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40)
〈 140화 〉 140 금제를 벗어나는 방법
* * *
4.
주아영의 입이 뻐끔거렸다.
자궁문신이라니.
언니는 이런 굉장한 문신이 취향이었던 걸까?
‘아니,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저렇게나 부끄러워하고 계시는걸요.’
언제나 엄청난 일을 벌이면서 ‘겨우 이 정도로 다들 놀라는 이유가 뭘까요? 별 거 아닌데’라고 주장하듯 짓곤 하던 무심한 얼굴.
그런 언니에게 단 한 번도 찾아볼 수 없었던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로 얼굴부터 목까지 빨개진 모습.
평소의 얼굴도 동경하게 되지만 지금의 이 얼굴은 좀 더 마음 속 깊은 곳의 무언가를 꾹꾹 누르며 자극한다.
‘울려보고 싶어요.’
저 아슬아슬하게 맺힌 눈물을 쏟아지게 만들면 얼마나 오싹한 쾌감이 들까.
주아영은 자신의 생각에 화들짝 놀랐다.
‘나도 참, 무슨 생각을 하는 거죠?’
피부가 오싹오싹해질 정도로 즐거운 상상이지만 그 대상이 언니라니. 이 무슨 배은망덕하고 괘씸한 상상인가.
“저, 저… 언니가 이런 취향이 있는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존중할 수 있어요.”
[달라요. 취향이 아니에요.]“그런 거죠? 그런 걸로 기억해둘게요!”
[아니, 정말로 아니에요.]“걱정 말아요, 언니. 이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갈게요. 늙어 죽어서 회고록을 쓰더라도 이 비밀을 적지는 않을 거예요.”
마음은 고마운데 정말 아니라고요.
소리없이 한숨을 내쉰 해응응.
겨울철 찬바람에 노출되었던 복부에 한기가 스며들자 공력을 발휘해 몰아내었다.
그러자 풀어헤친 옷 사이로 드러나는 자주색 빛!
[사시사철 두껍고 불편한 옷만 입어야하는 이런 문신을 좋아서 새겼겠어요?]“문신에서 빛이…!”
[이건 평범한 문신이 아니에요. 일종의 주박이자 족쇄. 지울 수 없는 낙인이죠.]주아영의 낯빛이 심각해졌다.
“원해서 새긴 문신이 아니라면… 강제로 새겨진 문신이라는 말이에요?”
해응응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그런 짓을!”
[아영. 당신의 속성내공이 생긴 계기와 같아요.]“상태창을 얻어서 그런 문신이 생겼다니.”
주아영도 깨달았다.
상태창이 마냥 득이 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상태창을 만든 게 누군지는 몰라도 분명 엄청난 변태가 틀림없어요. 여자 몸에 이런 야한 문신을 새기게 만들다니!”
다만 그녀는 모르는 차이가 한 가지.
현대에서 내공을 깨우쳐 자동적으로 선택분배가 이루어진 주아영과 달리.
해응응은 무림비망록의 세계에 빙의당하기 전에 자신의 능력치나 특성을 직접 선택했다.
성욕에 눈이 멀었던 20대 초반.
혼자 사는 남자의 성욕이란 그렇게나 적나라한 것이었다.
[그건 됐으니 다른 얘기를]“하나도 안 괜찮아요! 신이든 뭐든 이걸 만든 놈은 직접 잡아다가 복부에 자궁문신을 새길 거에요. 그것도 야광으로!”
이미 당했어.
차마 내뱉지 못한 말에 해응응은 쓴웃음만 지어야 했다.
“저번에 옷 사러 갔을 때에도 두꺼운 옷만 골랐던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다니.”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이제는 적응이 되어서 괜찮은걸요.]“제가 안 괜찮단 말이에요. 언니 몸에 원치도 않은 문신이 생겼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바보같이 옷이나 사러 가자고 하고…….”
또 다시 멘탈이 깨지고 지구 내핵층까지 파고들려는 주아영의 텐션.
해응응은 급히 제자의 기분을 달래주었다.
[그래도 덕분에 새 옷을 사서 즐거웠어요.]“거짓말. 언니 요즘은 다시 전투복만 입잖아요.”
[딱히 사적으로 외출할 일이 없어서 그랬어요. 게이트랑 던전을 자주 방문한 탓도 있고요.]“그럼 우산은요?”
