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43)
〈 143화 〉 143 무너진 요새의 적기사
* * *
1.
무너진 요새의 후방출입구.
지난 10년 간 단 한 번도 길선택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선택지의 등장에 후원이 연이어 쏟아졌다.
보스전 직행하는 퀵 루트인가보다
일단 난 저거 열 자신 없어
ㅋ
해보자는 거냐?
싸우지말고 야스해 야스
ㅋㅋㅋㅋㅋㅋㅋ
쟤가 말하니까 진정성 넘치네
멘트는 엄길동의성욕이 치고 욕은 엄길동이 먹는 불합리한 관계ㅋㅋㅋ
엄길동의성욕에게 중재를 당하는 기상천외한 상황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후원싸움을 멈춘 이해찬과 이다혜.
그사이 해응응은 다음 행선지를 선택했다.
[▶무너진 요새의 후방 출입구로 들어간다]모두가 정문으로만 진입했던 무너진 요새.
그 후문공략이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2.
[Story mode]무너진 요새.
그 중턱을 덮친 대량의 토사.
성벽과 흙더미로 뒤덮인 불길한 성벽 위를 순찰하는 이들이 있으니.
투구와 갑옷으로 온 몸을 보호하는.
오래된 창을 한 손에 굳게 움켜쥔.
괴물이 된 이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병귀兵?]혈귀나 수귀, 역귀 따위와는 달리.
무리 지어 행동하며 자아를 지니고 판단하는 훈련된 병졸들의 무리.
이벤트 씬이 그들이 순찰하는 요새 도처를 비추었다.
[버려진 병장기들이 잠든 무덤] [말라붙은 피와 녹슨 쇠냄새가 진동하는 요새] [한때 인류를 지키던 요새는 이제 반요들의 요새로 전락하였으니]펄럭
요새 꼭대기에 꽂힌 깃발이 펄럭거리며
시야가 요새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변했다.
[오늘의 침입자는 경계가 삼엄한 정문이 아닌 배후로부터 찾아온 자.] [인간들의 소굴이 아닌 요괴들의 소굴로부터 찾아온 불길한 자.] [무너진 요새에 그녀가 도래했으니.] [요새의 주인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여느 때와는 다른, 검을 든 묵언검객의 앞모습과 뒤를 따르는 동료와 부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컷씬이 끝나며 자연스레 제어권이 돌아왔다.
3.
[Player mode]초반필드와 중반필드의 난이도에는 차이가 있다.
와 컷씬에서 플레이어 띄워주는 건 첨이네
하긴 그동안 한 짓이 장난 아니었지
솔직히 보스전 긴장감 하나도 없음ㅋㅋㅋ
요괴장군도 이겼는데 뭐가 무섭냐고
10분 컷도 가능할 듯
모두가 간단한 승리를 점치는 필드.
순서는 늦었지만 튜토리얼 필드를 기점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요계수도가 3칸, 무너진 요새는 고작해야 1칸.
선각자의 사찰이나 혈둔수로채와 마찬가지로 고작 초반필드에 불과하다.
“시시하군…….”
당장 뒤따르는 부기맨만 해도 본색을 드러내면 이곳의 반요들 따위, 옷장 속에서 손만 뻗어도 전부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크큭. 빈집털이나 다름없군요. 뒷마당이 뚫린 줄도 모르고 요새 앞만 지키다니. 정말 멍청한 반요들입니다.”
짐꾼 노릇을 하는 겁쟁이반요조차 조소를 금치 못하는 한심한 경비수준.
묵언검객과 그 일행들은 피 한 방울 보지 않고 요새를 올랐다.
순찰도 경계도 매복도 존재하지 않는 요새.
‘이렇게까지 경계가 허술할 수도 있나요?’
단순히 방심했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요새 내부 복도에 접어들어도 나타나지 않는 반요들의 존재에 시청자들도 뒤늦게 채팅으로 위화감을 드러냈다.
엥? 여긴 원래 요새주둔병이 있어야하는데?
몬가… 몬가 일어나고 있어…
내성으로 이어지는 복도 통과하면 성벽이랑 성벽 잇는 검문소 있음
ㅇㅇ 거기서 병력들 짱박혀있는 듯
정문쪽 연결통로는 경계가 삼엄해서 덜 삼엄한 뒷문쪽 연결통로로 빙 돌아서 가는 길이 정식공략 루트이기도 함
드디어 몰살검 써보는거야?
연결통로의 너머.
내성으로 향하는 검문소.
그곳에는 시청자들이 말하던 졸귀들이 있었다.
그런 졸귀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중간보스.
남다른 갑옷과 커다란 언월도를 든 지휘관으로 추정되는 무장까지 하나.
초전의 상대로 삼기에는 손색이 있지만 손 풀기 상대로 삼기에는 딱 맞는 수준.
걸음 속도를 높이지도,
경계 수준을 높이지도,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도 않고 처음과 같은 속도로 저벅저벅 걸어오는 묵언검객.
그런 그녀에게서 졸귀들은 오히려 더욱 커다란 위압감과 공포심을 느끼며 비틀거리거나 연신 뒷걸음질 쳤다.
어느 쪽이 요괴야?
일단 우리가 악당인 듯
나 같아도 묵언검객이 막다른길에서 말 한 마디 없이 저러고 걸어오면 뒤로 자빠짐
난 아닌데?
나도 아닌데?
