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4)
〈 14화 〉 14 당신의 초식은 파악했어요
* * *
1.
반요곡의 스토리모드는 보통 30초를 채 넘기지 않는다.
이성보다 충동이 앞서는 요괴나 그들의 피를 받은 반요, 그조차도 되지 못한 찌꺼기들.
나타나는 적들이 하나같이 그런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새색시야, 나를 보거라.]그러나 묵언검객의 스토리모드는 무언가가 달랐다.
보스들은 정해진 스크립트를 출력하는 기계가 아닌,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욕망을 드러냈다.
[나를 어찌 생각하느냐.] [이 듬직한 새신랑을 모시고 싶지 않느냐?]선택지가 떠올랐다.
【상호작용 선택지】
[반요의 권유에 당신은…]1. 좋아요, 낭군님.(반인반어 혈통개방)
2. 감옥 안의 여자는 누구죠?
3. (새침하게 침묵을 유지한다.)
4. (말없이 검을 겨눈다.)
수괴처럼 불어터진 몸은 아니다.
그렇다고 시집을 갈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물며 물고기의 상체에 사람의 하체가 달린 끔찍한 혼종이라니.
여자로서도
그 이전에 사람으로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긴 것만 다를 뿐이지, 무협세계의 권력자들과 다를 바 없네요.’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를 감옥에 가두고 미녀만 보면 군침을 흘리며 처첩을 늘려나간다.
순결을 바친다고 한들 육욕으로 맺어진 관계에 사랑은 있을까.
젊음이 가신 뒤에도 그 사랑이 이어질 수는 있을까.
‘그리 멀리 내다볼 필요도 없죠.’
당장 감옥 안에서 그녀를 향해 외치는 여자가 있지 않은가.
[살려주세요! 이 역겨운 괴물과는 한시도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바람결에 들려온 비명소리와 같은 목소리.
반요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은혜도 모르는 쓰레기 같으니! 넌 끝이다. 다시는 도망치지 못하게 내 몸에 집어삼켜주마.]반요의 상반신에서 여인의 팔과 머리 몇 개가 튀어나오며 창살을 강제로 벌렸다.
이대로 있다가는 감옥 안의 여자가 물고기 밥이 될 신세.
스르릉
스산한 검음에 반요가 멈췄다.
돌아보는 눈에 배신감이 가득했다.
[너도 날 거절하는 것이냐? 여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힘을 얻고 악당들을 물리쳤는데, 날 사랑해주는 이 하나 없단 말이냐!] [좋다. 이렇게 된 이상 너도 강제로 끌어안아주마. 한 몸이 되면 도망치지도 못하겠지!]반요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감옥 안의 여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으니.
반요의 포악한 외침과 함께 감각이 되돌아왔다.
[Player mode]보스의 패턴에 대한 공략을 본 건 튜토리얼 뿐.
혈둔수로채의 필드보스
【반요 수귀대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전지식도 없다.
쐐액!
파앙!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벽과 바닥, 주변 감옥창살을 두들기는 채찍세례.
처형자의 도끼보다 두께는 얇지만 날카로운 채찍에 맞았다간 살점이 뜯겨져나가고 뼈가 부러지는 건 일도 아니다.
‘보통이라면 생소한 무기인 탓에 상대법을 찾기도 어렵겠죠.’
해응응은 달랐다.
무림세계의 황궁은 무림 못지않은 복마전.
수많은 황궁고수가 즐비했고
개중에는 황제의 둘째부인 또한 있었다.
황제가 해응응에게 첫 눈에 반한 이후.
무림인 출신인 둘째부인이 대련을 빙자해 살심어린 채찍을 꺼내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아아, 최고다. 널 가질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구나!]마구잡이로 채찍을 휘두르며 몸을 부르르 떠는 반요.
절호의 빈틈처럼 보이는 광경에도 해응응은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가 기다리는 타이밍은 지금이 아니었다.
캉 캉 카아앙!
구부러지고 터져나가는 쇠창살 사이로 그녀의 발이 부러진 창살토막 하나를 띄워 올렸다.
[네 이년!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어서 이 서방님의 수청을 들지 못할까!]한층 더 거세지는 채찍질.
창살뿐만 아니라 벽까지 터지며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그때.
왼손에 든 창살토막이
채찍을 관통하며 벽에 꽂혔다.
‘채찍의 약점. 그건 검이나 창 같은 근접병기보다 무기를 무력화시키기 쉽다는 거죠.’
채찍은 휘두를 때가 가장 강하다.