[우산은…]【금제】
[거짓말금지] 당신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 필담이나 수화로도 상대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솔직히 거추장스러웠어요. 검이 아니면 바로 휘두르기 불편해서요.]“됐어요. 언니가 편해야죠. 제 욕심 때문에 언니가 곤란해지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한동안 옷이랑 우산을 쓰지 않았다고 미움 받지는 않을지 걱정했는데, 이 기회에 속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니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그럼 문신은 지금 만드는 거예요?”
[일단은 견적부터 한 번 재보고요. 침대에 편하게 누워주세요.]주아영을 침대에 눕히고는 복부로 손을 뻗는 해응응.
놀라서 벌떡 일어난 주아영이 손을 휙휙 저으며 말했다.
“제가! 제가 올릴게요!!”
직접 올리면 덜 부끄럽겠거니 티셔츠에 손을 올린 주아영.
막상 셔츠를 올리려니 부끄러움을 못이겨 다리가 저절로 비비 꼬였다.
해응응은 그 모습에 야한 기분보다는 안쓰러움을 느꼈다
마음만 먹으면 좋은 스타일의 옷을 코디할 수 있으면서도 정작 그녀의 옷차림은 티셔츠와 청바지라는 언제나 단출한 차림이었다.
여름에는 그 위에 가디건을, 겨울에는 그 위에 패딩을 걸치는 점이 그나마 차이점일까.
멋을 내기보다는 실력을 기르고 싶었던 각성자연습생 시절의 습관이었다.
이십대 중반.
한참 물 오른 외모를 지니고도 같은 옷만 몇 벌씩 돌려입는 동생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정작 야한 기분이 드는 건 해응응이 아닌 주아영이었다.
‘운동하면서 입기도 편한 옷이라서 별 생각 없이 입었던 옷이었는데…….’
이 평범한 티셔츠가 오늘따라 왜 이리 야하게 느껴지는 걸까.
셔츠 밑을 잡아서 한 뼘씩 들어 올리는 움직임에 부끄러움이 가득 묻어났다.
[좀 더 올려주세요.]톡 건들면 펑 하고 터질 것처럼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대로 따르는 주아영.
꾸준히 단련하며 생긴 복근이 청바지와 티셔츠 사이로 수줍게 모양을 만들었다.
[힘을 푸세요. 근육에 힘이 들어가면 안돼요.]해응응은 주아영의 단련된 복부에 손을 얹었다.
주아영은 긴장했다.
어떻게 문신을 새기는 걸까.
손톱으로 자국을 만드나?
내공으로 살을 태우나?
하나같이 고통스럽고 끔찍한 상상들에 각오를 다지기도 잠시.
복부 위의 손이 움직이자 주아영의 표정이 묘해졌다.
‘분명 이렇게 하는 거였죠.’
그녀는 주아영의 배를 둥글게둥글게 어루만지며 쓰다듬었다.
어린 시절,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적.
그녀가 그이고 어른이 아닌 아이였던 때.
해응응은 우유를 먹고 곧잘 복통이 일어났었다.
그럴 때마다 해응응의 엄마는 이런 식으로 배를 쓰다듬어주었고, 매번 아팠던 배가 거짓말처럼 멀쩡해지고는 했다.
‘엄마 손은 약손. 그리운 추억이에요.’
사람에게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기분이 안 좋은 사람 주변에 있으면 함께 기분이 나빠지고, 쾌활한 사람 주변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즐거워진다.
해응응이 희미한 추억을 떠올리며 주아영의 배를 문지르자, 그녀의 주변에 마음이 진정되는 차분한 분위기가 어렸다.
‘뭘까요. 엄청나게 부끄러운 상황에 부끄러운 자세인데. 그런데도 편안해지는 이 기분은.’
주아영은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보육원에서 자란 그녀에게는 쉽게 느껴보지 못한 낯선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해도 그녀의 몸은 이해하고 있었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모성.
그 기운에 취해 품에 안긴 채 응석을 부리고 싶은 아이의 마음.
험난한 사회생활을 하며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애정에 주아영의 몸이 눈을 뜬 것이다.
“언니… 저 몸이 나른해져요…….”
원을 그리며 같은 부위를 빙글빙글 도는 손길에 잔뜩 긴장했던 복부에서 힘이 풀린다.
차가운 공기에 움츠러들었던 몸이 손의 온기에 맞닿으며 살살 풀어졌다.
