운이 상반된 내기를 띄며 후끈 달아오른 공기가 얼어붙은 공기를 향해 기류를 일으키며 흐른다.
오행과 내공에 이은 음양의 가미.
음양오행의 진가를 발휘하는 당랑권.
이미 그 무공은 시중잡배들도 주워들은 견식으로 펼치던 삼류무공과는 격이 달랐다.
중원무림의 도처에 산적한 수많은 천하들을 상대로 진정한 천하가 여기에 있노라 말하듯이.
당랑권에도 격이 다름을 보여주는 백색광채가 바람을 거슬러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이어진다.
급소를 점하는 날카로운 권법.
무공의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서
음양의 양극을 두 손 안에 담아낸다.
천하를 제 사이에 두고
오행의 다섯 기둥을 드높이 세우는
초상승무리에서 비롯된 진오의 결전초식.
파아앗!!
터져 나오는 빗살과 함께
무지개처럼 퍼져 나오는 오색찬란한 기공점혈술.
무림에서 이르기를
강기점혈이라 불리는 경지.
그 드높은 한 수가 일순간에 해응응을 덮쳤다.
“우와악!”
“꽉 잡아!”
어슬렁어슬렁 주변을 서성거리며 구경하던 다른 VIP수련제자들이 기파에 휩쓸려 바닥을 구르거나 주변 기둥을 붙잡고 매달렸다.
흩날리는 머리칼을 주체할 수 없는,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충격파의 너머.
‘이런. 조금 과하게 손을 썼나?’
기세에서 밀린다 싶을 때에는 금방 욱해버리는 성격. 무림에서 쌓인 열등감이 독이 될 것을 알면서도 한 번씩 이런 사달을 겪었다.
그래도 자동차 전조등에 얼어붙은 사슴처럼 마땅한 대응도 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섰던 해응응의 마지막 모습은 그를 만족시켰다.
‘이제 다시는 그런 건방진 눈으로 쳐다보지는 못하겠지.’
휘몰아치는 모래바람이 걷히며 모래가 비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자욱한 흙먼지 너머로 해응응의 신형이 드러났다.
“!!”
부드럽게 지면을 발로 쓸어내리며
바닥에 새겨진
무극의 원을 둘로 나눈 태극음양도의 형상.
하늘과 땅으로 향한 두 손바닥으로
여래일섬의 여파를 흘려보내
수련장 전체에 새겨진 거대한 태극음양도.
손과 발.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펼쳐낸
두 개의 태극음양도의 형상을 보며
백소천의 두 눈이 큰 동요를 일으켰다.
무위이화無?化
사무여한死無??
공들이지 않아도 스스로 변화해 이루어지는
음양의 양극에 초연하여
비로소 양극이 공존할 수 있게 되는
음양을 넘어서는 태극의 원리.
백소천이 95의 지능으로 펼쳐낸
음양오행의 무공을
해응응은 태극 하나로 받아내었다.
범인들의 당랑권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드높게 올린 무공수위가 무색하게도
삼류당랑권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한없이 평범한 움직임에 담아낸
음양오행의 근원에 해당하는 태극의 무리.
그것은 지식으로 논할 경지가 아니었다.
오성.
압도적인 직관과 재능으로 빚어낸
무의 천재에게만 허락된 경지.
“당랑권의 작은 허물에 어찌 태극을 담아낼 수 있었지?”
[그릇이 작다 하여 물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두 개의 작은 곡옥과 두 개의 커다란 곡옥.
도합 네 개의 곡옥으로 이루어진
소쌍과 대쌍의 이원태극.
그것을 만들어낸 힘이
지면이 아닌 자신을 향해 되돌아왔다면.
여래일섬만으로 막을 수 있었을까.
‘불가하다.’
오행의 기둥이 연달아 터져나가고
태극의 양축이 주저앉으며
왼손이 퍼렇게 얼어붙고
오른손이 뻘겋게 타오르는
밖으로 채 분출하지도 못한 힘에
스스로를 좀먹게 될 한심한 말로.
백소천의 영민한 두뇌는
자신에게 닥쳤을 미래를 명료하게 그렸다.
일말의 여지도 없는 확정적인 파멸이었다.
[재미있는 각색이었어요.]하늘 위에 하늘이 있듯이 해응응의 당랑권은 천외천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백소천의 당랑권은 오대세가의 위에 새로운 하늘을 펼쳐내었지만.
해응응의 당랑권은 중원무림 전체에 새로운 하늘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재미라. 하하하. 이 음양오행당랑권을 보고도 그리 말할 수 있는 건 천하에 당신뿐일 것이오.”
그보다도 무공수위가 더욱 높았던 무림맹주조차도 이 권법을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천지를 관통하는 하나의 심상은 존재하지 않으나, 능히 신공이라 불려 마땅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구나.