만일 더 이상 채찍을 휘두를 수 없게 고정시킨다면 무기는 단숨에 무력화된다.
당황하며 채찍을 끌어당기기에 급급한 반요.
지척까지 거리를 좁힌 그녀의 검이 반요의 상반신에서 튀어나온 팔들을 절단했다.
앞을 가로막는 가녀린 팔들의 다음은
흉하게 부풀어 오른 물고기인간의 두 팔.
서걱
“크아아아악! 감히, 감히 내 팔을 잘랐겠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반요를 향해 검날을 치켜세우는 그때, 건전지가 빠진 시계처럼 몸이 덜컥 멈췄다.
2.
[Story mode]몸이 폭발적으로 비대해지며 덩치가 불어나는 반요.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서기 무섭게 반요의 복부러부터 무언가가 세차게 튀어나왔다.
쾅!
갈라진 바닥.
그곳에 꽂힌 건 밧줄처럼 비비 꼬인 여인들의 몸통과 팔다리였다.
[살려주세요] [죽여줘] [너무 아파]몸통에 파묻혀 도움을 요청하는 여자들의 머리.
그 눈들이 일제히 까뒤집어졌다.
[수괴들을 보고 깨닫지 못했나?] [어째서 수괴는 전부 남자뿐이었는지.] [여자는 모두 이 몸과 하나가 된 신부이기 때문이지.] [너무 부러워마라.] [너도 곧 이렇게 만들어줄 테니!]끔찍한 폭언과 함께 여인들의 몸체가 깊은 어둠 속으로 돌아갔다.
[Player mode]처형자와의 싸움은 솔직히 말해서 즐기는 쪽에 가까웠다.
요즘 게임은 이 정도로 고스펙의 AI도 만들 수 있구나, 하고.
이번 필드보스는 달랐다.
처음은 흥미본위로, 두 번째는 내공증진을 위해.
호기심과 욕심으로 인해 시작한 게임이건만.
인간의 목숨을 도구처럼 취급하는
사마외도의 길을 걷는 저 물고기대가리를 향한 분노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외력에 의지한 싸움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런 악종에게까지 베풀 자비는 없어요.’
수귀소탕 3연전에서도 꺼내지 않았던.
순수한 무술로만 싸워왔던 그녀.
해응응의 내공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우욱 씹 저게 다 뭐야
저런 패턴 원래 없었잖아;
아니 ㄹㅇ 찐으로 피지컬 고수들도 못 본 패턴인데?
2페이즈부터 아예 신규 패턴이라고?
근데 존나 쌔보이는데 이거 힘든 거 아니냐?
묵언검객도 체력에 한계가 있잖아
ㅇㅈ 너무 오래 싸웠음
보통 한 명의 플레이어가 한 플레이에서 감당할 수 있는 대규모 격전은 1차례.
격한 전투를 마친다고 몸이 지치지는 않지만
이를 통솔하는 뇌가 피로를 느낀다.
경험 많은 플레이어라고 해도 길어봤자 2차례가 한계.
그런 격전을 해응응은 홀로, 그것도 세 번이나 연속으로 치렀다.
[우선은 그 건방진 다리를 부러뜨려주마!]독왕 독고성.
독인들을 수귀처럼 부려먹던 사파의 거두.
그와의 결전도 지금과 같았다.
구음절맥만큼은 못해도 세상에는 많은 음기를 지닌 여인들이 많지.
선천적으로 음기가 계속 복원되는 구음절맥과 달리 금방 고갈이 되는 불량품이지만.
불량품은 어떻게 되냐고? 그야 도구로 써먹지. 인간의 몸은 참 대단해. 선천지기를 잃어도 독을 실험하기에는 충분하니 말이야.
여자의 목숨을 도구처럼 취급하던 악인.
사파의 거두는 그녀에게 말했다.
한 가지 좋은 걸 알려주지. 삼일에 하나. 지금껏 불량품들을 갈아치운 주기다.
네가 삼일만 내게 몸을 바쳐도 한 명의 여자가 살아남을 수 있다. 일 년을 버티면 백 명 이상이, 십 년을 버티면 천 명 이상이 살아남지.
반대로 네가 나와의 동침을 거절한다면 천 명 이상의 여인이 불량품이 된다. 자, 어찌할 테냐.
인질로 양심을 자극하고.
감정을 격동시켜 실수를 유도하며.
치밀하게 설계된 역습으로 결판을 내려 든다.
[현재 동화율] : 40%(상한치 도달) [현재 동화율] : 30%가슴은 뜨거워도 머리는 차갑게.
무림의 신조를 읊자
동화율이 무섭도록 빠르게 가라앉았다.