ㅉㅉ 나이먹고 오줌이나 지리기는. 기저귀나 차라 애기야
아니 ㅅㅂ 이거 음해야
(차단된 채팅입니다. 남은시간 10:00)
ㅋㅋㅋ
음해가 아니라 응애겠지ㅋㅋ
오 ㅋㅋㅋ 라임 좋았다
끝내 검문소의 지척까지 도달한 묵언검객.
과도한 공포를 못이긴 졸귀 몇 명이 덤벼드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반대방향으로 날아갔다.
쿵쿵쿵!
복도 저 안으로 날아간 동료들.
이에 주변의 다른 졸귀들이 일제히 덤벼들기 무섭게 검집 채로 휘두른 검이 전방 180도를 향해 검풍을 형성하였다.
화아악!
검을 휘두르는 궤적을 따라 퍼져나가는 막대한 압력!
일검에 실린 충격파에 십여 마리에 달하는 졸귀들이 맥없이 떨어져나가며 뒤에서 대기하던 수십의 졸귀들과 뒤엉켜 바닥을 나뒹굴었다.
미친ㅋㅋㅋ
왜 혼자 진삼국무쌍해?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강하다고?
단 두합 만에 병귀들을 몰살시킨 묵언검객.
검집에 채워진 몰살검이 어서 자신을 뽑아달라며 덜그럭거렸지만 해응응은 그 검을 뽑지도 않고 사선으로 축 늘어뜨렸다.
이제부터 이 검으로 널 베겠다.
마치 그렇게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병귀 백인대장을 향하는 걸음.
숫제 지옥구덩이에서 막 기어 올라온 악마 같은 분위기에 압도당한 백인대장이 등을 돌리며 도주를 시도했다.
구구궁
자세를 바꾸어 검을 몸 안으로 바짝 당기며 다리를 벌린 해응응.
그녀가 걸음을 내딛으며 검을 앞으로 내지르는 순간, 파지법을 달리한 손의 장저가 검손잡이를 밀치며 검을 로켓처럼 날렸다.
━드드득
통로 전체를 부숴버리며 날아간 몰살검.
도대체 얼마나 멀리 날아갔는지 시야에 찾아볼 수도 없었다.
내성 저 안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며 겁쟁이반요는 생각했다.
역시 이 인간은 요괴보다 더한 무언가라고.
와…….
저거 스킬 아니죠?
이게 리얼모드의 평타공격기라고?
스킬트리 한쪽 끝에서 배우는 궁극기 아님?
궁극스킬 멸섬이랑 위력이 삐까뜨네ㄷㄷ
ㄴㄴ이게 더 쌤(궁극스킬 참마격 시전영상)
일자로 초토화된 길의 너머.
유독 커다란 방의 안쪽에서 유독 검붉은 갑옷을 걸친 거대한 갑옷무장이 해응응이 날린 몰살검의 앞에 우뚝 서있었다.
그 광경을 본 시청자들이 몹시 당황하며 채팅을 쏟아내었다.
어어어? 저거 적기사 아님?
ㅈ 됐 다!!
아니ㅋㅋㅋ 이걸 이렇게 벨런스를 맞춘다고?
필드보스가 몰살검을 루팅하네ㄷㄷ
보스가 시시하다고 쓰던 검을 던져주는 묵언검객ㄷㄷㄷ
검이 손에 없으면 주저함을 보일법도 하건만, 해응응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보스몹이 우뚝 선 방 안으로 향하는 걸음은 조금도 빨라지지도, 느려지지도 않았다.
저벅. 저벅.
그저 처음과 같이, 변치 않는 속도로 내성의 중심부인 내성관저를 향해 나아갈 뿐.
이윽고 그녀가 내성관저 안에 발을 들이는 순간.
[Story mode]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보스룸에 입성했음을 알리는 스토리 모드가 활성화되었다.
[터무니없이 강하군.] [검도. 이 검의 주인도.]마침내 멈춰선 몰살검객의 발걸음.
그녀의 눈에 내성관저의 기둥들 너머에 숨어있던 졸귀들의 갑옷이 비쳤다.
그녀가 눈치 챘음을 깨닫자마자 필드보스 적기사가 손을 까딱거리며 신호를 보냈다.
우르르
순식간에 내성관저를 가득 채우는 천 마리도 더욱 넘는 병귀들.
엄청난 물량에 자극이라도 받은 듯이 두둥실 떠오르는 옷장 앞으로 이번에는 묵언검객이 손을 들어 부기맨의 참전을 막았다.
[무기를 잃고, 매복에 당하고, 일군을 마주하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기개.] [과연. 이것이 요계의 도망자들이 그토록 입에 담던 인계최강의 기백인가.]네깟 것이 사용해도 좋은 검이 아니라고 외치는 것처럼 검은 뇌전을 줄기줄기 뿜어내며 적기사의 손 안에서 저항하는 몰살검.
그 검을 움켜쥔 채 세 걸음을 홀로 앞으로 걸어온 보스급 요괴 적기사.
휘리릭
그의 손 안에서 검이 반 바퀴 뒤집히더니
역날로 쥔 검을 옆으로 눕히고는
반대쪽 손으로 검의 끝을 받쳐 들었다.
쿵!
내성관저 전체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한쪽 무릎을 꿇은 적기사.
[인계최강의 검객이여.] [총지휘관 적기사. 휘하 병졸 천이백. 지켜야 할 나라도, 민중도 모두 잃어버리고 죽을 때마저 놓쳐버린 이 패잔병들을.] [부디 요괴들을 향한 복수에 동참할 수 있도록 우리를 수하로 받아다오.]무언가, 엄청난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 * *