무림맹주는 음양오행의 상생에 기대어 흩뿌린 연격기들을 하나로 수렴하지 못하는 것을 그저 아쉬워하였다.
십년도 더 지난 맹주의 탄식을 해응응은 긴 세월을 뛰어넘어 현실에서 이루어내었다.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태극을 만들어 내다니. 대체 얼마나 경지가 높은 건지 원.”
내 패배를 인정한다.
그런 항복선언에 가까운 백소천의 투정.
백소천 본인으로서는
해응응의 무공수위가 예상보다 훨씬 높으며
모종의 섬뜩함마저도 느끼는
아찔한 경험이었지만
정작 그를 놀라게 만든 해응응은
도로 무심한 표정이 되어 수첩을 끼적였다.
[태극은 하나가 아닌 둘이에요. 무극이야말로 하나라 말할 수 있죠.]“태극이 아닌… 무극이라고?”
태극太?.
모든 역학적 힘의 근원이자 본연 그대로의 상태.
그것이 하나가 아닌 둘이라 하며
무극無?.
태극의 가장 시초의 형태야말로
하나라 단정 짓는 말.
초상승의 심득이 담긴 현묘한 조언을
드높은 지능 능력치는 단단히 붙들고
분석하고 분해하며
끝까지 파헤쳐서는
머릿속에 일어난 번뜩임이 가시기 전에
구체적인 깨달음으로 형상화했다.
‘기의 출납. 음양의 형상을 자신의 의지로 제어하는 태극이 아닌, 스스로 방향성을 갖고 이루어지는 무극으로 풀어놓는다…….’
다섯 가지 운기법으로도 부족해서
양극의 반발작용과 조화상생마저도 더한
고도로 정밀한 계산과 운용이 요구되는
음양오행당랑권.
그 모든 과정을 인위적으로 만들고자
혈도와 혈도 사이에 가상의 선을 잇고
의식하며 제어하는 대신.
기의 운기가 스스로 이루어지도록
자연스레 풀어놓아 이룩한다.
무슨 수를 써야 그것이 가능한지 백소천의 오성으로는 감히 미루어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해하지 못했나요?]“끝자락을 쥐었지만 그것을 직접 이룰 지혜가 부족하오.”
[음양도 조화를 이루는데 태극과 무극이라고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 있나요.]오행의 상생과 음양의 상생.
고작 그 정도 선에 그쳤던 그의 깨달음과는
깊이를 달리하는 파격적인 깨달음.
둘(태극)이면서 하나(무극)이자
하나(무극)이면서 둘(태극)인 운기행공.
“그게 정녕 인간에게 가능한 경지요? 마음을 분할하여 두 개의 행공을 동시에 펼치는 전설적인 심공인 양의심공이라도 배우지 않고서야.”
흥분하여 언성을 높이는 백소천.
그의 앞에 해응응이 수첩을 내밀었다.
[서두르지 마세요.] [오늘의 비무는 당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해남파에서 어떤 무공을 배울 수 있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시험비무였을 뿐이에요.]수업은 이제 막 하루에 접어들지 않았나요.
해응응의 필담을 보고나서야 백소천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며 포권지례를 취했다.
해응응 또한 두 팔을 높이 들어 포권지례로 답하였다.
소매 아래로 드러난 붕대를 감은 두 손.
붕대에 감긴 모습조차도 어여쁜
저 아름다운 처자가 방금 전까지 그런 경천동지할 무공을 펼쳤다는 사실에 어쩐지 현실을 실감하지 못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니 문득 깨닫고야 말았다.
‘내 천하는 이렇게나 작았구나.’
현대에 돌아오고 안주하였던 무공이.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다 여겼던 경지가.
아직 멈춰설 때가 아니었음을.
자신보다 잘난 젊은 백소천의 미래를 닫고자
안간힘을 쓰던 그 많던 초라한 하늘을
어느새 자신의 손으로 만들고
그 하늘 너머를 올려다보지도 않았음을.
‘두 주먹의 끝조차 보지 못한 몸으로 섭선의 끝을 보았다고는 어찌 자부하랴.’
권력의 무상함과 무공의 창대함을 느끼고는 무림인의 초심을 되찾은 백소천.
자신이 예사롭지 않은 무공에 막강한 공력을 지녔음을 알고도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고 가르침만을 선사한 해응응.
오래도록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가 한 장의 서신을 작성하였다.
[사직서]각성자협회의 기획조정실장.
협회의 삼대장 중 하나로 불리는 백소천.
누구의 천하에도 짓눌리지 않겠다며
자신만의 천하를 추구하던 야심가가
스스로 권력의 중심에서 물러나며
해응응의 마도천하를 받아들인 순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