쿵! 쿵! 쿵!
노도와 같은 기세로 지면을 갈아엎으며 날아드는 살덩어리.
인간의 여체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생체채찍.
무모하게 돌진했다면 통로를 가득 채우는 공세에 치여 나가떨어졌다.
‘이 비명소리는….’
그 혐오스러운 무기의 첨단이 벽에 부딪히며
어느 여인의 단말마가 이어진다.
생체채찍의 가장 끝에 달린 여인의 비명이었다.
저 참혹한 피조물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다면
당장 뒤의 계단을 뛰어올라가야 한다.
그녀는 무작정 달아나지 않았다.
[현재 동화율] : 25% [현재 동화율] : 40%(상한치 도달)‘반요. 당신의 초식은 파악했어요.’
무인의 전투에서 상대의 초식을 알아보는 것.
이는 승패를 결정지을 기로가 될 수 있다.
파해식.
특정 초식을 이해한 자만이 만들 수 있는.
완벽한 반격기술.
이를 실전에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통의 파해식은 연무용 무술.
실전성은 없다.
그러나 경지에 이른 초고수가 마음을 먹는다면.
세상에 만들지 못할 파해식은 없다.
[현재 동화율] : 40%(상한치 도달) [현재 동화율] : 40%(상한치 도달) [현재 동화율] : 40%(상한치 도달)‘지금의 제게 필요한 것은 한 번의 파해식을 버텨줄 신체.’
금제에 걸린 호흡을.
금제에 걸린 심장박동을.
금제에 걸린 혈맥의 한계를.
한 순간.
한 초식.
한 호흡에 한해, 제약을 초월한다.
설령 상대가 인외의 생체마공을 펼칠지라도.
거기에 육체의 제약과
패턴화 된 공격이 존재한다면.
단 한 순간
단 한 초식
단 한 호흡이 승부를 역전시킬 수 있다.
[OUT BREAK!] [강한 정신력에 동화율이 일시적으로 한계치를 돌파합니다!] [현재동화율 : 90%]어둠 저편으로 들어간 생체채찍.
그것이 다시금 통로를 부수며 몰려들었다.
이에 내공이 흐르는 길인 근맥을 활성화하여
인공근육이 생긴 것처럼
본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괴력을 발휘하는 그녀.
반요의 생체채찍이 공세한계거리에 도달하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그때
[꺄아아아악!] [어째서 우릴 괴롭히는 거야!] [사, 살려.. 끄르륵!]생체채찍에 집어삼켜진
인간도 괴물도 아닌 부속품으로 전락한 여인
그들의 신체를 막대한 외력이 파괴했다.
[너 때문이야. 너만 죽으면 아프지 않아도 돼!] [이 괴물 같은 여자!] [죽어!]손을 뻗으며 저항하는
마구잡이로 몸부림치는
그렇기에 힘을 합치지 못하는 부속품들.
[이런! 뭣들 하는 거냐. 어서 이 서방님의 통제에 따르지 못할까!]반요가 뒤늦게 제어권을 휘둘러보려 시도할 땐
이미 열이 넘는 부속품이 쓸려나가고
스물이 넘는 부속품들이 발버둥치는 아비규환.
파도처럼 너울 치는 검격은
살결의 저항에 가로막히지 않고
흐르는 궤적마다 피보라를 일으키니.
[이러다 내 색시들이 다 죽게 생겼구나!]제 몸 안에 여인들을 사역한
전리품을 내려놓을 수 없던 반요의 나약함.
그것이 생체채찍을 몸체로 회수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되돌아온 팔
이를 구성하는 여인들의 태반이 죽어 늘어지는
막심한 희생에 반요가 이를 갈던 도중.
[이, 이건 설마?]머리를 잃은 여인의 몸체
그 빈도가 유난히 높은 팔의 부위
사람 하나가 그 틈에 끼어들었다고 해도 눈치 챌 수 없는 감각의 공백지대.
그 틈에서
피륙을 가르며 튀어나오는 한 자루의 검
‘백파창파白???’
푸른 파도에 숨어든 도둑과도 같은 흰 거품처럼
적의 공세에 자연스레 스며든 해응응.
공격을 펼치고 거두는 출수와 회수 사이의 간격
그 긴 거리와 짧은 시간에 담긴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고
수많은 전리품이 된 여인들로 이뤄진
생체채찍.
그 특성을 완전히 간파한 파해식.
와
이게 돼?
이걸 이렇게 깬다고?
해응응의 기습이 반요의 머리를 꿰뚫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