마치 히터 앞에서 표정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흐물흐물한 미소를 짓는 주아영.
그녀의 심신.
몸과 마음에 가장 긴장이 풀어진 그 순간.
해응응의 손을 통해 주아영의 몸으로 내공이 이어져 들어왔다.
‘자신의 몸이 아닌 타인의 몸에 내공을 연결하는 행위는 극도로 위험하죠.’
적이라면 내공을 주입하자마자 안쪽에서 뻥 터뜨려도 된다.
맹견처럼 사납게 날뛰는 기운을 풀어놓는 일은 간단하다.
반대로 기를 가라앉히는 일은 어렵다.
낯선 몸에 들어온 기가 관성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내공이 주입당한 다른 이의 몸에서도 거부반응이 발생하며 근맥이 꿈틀거리는 거부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기에 상대를 해할 목적이 아니라면 기를 연결하는 행위는 보통 서로를 신뢰하는 사제나 연인, 가족 사이에서나 일어났다.
‘아영이는 제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수제자이자 동생이죠. 연인은 아니더라도 제 가장 부끄러운 비밀을 공유할 정도의 사이임은 틀림없어요.’
그런 관계이기에 해응응의 기운은 낯선 몸에 침입하고도 날뛰지 않고 제 몸을 지나다니듯이 얌전히, 차분하게 순환하였다.
주아영 또한 엄마 손처럼 편안한 해응응의 손에 몸을 맡기며 거부반응이 일절 일어나지 않았다.
의식의 첫 단계.
진기도인의 과정이 무난하게 이루어졌다.
당연히 있을 반발작용이 없으니.
이를 달래기 위해 필요한 두 번째 단계.
전신주천의 과정도 생략되었다.
덕분에 기의 소모도 적고 집중력도 온전한 상태로 시작된 의식의 세 번째 단계.
공력봉인은 예상보다 훨씬 순조롭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문신은 일종의 외장하드에요.’
충분한 저장공간을 구축하고 가상의 근맥을 이어 연결시킨다면, 데이터를 옮겨 넣는 것처럼 단전의 내공을 문신으로 옮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아무 데이터나 마구잡이로 쏟아 붓는 것보다 특정용도의 외장하드임을 적어두면 관련 자료를 더욱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처음 하는 일이 아니에요. 반요곡에서 이미 한 번 경험했으니까요.’
백목귀의 영자기관이 어떻게 구축되었는지 변질되었던 자신의 신체를 통해 인지했다.
이를 역산하여 복원하기까지 하면서 [영단화]에 필요한 지식도 얻었다.
그런 그녀에게 문신을 만드는 일은 영단화의 연장선상에 불과했다.
‘자궁문신은 영단과 비슷해요.’
영단은 체내에 존재하고
문신은 표피에 존재한다.
보관장소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역할은 같다.
속성내공을 저장하고 이를 운용한다.
영물이 신묘한 기를 다루고 이를 저장하는 영단을 지니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이치도 알았다.
견본도 존재한다.
구현도 성공하였다.
주아영의 하복부 위에 흐릿하게 새겨지는 자궁모양의 문신.
그러나 그 형상이 뚜렷하게 정착되기 직전, 해응응은 급하게 영단화 작업을 중지했다.
‘이런.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어요.’
영단화에는 당연히 막대한 내공이 필요하다.
반요곡에서는 백목귀의 1갑자(60년)에 달하는 요력을 이용해서 이루어졌지만, 해응응에게는 아직 14년 공력만이 존재했다.
억지로 영단구축을 밀어붙인다면 부족한 기를 충원하고자 생명유지에 필요한 근원진기까지 사용되며 수명이 크게 줄어들 수 있었다.
[이제 일어나도 괜찮아요.]“아…”
복부에서 느껴지던 온기가 사라지자 배의 윤곽을 따라 느껴지는 한기.
제 손으로 복부를 어루만지던 주아영이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문신이 없어요.”
[미안해요. 아직은 준비가 부족했어요.]제 배를 내려다보며 실망하는 주아영의 모습은 마치 임신에 실패한 아내가 임신테스트기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우울해보였다.
그녀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시술을 진행할 수도 없었다.
준비가 부족하면 시술자와 피시술자 모두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영단구축이 이루어지기 직전에 이를 알아차린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더 많은 기를 모아야겠어요.]반요곡.
아영이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그 게임에 돌아갈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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